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조선인 묻힌 일본 ‘귀무덤’…순천서 ‘봉환 촉구’ 목소리

입력 2022.10.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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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에 남아 있는 조선인 귀무덤 봉분. 조선조 왜란 당시 조선인 12만여 명의 귀와 코가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일본 교토에 남아 있는 조선인 귀무덤 봉분. 조선조 왜란 당시 조선인 12만여 명의 귀와 코가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

■ "조선인의 귀와 코를 전리품으로"…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만행

"조선인의 코를 자르기 시작한 것은 게이초 연간(慶長年間: 1596~1615), 정유전쟁 시기로 전라도 남원성 공격 때부터 도요토미가 내린 명령에 의한 것이었다." - 왜장 도도 다카토라(藤堂高虎)의 가신(家臣) 나가노 기타에몬(長野喜多右衛門)

"전라도에서 조선인을 죽이고 귀와 코를 자르니 길바닥은 온통 피바다가 되었다. 마을에 들어가 불을 지르니 집들이 잿더미가 되고 연기가 고을마다 자욱하며, 귀와 코가 잘린 어린애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우는 소리가 온 산천을 진동했다." - 왜군 승려 교넨(慶念)의 '조선일일기'

1592년 임진왜란과 5년 뒤 정유재란 당시, 조선 정복을 꿈꾼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휘하 왜장들에게 '전장(戰場)에서 조선인의 코와 귀를 베어 전리품으로 바칠 것'을 명했습니다. 왜군의 잔혹함을 보여줌으로써 조선군의 사기를 꺾고, 무장들의 공훈(功勳) 경쟁이 치열해지도록 꾀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으로 보내져 현재 교토 등에 묻힌 우리 조상들의 귀와 코는 20만여 명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한이 서린 무덤이자 과거 일본의 학살 증거물인 이비총(耳鼻塚, 귀·코무덤, '귀무덤'으로 총칭). 현재 일본 각지에 5곳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근 전남 순천시 등에서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조선인 귀무덤'을 우리나라로 봉환(奉還·받들어 모시고 돌아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 교토·오카야마 등 日에 '귀무덤' 5곳…하토야마 前 총리 참배도

일본 내 귀무덤은 12만 6천여 명이 묻혀 있는 것으로 전해진 교토의 귀무덤을 비롯해 오카야마(비젠·쓰야마시 각 1곳)·후쿠오카·쓰시마 등지에 분포돼 있습니다. 특히 오카야마현 쓰야마시에 위치한 귀무덤의 경우 지난 2012년 당시 KBS의 보도로 정확한 장소와 현장 상황이 국내에도 알려지게 됐습니다.

일본 오카야마현 쓰야마시에 위치한 조선인 귀무덤. 2012년 당시 KBS의  보도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일본 오카야마현 쓰야마시에 위치한 조선인 귀무덤. 2012년 당시 KBS의 보도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작년 11월 8일 오후 일본 오카야마현 쓰야마시의 귀무덤 앞에서 부인과 함께 합장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작년 11월 8일 오후 일본 오카야마현 쓰야마시의 귀무덤 앞에서 부인과 함께 합장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정유재란 때 희생된 조선인 1천여 명의 귀가 묻혀 있는 것으로 전해진 쓰야마시 귀무덤. 작년 11월에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이곳을 참배하면서 '사죄의 뜻'을 드러내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 가해자 측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순순히 사죄하는 마음을 계속 가져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귀무덤 중 일부는 일본 시민들의 자체 보존이나 문화재 지정을 통해 '역사 반성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지만, 오랜 기간 현지에서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채 방치돼온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이에 따라 이 무덤들을 국내로 봉환해 선조들의 넋을 위로하고, 일본의 만행을 기억하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3월 순천시에서 발족한 시민단체 '귀무덤봉환추진운동본부'(이사장 선순례, 이하 귀무덤봉환본부)는 일본 내 귀무덤을 봉환, 작년 순천 해룡면에 조성된 '한중일 평화공원'에 안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일본 현지에 있는 귀무덤을 고증, 추가 발굴할 예정이며 국내에서도 출판 활동과 역사 강연으로 봉환의 필요성을 알릴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 "조상들의 귀무덤, '정유재란 격전지' 순천 평화공원에 안치해야"

귀무덤봉환본부는 공동대표 5명이 1천만 원씩 출자, 총 5천만 원의 기금으로 결성됐습니다. 구성원은 총 70여 명으로, 이욱 순천대 사학과 교수와 김문길 한일문화연구소장(부산외대 명예교수) 등 역사학자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30일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귀무덤봉환추진운동본부 발대식. (사진 출처=귀무덤봉환추진운동본부)지난 3월 30일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귀무덤봉환추진운동본부 발대식. (사진 출처=귀무덤봉환추진운동본부)

단체는 '정유재란 막바지 격전지이자 최대 희생 지역이었던 순천에 조상들의 귀무덤을 모셔와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아울러 "귀무덤의 봉환은 일본의 과오에 대한 공식적인 사죄가 우선돼야 한다"(선순례 귀무덤봉환본부 이사장)는 지적도 제기합니다.

