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노인일자리정책, ‘76살 이상 어르신’에겐 명백한 후퇴?

입력 2022.10.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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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보는 다른 눈 “노인 일자리, 대폭 줄었다?”

시각①> “그렇다, 크게 준다”
정부가 노인 일자리 정책을 홀대하는 것인가?

공공 노인 일자리 6만 1천 개가 준다. 정부가 계획하는 내년(2023년) 예산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그렇다. 올해 공공 노인 일자리는 60만 8천 개였다. 내년에는 10% 줄어 54만 7천 개가 된다.


올 해 복지부가 만든 전체 노인 일자리는 84만 5천 개다. 그러니 절대다수가 공공일자리인 셈이다. 동시에 공공 일자리는 아무 기술 없이도 손쉽게 용돈 벌 수 있는 일자리이기도 하다. 어르신들이 아침마다 동네 쓰레기만 좀 줍고 다녀도 한 달에 30시간, 월 27만 원을 벌 수 있다. 일 년에 11달 일할 수 있다. 일자리이긴 하지만, 노인 복지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 일자리를 줄이면 노인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시각②> “아니다, 더 좋은 노인 일자리가 생긴다”
이번 정부가 노인 일자리 홀대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당장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공공형은 줄인다. 그러나 민간형과 사회서비스형을 늘린다. 이 두 영역 일자리는 3만 8천 개가 늘어난다. 그리고 이 일자리가 더 생산성이 높고, 임금도 더 높다. 더 좋은 일자리다.

예산도 줄지 않는다. 공공일자리가 6.1만 개 줄고, 민간·사회서비스형은 3.8만 개 늘어나니 2.3만 개가 줄어든다고 생각하겠지만, 정부 예산은 오히려 더 늘어난다. 복지부 노인 일자리 예산은 올 해 1조 4,422억 원에서 내년 1조 4,478억 원으로 56억 원 증가했다.


시각②-1> “전체 노인 일자리도 늘어난다!”

국정감사 중에 정부는 입장을 더 강화했다. 생각해보니 고용부 예산도 노인 일자리 정책의 하나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입장은 “개수는 줄었으나, 예산이 늘었다. 좋은 일자리는 더 많아진다”에서 “일자리 개수 자체도 늘어난다”로 바뀌었다. 고용부의 ‘고령자 고용장려금’ 지급 대상이 0.9만 개에서 6.1만 개로 5.2만 개 늘어난다. 이 고용부(+5.2만 개) 일자리와 복지부 일자리(-2.3만 개)를 합산하면 전체 일자리는 2.9만 개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기재부 보도설명자료(2022.10.4)기재부 보도설명자료(2022.10.4)

우선 이 ②-1>은 제외하고 간다. 고령자 고용장려금의 성격과 지급방식에서 상시적 노인 일자리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대상자 나이부터 문제가 있다.

고용장려금은 기업이 노사합의로 정년을 연장한 경우, 또는 퇴직 6개월 이내인 노동자를 고용할 때 지급한다. 그러니까 60세 안팎 연령의 해당 기업 노동자가 대상이다. 그런데 법적 노인의 기준은 65살이다. 그러니까 고용장려금이 법적 노인에게 지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숫자를 부풀리면 안 된다.

■평가①민간형이 더 나은 일자리인 건 맞다

‘공공일자리가 일자리냐?’는 비판은 늘 있다. 노인 돌봄 노동이나 학교 급식지원 같은 ‘제법 노동 같은’ 자리도 많지만, 상당수는 골목 청소같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다. 돈을 주기 위해 일을 만든다는 비판, 월 27만 원은 용돈밖에 안 된단 비판도 있다.

반면 민간형이나 사회서비스형은 다르다. 장애인 지원이나 학습보조 지원 일을 하는 사회서비스형은 지역사회에 서비스한다. 월 60시간 근로에 60만 원 정도를 지급한다. 주휴와 연차수당은 별도다.

민간형은 소규모 매장을 운영하는 등의 수익사업에 사업비를 지원하거나, (편의점, 호텔, 영화관 등이) 시니어 인턴을 고용하면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적 부가가치를 생산해내고, 임금도 ‘일 한 만큼’ 받는 노인 일자리를 창출한다.

실버카페, 실버택배, 반찬 제조와 판매 같은 사업도 대상이다. 공공형에 비해 좋은 일자리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돈도 더 벌고, 생산성도 있고, 실제 고용은 민간이 하니 효율적이기도 하다. 정부 설명도 그렇다.

“지난 5년간 직접 재정지원 일자리가 2배 늘었는데, 근로시간은 짧고 임금은 적다. 단순 외부활동 형태의 공공 일자리 공급은 베이비 부머 세대의 고숙련 일자리 수요와는 맞지 않는다. 고학력에, 기술도 있고, 근로의욕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평가②민간형이 모두에게 더 나은 일자리는 아니다.

그러나 민간형이 모두에게 더 나은 일자리라고 성급하게 결론 내리면 곤란하다.

