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요 기업’ 기후위기대응 성적표는?

입력 2022.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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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요 기업 '기후위기' 성적표 나왔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기후 정책 관여 활동'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성적을 매긴 곳은 글로벌 기후 싱크탱크인 '인플루언스맵'이라는 곳입니다. 주로 기업들이 기후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을 추적하는 곳인데, 한국에서는 이번에 처음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평가는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2도 이내로 막기로 한 '파리기후협정'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어떤 노력을 했는지입니다.

인플루언스맵은 A+부터 F까지 모두 16개 등급을 부여하는데요. 이를 위해 지난해 3월부터 평가 대상 기업들의 광고 활동과 소셜미디어, 스폰서링, 정부 부처와의 간담회 등에서 해당 기업 관계자의 발언 등 최근 3년 치 자료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평가 대상이 된 기업은 모두 15곳인데요. 화학, 자동차, 반도체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의 대표 기업들이 포함됐습니다. 공기업 중에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포함됐습니다.

■ 글로벌 한국 기업 줄줄이 '낙제점'

그럼 이름만 대면 아는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성적표를 보겠습니다.


최고 점수를 받은 곳은 LG화학. 그런데 C+입니다.

한국 기업 15곳의 평균 성적을 따져보니 'D+'. 현대제철과 삼성전자,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한국전력공사, SK E&S, LG전자 등 7개 기업이 D+로 평균과 같았습니다.

GS에너지는 D-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인플루언스맵은 B등급 이상인 경우 파리 기후 협정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대로 D+부터 B- 등급은 일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분류합니다.

특히 D등급부터는 파리 협정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데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SK, GS칼텍스, 한국가스공사, GS에너지 등 6개 기업이 여기에 포함됐습니다.

인플루언스맵 측은 "평가 대상인 세계 400여 기업 중 상위 20%에는 한국 기업이 없었고, LG화학과 롯데케미칼만 상위 50% 권에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럽 조사의 경우 평가 대상 기업들의 평균은 'C'로 우리보다 두 단계 높았습니다. 미국의 애플과 테슬라는 각각 B 등급을 받았습니다.

■ 낙제점 이유는?…"협회 통해 정책 방해"

국내 기업 및 산업 협회의 기후 정책 지지도 (지난 3일 기준)국내 기업 및 산업 협회의 기후 정책 지지도 (지난 3일 기준)

인플루언스맵은 이 기업들이 포함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15개 산업 협회도 평가했는데, 평균 점수는 'D-'로 기업 평균보다 두 단계 낮았습니다.

현대와 기아자동차 등이 포함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대한민국 대기업들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E-, 대한석유협회는 E 등급으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인플루언스맵은 "이 단체들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 상향, 한국형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공해 차량으로의 전환, 화석연료 퇴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B+ 등급을 받은 신재생에너지협회의 경우 특정 재생에너지 정책 이슈에만 관여하고, 다른 기후 정책 이슈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장유나 인플루언스맵 한국팀장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장유나 인플루언스맵 한국팀장

이번 조사를 진행한 장유나 인플루언스맵 한국팀장은 “한국 기업들이 기후와 재생에너지 관련 선언을 하고 있지만, 이런 목표에 필요한 기후 정책에는 소극적인 관여 활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비해 자동차, 전력사를 포함한 몇몇 영향력이 큰 협회에서는 소속 기업들보다 강력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며 다양한 기후 관련 정책 개발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장 팀장은 "글로벌 투자자들과 이해관계자들은 단순히 기업들 자체의 기후(탄소중립) 목표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정책 관여 활동이 파리 협정의 목표에 부합하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정보가 투자와 관련된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조사 결과는 기후행동 100+에 제공될 예정입니다. 기후행동 100+는 700여 개 글로벌 기관 투자사가 참여한 관리 자산이 68조 달러, 우리 돈으로 9경 7천502조 원에 달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 참여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투자를 받고 싶으면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압박인데요.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포스코와 한국전력공사, SK이노베이션이 ‘넷제로(탄소중립) 기업 벤치마크’를 포함하는 기후행동 100+ 투자자 관여 활동 기업으로 선정된 상태입니다.

이번의 성적표로 받은 등급은 계속 유지되는 건 아닙니다. 인플루언스맵은 기업들의 활동을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그 결과가 계속 반영됩니다. 기업이 노력하는 만큼 등급을 올릴 수도, 반대로 낮아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장 팀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특정 기업과 산업 협회들이 기후 정책에 반대하지만, 적극적으로 기후 정책이 도입되도록 활동하는 기업 및 산업그룹이 많다"면서 "기업들이 협회를 통해서 파리 협정의 목표에 부합하는 정책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국가 차원의 기후 대응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래픽 : 권세라·원소민 / 자료출처 : 인플루언스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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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주요 기업’ 기후위기대응 성적표는?
    • 입력 2022-10-05 06:00:19
    취재K

■ 국내 주요 기업 '기후위기' 성적표 나왔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기후 정책 관여 활동'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성적을 매긴 곳은 글로벌 기후 싱크탱크인 '인플루언스맵'이라는 곳입니다. 주로 기업들이 기후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을 추적하는 곳인데, 한국에서는 이번에 처음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평가는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2도 이내로 막기로 한 '파리기후협정'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어떤 노력을 했는지입니다.

