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탐사K] “세월호 전으로”…공개채용과 김영란법이 걸림돌?

입력 2022.10.04 (17:25) 수정 2022.10.0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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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  당시 KBS 9시 뉴스 화면세월호 사건 당시 KBS 9시 뉴스 화면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선급 기술단체. 한국선급은 정부를 대행해 선박들을 검사하는 일을 합니다.

세월호 사건 당시 감사원 감사결과 부실 검사, 부당 승인 등으로 관련자 징계 처분 등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해수부 해피아의 낙하산 관행, 선급 간부들의 해수부와의 유착 관계로 인한 비리 등 뿌리 깊은 문제들까지 밝혀졌습니다.

한국선급 외경한국선급 외경

세월호 이후, 한국선급은 '공공성'을 지닌 기관, 즉 공직 유관단체로 지정됐습니다. 공직자윤리법 적용 대상이 된 겁니다. 공무원 수준의 청렴도와 채용 투명성 등을 요구받게 됐고 국회 국정감사도 받게 됐습니다.

세월호 이전보다 좀 더 투명한 운영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KBS 탐사보도부 취재 결과, 한국선급은 공직 유관단체에서 빼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과의 계약에 막대한 수임료까지 내걸었습니다. 1심 소송 착수금에 1억, 대관업무 관련 법률자문 착수금에 3억 원입니다. 성공보수도 따로 책정해 각각 소송에 2억, 대관업무 관련 법률자문은 3억 원 등 모두 9억 원입니다. 대관업무란 통상 국회나 관련 정부 부처를 상대로 우호적인 규제나 정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활동을 말합니다.

한국선급과 김앤장의 계약서 (자료출처: 신정훈 의원실)한국선급과 김앤장의 계약서 (자료출처: 신정훈 의원실)

한국선급이 공직 유관단체 지정 철회를 주장한 건 꽤 오래전부터입니다. 해수부에 꾸준히 공문을 보내 공직 유관단체 지정에서 빼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2020년 상반기부터 올해까지 모두 4차례입니다. 급기야 지난해 말에는 로펌과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소송을 시작한 겁니다.

한국선급이 해수부에 보낸 공문들 (자료출처: 신정훈 의원실)한국선급이 해수부에 보낸 공문들 (자료출처: 신정훈 의원실)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한국선급, 과연 이 주장이 타당한지 살펴봤습니다.

공개채용만으로 우수 인재 뽑기 어려워?…'채용 공정성 논란'은 여전

공직 유관단체에서 빼 달라며 한국선급이 내세우는 가장 큰 주장은 '공직 유관단체 지정으로 공개 채용이 원칙이 되면서 우수 인재 채용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공직 유관단체에서 벗어나야 우수 인재를 뽑는 유연한 채용절차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한국선급은 어떻게 인재를 채용하고 있을까요? 한국선급의 올해 공개채용 선발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21개 분야 34명을 뽑는데 이 중 신입은 6명뿐.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해도, 대부분 경력직으로 해당 분야 전문 자격증이나, 관련 경력 등 매우 촘촘한 자격을 요구합니다


더구나 공직 유관단체 지정 이후에도 한국선급은 채용 관련된 문제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2015년엔 문성혁 전 해수부 장관의 아들이 공채에 합격했는데요. 낮은 학점과 만료된 토익 점수, 분량을 채우지 못한 자소서 등으로 합격한 것이 알려져 2019년 청문회에서 뒤늦게 논란이 됐습니다. 한국선급은 문 전 장관의 아들이 영어면접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합격한 것이라 밝혔지만, 당시 영어면접 비중은 전년 대비, 2배나 상향 조정됐습니다. 또, 2015년 당시 면접관으로 참여한 이형철 사업본부장은 문 전 장관의 대학 동기로, 문 전 장관의 장관 재임 시절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문성혁 전 해수부  장관 인사청문회문성혁 전 해수부 장관 인사청문회

공교롭게도 같은 해(2015년) 공개 채용에서 서류에 합격한 11명이, 불합격 처리된 사실도 2019년 감사에서 들통났습니다. 그런데 한국선급은 감사 이후 채용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에야 서류 전형을 면제해 주겠다고 이들 11명에게 연락했습니다. 당시 서류 불합격 처리된 지원자들은 무려 6년이나, 자신이 실제로는 서류 합격자였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했던 겁니다.

