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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청정국 아냐” 마약에 취한 대한민국
입력 2022.10.03 (08:01) 취재K


"더는 마약 청정국이라고 할 수 없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과학교육연구센터 교수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저출산, 두 번째는 마약..."
- 대구지방법원 형사부 부장판사(지난해부터 마약 사건 선고가 대폭 늘었다면서)

마약 관련 뉴스가 부쩍 늘었습니다. 최근엔 TV에 자주 얼굴을 내민 유명 연예인이 마약 투약 혐의로 포토 라인에 서는 등 전국 곳곳에서 마약 사건이 터지고, 또 보도되고 있습니다. 한 번에 적발된 양도 '천 회 분'에 달하는 등 규모도 어마어마해졌습니다.

현장에선 마약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심상찮게 들려옵니다. 실제는 어떨까요?

■ 마약사범 저연령화, 대마 사범 증가
대검찰청의 마약 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10,575명입니다. 지난해 16,153명이었음을 참작하면 올해 전체 적발 인원은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2000년대 초반 진행된 강력한 단속으로 연간 적발 인원이 만 명 아래로 떨어졌는데, 이후 다시 마약이 슬금슬금 퍼지면서 2015년부터 매년 만 명 이상 적발되고 있습니다. 걸린 인원은 이 정도이지만, 실제 남용자는 10만 명이 넘을 것이란 추정도 나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 Q&A 자료. 마약 남용자 숫자를 묻는 질문에, 10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답합니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 Q&A 자료. 마약 남용자 숫자를 묻는 질문에, 10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답합니다.

증가 추세 속에서 특히 우려스러운 지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건 마약사범의 저연령화인데요. 지난해 20대 마약 사범은 5,077명, 비중도 31.4%에 달했습니다. 2017년 2,112명(15%)과 비교하면 20대 마약 사범이 대폭 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19살 이하 마약 사범도 450명(2.8%)이나 됩니다. 이 역시 2017년 119명보다 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텔레그램이나 다크웹 등 젊은 층이 마약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늘었다는 게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대마 사범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마약류는 바로 필로폰인데, 그 비중은 매년 줄어들고 대신 그 빈자리를 대마 사범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마사범은 2017년 1,727명에서 3,777명으로 늘었고, 올해도 벌써 2,136명이 적발됐습니다. 일부 국가의 대마 합법화 추세에 따라 여행자나 유학생이 밀수, 흡연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하나, 외국인 마약사범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단속된 외국인 수는 2,339명으로, 2017년 932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취업이나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본국 등에서 밀반입한 뒤 동료들과 함께 투약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마약류 암거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보니 외국인 마약류 사범이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자고 나면 신종 마약

더 큰 문제는 새로운 마약류가 끊임없이 생기고 있다는 겁니다. 신종마약은 중독성이 발견돼 오남용하기 시작한 물질과 여러 남용 약물을 섞어 새로 조합한 물질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엑스터시'는 지금 흔해지면서 누구나 마약류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처음엔 미지의 신종 마약이었죠. 이런 식의 신종 마약이 세계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또 유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법당국은 '법률에 명시된' 마약류만 단속, 처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종 마약은 어떻게 해야 하죠? 그래서 우리나라는 '임시마약류'를 지정합니다. 수상한 물질을 일단 임시 마약류로 지정해서 확산을 막겠다는 겁니다.

임시마약류를 지정하는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를 보면, 2011년 이후 모두 247종이 임시마약류로 지정됐는데, 이 가운데 150종이 '임시'를 떼고 마약류로 전환됐습니다. 2020년 14종, 지난해 8종이 지정됐고, 올해도 18건이 지정되는 등 임시마약류 지정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관건은 속도입니다. 수사 기관 관계자는 "신종 마약의 개발 속도가 너무 빨라 현장에서 따라잡기 힘들다"고 털어놨습니다. 필로폰이나 대마 등 기존의 마약류는 어둠의 경로를 타고 빠르게 유통되는데다, 새로운 마약류도 분석, 대응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해있다는 겁니다.

