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안전사고 느는데…안전 관리 예산은 16억 삭감?

입력 2022.10.05 (08:00) 수정 2022.10.0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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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과 연구실에서 55명의 연구원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에 걸렸습니다. 이 사고로 당시 1천 명이 넘는 연구원이 연구를 중단했습니다.

이후 연구원들이 사료에서 나온 '방선균'에 노출됐으며, 연구실 내 환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2019년엔 국방과학연구소의 연소실험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2005년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연구실에서의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았고, 제정 15년만인 2020년에 법안이 전부 개정됐습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실 안전 관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정부 기관의 안전 관리 사업 예산이 16억 넘게 삭감됐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국가 연구개발 투자액과 연구실 개수는 나날이 증가하는 가운데, 늘려도 모자랄 예산이 오히려 줄어든 겁니다.

■ 늘어나는 국가 연구 과제, 늘어나는 연구실 사고


연구실 안전사고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조승래 위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구실에서 1천2백여 건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017년 147건에서 지난해 278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연구실'의 개념이 확장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과거와 달리 구획된 실내 공간의 실험실뿐 아니라 산, 바다, 항공 등의 외부공간으로 연구실의 개념이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금강 하굿둑에서 조사 선박이 반파돼 수생태계 생물조사를 하던 연구원 6명이 바다에 빠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중 한 명은 결국 숨졌습니다.

이런 연구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의 '연구실 안전환경 구축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게 바로 국가연구안전관리사업본부입니다.

국가연구안전관리사업본부는 2015년에 출범해 지난해 기준 4천 2백여 개 기관과 8만 3천여 개의 연구실의 안전을 점검하고 안전 사고를 예방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대학과 기업, 연구소의 안전 관리를 책임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연구실 안전사고 느는데…안전 관련 예산은 '16억' 삭감


그런데 연구실 안전환경 구축 사업의 내년도 예산이 16억 넘게 삭감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해당 사업에는 올해 135억 2천여만 원의 예산이 할당됐습니다. 여기에는 전국 연구실의 안전 관리 상태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보호장비 구축하는 비용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2023년도에 책정된 예산은 118억 2천여만 원, 올해보다 17억 원 가까이 줄었습니다.

그렇다면 예산 삭감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과기정통부가 과방위 조승래 위원실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는 예상과 달리 '삭감'이 아닌 '증액'의 필요성이 담겨있었습니다.


연구실의 현장 안전 관리 상태를 확인하는 '현장검사' 항목의 경우, "감사원 개선요구 등에 따른 연구현장 안전관리 강화 등으로 예산 확대가 필요하나, 한정된 예산 상황을 반영하여 전년 대비 90기관을 축소한 사업비 요구"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안전관리가 취약한 기관을 중심으로 안전 보호장비 구축 비용을 지원하는 '환경개선 지원' 항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구실안전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보호구 착용이 의무화되고, 내년부터 연구실 설치 운영기준이 시행돼 안전 설비의 확대가 필요하다"면서도, 역시나 "한정된 예산을 감안하여 전년 대비 28개 기관을 축소한 사업비를 요구"한다고 적혀있습니다.

법 개정과 감사 등으로 강화되어야 할 연구실 안전관리가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대폭 축소된 겁니다.

과방위 조승래 위원은 "연구실 안전사고가 계속 되고 있어 지속적인 실태조사와 보호구 지원 등이 필요함에도 오히려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며 "예산 축소 피해는 대학원생 연구원 등 현장의 연구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연구실 안전환경 구축 사업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기에 예산을 늘려야 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아직 몇 차례 예산을 늘릴 기회가 있기 때문에 해당 사업 예산을 증액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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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실 안전사고 느는데…안전 관리 예산은 16억 삭감?
    • 입력 2022-10-05 08:00:15
    • 수정2022-10-05 08:01:05
    취재K

2015년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과 연구실에서 55명의 연구원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에 걸렸습니다. 이 사고로 당시 1천 명이 넘는 연구원이 연구를 중단했습니다.

이후 연구원들이 사료에서 나온 '방선균'에 노출됐으며, 연구실 내 환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2019년엔 국방과학연구소의 연소실험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2005년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연구실에서의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았고, 제정 15년만인 2020년에 법안이 전부 개정됐습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실 안전 관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정부 기관의 안전 관리 사업 예산이 16억 넘게 삭감됐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국가 연구개발 투자액과 연구실 개수는 나날이 증가하는 가운데, 늘려도 모자랄 예산이 오히려 줄어든 겁니다.

■ 늘어나는 국가 연구 과제, 늘어나는 연구실 사고


연구실 안전사고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조승래 위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구실에서 1천2백여 건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017년 147건에서 지난해 278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연구실'의 개념이 확장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과거와 달리 구획된 실내 공간의 실험실뿐 아니라 산, 바다, 항공 등의 외부공간으로 연구실의 개념이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금강 하굿둑에서 조사 선박이 반파돼 수생태계 생물조사를 하던 연구원 6명이 바다에 빠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중 한 명은 결국 숨졌습니다.

이런 연구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의 '연구실 안전환경 구축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게 바로 국가연구안전관리사업본부입니다.

국가연구안전관리사업본부는 2015년에 출범해 지난해 기준 4천 2백여 개 기관과 8만 3천여 개의 연구실의 안전을 점검하고 안전 사고를 예방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대학과 기업, 연구소의 안전 관리를 책임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연구실 안전사고 느는데…안전 관련 예산은 '16억' 삭감


그런데 연구실 안전환경 구축 사업의 내년도 예산이 16억 넘게 삭감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해당 사업에는 올해 135억 2천여만 원의 예산이 할당됐습니다. 여기에는 전국 연구실의 안전 관리 상태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보호장비 구축하는 비용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2023년도에 책정된 예산은 118억 2천여만 원, 올해보다 17억 원 가까이 줄었습니다.

그렇다면 예산 삭감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과기정통부가 과방위 조승래 위원실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는 예상과 달리 '삭감'이 아닌 '증액'의 필요성이 담겨있었습니다.


연구실의 현장 안전 관리 상태를 확인하는 '현장검사' 항목의 경우, "감사원 개선요구 등에 따른 연구현장 안전관리 강화 등으로 예산 확대가 필요하나, 한정된 예산 상황을 반영하여 전년 대비 90기관을 축소한 사업비 요구"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안전관리가 취약한 기관을 중심으로 안전 보호장비 구축 비용을 지원하는 '환경개선 지원' 항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구실안전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보호구 착용이 의무화되고, 내년부터 연구실 설치 운영기준이 시행돼 안전 설비의 확대가 필요하다"면서도, 역시나 "한정된 예산을 감안하여 전년 대비 28개 기관을 축소한 사업비를 요구"한다고 적혀있습니다.

법 개정과 감사 등으로 강화되어야 할 연구실 안전관리가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대폭 축소된 겁니다.

과방위 조승래 위원은 "연구실 안전사고가 계속 되고 있어 지속적인 실태조사와 보호구 지원 등이 필요함에도 오히려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며 "예산 축소 피해는 대학원생 연구원 등 현장의 연구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연구실 안전환경 구축 사업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기에 예산을 늘려야 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아직 몇 차례 예산을 늘릴 기회가 있기 때문에 해당 사업 예산을 증액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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