현재 순천에는 왜성(倭城) 일부가 남아 있습니다. 왜장 우키타 히데이에(宇喜多秀家) 부대가 호남을 공략하기 위해 3개월간 만든 전진·방어 기지입니다. 정유재란 말엽인 1598년 가을, 이순신·유정 등이 이끄는 조명(朝明) 연합군과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왜군이 이곳을 둘러싸고 십 수일간 혈전(血戰)을 벌인 게 바로 '왜교성 전투'입니다. 이 전투를 포함해 왜군이 순천에서 살육한 조선인은 최소 3만 1천 9백여 명으로 전해지며, 이들 희생된 군민(軍民)의 수많은 귀와 코가 일본 본토에 보내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김문길 한일문화연구소장은 최근 이 단체의 의뢰로 저술·발간한 책 '임진·정유전쟁(왜란) 조선인의 귀(코)무덤'에서 "정유전쟁의 비극적인 전투지는 '왜성이 있는 곳'이다. 전라도 지방의 왜성은 순천이 유일하다"며 "왜성에서 싸운 많은 호국 선열들이 잠들어 있는 순천에 귀무덤을 모시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일본 현지에 남아 있는 귀무덤의 경우 사유지에 있는 경우가 많아, 이를 직접 발굴해 한국으로 봉환하기까지는 땅 주인의 승인과 발굴 작업에 대한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허가 등 넘어야할 난관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정유재란 말엽 조명연합군과 왜군 간 격전이 벌어졌던 전남 순천 왜성의 전경. (사진 출처=순천시 관광 안내 사이트 캡처)정유재란 말엽 조명연합군과 왜군 간 격전이 벌어졌던 전남 순천 왜성의 전경. (사진 출처=순천시 관광 안내 사이트 캡처)

채강석 / 귀무덤봉환본부 공동대표

"발대식 이후 '귀무덤 고증 서적' 발간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조만간 출판 기념회를 열고 일본 현지를 방문해 귀무덤 실태 조사에 나설 계획이에요. 사실상 방치되거나 어디 있는지 흔적도 찾기 어려운 귀무덤이 아직 많거든요. 대마도에 있는 것만 해도 거의 돌무덤 수준이니까요.

무덤 봉환 방식은 다양하게 논의하려 합니다. 봉분 자체를 헐어서 모셔오거나, 상징적으로 흙 일부를 담아 올 수도 있겠지요. 방식보다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이행돼야 할 것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 진심 어린 사과'입니다. 우리 지자체, 외교 당국과 협의를 거쳐 '대일 외교 채널'을 통해 촉구할 예정입니다.

지금 순천시를 비롯해 중앙 정치권에서도 저희 '봉환 운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 일본의 '역사 반성'을 이끌어내고, 한일 관계가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본 오카야마현 쓰야마시에 위치한 조선인 귀무덤. 최근 전남 순천시를 중심으로 ‘귀무덤의 국내 봉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일본 오카야마현 쓰야마시에 위치한 조선인 귀무덤. 최근 전남 순천시를 중심으로 ‘귀무덤의 국내 봉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민간 활동에 市도 지원…"조상 넋 위로하고 日 반성 이끌겠다"

이 같은 민간 단체의 귀무덤 봉환 추진 활동에 전남 순천시 역시 지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2022년 순천시 주요 업무 실행 계획' 보고서에는 '시민과 함께 공유하는 순천의 역사와 정신' 사업의 일환으로 '귀무덤 봉환 추진'이 명시돼 있는데요.

이를 위해 '민관 협력 사업'을 추진, 올 1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시비(市費)를 지원할 계획으로 나와 있습니다. '정유재란 전적지 내 귀무덤 봉환으로 희생자 추모 및 올바른 역사관 정립'이 목표로, '봉환 추진 시민 포럼 개최' '정유재란 시민 교육 실시' '봉환 및 기념식 추진' 등을 실행할 예정입니다.

