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매년 20억 가까이 떼였다…“빚내 생활해야”

입력 2022.10.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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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동자들이 매년 20억 원가까이 임금을 떼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하청노동자들은 한 달 만 급여가 밀려도 빚을 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임금체불은 3년 이하 징역에 처해지는 범죄지만, 체불 사업주가 처벌을 받은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KBS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의원실과 함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체불 신고 사건 6년치를 전수 조사한 결과입니다.

■ "임금 다 준다더니, 폐업 직전 말 바꿔"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의 한 하청업체가 한 달 뒤 폐업하겠다는 공고문을 사내에 붙였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측에 따르면, 당시 사 측은 6월까지 일하면 임금은 전부 주겠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폐업 이틀 전 말이 바꼈습니다. 사 측은 5월, 6월 두 달 치 급여를 다 못 주게 됐다고 했습니다. 임금이 체불된 노동자는 노조가 파악한 것만 63명. 한 사람당 450만 원에서 5백만 원 가량을 못 받았습니다.

사 측은 체불 이유에 대해 원청에서 기성금(도급비)이 적게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준호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원청에 확인해보니 기성금을 전액 지급했다고 했다"며 "하지만 사업주가 기성금이 입금된 통장을 공개하지 않으니, 확인할 길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 매년 20억 원씩 떼인다…"빚내 생활"

KBS는 우원식 의원실과 함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체불 신고 사건 6년 치'(2017년~현재)를 전수 조사해봤습니다. 130여 개 하청업체 명단을 확보한 뒤 이 업체들을 대상으로 접수된 임금체불 진정, 고소 사건의 처리 결과를 고용노동부에서 건별로 제출받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2017년부터 올해까지 임금체불이 발생한 업체는 284곳으로, 체불 총액은 114억 6천여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청노동자 2천4백여 명이 피해를 봤습니다. 매년 20억 원 가까운 임금을 떼이는 겁니다. 이는 고용부가 임금체불 신고 사건을 조사한 뒤 체불로 확정한 내역입니다.

체불 규모가 가장 컸던 해는 조선업 구조조정이 있던 2017년입니다. 하청노동자 천여 명이 35억 천여만 원을 제때 받지 못했습니다. 체불 발생 업체는 111곳으로,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체불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3년간 줄어들던 체불액은 지난해 18억여 원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폐업이 잇따르면서 11개 업체에서 하청노동자 258명이 24억 8천만 원을 제때 못 받았습니다. 한 사람당 천만 원꼴입니다.


저임금 노동자에게 임금체불은 삶에 큰 타격을 줍니다. 안준호 부지회장은 "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사람에겐 삶의 여유라는 게 없다"며 "특히 가정을 꾸리고 있는 고령의 노동자들은 특히 더 그렇다. 임금이 안 나오면 바로 빚쟁이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임금체불은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피해"라며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가장으로서 힘들다"고 덧붙였습니다.

■ 사업주 대부분 처벌 안 받아…이유는?

임금 체불은 3년 이하 징역에 처해지는 범죄입니다. 그러나 고용청의 사건 처리 결과를 보면 사업주가 처벌된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올해 신고된 사건의 경우, 15건 중 14건은 '행정종결(반의사불벌)', 나머지 1건은 '취하(반의사불벌)'였습니다. 행정종결은 노동자가 사업주 처벌을 원치 않아,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고 끝냈다는 뜻입니다. 우원식 의원실의 분석 결과, 최근 6년간 신고된 임금체불 사건 중 13%만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임금체불 신고 사건 처리 결과(고용노동부가 우원식 의원실에 제출)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임금체불 신고 사건 처리 결과(고용노동부가 우원식 의원실에 제출)

체불 피해를 본 노동자들이 '처벌불원서'를 내는 이유는 뭘까? 사업주로부터 못 받은 임금을 국가가 대신 노동자에게 내주는 '대지급금 제도'란 게 있습니다. 이 대지급금 신청 절차를 사업주 측이 대행하면서 처벌불원서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노동자들은 말합니다.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대지급금을 받으려면 고용부에 진정이나 고소를 해야 하는데 그 절차를 업체가 대신해주겠다고 하면서 각종 서류를 받을 때, 고소취하서와 처벌불원서를 미리 받는다"며 "노동자들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그냥 서명해줄 때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2017부터 2021년까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에게 지급된 대지급금은 45억여 원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체불 총액이 89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체불액의 절반 이상이 나랏돈으로 지급된 셈입니다. 이런 식으로 체불액을 국가에 떠넘기고 처벌을 피할 수 있다 보니, 고의 폐업이 의심되는 사례도 나옵니다.

고용노동부가 우원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체당금’은 ‘대지급금’으로 명칭이 바뀜)고용노동부가 우원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체당금’은 ‘대지급금’으로 명칭이 바뀜)

■ 6년간 과태료는 1건…"체불 원인 밝혀야"

이렇게 임금체불이 반복되고 있지만, 고용부의 근로감독은 최근 6년간 38회에 그쳤습니다. 이마저도 과태료는 1건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시정지시 36건, 미적발 1건이었습니다.

