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론스타ISDS]⑬ 이중대리 “문제 없다”?…“법무부가 변호사 윤리 저해”

입력 2022.10.05 (19:56) 수정 2022.10.0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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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와 ICC(국제상공회의소)에 잇따라 제기된 분쟁에서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중 대리 사실을 알고도 당시 자체 판단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 파장이 예상됩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국무조정실 등을 상대로 한 4일 국정감사에서 태평양이 ICSID에서는 정부를, ICC에서는 하나금융(ICC)을 동시 대리한 문제와 관련해 이익 상충 여부를 집중 추궁했습니다. 이날 국정 감사에는 대리인 선임 당시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이었던 김갑유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 이익 상충 가능성…"대리인 선정 과정 공개" 요구

국회에서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중대리가 이익 상충을 금지한 변호사 윤리규약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이 때문에 변호사법상 문제가 없다는 법무부의 판단을 놓고 이중 대리나 이익 상충 문제에 대해 정부가 변호사 윤리를 나서서 저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핑계를 대고 가격을 깎은 하나금융을 대상으로 론스타가 또 다른 분쟁을 제기한 것이기 때문에 대리인이 정부와 하나금융 사이에서 어느 쪽 의견을 따랐느냐에 따라 이익 상충의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이를 사전에 보고받고 알고 있었는지 따져 물었습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에 대해 “당시 법무부가 변호사법을 검토해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법무부의 검토 내용과 판단 근거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김갑유 변호사는 정부대응단 보고 여부를 묻는 KBS의 질문에 "“ICC가 제기됐을 때 하나금융을 대리한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었다. 정부에 동의를 구할 사안은 아니지만, 정부에 통보했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구체적인 검토가 실제 있었는지, 어떤 방식이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용우 의원은 “그 문제를 대리인이 자체 판단했느냐”면서 “이런 사실을 의뢰인인 국무조정실에 알리고 면밀한 검토를 받았어야 한다" 며 "법무법인 태평양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정하게 된 과정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국무조정실에 요구했습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론스타가 ICC에 제소한 이유는 ISDS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고 지적했고, 증인으로 출석한 김갑유 변호사가 “ICSID에서 ICC 판정이 활용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답변하자 “법률대리의 실패”라고 질타했습니다.

태평양은 대리인 선임에 앞서 론스타와 사실상 같은 논리를 담은 법률의견서를 낸 전력에 이어 ICSID와 ICC 분쟁에서 동일한 변호사들이 정부와 하나금융을 동시에 대리한 사실이 드러나 이익 상충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실제 론스타가 하나금융을 상대로 제기한 ICC 중재판정문은 ICSID에 증거로 제출됐고, 정부가 패소한 ICSID 판정문에는 ICC 판정문 내용이 곳곳에 인용돼 있습니다.

김갑유 변호사는 ICSID와 ICC 분쟁 동시 대리와 관련해 “정부와 하나금융의 주장은 ‘론스타가 스스로 가격을 낮췄다’는 것으로 입장이 동일하다” 며 이해 상충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무부가 두 국제 분쟁에서 태평양의 동시 대리 부분을 검토했고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에 대해 변호사 윤리를 저해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변호사인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동일한 법무법인과 그 소속 변호사가 사실상 이해가 충돌하는 두 의뢰인인 하나금융과 대한민국을 대리하게 된 것을 만약 법무부가 알고도 허용했다면 당해 사건의 패소에 큰 영향을 준 것이고, 앞으로 유사 사건에 대하여서 똑같이 허용된다면 스스로 변호사 윤리에 신뢰를 허무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변호사 윤리규약 22조는 동일 사건에서 둘 이상의 의뢰인의 이익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5항), 현재 수임하는 사건과 이해가 충돌하는 사건(6항) 에 대해서는 수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 공정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겸직하고 있는 당해 정부 기관의 사건을 수임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42조)

■ "하나금융 이익을 국민 세금으로 물어줘"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2년 외환은행 매각은 하나금융이 이익을 얻고, 론스타 손해는 국민 세금으로 물어주는 것이 전체 구조”라면서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과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이 공모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했습니다.

