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반지하 조사 ‘좁히고 좁힌’ 범위에도 ‘누락·중복’

입력 2022.10.04 (21:51) 수정 2022.10.0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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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여름 집중 호우로 반지하 주택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지자 당시 서울시는 반지하 세대를 모두 조사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 조사에서 모든 가구를 의미하는 '전수'라는 단어가 사라졌습니다.

올해 조사 대상은 천 여 가구, 전체 반지하 세대의 0.5%에 불과하고, 내년에도 역시 표본 조사만 예정돼 있습니다.

올해는 오래된 주택 중 중증장애인이나 노인, 어린이 등이 사는 반지하 세대를 우선 조사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인데 이마저도 곳곳에 허점이 있었습니다.

계현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가족이 목숨을 잃은 집 근처의 한 반지하 주택, 70대 노부부가 삽니다.

[유순애/반지하 거주자 : "무서워서 우리 아저씨는 지금도 거기(그 집 근처를) 못 가보는데, (아저씨가) 잠이 먼저 들었다 하면 깨워도 못 깨우니까 그게 제일 불안하고요."]

남편은 청각장애인이지만 이번 서울시 조사 대상에선 제외됐습니다.

중증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에섭니다.

조사 대상이 맞더라도 누락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다른 반지하에 사는 중증 청각 장애인 최효순 씨는 실태 조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최효순/반지하 거주자 : "얘기를 해도 귀가 안 들리니까 막 사람 미치는 거예요. (침수 이후) 지금 노이로제 걸려서 잠을 못 자요, 제대로."]

이 집의 허가 년도는 1983년, 오래된 주택의 반지하에 중증장애인이 살아 조사 대상이 돼야 했는데도 빠진 겁니다.

조사 대상 설계부터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다가구 주택에 사는 세입자들은 반지하 여부를 주소에 담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주소만 보고 대상을 고른 서울시가 이걸 놓친 겁니다.

실제 서울의 반지하 가구의 70%가 다가구 주택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KBS가 확보한 중증장애인 조사 388세대 리스트, 동·호수 등 같은 주소가 중복된 경우도 여러 개입니다.

서울시는 한 가구에 장애인이 2명인 경우일 거라 했지만, 현장의 말은 다릅니다.

[OO구 현장 조사 담당자/음성변조 : "(저희구 조사대상) 29가구중에서 12가구가 중복세대였고, 한 가구에 장애인이 2명이 사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전국의 20%, 400만 가구를 방문 조사한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만 봐도 이런 오류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 소장 : "400만 가구를 직접 조사한 인구주택총조사에는 '어떤 사람이, 어디에, 몇 층에, 어떻게 사는지' 이미 다 조사돼 있기 때문에, 서울시 실태조사에서는 이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그제서야 통계청의 협조를 받기로 한 서울시는 조만간 반지하 대책을 발표합니다.

KBS 뉴스 계현우입니다.

촬영기자:조은경/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이근희 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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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반지하 조사 ‘좁히고 좁힌’ 범위에도 ‘누락·중복’
    • 입력 2022-10-04 21:51:58
    • 수정2022-10-04 21: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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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여름 집중 호우로 반지하 주택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지자 당시 서울시는 반지하 세대를 모두 조사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 조사에서 모든 가구를 의미하는 '전수'라는 단어가 사라졌습니다.

올해 조사 대상은 천 여 가구, 전체 반지하 세대의 0.5%에 불과하고, 내년에도 역시 표본 조사만 예정돼 있습니다.

올해는 오래된 주택 중 중증장애인이나 노인, 어린이 등이 사는 반지하 세대를 우선 조사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인데 이마저도 곳곳에 허점이 있었습니다.

계현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가족이 목숨을 잃은 집 근처의 한 반지하 주택, 70대 노부부가 삽니다.

[유순애/반지하 거주자 : "무서워서 우리 아저씨는 지금도 거기(그 집 근처를) 못 가보는데, (아저씨가) 잠이 먼저 들었다 하면 깨워도 못 깨우니까 그게 제일 불안하고요."]

남편은 청각장애인이지만 이번 서울시 조사 대상에선 제외됐습니다.

중증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에섭니다.

조사 대상이 맞더라도 누락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다른 반지하에 사는 중증 청각 장애인 최효순 씨는 실태 조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최효순/반지하 거주자 : "얘기를 해도 귀가 안 들리니까 막 사람 미치는 거예요. (침수 이후) 지금 노이로제 걸려서 잠을 못 자요, 제대로."]

이 집의 허가 년도는 1983년, 오래된 주택의 반지하에 중증장애인이 살아 조사 대상이 돼야 했는데도 빠진 겁니다.

조사 대상 설계부터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다가구 주택에 사는 세입자들은 반지하 여부를 주소에 담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주소만 보고 대상을 고른 서울시가 이걸 놓친 겁니다.

실제 서울의 반지하 가구의 70%가 다가구 주택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KBS가 확보한 중증장애인 조사 388세대 리스트, 동·호수 등 같은 주소가 중복된 경우도 여러 개입니다.

서울시는 한 가구에 장애인이 2명인 경우일 거라 했지만, 현장의 말은 다릅니다.

[OO구 현장 조사 담당자/음성변조 : "(저희구 조사대상) 29가구중에서 12가구가 중복세대였고, 한 가구에 장애인이 2명이 사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전국의 20%, 400만 가구를 방문 조사한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만 봐도 이런 오류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 소장 : "400만 가구를 직접 조사한 인구주택총조사에는 '어떤 사람이, 어디에, 몇 층에, 어떻게 사는지' 이미 다 조사돼 있기 때문에, 서울시 실태조사에서는 이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그제서야 통계청의 협조를 받기로 한 서울시는 조만간 반지하 대책을 발표합니다.

KBS 뉴스 계현우입니다.

촬영기자:조은경/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이근희 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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