뒤집힌 ‘마약 검사’…마약 배우 의혹의 반전

입력 2022.09.3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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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마약범'으로 몰리는 게 이렇게 쉽구나" "배우 생활 끝났구나 생각했습니다."

배우 A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10일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배우 A 씨. 오늘(30일) 경찰은 A 씨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유치장까지 갔던 A 씨가 20일 만에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된 과정을 재구성합니다.

■ 마약 간이 검사 '양성'…배우 A 씨, 긴급체포

사건은 20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골목에서 한 남성이 비틀거린다는 신고를 경찰이 접수했습니다.

편한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남성, 어딘지 모르게 약에 취해 보인다는 신고 내용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배우 A 씨였습니다.

A 씨의 집으로 출동한 경찰은 동의를 얻어, 소변 간이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양성'.

그 자리에서 A 씨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됐습니다.

A 씨는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마약을 한 적이 없는 자신에게 양성이 나올리가 없다는 겁니다.

■ 정밀 검사에서 결과 뒤집혀

A 씨를 입건한 경찰은 이후 국과수에 마약 정밀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소변으로 하는 '키트 검사'(간이검사) 보다, 모발로 하는 정밀 검사는 정확도가 더 높습니다.

오늘 국과수는 A 씨에 대한 정밀 검사 결과를 '음성'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경찰은 국과수 검사 결과를 근거로 A 씨에 대한 불송치를 결정했습니다.

간이검사 결과가 정밀검사에서 뒤집힌 경우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15년 넘게 형사 생활을 해온 담당 경찰도 "이런 사례는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경찰은 "간이검사 키트의 오류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가 평소에 복용하던 약이 간이 검사에서 이상 반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해당 키트의 이상 반응 원인을 파악 중입니다. 또 키트 업체를 교체할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 마약 누명 씌울 뻔한 '검사 오류'

체포부터 불송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20일 동안 '마약 배우'라는 오해를 받았던 A 씨.

'무혐의' 처분은 받았지만, 여전히 A 씨는 불안과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A 씨는 사건 이후, 서울을 떠나 경기도 외곽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마약범으로 오해할까, 혹시 자신을 알아보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합니다.

A 씨는 "국과수 결과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며 "그동안 마음고생 한 걸 보상받고, 다시 사건 전 상태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너무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배우를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마약 검사 장비의 오류를 못 알아챈 경찰, 불확실한 내용을 경쟁적으로 보도한 언론. 모두에게 숙제를 남긴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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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집힌 ‘마약 검사’…마약 배우 의혹의 반전
    • 입력 2022-09-30 13:32:42
    취재K

"사람이 '마약범'으로 몰리는 게 이렇게 쉽구나" "배우 생활 끝났구나 생각했습니다."

배우 A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10일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배우 A 씨. 오늘(30일) 경찰은 A 씨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유치장까지 갔던 A 씨가 20일 만에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된 과정을 재구성합니다.

■ 마약 간이 검사 '양성'…배우 A 씨, 긴급체포

사건은 20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골목에서 한 남성이 비틀거린다는 신고를 경찰이 접수했습니다.

편한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남성, 어딘지 모르게 약에 취해 보인다는 신고 내용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배우 A 씨였습니다.

A 씨의 집으로 출동한 경찰은 동의를 얻어, 소변 간이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양성'.

그 자리에서 A 씨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됐습니다.

A 씨는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마약을 한 적이 없는 자신에게 양성이 나올리가 없다는 겁니다.

■ 정밀 검사에서 결과 뒤집혀

A 씨를 입건한 경찰은 이후 국과수에 마약 정밀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소변으로 하는 '키트 검사'(간이검사) 보다, 모발로 하는 정밀 검사는 정확도가 더 높습니다.

오늘 국과수는 A 씨에 대한 정밀 검사 결과를 '음성'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경찰은 국과수 검사 결과를 근거로 A 씨에 대한 불송치를 결정했습니다.

간이검사 결과가 정밀검사에서 뒤집힌 경우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15년 넘게 형사 생활을 해온 담당 경찰도 "이런 사례는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경찰은 "간이검사 키트의 오류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가 평소에 복용하던 약이 간이 검사에서 이상 반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해당 키트의 이상 반응 원인을 파악 중입니다. 또 키트 업체를 교체할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 마약 누명 씌울 뻔한 '검사 오류'

체포부터 불송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20일 동안 '마약 배우'라는 오해를 받았던 A 씨.

'무혐의' 처분은 받았지만, 여전히 A 씨는 불안과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A 씨는 사건 이후, 서울을 떠나 경기도 외곽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마약범으로 오해할까, 혹시 자신을 알아보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합니다.

A 씨는 "국과수 결과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며 "그동안 마음고생 한 걸 보상받고, 다시 사건 전 상태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너무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배우를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마약 검사 장비의 오류를 못 알아챈 경찰, 불확실한 내용을 경쟁적으로 보도한 언론. 모두에게 숙제를 남긴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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