황 의원은 또 "금융위원회는 ISDS를 통해 손해를 만회하려는 론스타의 의도를 뻔히 알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국민 혈세로 돈 잔치'를 벌이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론스타가 정부의 부당 행위로 손해가 발생하면 분쟁을 제기하겠다고 수차례 정식 서한을 보낸 사실이 판정문에 언급된 점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실제 ISDS 준비서면과 판정문을 분석해 보면 론스타는 매각 과정에서 ISDS 제기를 금융위에 여러 차례 예고했습니다.

첫 번째 편지는 2008년 7월 9일과 8월 8일입니다. 존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2007년 9월,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외환은행 매매 계약을 하고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2심에서 무죄 판결(2008.6.24)이 나자 당시 전광우 금융위원장에게 잇따라 서한을 보내 승인 지연으로 손해가 날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보전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두 번째는 2009년 2월 11일입니다. HSBC와 매매계약이 파기 된 후 존 그레이켄 회장은 당시 국제중재를 제기할 준비가 됐다며 진동수 금융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압박했습니다.

세 번째는 2012년 1월 17일입니다. 론스타와 하나금융이 주당 11,900원으로 인하된 가격으로 계약을 수정(2011.12.3)한 뒤 그레이켄 회장은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에게 인수 승인을 재촉하면서, 금융위가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국제중재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전달한 것으로 론스타 측 준비서면에 기록돼 있습니다.

ICSID 중재판정부는 이 서한들을 근거로 론스타는 한국 투자에서 손해가 생기면 국제 중재를 통해 보전받겠다는 일관된 입장이 있었고, 그래서 가격 인하에도 동의했다고 봤습니다.


취재 최문호 기자 bird@kbs.co.kr 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촬영· 영상편집 김성현 기자 neptune@kbs.co.kr 허용석 기자 godup@kbs.co.kr
자료조사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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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론스타ISDS]⑬ 이중대리 “문제 없다”?…“법무부가 변호사 윤리 저해”
    • 입력 2022-10-05 19:56:30
    • 수정2022-10-07 14:11:29
    탐사K

법무부가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와 ICC(국제상공회의소)에 잇따라 제기된 분쟁에서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중 대리 사실을 알고도 당시 자체 판단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 파장이 예상됩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국무조정실 등을 상대로 한 4일 국정감사에서 태평양이 ICSID에서는 정부를, ICC에서는 하나금융(ICC)을 동시 대리한 문제와 관련해 이익 상충 여부를 집중 추궁했습니다. 이날 국정 감사에는 대리인 선임 당시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이었던 김갑유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 이익 상충 가능성…"대리인 선정 과정 공개" 요구

국회에서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중대리가 이익 상충을 금지한 변호사 윤리규약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이 때문에 변호사법상 문제가 없다는 법무부의 판단을 놓고 이중 대리나 이익 상충 문제에 대해 정부가 변호사 윤리를 나서서 저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핑계를 대고 가격을 깎은 하나금융을 대상으로 론스타가 또 다른 분쟁을 제기한 것이기 때문에 대리인이 정부와 하나금융 사이에서 어느 쪽 의견을 따랐느냐에 따라 이익 상충의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이를 사전에 보고받고 알고 있었는지 따져 물었습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에 대해 “당시 법무부가 변호사법을 검토해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법무부의 검토 내용과 판단 근거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김갑유 변호사는 정부대응단 보고 여부를 묻는 KBS의 질문에 "“ICC가 제기됐을 때 하나금융을 대리한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었다. 정부에 동의를 구할 사안은 아니지만, 정부에 통보했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구체적인 검토가 실제 있었는지, 어떤 방식이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용우 의원은 “그 문제를 대리인이 자체 판단했느냐”면서 “이런 사실을 의뢰인인 국무조정실에 알리고 면밀한 검토를 받았어야 한다" 며 "법무법인 태평양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정하게 된 과정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국무조정실에 요구했습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론스타가 ICC에 제소한 이유는 ISDS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고 지적했고, 증인으로 출석한 김갑유 변호사가 “ICSID에서 ICC 판정이 활용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답변하자 “법률대리의 실패”라고 질타했습니다.

