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 관찰한 북한 경제, 다양해진 제품…열악한 공급

입력 2022.10.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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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해도 지역에서 서해 5도로 떠내려온 쓰레기들로 북한의 생활소비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북한 황해도 지역에서 서해 5도로 떠내려온 쓰레기들로 북한의 생활소비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북한 쓰레기를 수집하는 북한연구 학자가 있습니다. 부산 동아대학교 강동완 교수입니다. 지난 2008년부터 올해로 14년째 북한의 사회와 생활문화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강교수가 선택한 연구 방법은 현장 찾아가기입니다. 하지만 북한을 방문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신 북한과 중국, 북한과 러시아의 접경지역을 다니면서 북한 주민의 생활을 관찰하고 중국으로 넘어온 북한주민들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19년 북중 접경지역에서 중국공안에서 검거되면서 이후 중국입국이 금지됐다고 합니다. 중국 땅이라고 해도 접경지역에서 드러내놓고 북한을 관찰하거나 망원렌즈 등을 이용해 사진을 찍는 행위는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입국금지가 풀릴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엎친데 덥친격으로 2년여 전부터는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일반인의 중국 입국조차 사실상 불가능하게습니다.

강교수는 궁리 끝에 "그렇다면 남한땅에서 북한을 가장 가까이서 관찰 할 수 있는 강화 교동도나 서해 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일대를 찾아가자"라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교동도에서 북한까지 거리는 3km 도 안되고 연평도에서 북한까지는 10km 정도입니다. 망원렌즈는 물론 육안으로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 우연히 서해5도 해안가에서 발견한 것이 북한 쓰레기 였다고합니다. 대부분 물에 뜨는 비닐포장지나 페트병, 고무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 둘 북한 쓰레기를 모으다 보니 북한의 경제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어떤 상품, 얼마나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는지부터, 원료로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까지 쓰레기를 통해 북한의 생활상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강교수가 그동안 모은 북한쓰레기와 북한산 물품은 3천여점이나 됩니다. 그 가운데 특징적인 몇 가지를 통해 김정은 집권이후 북한경제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 설탕 대신 팔월풀당으로 단맛을...... 식품원자재 수입 힘들다는 증거


북한에서 생산하는 페트병 사이다 포장지입니다. '낙랑'은 브랜드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주원료에 사용된 '8월풀당'이라는 성분입니다. 팔(8)월풀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단맛이 있어서 북한에서는 사탕수수 대용작물로 재배하기도 합니다. 유엔의 대북제재로 단맛을 내는 설탕 수입이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생산지는 평양시입니다. 강 교수는 북한의 생산공장 10곳 중 7곳가량이 평양시에 있는데 북한이 평양지역에 집중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북한 상품 대부분에 QR 코드, 바코드 붙어있어. 생산 현대화 증거


사과 음료수 페트병입니다. 페트병이나 포장지 재질은 육안으로 봐서는 우리나라 제품과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하단에 바코드와 QR코드가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어보니 기본적인 정보가 나옵니다. 등록날짜가 2015년 12월 17일입니다. '오일종합가공공장'에서 생산된 건데 이 공장은 평양시 능라도에 있습니다. 2008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곳으로 북한선전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곳입니다. 유제품과, 쥬스, 탄산음료, 빙과류, 건강음료까지 4백 종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는 현대화된 공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도 생산시설의 현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쓰레기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 '얼음보숭이' 대신 '에스키모'. '아이스크림' 외래어 사용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하드'로 불리는 막대형 아이스크림 포장지입니다. 강 교수는 그동안 우리가 북한 주민들은 '아이스크림'이라는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고 '얼음보숭이'라는 우리말로 바꿔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소프트아이스크림의 경우 아이스크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하드 아이스크림은 '에스키모'라는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위 쓰레기를 통해 '과일 요구르트 맛 하드아이스크림'이 시중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신발은 기워 신고 치약은 밑동 잘라서 아껴 쓰고. 소비재 공급 부족 증거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인민들의 생활 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다양한 소비재생산을 늘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의 대북 제재로 인해 원활한 공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서해5도로 떠내려온 북한 쓰레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어린이용 샌들과 북한 군대에서 주로 사용하는 치약입니다. 샌들 중앙에 있는 너구리 캐릭터는 북한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영리한 너구리'입니다. 북한 제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저기 기울 수 있는 곳은 모두 무명실로 기워서 사용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치약도 밑동까지 잘라서 사용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북한의 소비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남북 대결 구도 지속돼도 대북 인도적 지원 이뤄져야!