지난해 공채에서도 채용과 관련해 잡음이 있었습니다. 내정자가 있다는 소문이 돈 겁니다. 지원자들이 모인 오픈 채팅방에서, 한 사람이 자신은 계약직으로 근무했고, 면접에만 응시하면 합격한다고 밝힌 까닭입니다. 한국선급은 채용의 전 과정이 블라인드로 이뤄진다는 것을 강조하는 등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채용 투명성을 해명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공개 채용 때문에 인재를 못 뽑겠다며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선급 홈페이지한국선급 홈페이지

세월호 이후 채용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달라진 건, 특별채용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한국선급 내부에선 과거의 이른바 '낙하산' 채용이 재현될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국선급 관계자 A 씨는 "예전부터 채용논란이 끊임없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도 '해수부 낙하산'이라는 분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청탁금지법으로 영업력 위축'……. 회장 경영평가 성과급은 계속 ↑

공직 유관단체에서 제외해 달라며 한국선급이 주장하는 또 하나의 큰 이유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되면서 조선. 해운사가 한국선급과의 접촉을 꺼려 영업력이 위축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역시 근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한국선급의 10년간 당기순이익을 봤는데 매년 상당한 편차가 있어, 공직 유관단체 이후 뚜렷한 감소세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한국선급 회장에게 지급된 경영평가 성과금은 5년 전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었습니다.


2019년 해수부가 실시한 정기종합 감사에서도 한국선급은 선박 안전 검사 불량 등 세월호 때와 비슷한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이후 한국선급과 함께 안전, 인허가 등을 수행하는 150여 곳이 공직자윤리법 적용을 받게 됐습니다.

민변 노동위원장인 이용우 변호사는 "이번에 이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공직 유관단체(한국선급)의 손을 들어준다면 다른 공직 유관단체도 의무나 규제를 벗어나고 싶어서 줄소송이 예상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소송 당사자인 인사혁신처는 한국선급에 대해, 세월호 이후 안전·감독 업무와 관련해 공직 유관단체에 추가된 직접적 계기가 된 기관으로 아직까지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법원은 한국선급의 주장을 어떻게 판단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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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탐사K] “세월호 전으로”…공개채용과 김영란법이 걸림돌?
    • 입력 2022-10-04 17:25:23
    • 수정2022-10-04 18:57:04
    탐사K
세월호 사건  당시 KBS 9시 뉴스 화면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선급 기술단체. 한국선급은 정부를 대행해 선박들을 검사하는 일을 합니다.

세월호 사건 당시 감사원 감사결과 부실 검사, 부당 승인 등으로 관련자 징계 처분 등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해수부 해피아의 낙하산 관행, 선급 간부들의 해수부와의 유착 관계로 인한 비리 등 뿌리 깊은 문제들까지 밝혀졌습니다.

한국선급 외경
세월호 이후, 한국선급은 '공공성'을 지닌 기관, 즉 공직 유관단체로 지정됐습니다. 공직자윤리법 적용 대상이 된 겁니다. 공무원 수준의 청렴도와 채용 투명성 등을 요구받게 됐고 국회 국정감사도 받게 됐습니다.

세월호 이전보다 좀 더 투명한 운영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KBS 탐사보도부 취재 결과, 한국선급은 공직 유관단체에서 빼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과의 계약에 막대한 수임료까지 내걸었습니다. 1심 소송 착수금에 1억, 대관업무 관련 법률자문 착수금에 3억 원입니다. 성공보수도 따로 책정해 각각 소송에 2억, 대관업무 관련 법률자문은 3억 원 등 모두 9억 원입니다. 대관업무란 통상 국회나 관련 정부 부처를 상대로 우호적인 규제나 정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활동을 말합니다.

한국선급과 김앤장의 계약서 (자료출처: 신정훈 의원실)
한국선급이 공직 유관단체 지정 철회를 주장한 건 꽤 오래전부터입니다. 해수부에 꾸준히 공문을 보내 공직 유관단체 지정에서 빼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2020년 상반기부터 올해까지 모두 4차례입니다. 급기야 지난해 말에는 로펌과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소송을 시작한 겁니다.

