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탐사K] 軍 인사 총괄 고위직에 ‘실세 측근’ 낙점했다 철회, 왜?

입력 2022.09.30 (15:43) 수정 2022.10.01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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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인사기획관 채용 절차가 합격자 발표 직전 돌연 중단됐습니다. 인사기획관은 군 인사 정책을 총괄하는 국장급 고위 공무원입니다. 국방부는 30일 "채용 과정 중에 적격자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인사는 만사라 했습니다. 그래서 인사기획관은 국방부 내 핵심 보직입니다. 육·해·공군 장성 등 장교 승진 예정 인원에 관해 판단을 내리는 자리입니다. 누구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봐야 합니다. 대통령실과 이견을 조율하는 민감한 작업도 진행합니다.

그런데 정작 인사기획관 채용을 놓고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국방부 안팎에서였습니다. 특정인 선발을 위한 채용 공고라는 지적이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3군의 인사를 주무르려는 누군가의 개입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전방위적인 취재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취재 도중 갑작스럽게 채용이 철회됐습니다. 지금부터 하나하나 설명합니다.

■ 논란의 지원자, A 예비역 장성

지난달 24일, 국방부는 인사기획관(국장급) 채용시험 공고를 올렸습니다. 지난 정부 때 채용된 인사기획관이 사표를 내자 이틀 뒤 새로운 채용 공고를 띄운 겁니다. 공고 내용을 보면, '군 인사' 업무에 적합한 경력을 갖춘, 전·현직 고위공무원 중에서 1명이 선발됩니다.

이번 인사기획관 공고에는 전 현직 장성 또는 대령 10여 명이 응시했습니다. 국방부는 7일 서류 전형을 거쳐 7명으로 추렸고, 다음날 면접시험 점수를 토대로 1·2순위 2명으로 후보자를 압축했습니다. 국방부는 마지막 남은 두 명에 대한 인사검증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서 1순위는 예비역 장성 A 씨로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국방부 안팎에서 공정성 논란이 일었습니다. 바로 A 씨 경력 때문입니다. A 씨는 '군 인사' 경력자가 아니었습니다. 현역 시절 국방 정책과 군사 전략을 수립하는 이른바 '정책' 업무를 주로 맡아왔습니다. A씨 같은 '정책' 경력자가 1순위로 뽑힌 것은, 인사기획관 경력 채용이 도입된 200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 공고 직전 바뀐 '응시 자격'

A씨가 공개 채용에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국방부가 공고 직전 응시 자격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과거 2018년 공고문에서 '응시 자격 요건'은 '군인·군무원의 인사 등과 관련된 직무 분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공고에는 끝자락에 새로운 문구가 삽입됐습니다. 인사와 관련이 없는 '국방과 관련된 정책, 전략, 기획'이 새로운 자격 요건으로 추가된 겁니다. 국방부는 공고 전날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새로운 공고를 결재받아 확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방부 인사 업무에 정통한, 한 예비역 장성 B 씨는 특정인을 염두에 둔 공고였다고 주장했습니다. B 씨는 "끝에 작은 글씨로 써 놓는 바람에 응시 자격 요건이 바뀐 것을 모르는 지원자들도 있었다. 자격 요건을 확대하지 않으면, A 씨는 시험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공고문 내용도 모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사기획관이 해야 할 주요 업무가 6가지로 돼 있다.(이 중 5가지가 인사 관련 업무) 공고문 앞쪽에 인사 관련 업무를 한다고 해 놓고, 자격 요건에 직무를 넓혀준 것은 모순이다"고 말했습니다.

■ 국방부 취지 퇴색한 공개 채용

국방부는 이런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습니다. 응시 자격을 확대한 이유에 대해 "인사 실무부서에서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정책' 분야를 추가하는 것이 우수한 인재 지원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인사기획관실 아래에 군무원정책과, 인력정책과, 병영정책과 등 국방정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부서가 다양하게 포함된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방부 취지대로 지원한 '우수한 인재'는 몇 명이었을까. '정책' 경력을 가진 지원자는 최종 면접자 7명 중 A 씨 1명이었습니다. 예비역 장성 B 씨는 "A 씨가 결국 1순위가 됐다는 것은 나타난 현상으로 이미 (누굴 위한 공고 변경이었는지) 증명된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응시 자격 확대를 가장 먼저 제안한 인물은 관련 실무 부서였다고 국방부는 해명했습니다. 담당 부서 과장은 실무 검토를 거친 뒤, 8월 중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구두로 승낙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장관 구두 보고가 언제 어떤 내용으로 이뤄졌는지, 실무 부서에서 어떤 내용을 검토했는지 뒷받침할 기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A 씨는 장성 출신 방산기업 고문..."국방 실세 도운 인물"

그렇다면 예비역 장성 A 씨는 누굴까. 여러 증언을 종합하면, 그는 현 정부 국방 분야 실세들의 측근으로 꼽힙니다. 지난해 4월 예편한 뒤, 한 방산기업체 고문으로 취업하고서 윤석열 당시 대권 주자를 지지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 일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은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한 지지 단체입니다. 국방안보 분야에서 군과 민간 전문가 다수가 참여했는데, 김용현 경호처장이 지난해 8월 주도해 만들었습니다.


