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1심에만 1년, 형사도 200일…늘어나는 재판 기간, 왜?

입력 2022.10.0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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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과 형사소송 모두 재판에 걸리는 시간이 전년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속한 재판을 위해 판사 증원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민사 1심 재판에만 1년…형사 구속재판도 4.5개월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2 사법연감'에 따르면, 판사 3명으로 구성된 민사 1심 합의부에서 지난해 본안사건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364.1일로 집계됐습니다.

1심 재판에 평균 1년이 걸린다는 얘기인데, 2020년 309.6일 걸렸던 것에 비하면 55일가량 늘어난 겁니다.


지난해 민사 본안사건 1심을 접수하고 첫 기일이 열리기까지의 기간은 평균 137.2일로 역시 길어졌습니다. 2018년에는 소장 접수 후 재판 시작까지 116.4일 걸렸던 반면 2019년 133.2일, 2020년 134.9일로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민사소송법은 1심 재판을 5개월 안에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는 겁니다.

특히 2021년 접수된 민사 본안사건 수는 892,600여 건으로, 1,012,800여 건이 접수된 2020년에 비해 11%가량 줄었지만 재판에 걸리는 기간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형사재판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1심 합의부 기준 구속 사건의 경우 끝나기까지 138.3일, 불구속 사건은 217.0일 걸렸습니다.

2020년 구속 재판이 131.3일, 불구속 재판이 194.2일 걸린 것에 비해 각각 7일과 23일 정도 늘어난 겁니다.

형사 본안사건도 지난해 319,700여 건이 접수돼 2020년 같은 기간 352,800여 건과 비교하면 9.38% 줄었지만, 역시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 셈입니다.

복잡해지는 사건…판사 수는 '정원 미달'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7~8월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변호사 666명 중 89%(592명)가 ‘최근 5년간 재판 지연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사건 수가 전년도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처리하지 못한 채 쌓여있는 사건 수가 워낙 많고, 사건이 예전보다 복잡해지는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민사 1·2·3심에서 1년 넘게 선고를 내리지 못하는 미제 사건은 2021년 67,41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형사의 경우 18,920건이었습니다.

전국 법원에서 피고인 불출석으로 구속영장이 2회 이상 발부되고 공소제기 후 1년이 경과됐지만 소재 불명으로 집행이 되지 않은 이른바 형사 '영구미제' 사건도 지난해 503건으로 2020년 467건 대비 늘었습니다.

여기에다 판사 수는 부족하고 판사들에게 예전처럼 밤새워 일하도록 강요하거나 동기부여를 할 수 없는 환경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14년 개정된 각급 법원판사 정원법상 판사 정원은 3,214명(대법관 제외)으로 되어 있지만, 현재 판사 수는 3,026명(지난해 6월 기준)으로 여전히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 촉법소년 8년 만에 4,000명 넘어

한편 지난해 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만 10세 이상 19세 미만 보호소년은 22,144명으로 2020년 25,579명에서 다소 줄었습니다.

보호처분이란 범죄소년(만 14세 이상 19세 미만),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등이 저지른 사건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대신 경중에 따라 분류해 보호자 등에 감호위탁(1호)부터 장기 소년원 송치(10호)까지 하는 조치를 말합니다.

다만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은 2021년 4,142명을 기록해 2020년 3,465명 대비 677명(1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촉법소년은 2017년 3,365명, 2018년 3,483명으로, 2019년 3,827명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 8년 만에 다시 4,000명(2013년 4,334명)을 넘겼습니다.

특히 소년보호사건 중 성폭력처벌법 위반 사건은 총 1,807건으로 2020년(1,376건)보다 31.3% 늘었습니다.

전체 보호소년 중 남성은 1만8106명(81.8%), 여성은 4038명(18.2%)이었습니다.

■ 개인파산 여전히 5만 건 육박

지난해 법원이 접수한 개인파산 사건은 총 4만9063건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5년 전인 2017년의 4만4246건과 비교하면 약 11% 가량 증가한 수치입니다. 2007년 15만4039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까지 10년간 줄곧 감소해 온 개인파산은 2019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법인파산도 지난해 955건으로 2020년(1,069건)보다 줄었지만 5년 전(717건)과 비교하면 33%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와 경기둔화의 여파로 풀이됩니다.