우원식 의원은 "고용부는 처벌불원서를 받아서 사건 처리하는 데 급급했다"며 "고의 폐업 의혹 등 체불 사유들을 제대로 밝히는 적극적 근로감독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러 하청업체에서 임금체불이 반복되는 건, 원청이 적정한 도급비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도급비를 부당하게 깎은 행위가 적발돼 2020년과 2018년 두 차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공정위는 보도자료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객관적 근거 없이 실제 작업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예산 사정에 따라 마음대로 기성(도급비)을 지급했다"고 적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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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매년 20억 가까이 떼였다…“빚내 생활해야”
    • 입력 2022-10-04 16:09:24
    취재K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동자들이 매년 20억 원가까이 임금을 떼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하청노동자들은 한 달 만 급여가 밀려도 빚을 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임금체불은 3년 이하 징역에 처해지는 범죄지만, 체불 사업주가 처벌을 받은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KBS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의원실과 함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체불 신고 사건 6년치를 전수 조사한 결과입니다.

■ "임금 다 준다더니, 폐업 직전 말 바꿔"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의 한 하청업체가 한 달 뒤 폐업하겠다는 공고문을 사내에 붙였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측에 따르면, 당시 사 측은 6월까지 일하면 임금은 전부 주겠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폐업 이틀 전 말이 바꼈습니다. 사 측은 5월, 6월 두 달 치 급여를 다 못 주게 됐다고 했습니다. 임금이 체불된 노동자는 노조가 파악한 것만 63명. 한 사람당 450만 원에서 5백만 원 가량을 못 받았습니다.

사 측은 체불 이유에 대해 원청에서 기성금(도급비)이 적게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준호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원청에 확인해보니 기성금을 전액 지급했다고 했다"며 "하지만 사업주가 기성금이 입금된 통장을 공개하지 않으니, 확인할 길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 매년 20억 원씩 떼인다…"빚내 생활"

KBS는 우원식 의원실과 함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체불 신고 사건 6년 치'(2017년~현재)를 전수 조사해봤습니다. 130여 개 하청업체 명단을 확보한 뒤 이 업체들을 대상으로 접수된 임금체불 진정, 고소 사건의 처리 결과를 고용노동부에서 건별로 제출받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2017년부터 올해까지 임금체불이 발생한 업체는 284곳으로, 체불 총액은 114억 6천여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청노동자 2천4백여 명이 피해를 봤습니다. 매년 20억 원 가까운 임금을 떼이는 겁니다. 이는 고용부가 임금체불 신고 사건을 조사한 뒤 체불로 확정한 내역입니다.

체불 규모가 가장 컸던 해는 조선업 구조조정이 있던 2017년입니다. 하청노동자 천여 명이 35억 천여만 원을 제때 받지 못했습니다. 체불 발생 업체는 111곳으로,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체불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3년간 줄어들던 체불액은 지난해 18억여 원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폐업이 잇따르면서 11개 업체에서 하청노동자 258명이 24억 8천만 원을 제때 못 받았습니다. 한 사람당 천만 원꼴입니다.


저임금 노동자에게 임금체불은 삶에 큰 타격을 줍니다. 안준호 부지회장은 "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사람에겐 삶의 여유라는 게 없다"며 "특히 가정을 꾸리고 있는 고령의 노동자들은 특히 더 그렇다. 임금이 안 나오면 바로 빚쟁이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임금체불은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피해"라며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가장으로서 힘들다"고 덧붙였습니다.

■ 사업주 대부분 처벌 안 받아…이유는?

임금 체불은 3년 이하 징역에 처해지는 범죄입니다. 그러나 고용청의 사건 처리 결과를 보면 사업주가 처벌된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올해 신고된 사건의 경우, 15건 중 14건은 '행정종결(반의사불벌)', 나머지 1건은 '취하(반의사불벌)'였습니다. 행정종결은 노동자가 사업주 처벌을 원치 않아,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고 끝냈다는 뜻입니다. 우원식 의원실의 분석 결과, 최근 6년간 신고된 임금체불 사건 중 13%만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임금체불 신고 사건 처리 결과(고용노동부가 우원식 의원실에 제출)
체불 피해를 본 노동자들이 '처벌불원서'를 내는 이유는 뭘까? 사업주로부터 못 받은 임금을 국가가 대신 노동자에게 내주는 '대지급금 제도'란 게 있습니다. 이 대지급금 신청 절차를 사업주 측이 대행하면서 처벌불원서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노동자들은 말합니다.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대지급금을 받으려면 고용부에 진정이나 고소를 해야 하는데 그 절차를 업체가 대신해주겠다고 하면서 각종 서류를 받을 때, 고소취하서와 처벌불원서를 미리 받는다"며 "노동자들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그냥 서명해줄 때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2017부터 2021년까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에게 지급된 대지급금은 45억여 원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체불 총액이 89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체불액의 절반 이상이 나랏돈으로 지급된 셈입니다. 이런 식으로 체불액을 국가에 떠넘기고 처벌을 피할 수 있다 보니, 고의 폐업이 의심되는 사례도 나옵니다.

고용노동부가 우원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체당금’은 ‘대지급금’으로 명칭이 바뀜)
■ 6년간 과태료는 1건…"체불 원인 밝혀야"

이렇게 임금체불이 반복되고 있지만, 고용부의 근로감독은 최근 6년간 38회에 그쳤습니다. 이마저도 과태료는 1건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시정지시 36건, 미적발 1건이었습니다.

우원식 의원은 "고용부는 처벌불원서를 받아서 사건 처리하는 데 급급했다"며 "고의 폐업 의혹 등 체불 사유들을 제대로 밝히는 적극적 근로감독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러 하청업체에서 임금체불이 반복되는 건, 원청이 적정한 도급비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도급비를 부당하게 깎은 행위가 적발돼 2020년과 2018년 두 차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공정위는 보도자료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객관적 근거 없이 실제 작업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예산 사정에 따라 마음대로 기성(도급비)을 지급했다"고 적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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