순천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작년에는 평화광장을 조성했고 지금은 순천 승주읍 신성리에 있는 신성초등학교를 매입, '역사 교육관'으로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차후 귀무덤까지 봉환되면 완전한 평화공원이 될 것"이라며 "현 시장도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운동'인 만큼 봉환 추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앞으로 귀무덤봉환본부와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을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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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만 조선인 묻힌 일본 ‘귀무덤’…순천서 ‘봉환 촉구’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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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에 남아 있는 조선인 귀무덤 봉분. 조선조 왜란 당시 조선인 12만여 명의 귀와 코가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
■ "조선인의 귀와 코를 전리품으로"…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만행

"조선인의 코를 자르기 시작한 것은 게이초 연간(慶長年間: 1596~1615), 정유전쟁 시기로 전라도 남원성 공격 때부터 도요토미가 내린 명령에 의한 것이었다." - 왜장 도도 다카토라(藤堂高虎)의 가신(家臣) 나가노 기타에몬(長野喜多右衛門)

"전라도에서 조선인을 죽이고 귀와 코를 자르니 길바닥은 온통 피바다가 되었다. 마을에 들어가 불을 지르니 집들이 잿더미가 되고 연기가 고을마다 자욱하며, 귀와 코가 잘린 어린애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우는 소리가 온 산천을 진동했다." - 왜군 승려 교넨(慶念)의 '조선일일기'

1592년 임진왜란과 5년 뒤 정유재란 당시, 조선 정복을 꿈꾼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휘하 왜장들에게 '전장(戰場)에서 조선인의 코와 귀를 베어 전리품으로 바칠 것'을 명했습니다. 왜군의 잔혹함을 보여줌으로써 조선군의 사기를 꺾고, 무장들의 공훈(功勳) 경쟁이 치열해지도록 꾀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으로 보내져 현재 교토 등에 묻힌 우리 조상들의 귀와 코는 20만여 명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한이 서린 무덤이자 과거 일본의 학살 증거물인 이비총(耳鼻塚, 귀·코무덤, '귀무덤'으로 총칭). 현재 일본 각지에 5곳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근 전남 순천시 등에서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조선인 귀무덤'을 우리나라로 봉환(奉還·받들어 모시고 돌아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 교토·오카야마 등 日에 '귀무덤' 5곳…하토야마 前 총리 참배도

일본 내 귀무덤은 12만 6천여 명이 묻혀 있는 것으로 전해진 교토의 귀무덤을 비롯해 오카야마(비젠·쓰야마시 각 1곳)·후쿠오카·쓰시마 등지에 분포돼 있습니다. 특히 오카야마현 쓰야마시에 위치한 귀무덤의 경우 지난 2012년 당시 KBS의 보도로 정확한 장소와 현장 상황이 국내에도 알려지게 됐습니다.

일본 오카야마현 쓰야마시에 위치한 조선인 귀무덤. 2012년 당시 KBS의  보도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작년 11월 8일 오후 일본 오카야마현 쓰야마시의 귀무덤 앞에서 부인과 함께 합장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정유재란 때 희생된 조선인 1천여 명의 귀가 묻혀 있는 것으로 전해진 쓰야마시 귀무덤. 작년 11월에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이곳을 참배하면서 '사죄의 뜻'을 드러내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 가해자 측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순순히 사죄하는 마음을 계속 가져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귀무덤 중 일부는 일본 시민들의 자체 보존이나 문화재 지정을 통해 '역사 반성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지만, 오랜 기간 현지에서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채 방치돼온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이에 따라 이 무덤들을 국내로 봉환해 선조들의 넋을 위로하고, 일본의 만행을 기억하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3월 순천시에서 발족한 시민단체 '귀무덤봉환추진운동본부'(이사장 선순례, 이하 귀무덤봉환본부)는 일본 내 귀무덤을 봉환, 작년 순천 해룡면에 조성된 '한중일 평화공원'에 안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일본 현지에 있는 귀무덤을 고증, 추가 발굴할 예정이며 국내에서도 출판 활동과 역사 강연으로 봉환의 필요성을 알릴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 "조상들의 귀무덤, '정유재란 격전지' 순천 평화공원에 안치해야"

귀무덤봉환본부는 공동대표 5명이 1천만 원씩 출자, 총 5천만 원의 기금으로 결성됐습니다. 구성원은 총 70여 명으로, 이욱 순천대 사학과 교수와 김문길 한일문화연구소장(부산외대 명예교수) 등 역사학자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30일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귀무덤봉환추진운동본부 발대식. (사진 출처=귀무덤봉환추진운동본부)
단체는 '정유재란 막바지 격전지이자 최대 희생 지역이었던 순천에 조상들의 귀무덤을 모셔와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아울러 "귀무덤의 봉환은 일본의 과오에 대한 공식적인 사죄가 우선돼야 한다"(선순례 귀무덤봉환본부 이사장)는 지적도 제기합니다.

