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좀 들어” 흉기 난동 민원인에 테이저건 대응까지

입력 2022.10.05 (14:09) 수정 2022.10.0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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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내려놓으세요!"

개천절 연휴 이틀째 낮, 조용한 지구대 안으로 한 중년 남성이 들어섭니다. 그런데 남성의 손에 들려 있는 건 날카로운 흉기. 인사를 하던 경찰은 곧장 테이저건을 꺼내 쥡니다.

흉기를 들고 지구대로 들어선 남성은 태연히 여성 경찰관에게 다가갔습니다. 당시 지구대에는 동료들이 순찰하러 나가고 두 명의 경찰만 있었는데요. 민원인을 맞으려던 경찰관은 근무 경력이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당황하지 않고 곧장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무전을 시작합니다.

■ "내 이야기 좀 들어봐라" 흉기 위협…고참 경찰관 침착 대응

잠시 흉기를 놓는가 했던 남성, 다시 흉기를 들고는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막무가내로 푸념하던 남성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좌절하더니 이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고도 했는데요.

지원 요청을 하는 사이, 근무 경력이 30년이 다 되어가는 고참 경찰은 차분하게 가림막 아래서 테이저건을 장전했습니다. 마침 일주일 전 소속 경찰서에서 테이저건 훈련을 받은 참이었습니다. 경찰은 침착하게 그의 말을 들어주며 가까이 다가갔는데요. 결국, 남성이 흉기를 내려놓지 않자 테이저건을 쏘아 진압에 들어갔습니다.

붙잡힐 때조차도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며 울부짖던 남성은 알고 보니 20년째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였습니다. 경찰은 남성을 부산시립정신병원에 응급 입원하게 도왔는데요. 입원 절차를 앞두고 가족들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났을 때 현장에 있었던 신입 경찰은 "순간 많이 놀라고 무서웠지만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며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 5년 동안 다친 경찰관만 2천여 명…'현장 대응 강화' 목소리도

주민 방문이 잦은 지구대는 특히 술에 취한 시민과 악성 민원인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폭행이나 폭언도 잦아 경찰들의 피로도가 상당히 높은데요. 부산의 경우 관광지가 많다 보니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민원도 더 많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경찰관 순직 공상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범인에게 공격당해 다친 경찰관은 2천301명에 달합니다.

또 '경찰복지 실태조사'에서는 '업무 중 사건의 후유증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경찰관이 응답자의 37%에 달했는데요. 해마다 공격당하고, 후유증을 겪는 경찰관이 늘자, 현장에서 테이저건 등을 적극적으로 쓸 수 있게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민과 경찰, 서로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수준의 대응 체계 마련이 중요해 보입니다.

(화면 제공: 부산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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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말 좀 들어” 흉기 난동 민원인에 테이저건 대응까지
    • 입력 2022-10-05 14:09:02
    • 수정2022-10-05 15:29:04
    취재K
"흉기 내려놓으세요!"

개천절 연휴 이틀째 낮, 조용한 지구대 안으로 한 중년 남성이 들어섭니다. 그런데 남성의 손에 들려 있는 건 날카로운 흉기. 인사를 하던 경찰은 곧장 테이저건을 꺼내 쥡니다.

흉기를 들고 지구대로 들어선 남성은 태연히 여성 경찰관에게 다가갔습니다. 당시 지구대에는 동료들이 순찰하러 나가고 두 명의 경찰만 있었는데요. 민원인을 맞으려던 경찰관은 근무 경력이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당황하지 않고 곧장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무전을 시작합니다.

■ "내 이야기 좀 들어봐라" 흉기 위협…고참 경찰관 침착 대응

잠시 흉기를 놓는가 했던 남성, 다시 흉기를 들고는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막무가내로 푸념하던 남성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좌절하더니 이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고도 했는데요.

지원 요청을 하는 사이, 근무 경력이 30년이 다 되어가는 고참 경찰은 차분하게 가림막 아래서 테이저건을 장전했습니다. 마침 일주일 전 소속 경찰서에서 테이저건 훈련을 받은 참이었습니다. 경찰은 침착하게 그의 말을 들어주며 가까이 다가갔는데요. 결국, 남성이 흉기를 내려놓지 않자 테이저건을 쏘아 진압에 들어갔습니다.

붙잡힐 때조차도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며 울부짖던 남성은 알고 보니 20년째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였습니다. 경찰은 남성을 부산시립정신병원에 응급 입원하게 도왔는데요. 입원 절차를 앞두고 가족들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났을 때 현장에 있었던 신입 경찰은 "순간 많이 놀라고 무서웠지만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며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 5년 동안 다친 경찰관만 2천여 명…'현장 대응 강화' 목소리도

주민 방문이 잦은 지구대는 특히 술에 취한 시민과 악성 민원인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폭행이나 폭언도 잦아 경찰들의 피로도가 상당히 높은데요. 부산의 경우 관광지가 많다 보니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민원도 더 많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경찰관 순직 공상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범인에게 공격당해 다친 경찰관은 2천301명에 달합니다.

또 '경찰복지 실태조사'에서는 '업무 중 사건의 후유증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경찰관이 응답자의 37%에 달했는데요. 해마다 공격당하고, 후유증을 겪는 경찰관이 늘자, 현장에서 테이저건 등을 적극적으로 쓸 수 있게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민과 경찰, 서로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수준의 대응 체계 마련이 중요해 보입니다.

(화면 제공: 부산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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