한국선급이 해수부에 보낸 공문들 (자료출처: 신정훈 의원실)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한국선급, 과연 이 주장이 타당한지 살펴봤습니다.

공개채용만으로 우수 인재 뽑기 어려워?…'채용 공정성 논란'은 여전

공직 유관단체에서 빼 달라며 한국선급이 내세우는 가장 큰 주장은 '공직 유관단체 지정으로 공개 채용이 원칙이 되면서 우수 인재 채용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공직 유관단체에서 벗어나야 우수 인재를 뽑는 유연한 채용절차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한국선급은 어떻게 인재를 채용하고 있을까요? 한국선급의 올해 공개채용 선발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21개 분야 34명을 뽑는데 이 중 신입은 6명뿐.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해도, 대부분 경력직으로 해당 분야 전문 자격증이나, 관련 경력 등 매우 촘촘한 자격을 요구합니다


더구나 공직 유관단체 지정 이후에도 한국선급은 채용 관련된 문제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2015년엔 문성혁 전 해수부 장관의 아들이 공채에 합격했는데요. 낮은 학점과 만료된 토익 점수, 분량을 채우지 못한 자소서 등으로 합격한 것이 알려져 2019년 청문회에서 뒤늦게 논란이 됐습니다. 한국선급은 문 전 장관의 아들이 영어면접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합격한 것이라 밝혔지만, 당시 영어면접 비중은 전년 대비, 2배나 상향 조정됐습니다. 또, 2015년 당시 면접관으로 참여한 이형철 사업본부장은 문 전 장관의 대학 동기로, 문 전 장관의 장관 재임 시절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문성혁 전 해수부  장관 인사청문회
공교롭게도 같은 해(2015년) 공개 채용에서 서류에 합격한 11명이, 불합격 처리된 사실도 2019년 감사에서 들통났습니다. 그런데 한국선급은 감사 이후 채용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에야 서류 전형을 면제해 주겠다고 이들 11명에게 연락했습니다. 당시 서류 불합격 처리된 지원자들은 무려 6년이나, 자신이 실제로는 서류 합격자였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했던 겁니다.

지난해 공채에서도 채용과 관련해 잡음이 있었습니다. 내정자가 있다는 소문이 돈 겁니다. 지원자들이 모인 오픈 채팅방에서, 한 사람이 자신은 계약직으로 근무했고, 면접에만 응시하면 합격한다고 밝힌 까닭입니다. 한국선급은 채용의 전 과정이 블라인드로 이뤄진다는 것을 강조하는 등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채용 투명성을 해명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공개 채용 때문에 인재를 못 뽑겠다며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선급 홈페이지
세월호 이후 채용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달라진 건, 특별채용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한국선급 내부에선 과거의 이른바 '낙하산' 채용이 재현될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국선급 관계자 A 씨는 "예전부터 채용논란이 끊임없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도 '해수부 낙하산'이라는 분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청탁금지법으로 영업력 위축'……. 회장 경영평가 성과급은 계속 ↑

공직 유관단체에서 제외해 달라며 한국선급이 주장하는 또 하나의 큰 이유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되면서 조선. 해운사가 한국선급과의 접촉을 꺼려 영업력이 위축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역시 근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한국선급의 10년간 당기순이익을 봤는데 매년 상당한 편차가 있어, 공직 유관단체 이후 뚜렷한 감소세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한국선급 회장에게 지급된 경영평가 성과금은 5년 전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었습니다.


2019년 해수부가 실시한 정기종합 감사에서도 한국선급은 선박 안전 검사 불량 등 세월호 때와 비슷한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이후 한국선급과 함께 안전, 인허가 등을 수행하는 150여 곳이 공직자윤리법 적용을 받게 됐습니다.

민변 노동위원장인 이용우 변호사는 "이번에 이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공직 유관단체(한국선급)의 손을 들어준다면 다른 공직 유관단체도 의무나 규제를 벗어나고 싶어서 줄소송이 예상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소송 당사자인 인사혁신처는 한국선급에 대해, 세월호 이후 안전·감독 업무와 관련해 공직 유관단체에 추가된 직접적 계기가 된 기관으로 아직까지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법원은 한국선급의 주장을 어떻게 판단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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