태평양은 대리인 선임에 앞서 론스타와 사실상 같은 논리를 담은 법률의견서를 낸 전력에 이어 ICSID와 ICC 분쟁에서 동일한 변호사들이 정부와 하나금융을 동시에 대리한 사실이 드러나 이익 상충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실제 론스타가 하나금융을 상대로 제기한 ICC 중재판정문은 ICSID에 증거로 제출됐고, 정부가 패소한 ICSID 판정문에는 ICC 판정문 내용이 곳곳에 인용돼 있습니다.

김갑유 변호사는 ICSID와 ICC 분쟁 동시 대리와 관련해 “정부와 하나금융의 주장은 ‘론스타가 스스로 가격을 낮췄다’는 것으로 입장이 동일하다” 며 이해 상충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무부가 두 국제 분쟁에서 태평양의 동시 대리 부분을 검토했고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에 대해 변호사 윤리를 저해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변호사인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동일한 법무법인과 그 소속 변호사가 사실상 이해가 충돌하는 두 의뢰인인 하나금융과 대한민국을 대리하게 된 것을 만약 법무부가 알고도 허용했다면 당해 사건의 패소에 큰 영향을 준 것이고, 앞으로 유사 사건에 대하여서 똑같이 허용된다면 스스로 변호사 윤리에 신뢰를 허무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변호사 윤리규약 22조는 동일 사건에서 둘 이상의 의뢰인의 이익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5항), 현재 수임하는 사건과 이해가 충돌하는 사건(6항) 에 대해서는 수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 공정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겸직하고 있는 당해 정부 기관의 사건을 수임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42조)

■ "하나금융 이익을 국민 세금으로 물어줘"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2년 외환은행 매각은 하나금융이 이익을 얻고, 론스타 손해는 국민 세금으로 물어주는 것이 전체 구조”라면서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과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이 공모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했습니다.

황 의원은 또 "금융위원회는 ISDS를 통해 손해를 만회하려는 론스타의 의도를 뻔히 알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국민 혈세로 돈 잔치'를 벌이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론스타가 정부의 부당 행위로 손해가 발생하면 분쟁을 제기하겠다고 수차례 정식 서한을 보낸 사실이 판정문에 언급된 점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실제 ISDS 준비서면과 판정문을 분석해 보면 론스타는 매각 과정에서 ISDS 제기를 금융위에 여러 차례 예고했습니다.

첫 번째 편지는 2008년 7월 9일과 8월 8일입니다. 존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2007년 9월,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외환은행 매매 계약을 하고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2심에서 무죄 판결(2008.6.24)이 나자 당시 전광우 금융위원장에게 잇따라 서한을 보내 승인 지연으로 손해가 날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보전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두 번째는 2009년 2월 11일입니다. HSBC와 매매계약이 파기 된 후 존 그레이켄 회장은 당시 국제중재를 제기할 준비가 됐다며 진동수 금융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압박했습니다.

세 번째는 2012년 1월 17일입니다. 론스타와 하나금융이 주당 11,900원으로 인하된 가격으로 계약을 수정(2011.12.3)한 뒤 그레이켄 회장은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에게 인수 승인을 재촉하면서, 금융위가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국제중재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전달한 것으로 론스타 측 준비서면에 기록돼 있습니다.

ICSID 중재판정부는 이 서한들을 근거로 론스타는 한국 투자에서 손해가 생기면 국제 중재를 통해 보전받겠다는 일관된 입장이 있었고, 그래서 가격 인하에도 동의했다고 봤습니다.


취재 최문호 기자 bird@kbs.co.kr 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촬영· 영상편집 김성현 기자 neptune@kbs.co.kr 허용석 기자 godup@kbs.co.kr
자료조사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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