현재 순천에는 왜성(倭城) 일부가 남아 있습니다. 왜장 우키타 히데이에(宇喜多秀家) 부대가 호남을 공략하기 위해 3개월간 만든 전진·방어 기지입니다. 정유재란 말엽인 1598년 가을, 이순신·유정 등이 이끄는 조명(朝明) 연합군과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왜군이 이곳을 둘러싸고 십 수일간 혈전(血戰)을 벌인 게 바로 '왜교성 전투'입니다. 이 전투를 포함해 왜군이 순천에서 살육한 조선인은 최소 3만 1천 9백여 명으로 전해지며, 이들 희생된 군민(軍民)의 수많은 귀와 코가 일본 본토에 보내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김문길 한일문화연구소장은 최근 이 단체의 의뢰로 저술·발간한 책 '임진·정유전쟁(왜란) 조선인의 귀(코)무덤'에서 "정유전쟁의 비극적인 전투지는 '왜성이 있는 곳'이다. 전라도 지방의 왜성은 순천이 유일하다"며 "왜성에서 싸운 많은 호국 선열들이 잠들어 있는 순천에 귀무덤을 모시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일본 현지에 남아 있는 귀무덤의 경우 사유지에 있는 경우가 많아, 이를 직접 발굴해 한국으로 봉환하기까지는 땅 주인의 승인과 발굴 작업에 대한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허가 등 넘어야할 난관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정유재란 말엽 조명연합군과 왜군 간 격전이 벌어졌던 전남 순천 왜성의 전경. (사진 출처=순천시 관광 안내 사이트 캡처)
채강석 / 귀무덤봉환본부 공동대표

"발대식 이후 '귀무덤 고증 서적' 발간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조만간 출판 기념회를 열고 일본 현지를 방문해 귀무덤 실태 조사에 나설 계획이에요. 사실상 방치되거나 어디 있는지 흔적도 찾기 어려운 귀무덤이 아직 많거든요. 대마도에 있는 것만 해도 거의 돌무덤 수준이니까요.

무덤 봉환 방식은 다양하게 논의하려 합니다. 봉분 자체를 헐어서 모셔오거나, 상징적으로 흙 일부를 담아 올 수도 있겠지요. 방식보다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이행돼야 할 것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 진심 어린 사과'입니다. 우리 지자체, 외교 당국과 협의를 거쳐 '대일 외교 채널'을 통해 촉구할 예정입니다.

지금 순천시를 비롯해 중앙 정치권에서도 저희 '봉환 운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 일본의 '역사 반성'을 이끌어내고, 한일 관계가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본 오카야마현 쓰야마시에 위치한 조선인 귀무덤. 최근 전남 순천시를 중심으로 ‘귀무덤의 국내 봉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민간 활동에 市도 지원…"조상 넋 위로하고 日 반성 이끌겠다"

이 같은 민간 단체의 귀무덤 봉환 추진 활동에 전남 순천시 역시 지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2022년 순천시 주요 업무 실행 계획' 보고서에는 '시민과 함께 공유하는 순천의 역사와 정신' 사업의 일환으로 '귀무덤 봉환 추진'이 명시돼 있는데요.

이를 위해 '민관 협력 사업'을 추진, 올 1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시비(市費)를 지원할 계획으로 나와 있습니다. '정유재란 전적지 내 귀무덤 봉환으로 희생자 추모 및 올바른 역사관 정립'이 목표로, '봉환 추진 시민 포럼 개최' '정유재란 시민 교육 실시' '봉환 및 기념식 추진' 등을 실행할 예정입니다.

순천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작년에는 평화광장을 조성했고 지금은 순천 승주읍 신성리에 있는 신성초등학교를 매입, '역사 교육관'으로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차후 귀무덤까지 봉환되면 완전한 평화공원이 될 것"이라며 "현 시장도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운동'인 만큼 봉환 추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앞으로 귀무덤봉환본부와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을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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