마약과 관련한 여러 수치는 분명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더는 마약 청정국이라고 자부할 수 없는 대한민국, 우리 모두의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더는 청정국 아냐” 마약에 취한 대한민국
    • 입력 2022-10-03 08:01:00
    취재K


"더는 마약 청정국이라고 할 수 없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과학교육연구센터 교수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저출산, 두 번째는 마약..."
- 대구지방법원 형사부 부장판사(지난해부터 마약 사건 선고가 대폭 늘었다면서)

마약 관련 뉴스가 부쩍 늘었습니다. 최근엔 TV에 자주 얼굴을 내민 유명 연예인이 마약 투약 혐의로 포토 라인에 서는 등 전국 곳곳에서 마약 사건이 터지고, 또 보도되고 있습니다. 한 번에 적발된 양도 '천 회 분'에 달하는 등 규모도 어마어마해졌습니다.

현장에선 마약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심상찮게 들려옵니다. 실제는 어떨까요?

■ 마약사범 저연령화, 대마 사범 증가
대검찰청의 마약 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10,575명입니다. 지난해 16,153명이었음을 참작하면 올해 전체 적발 인원은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2000년대 초반 진행된 강력한 단속으로 연간 적발 인원이 만 명 아래로 떨어졌는데, 이후 다시 마약이 슬금슬금 퍼지면서 2015년부터 매년 만 명 이상 적발되고 있습니다. 걸린 인원은 이 정도이지만, 실제 남용자는 10만 명이 넘을 것이란 추정도 나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 Q&A 자료. 마약 남용자 숫자를 묻는 질문에, 10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답합니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 Q&A 자료. 마약 남용자 숫자를 묻는 질문에, 10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답합니다.

증가 추세 속에서 특히 우려스러운 지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건 마약사범의 저연령화인데요. 지난해 20대 마약 사범은 5,077명, 비중도 31.4%에 달했습니다. 2017년 2,112명(15%)과 비교하면 20대 마약 사범이 대폭 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19살 이하 마약 사범도 450명(2.8%)이나 됩니다. 이 역시 2017년 119명보다 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텔레그램이나 다크웹 등 젊은 층이 마약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늘었다는 게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대마 사범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마약류는 바로 필로폰인데, 그 비중은 매년 줄어들고 대신 그 빈자리를 대마 사범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마사범은 2017년 1,727명에서 3,777명으로 늘었고, 올해도 벌써 2,136명이 적발됐습니다. 일부 국가의 대마 합법화 추세에 따라 여행자나 유학생이 밀수, 흡연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하나, 외국인 마약사범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단속된 외국인 수는 2,339명으로, 2017년 932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취업이나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본국 등에서 밀반입한 뒤 동료들과 함께 투약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마약류 암거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보니 외국인 마약류 사범이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자고 나면 신종 마약

더 큰 문제는 새로운 마약류가 끊임없이 생기고 있다는 겁니다. 신종마약은 중독성이 발견돼 오남용하기 시작한 물질과 여러 남용 약물을 섞어 새로 조합한 물질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엑스터시'는 지금 흔해지면서 누구나 마약류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처음엔 미지의 신종 마약이었죠. 이런 식의 신종 마약이 세계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또 유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법당국은 '법률에 명시된' 마약류만 단속, 처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종 마약은 어떻게 해야 하죠? 그래서 우리나라는 '임시마약류'를 지정합니다. 수상한 물질을 일단 임시 마약류로 지정해서 확산을 막겠다는 겁니다.

임시마약류를 지정하는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를 보면, 2011년 이후 모두 247종이 임시마약류로 지정됐는데, 이 가운데 150종이 '임시'를 떼고 마약류로 전환됐습니다. 2020년 14종, 지난해 8종이 지정됐고, 올해도 18건이 지정되는 등 임시마약류 지정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관건은 속도입니다. 수사 기관 관계자는 "신종 마약의 개발 속도가 너무 빨라 현장에서 따라잡기 힘들다"고 털어놨습니다. 필로폰이나 대마 등 기존의 마약류는 어둠의 경로를 타고 빠르게 유통되는데다, 새로운 마약류도 분석, 대응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해있다는 겁니다.

마약과 관련한 여러 수치는 분명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더는 마약 청정국이라고 자부할 수 없는 대한민국, 우리 모두의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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