포럼 출범식 참석자들은, 현 정부 국방과 안보를 책임지는 요직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자문단으로 참석했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각 분과위원회 소속으로 포럼 일을 맡았던 신인호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이종섭 국방부 장관, 신다윗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눈에 띕니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이기식 병무청장,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도 포럼 출범식에 함께 했습니다. 한 포럼 참석자는 "A 씨가 방산기업체 소속이라 포럼에서 직함을 맡지는 않았다"면서도 "7, 8월쯤 포럼 모임에서 A 씨를 목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부 출범을 도왔던 한 여당 인사 C는 "포럼이 꾸려질 무렵, A 씨로부터 참여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A 씨는 포럼 핵심 인물들로 꾸려진 TF 일을 도운 것으로 알고 있다. 현역 시절에도 현재 안보실 실세들과 함께 근무하는 등 여러 인연으로 얽힌 관계"라고 말했습니다.

인사기획관 공고가 뜰 무렵 A씨가 의심스런 발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C 씨는 "A씨가 인사기획관 자리에 가게 됐다고 주변에 알린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예비역 장성 B 씨는 "공고가 뜨는 순간 A 씨가 가는 것으로 짐작했다"며 "전역한 육사 출신 장군 중에 '정책' 분야 장군은 굳이 누구라고 얘기 안 해도 (A 씨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취재진은 복수 증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A 씨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KBS 탐사보도부의 취재가 진행되던 중 국방부는 어제(29일) 인사기획관 채용을 다시 공고했습니다. 재공고 직무 자격 요건에는 여전히 '정책'이 포함돼 있습니다.

※ KBS 탐사보도부는 '국방부 인사기획관 채용'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계속해서 취재, 보도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kbstamsa@gmail.com)

취재기자:우한울 김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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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탐사K] 軍 인사 총괄 고위직에 ‘실세 측근’ 낙점했다 철회, 왜?
    • 입력 2022-09-30 15:43:26
    • 수정2022-10-01 02:10:45
    탐사K

국방부 인사기획관 채용 절차가 합격자 발표 직전 돌연 중단됐습니다. 인사기획관은 군 인사 정책을 총괄하는 국장급 고위 공무원입니다. 국방부는 30일 "채용 과정 중에 적격자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인사는 만사라 했습니다. 그래서 인사기획관은 국방부 내 핵심 보직입니다. 육·해·공군 장성 등 장교 승진 예정 인원에 관해 판단을 내리는 자리입니다. 누구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봐야 합니다. 대통령실과 이견을 조율하는 민감한 작업도 진행합니다.

그런데 정작 인사기획관 채용을 놓고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국방부 안팎에서였습니다. 특정인 선발을 위한 채용 공고라는 지적이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3군의 인사를 주무르려는 누군가의 개입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전방위적인 취재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취재 도중 갑작스럽게 채용이 철회됐습니다. 지금부터 하나하나 설명합니다.

■ 논란의 지원자, A 예비역 장성

지난달 24일, 국방부는 인사기획관(국장급) 채용시험 공고를 올렸습니다. 지난 정부 때 채용된 인사기획관이 사표를 내자 이틀 뒤 새로운 채용 공고를 띄운 겁니다. 공고 내용을 보면, '군 인사' 업무에 적합한 경력을 갖춘, 전·현직 고위공무원 중에서 1명이 선발됩니다.

이번 인사기획관 공고에는 전 현직 장성 또는 대령 10여 명이 응시했습니다. 국방부는 7일 서류 전형을 거쳐 7명으로 추렸고, 다음날 면접시험 점수를 토대로 1·2순위 2명으로 후보자를 압축했습니다. 국방부는 마지막 남은 두 명에 대한 인사검증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서 1순위는 예비역 장성 A 씨로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국방부 안팎에서 공정성 논란이 일었습니다. 바로 A 씨 경력 때문입니다. A 씨는 '군 인사' 경력자가 아니었습니다. 현역 시절 국방 정책과 군사 전략을 수립하는 이른바 '정책' 업무를 주로 맡아왔습니다. A씨 같은 '정책' 경력자가 1순위로 뽑힌 것은, 인사기획관 경력 채용이 도입된 200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 공고 직전 바뀐 '응시 자격'

