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패배 상황 오면 핵 사용”…핵 전쟁이 우려되는 이유

입력 2022.10.04 (14:10) 수정 2022.10.0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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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두 번 사용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파괴했습니다. 미국은 선례를 남겼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 내 4개 지역 합병선언을 하며 이처럼 핵무기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8개월째로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가 패배할 상황이 되면 전술핵 사용을 택할 것이라는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아래는 러시아의 핵 사용 가능성에 대해 강릉원주대 국제통상학과 김영식 교수와의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러시아 오렌부르크에서 군사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자료사진/ AP, 연합뉴스)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러시아 오렌부르크에서 군사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자료사진/ AP, 연합뉴스)

■ 9월 21일 '부분 동원령'의 의미는?

그동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전쟁’이라고 하지 않고, ‘군사전략’이라고 표현해 왔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지금까지는 본격적으로 전쟁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러시아가 지난달 21일 내린 부분적 동원령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전쟁'에 임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러시아는 1996년에 제정된 '방어에 관한 법률'과 '동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분적 동원령을 내렸습니다.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러시아는 징병을 하게 된 겁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 대한 합병 선언을 한 지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동부 도네츠크 리만 지역의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3일 탈환한 리만 지역에서 사망자 등을 확인한 뒤 걸어가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 대한 합병 선언을 한 지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동부 도네츠크 리만 지역의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3일 탈환한 리만 지역에서 사망자 등을 확인한 뒤 걸어가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핵 사용' 관련 러시아의 기존 입장은?

그동안 푸틴 대통령이 먼저 핵 사용에 관해 언급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외신들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겠는가?"라고 질문했을 때, 푸틴 대통령은 다음 두 가지 경우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첫 번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을 때, 두 번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했을 경우 러시아는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 러, 자국 편입 4개 지역 '방어' 위해 핵 사용 가능?

지난달 20일,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헤르손 지역, 자포리자 지역, 루간스크공화국, 도네츠크공화국의 수장들이 러시아로의 편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러시아에 요청했습니다.

결과는 처음부터 자명했습니다. 이 지역에 살고 있던 친우크라이나성향 국민들은 러시아가 공격하자 이 지역을 떠났지만 친러시아 성향의 국민들은 남아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투표결과는 80~90% 통합으로 나올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들 지역에서 갑자기 국민투표를 실시하게 된 배경은 전세의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러시아가 전쟁에서 점령했던 지역 중의 한 곳인 하리코프의 주요 지역을 우크라이나가 탈환하자 다른 지역들도 안보와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러시아로의 편입을 서둘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표 결과에 따라 러시아는 자국의 영토를 수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게 됐습니다.

러시아군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은 현지시각 지난 1일 러시아 정부에 저위력 핵무기를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사진은 2019년 카디로프 체첸 수장(오른쪽)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모습 (자료사진/로이터,연합뉴스)러시아군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은 현지시각 지난 1일 러시아 정부에 저위력 핵무기를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사진은 2019년 카디로프 체첸 수장(오른쪽)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모습 (자료사진/로이터,연합뉴스)

■ '패배'할 수 없다는 푸틴, 전쟁 끝내기 위한 선택지는?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서 전쟁에서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생명이 끝나는 것은 물론이고 전쟁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합니다. 그리고 대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졌다는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러시아가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따라서 러시아는 어떻게 해서든지 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핵무기를 사용해서라도 이겨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물론 핵무기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러시아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핵을 사용한다면 전술핵(1메가톤 이하, 메가톤은 TNT 100만 톤의 폭발력)을 쓸 것인지 아니면 전략핵(1메가톤 이상)을 쓸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다만 러시아도 처음부터 핵무기를 사용하기보다는 전술핵에 버금가는 첨단무기들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고요. 그래도 전쟁에서 승리하기가 쉽지 않을 경우, 혹은 전쟁에서 패배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러시아는 핵 사용까지 불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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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패배 상황 오면 핵 사용”…핵 전쟁이 우려되는 이유
    • 입력 2022-10-04 14:10:38
    • 수정2022-10-04 14:20:00
    세계는 지금
<strong>"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두 번 사용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파괴했습니다. 미국은 선례를 남겼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 내 4개 지역 합병선언을 하며 이처럼 핵무기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8개월째로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가 패배할 상황이 되면 전술핵 사용을 택할 것이라는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아래는 러시아의 핵 사용 가능성에 대해 강릉원주대 국제통상학과 김영식 교수와의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입니다.<br /></strong>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러시아 오렌부르크에서 군사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자료사진/ AP, 연합뉴스)
■ 9월 21일 '부분 동원령'의 의미는?

그동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전쟁’이라고 하지 않고, ‘군사전략’이라고 표현해 왔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지금까지는 본격적으로 전쟁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러시아가 지난달 21일 내린 부분적 동원령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전쟁'에 임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러시아는 1996년에 제정된 '방어에 관한 법률'과 '동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분적 동원령을 내렸습니다.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러시아는 징병을 하게 된 겁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 대한 합병 선언을 한 지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동부 도네츠크 리만 지역의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3일 탈환한 리만 지역에서 사망자 등을 확인한 뒤 걸어가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핵 사용' 관련 러시아의 기존 입장은?

그동안 푸틴 대통령이 먼저 핵 사용에 관해 언급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외신들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겠는가?"라고 질문했을 때, 푸틴 대통령은 다음 두 가지 경우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첫 번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을 때, 두 번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했을 경우 러시아는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 러, 자국 편입 4개 지역 '방어' 위해 핵 사용 가능?

지난달 20일,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헤르손 지역, 자포리자 지역, 루간스크공화국, 도네츠크공화국의 수장들이 러시아로의 편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러시아에 요청했습니다.

결과는 처음부터 자명했습니다. 이 지역에 살고 있던 친우크라이나성향 국민들은 러시아가 공격하자 이 지역을 떠났지만 친러시아 성향의 국민들은 남아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투표결과는 80~90% 통합으로 나올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들 지역에서 갑자기 국민투표를 실시하게 된 배경은 전세의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러시아가 전쟁에서 점령했던 지역 중의 한 곳인 하리코프의 주요 지역을 우크라이나가 탈환하자 다른 지역들도 안보와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러시아로의 편입을 서둘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표 결과에 따라 러시아는 자국의 영토를 수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게 됐습니다.

러시아군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은 현지시각 지난 1일 러시아 정부에 저위력 핵무기를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사진은 2019년 카디로프 체첸 수장(오른쪽)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모습 (자료사진/로이터,연합뉴스)
■ '패배'할 수 없다는 푸틴, 전쟁 끝내기 위한 선택지는?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서 전쟁에서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생명이 끝나는 것은 물론이고 전쟁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합니다. 그리고 대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졌다는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러시아가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따라서 러시아는 어떻게 해서든지 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핵무기를 사용해서라도 이겨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물론 핵무기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러시아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핵을 사용한다면 전술핵(1메가톤 이하, 메가톤은 TNT 100만 톤의 폭발력)을 쓸 것인지 아니면 전략핵(1메가톤 이상)을 쓸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다만 러시아도 처음부터 핵무기를 사용하기보다는 전술핵에 버금가는 첨단무기들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고요. 그래도 전쟁에서 승리하기가 쉽지 않을 경우, 혹은 전쟁에서 패배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러시아는 핵 사용까지 불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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