인플루언스맵은 A+부터 F까지 모두 16개 등급을 부여하는데요. 이를 위해 지난해 3월부터 평가 대상 기업들의 광고 활동과 소셜미디어, 스폰서링, 정부 부처와의 간담회 등에서 해당 기업 관계자의 발언 등 최근 3년 치 자료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평가 대상이 된 기업은 모두 15곳인데요. 화학, 자동차, 반도체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의 대표 기업들이 포함됐습니다. 공기업 중에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포함됐습니다.

■ 글로벌 한국 기업 줄줄이 '낙제점'

그럼 이름만 대면 아는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성적표를 보겠습니다.


최고 점수를 받은 곳은 LG화학. 그런데 C+입니다.

한국 기업 15곳의 평균 성적을 따져보니 'D+'. 현대제철과 삼성전자,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한국전력공사, SK E&S, LG전자 등 7개 기업이 D+로 평균과 같았습니다.

GS에너지는 D-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인플루언스맵은 B등급 이상인 경우 파리 기후 협정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대로 D+부터 B- 등급은 일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분류합니다.

특히 D등급부터는 파리 협정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데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SK, GS칼텍스, 한국가스공사, GS에너지 등 6개 기업이 여기에 포함됐습니다.

인플루언스맵 측은 "평가 대상인 세계 400여 기업 중 상위 20%에는 한국 기업이 없었고, LG화학과 롯데케미칼만 상위 50% 권에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럽 조사의 경우 평가 대상 기업들의 평균은 'C'로 우리보다 두 단계 높았습니다. 미국의 애플과 테슬라는 각각 B 등급을 받았습니다.

■ 낙제점 이유는?…"협회 통해 정책 방해"

국내 기업 및 산업 협회의 기후 정책 지지도 (지난 3일 기준)
인플루언스맵은 이 기업들이 포함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15개 산업 협회도 평가했는데, 평균 점수는 'D-'로 기업 평균보다 두 단계 낮았습니다.

현대와 기아자동차 등이 포함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대한민국 대기업들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E-, 대한석유협회는 E 등급으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인플루언스맵은 "이 단체들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 상향, 한국형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공해 차량으로의 전환, 화석연료 퇴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B+ 등급을 받은 신재생에너지협회의 경우 특정 재생에너지 정책 이슈에만 관여하고, 다른 기후 정책 이슈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장유나 인플루언스맵 한국팀장
이번 조사를 진행한 장유나 인플루언스맵 한국팀장은 “한국 기업들이 기후와 재생에너지 관련 선언을 하고 있지만, 이런 목표에 필요한 기후 정책에는 소극적인 관여 활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비해 자동차, 전력사를 포함한 몇몇 영향력이 큰 협회에서는 소속 기업들보다 강력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며 다양한 기후 관련 정책 개발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장 팀장은 "글로벌 투자자들과 이해관계자들은 단순히 기업들 자체의 기후(탄소중립) 목표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정책 관여 활동이 파리 협정의 목표에 부합하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정보가 투자와 관련된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조사 결과는 기후행동 100+에 제공될 예정입니다. 기후행동 100+는 700여 개 글로벌 기관 투자사가 참여한 관리 자산이 68조 달러, 우리 돈으로 9경 7천502조 원에 달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 참여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투자를 받고 싶으면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압박인데요.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포스코와 한국전력공사, SK이노베이션이 ‘넷제로(탄소중립) 기업 벤치마크’를 포함하는 기후행동 100+ 투자자 관여 활동 기업으로 선정된 상태입니다.

이번의 성적표로 받은 등급은 계속 유지되는 건 아닙니다. 인플루언스맵은 기업들의 활동을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그 결과가 계속 반영됩니다. 기업이 노력하는 만큼 등급을 올릴 수도, 반대로 낮아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장 팀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특정 기업과 산업 협회들이 기후 정책에 반대하지만, 적극적으로 기후 정책이 도입되도록 활동하는 기업 및 산업그룹이 많다"면서 "기업들이 협회를 통해서 파리 협정의 목표에 부합하는 정책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국가 차원의 기후 대응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래픽 : 권세라·원소민 / 자료출처 : 인플루언스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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