A씨가 공개 채용에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국방부가 공고 직전 응시 자격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과거 2018년 공고문에서 '응시 자격 요건'은 '군인·군무원의 인사 등과 관련된 직무 분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공고에는 끝자락에 새로운 문구가 삽입됐습니다. 인사와 관련이 없는 '국방과 관련된 정책, 전략, 기획'이 새로운 자격 요건으로 추가된 겁니다. 국방부는 공고 전날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새로운 공고를 결재받아 확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방부 인사 업무에 정통한, 한 예비역 장성 B 씨는 특정인을 염두에 둔 공고였다고 주장했습니다. B 씨는 "끝에 작은 글씨로 써 놓는 바람에 응시 자격 요건이 바뀐 것을 모르는 지원자들도 있었다. 자격 요건을 확대하지 않으면, A 씨는 시험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공고문 내용도 모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사기획관이 해야 할 주요 업무가 6가지로 돼 있다.(이 중 5가지가 인사 관련 업무) 공고문 앞쪽에 인사 관련 업무를 한다고 해 놓고, 자격 요건에 직무를 넓혀준 것은 모순이다"고 말했습니다.

■ 국방부 취지 퇴색한 공개 채용

국방부는 이런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습니다. 응시 자격을 확대한 이유에 대해 "인사 실무부서에서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정책' 분야를 추가하는 것이 우수한 인재 지원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인사기획관실 아래에 군무원정책과, 인력정책과, 병영정책과 등 국방정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부서가 다양하게 포함된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방부 취지대로 지원한 '우수한 인재'는 몇 명이었을까. '정책' 경력을 가진 지원자는 최종 면접자 7명 중 A 씨 1명이었습니다. 예비역 장성 B 씨는 "A 씨가 결국 1순위가 됐다는 것은 나타난 현상으로 이미 (누굴 위한 공고 변경이었는지) 증명된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응시 자격 확대를 가장 먼저 제안한 인물은 관련 실무 부서였다고 국방부는 해명했습니다. 담당 부서 과장은 실무 검토를 거친 뒤, 8월 중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구두로 승낙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장관 구두 보고가 언제 어떤 내용으로 이뤄졌는지, 실무 부서에서 어떤 내용을 검토했는지 뒷받침할 기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A 씨는 장성 출신 방산기업 고문..."국방 실세 도운 인물"

그렇다면 예비역 장성 A 씨는 누굴까. 여러 증언을 종합하면, 그는 현 정부 국방 분야 실세들의 측근으로 꼽힙니다. 지난해 4월 예편한 뒤, 한 방산기업체 고문으로 취업하고서 윤석열 당시 대권 주자를 지지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 일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은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한 지지 단체입니다. 국방안보 분야에서 군과 민간 전문가 다수가 참여했는데, 김용현 경호처장이 지난해 8월 주도해 만들었습니다.


포럼 출범식 참석자들은, 현 정부 국방과 안보를 책임지는 요직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자문단으로 참석했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각 분과위원회 소속으로 포럼 일을 맡았던 신인호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이종섭 국방부 장관, 신다윗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눈에 띕니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이기식 병무청장,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도 포럼 출범식에 함께 했습니다. 한 포럼 참석자는 "A 씨가 방산기업체 소속이라 포럼에서 직함을 맡지는 않았다"면서도 "7, 8월쯤 포럼 모임에서 A 씨를 목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부 출범을 도왔던 한 여당 인사 C는 "포럼이 꾸려질 무렵, A 씨로부터 참여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A 씨는 포럼 핵심 인물들로 꾸려진 TF 일을 도운 것으로 알고 있다. 현역 시절에도 현재 안보실 실세들과 함께 근무하는 등 여러 인연으로 얽힌 관계"라고 말했습니다.

인사기획관 공고가 뜰 무렵 A씨가 의심스런 발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C 씨는 "A씨가 인사기획관 자리에 가게 됐다고 주변에 알린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예비역 장성 B 씨는 "공고가 뜨는 순간 A 씨가 가는 것으로 짐작했다"며 "전역한 육사 출신 장군 중에 '정책' 분야 장군은 굳이 누구라고 얘기 안 해도 (A 씨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취재진은 복수 증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A 씨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KBS 탐사보도부의 취재가 진행되던 중 국방부는 어제(29일) 인사기획관 채용을 다시 공고했습니다. 재공고 직무 자격 요건에는 여전히 '정책'이 포함돼 있습니다.

※ KBS 탐사보도부는 '국방부 인사기획관 채용'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계속해서 취재, 보도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kbstamsa@gmail.com)

취재기자:우한울 김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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