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중·일 통화 줄줄이 급락…신흥국 위기 전염 우려

입력 2022.09.3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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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지난 일주일간 기축통화인 영국의 파운드화, 중국의 위안화, 일본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줬습니다. 경제 대국인 영, 중, 일의 통화가치가 하락한 이유, 그리고 이로 인한 파급효과를 짚어 보았습니다.


■ 영국·중국·일본…기축통화가 줄줄이 급락한 이유는?

지난 26일 영국 파운드화의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이 하루에 5%p 폭락,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줬습니다. 중국 위안화도 28일까지 8거래일 연속 미국 달러화 대비 가치가 하락하며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 변동을 일정 부분 용인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본 엔화도
9월 들어 4%p 가까이 (미 달러 대비) 가치가 절하됐습니다.


영국 파운드화와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는 미국 달러·유로화와 함께 국제통화기금 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을 구성하고 있는 기축통화입니다. 기축통화는 국제거래에서 통용될만한 호환성과 안정성 등을 갖추고 있는 화폐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기축통화가 줄줄이 급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근본 원인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미국 달러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국, 중국, 일본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돈줄을 죄지 않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영국은 감세정책을, 중국과 일본은 저금리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물가를 잡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금리 인상과 긴축 정책을 펴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입니다.

거꾸로 가는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세 나라 경제의 취약점 때문입니다. 영국은 경상수지 적자와 브렉시트로 인한 금융 경쟁력 약화 등이 약점이고 중국은 코로나 19 봉쇄 정책,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도산으로 인한 지방 경제 부실이 문제입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했는데 금리를 올릴 경우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문제는 신흥국으로의 위기 전염

영국, 중국, 일본은 자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자 일제히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영국은 장기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 상승 또는 하락 일변도에 베팅하면 반드시 돈을 잃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일본 정부는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환율 방어를 위한 시장개입을 단행했습니다. 과연 통화 안정에 성공할지는 의문입니다만, 이 같은 급격한 환율 변화와 각국 정부의 통화가치 절상 노력은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추세를 악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수출을 해서 미 달러를 벌거나 달러를 빌려서 식량과 에너지를 사야 하는 신흥국 경제의 부담이 대단히 커진다는 겁니다. 특히 달러를 많이 빌린 국가들이 가장 위기에 취약한데, 현재 신흥국 국가 부채 가운데 약 830억 달러가 내년 말까지 미국 달러로 갚아야 할 빚입니다. 또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하면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개도국들에게 1,70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개발 원조를 했는데, 이 원조를 받은 국가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대단히 커진 상황입니다. 앙골라, 지부티, 콩고민주공화국 등이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아시아에서 영향력이 높은 엔화와 위안화의 가치 하락이 신흥국 시장에 대한 공포를 키워 자금 이탈 러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 기사를 내놨습니다. 이미 스리랑카는 국가 부도를 선언했고 파키스탄은 외화 부족으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은 태국 바트화나 필리핀 페소화 등이 위기에 취약하다고 보고 있는데, 두 나라가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서 외환보유고가 줄고 국가신용도가 낮아질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 한국 경제는 괜찮나?

한국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4천3백억 달러가 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일본계 신용평가기관인 JCR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습니다. 지난해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단기외채의 2.8배에 이를 정도로 충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안심할 수만은 없습니다. 무역수지가 5개월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등 주요 수출 산업 전망이 밝지 않고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중국과의 무역도 적자로 돌아섰는데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역수지 적자가 구조화, 장기화되면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설 수 있습니다. 한국 환율시장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완전 개방돼 있어 환투기 세력의 공격에 취약합니다. 어느 나라에서 언제든 위기가 전염될 수 있는 상황, 각별한 주의와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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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중·일 통화 줄줄이 급락…신흥국 위기 전염 우려
    • 입력 2022-09-30 16:21:05
    취재K
지난 일주일간 기축통화인 영국의 파운드화, 중국의 위안화, 일본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줬습니다. 경제 대국인 영, 중, 일의 통화가치가 하락한 이유, 그리고 이로 인한 파급효과를 짚어 보았습니다.<br />

■ 영국·중국·일본…기축통화가 줄줄이 급락한 이유는?

지난 26일 영국 파운드화의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이 하루에 5%p 폭락,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줬습니다. 중국 위안화도 28일까지 8거래일 연속 미국 달러화 대비 가치가 하락하며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 변동을 일정 부분 용인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본 엔화도
9월 들어 4%p 가까이 (미 달러 대비) 가치가 절하됐습니다.


영국 파운드화와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는 미국 달러·유로화와 함께 국제통화기금 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을 구성하고 있는 기축통화입니다. 기축통화는 국제거래에서 통용될만한 호환성과 안정성 등을 갖추고 있는 화폐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기축통화가 줄줄이 급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근본 원인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미국 달러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국, 중국, 일본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돈줄을 죄지 않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영국은 감세정책을, 중국과 일본은 저금리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물가를 잡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금리 인상과 긴축 정책을 펴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입니다.

거꾸로 가는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세 나라 경제의 취약점 때문입니다. 영국은 경상수지 적자와 브렉시트로 인한 금융 경쟁력 약화 등이 약점이고 중국은 코로나 19 봉쇄 정책,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도산으로 인한 지방 경제 부실이 문제입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했는데 금리를 올릴 경우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문제는 신흥국으로의 위기 전염

영국, 중국, 일본은 자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자 일제히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영국은 장기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 상승 또는 하락 일변도에 베팅하면 반드시 돈을 잃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일본 정부는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환율 방어를 위한 시장개입을 단행했습니다. 과연 통화 안정에 성공할지는 의문입니다만, 이 같은 급격한 환율 변화와 각국 정부의 통화가치 절상 노력은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추세를 악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수출을 해서 미 달러를 벌거나 달러를 빌려서 식량과 에너지를 사야 하는 신흥국 경제의 부담이 대단히 커진다는 겁니다. 특히 달러를 많이 빌린 국가들이 가장 위기에 취약한데, 현재 신흥국 국가 부채 가운데 약 830억 달러가 내년 말까지 미국 달러로 갚아야 할 빚입니다. 또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하면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개도국들에게 1,70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개발 원조를 했는데, 이 원조를 받은 국가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대단히 커진 상황입니다. 앙골라, 지부티, 콩고민주공화국 등이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아시아에서 영향력이 높은 엔화와 위안화의 가치 하락이 신흥국 시장에 대한 공포를 키워 자금 이탈 러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 기사를 내놨습니다. 이미 스리랑카는 국가 부도를 선언했고 파키스탄은 외화 부족으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은 태국 바트화나 필리핀 페소화 등이 위기에 취약하다고 보고 있는데, 두 나라가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서 외환보유고가 줄고 국가신용도가 낮아질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 한국 경제는 괜찮나?

한국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4천3백억 달러가 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일본계 신용평가기관인 JCR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습니다. 지난해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단기외채의 2.8배에 이를 정도로 충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안심할 수만은 없습니다. 무역수지가 5개월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등 주요 수출 산업 전망이 밝지 않고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중국과의 무역도 적자로 돌아섰는데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역수지 적자가 구조화, 장기화되면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설 수 있습니다. 한국 환율시장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완전 개방돼 있어 환투기 세력의 공격에 취약합니다. 어느 나라에서 언제든 위기가 전염될 수 있는 상황, 각별한 주의와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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