백인성 법조천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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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사 1심에만 1년, 형사도 200일…늘어나는 재판 기간, 왜?
    • 입력 2022-10-04 11:28:02
    취재K

민사소송과 형사소송 모두 재판에 걸리는 시간이 전년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속한 재판을 위해 판사 증원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민사 1심 재판에만 1년…형사 구속재판도 4.5개월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2 사법연감'에 따르면, 판사 3명으로 구성된 민사 1심 합의부에서 지난해 본안사건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364.1일로 집계됐습니다.

1심 재판에 평균 1년이 걸린다는 얘기인데, 2020년 309.6일 걸렸던 것에 비하면 55일가량 늘어난 겁니다.


지난해 민사 본안사건 1심을 접수하고 첫 기일이 열리기까지의 기간은 평균 137.2일로 역시 길어졌습니다. 2018년에는 소장 접수 후 재판 시작까지 116.4일 걸렸던 반면 2019년 133.2일, 2020년 134.9일로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민사소송법은 1심 재판을 5개월 안에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는 겁니다.

특히 2021년 접수된 민사 본안사건 수는 892,600여 건으로, 1,012,800여 건이 접수된 2020년에 비해 11%가량 줄었지만 재판에 걸리는 기간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형사재판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1심 합의부 기준 구속 사건의 경우 끝나기까지 138.3일, 불구속 사건은 217.0일 걸렸습니다.

2020년 구속 재판이 131.3일, 불구속 재판이 194.2일 걸린 것에 비해 각각 7일과 23일 정도 늘어난 겁니다.

형사 본안사건도 지난해 319,700여 건이 접수돼 2020년 같은 기간 352,800여 건과 비교하면 9.38% 줄었지만, 역시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 셈입니다.

복잡해지는 사건…판사 수는 '정원 미달'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7~8월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변호사 666명 중 89%(592명)가 ‘최근 5년간 재판 지연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사건 수가 전년도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처리하지 못한 채 쌓여있는 사건 수가 워낙 많고, 사건이 예전보다 복잡해지는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민사 1·2·3심에서 1년 넘게 선고를 내리지 못하는 미제 사건은 2021년 67,41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형사의 경우 18,920건이었습니다.

전국 법원에서 피고인 불출석으로 구속영장이 2회 이상 발부되고 공소제기 후 1년이 경과됐지만 소재 불명으로 집행이 되지 않은 이른바 형사 '영구미제' 사건도 지난해 503건으로 2020년 467건 대비 늘었습니다.

여기에다 판사 수는 부족하고 판사들에게 예전처럼 밤새워 일하도록 강요하거나 동기부여를 할 수 없는 환경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14년 개정된 각급 법원판사 정원법상 판사 정원은 3,214명(대법관 제외)으로 되어 있지만, 현재 판사 수는 3,026명(지난해 6월 기준)으로 여전히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 촉법소년 8년 만에 4,000명 넘어

한편 지난해 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만 10세 이상 19세 미만 보호소년은 22,144명으로 2020년 25,579명에서 다소 줄었습니다.

보호처분이란 범죄소년(만 14세 이상 19세 미만),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등이 저지른 사건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대신 경중에 따라 분류해 보호자 등에 감호위탁(1호)부터 장기 소년원 송치(10호)까지 하는 조치를 말합니다.

다만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은 2021년 4,142명을 기록해 2020년 3,465명 대비 677명(1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촉법소년은 2017년 3,365명, 2018년 3,483명으로, 2019년 3,827명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 8년 만에 다시 4,000명(2013년 4,334명)을 넘겼습니다.

특히 소년보호사건 중 성폭력처벌법 위반 사건은 총 1,807건으로 2020년(1,376건)보다 31.3% 늘었습니다.

전체 보호소년 중 남성은 1만8106명(81.8%), 여성은 4038명(18.2%)이었습니다.

■ 개인파산 여전히 5만 건 육박

지난해 법원이 접수한 개인파산 사건은 총 4만9063건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5년 전인 2017년의 4만4246건과 비교하면 약 11% 가량 증가한 수치입니다. 2007년 15만4039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까지 10년간 줄곧 감소해 온 개인파산은 2019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법인파산도 지난해 955건으로 2020년(1,069건)보다 줄었지만 5년 전(717건)과 비교하면 33%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와 경기둔화의 여파로 풀이됩니다.

백인성 법조천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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