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가 서해5도 해변에서 주운 북한 쓰레기를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가 서해5도 해변에서 주운 북한 쓰레기를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강동완 교수는 지금까지 모든 북한 쓰레기를 분석해 지난해 <서해5도에서 북한 쓰레기를 줍다.> 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습니다. 지금은 동해로 떠내려온 쓰레기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다음에는 동해 쓰레기를 정리해 책을 쓸 예정이라고 합니다. 강 교수는 지난 정부나 현 정부나 남북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정치적인 문제와는 별도로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이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북한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인도적 지원을 거부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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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로 관찰한 북한 경제, 다양해진 제품…열악한 공급
    • 입력 2022-10-02 08:00:13
    취재K
북한 황해도 지역에서 서해 5도로 떠내려온 쓰레기들로 북한의 생활소비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북한 쓰레기를 수집하는 북한연구 학자가 있습니다. 부산 동아대학교 강동완 교수입니다. 지난 2008년부터 올해로 14년째 북한의 사회와 생활문화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강교수가 선택한 연구 방법은 현장 찾아가기입니다. 하지만 북한을 방문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신 북한과 중국, 북한과 러시아의 접경지역을 다니면서 북한 주민의 생활을 관찰하고 중국으로 넘어온 북한주민들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19년 북중 접경지역에서 중국공안에서 검거되면서 이후 중국입국이 금지됐다고 합니다. 중국 땅이라고 해도 접경지역에서 드러내놓고 북한을 관찰하거나 망원렌즈 등을 이용해 사진을 찍는 행위는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입국금지가 풀릴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엎친데 덥친격으로 2년여 전부터는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일반인의 중국 입국조차 사실상 불가능하게습니다.

강교수는 궁리 끝에 "그렇다면 남한땅에서 북한을 가장 가까이서 관찰 할 수 있는 강화 교동도나 서해 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일대를 찾아가자"라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교동도에서 북한까지 거리는 3km 도 안되고 연평도에서 북한까지는 10km 정도입니다. 망원렌즈는 물론 육안으로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 우연히 서해5도 해안가에서 발견한 것이 북한 쓰레기 였다고합니다. 대부분 물에 뜨는 비닐포장지나 페트병, 고무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 둘 북한 쓰레기를 모으다 보니 북한의 경제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어떤 상품, 얼마나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는지부터, 원료로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까지 쓰레기를 통해 북한의 생활상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강교수가 그동안 모은 북한쓰레기와 북한산 물품은 3천여점이나 됩니다. 그 가운데 특징적인 몇 가지를 통해 김정은 집권이후 북한경제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 설탕 대신 팔월풀당으로 단맛을...... 식품원자재 수입 힘들다는 증거


북한에서 생산하는 페트병 사이다 포장지입니다. '낙랑'은 브랜드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주원료에 사용된 '8월풀당'이라는 성분입니다. 팔(8)월풀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단맛이 있어서 북한에서는 사탕수수 대용작물로 재배하기도 합니다. 유엔의 대북제재로 단맛을 내는 설탕 수입이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생산지는 평양시입니다. 강 교수는 북한의 생산공장 10곳 중 7곳가량이 평양시에 있는데 북한이 평양지역에 집중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북한 상품 대부분에 QR 코드, 바코드 붙어있어. 생산 현대화 증거


사과 음료수 페트병입니다. 페트병이나 포장지 재질은 육안으로 봐서는 우리나라 제품과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하단에 바코드와 QR코드가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어보니 기본적인 정보가 나옵니다. 등록날짜가 2015년 12월 17일입니다. '오일종합가공공장'에서 생산된 건데 이 공장은 평양시 능라도에 있습니다. 2008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곳으로 북한선전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곳입니다. 유제품과, 쥬스, 탄산음료, 빙과류, 건강음료까지 4백 종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는 현대화된 공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도 생산시설의 현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쓰레기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 '얼음보숭이' 대신 '에스키모'. '아이스크림' 외래어 사용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하드'로 불리는 막대형 아이스크림 포장지입니다. 강 교수는 그동안 우리가 북한 주민들은 '아이스크림'이라는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고 '얼음보숭이'라는 우리말로 바꿔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소프트아이스크림의 경우 아이스크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하드 아이스크림은 '에스키모'라는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위 쓰레기를 통해 '과일 요구르트 맛 하드아이스크림'이 시중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신발은 기워 신고 치약은 밑동 잘라서 아껴 쓰고. 소비재 공급 부족 증거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인민들의 생활 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다양한 소비재생산을 늘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의 대북 제재로 인해 원활한 공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서해5도로 떠내려온 북한 쓰레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어린이용 샌들과 북한 군대에서 주로 사용하는 치약입니다. 샌들 중앙에 있는 너구리 캐릭터는 북한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영리한 너구리'입니다. 북한 제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저기 기울 수 있는 곳은 모두 무명실로 기워서 사용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치약도 밑동까지 잘라서 사용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북한의 소비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남북 대결 구도 지속돼도 대북 인도적 지원 이뤄져야!

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가 서해5도 해변에서 주운 북한 쓰레기를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강동완 교수는 지금까지 모든 북한 쓰레기를 분석해 지난해 <서해5도에서 북한 쓰레기를 줍다.> 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습니다. 지금은 동해로 떠내려온 쓰레기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다음에는 동해 쓰레기를 정리해 책을 쓸 예정이라고 합니다. 강 교수는 지난 정부나 현 정부나 남북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정치적인 문제와는 별도로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이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북한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인도적 지원을 거부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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