민간형이 좋은 일자리인 노인이 있겠지만, 모두에게 그렇지는 않다. 민간형 일자리는 ‘생산성 있는 일을 할 능력과 체력이 있는 노인’에게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선발 기준표만 봐도 극명히 다르다. 공익활동(공공형) 선발기준표는 ‘소득인정액, 가구원 수, 참여경력, 코로나 예방접종 여부, 차상위계층 여부’가 기준이다. 유일한 능력 기준인 ‘활동역량’은 보행능력과 의사소통능력 같은 점만 평가한다. 잘 걷고, 잘 말하면 합격이다.


반면 사회서비스형은 의사소통역량과 신체 활동에 더해, 컴퓨터 활용이나 정보검색 능력 같은 사무역량이나 사업이해도나 면접 태도, 목표의식 같은 인성역량, 협조력이나 갈등해결력 같은 대인관계 역량을 본다. 자격증이 있으면 가점도 있다.

시장형은 아예 관련 분야 자격증이나 경력(7년 이상 시 만점)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배점 100점 만점에 40점) 다시 말해 사회서비스나 시장형 노인 일자리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자리다.

그 결과 공공형과 민간형 일자리는 ‘구조적으로 다른 노인 일자리’가 된다.

노인인력개발원이 KBS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공공형은 평균연령이 76.6세다. 사회 서비스형은 70.9세, 민간형은 더 젊다. 성별은 공공형이나 사회서비스형은 70% 이상이 여성이다. 민간형은 취업알선(65%)이나 시니어 인턴십(55%) 경우 남성이 절반을 넘는다.


학력도 다르다. 공공형은 중졸 이하가 과반(55%)이고, 알 수 없음도 33%다. 고졸 이상은 10.9%에 불과하다. 반면 민간형 가운데 취업알선은 고졸 이상 비율이 37%, 시니어 인턴십은 50% 이상이다.

다시 말하면, 민간형 일자리는 일정 학력이나 자격을 보유한 비교적 젊은 노인에게는 더 나은 일자리가 맞다. 그러나 70대 중반이 넘은 저학력 노인은 ‘언감생심’ 넘볼 수 없다. 이들에겐 용돈밖에 못 벌어도, 줄만 서면 구할 수 있는 공공형 일자리가 더 좋은 일자리인 셈이다.

■ 그런데 76살은 OECD가 지적하는 ‘절대 빈곤율이 너무 높은’ 연령대다

우리 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너무 심한 편이다. 66~75세의 경우 30% 이상, 76세 이상은 50%가 넘는다. 중위소득의 50% 이하 비율이 노인에서 유독 높다.


원래 노인은 소득이 낮지 않으냐? 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아니다.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이 이례적으로 낮다.

지난달 OECD는 ‘한국 경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바로 이 점을 지적했다. ‘놀라울 정도’라고 까지 표현했다. 66살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30%대가 넘어 OECD 평균의 3배에 가깝다. 76살 이상은 더 심각하다. OECD 평균은 10% 후반대인데,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50%를 넘어버린다.


중위소득의 50% 이하 소득을 기준으로 한 ‘노인 빈곤율’ 지수에서 한국은 그래서 OECD 최하위다.


이유는 이 고령층에서 노후 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도입 이전에 일했고, 가입률도 낮았다. 의료비 지출은 과중하고, 부양 가족 없이 홀로 사는 노인이 많다.

재정포럼<2021.11>에 실린 현안분석 보고서(고령자 노동시장에서의 노인 일자리 사업의 역할.조희평)에서 민간형 일자리 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면서도 <노인 일자리 사업의 공공형 일자리는 고령자의 노동시장에서도 가장 취약한 집단인 여성과 저숙련 노동자의 생계를 위한 ‘일자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공공형 일자리 사업 확대의 결과 노인 빈곤율은(여전히 OECD 평균으로부터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형 노인 일자리 사업의 경우는 ‘그것이 비록 생산적인 일자리는 아닐지언정’ 절대빈곤 수준이 너무 높은 76세 이상 노인을 위한 복지 정책 차원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는 정책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

■ 대안이 있는가?

우리나라는 3년 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65살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다. 2050년에는 40%도 넘는다. OECD는 일본보다 한국의 노인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민간형 노인 일자리 늘리는 정책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노인들에게는 더 많은 노인 일자리가 필요하고, 가진 기술을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돕는 제도가 필요하다. 아직도 멀었다. (덧붙이자면, 민간형 일자리 예산이 편성된 대로 다 써질지는 불확실하다. 공공형 소진율은 거의 100%, 다 쓰지만, 민간형의 경우 8~90%대에 그친다. 지금도 예산 마련해놓고 지원자가 없어서 다 못쓴단 얘기다. 이 이야기는 방송뉴스에서 계속 다룰 예정이다.)

동시에 공공형 일자리를 줄이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노인 빈곤 차원에서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10만 명 가까이가 공공형 일자리를 얻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대부분 기초노령연금 수급자이면서 76세가 넘는 이 공공형 일자리 지원자들에게는 ‘생계 차원’의 문제다.

일자리 사업으로 복지를 말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면 공공형 일자리를 대체할 ‘진짜 복지’ 정책을 늘리면 된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에는 공공형을 대체할 이런 진짜 복지 증액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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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정부 노인일자리정책, ‘76살 이상 어르신’에겐 명백한 후퇴?
    • 입력 2022-10-06 07:00:38
    취재K

■사실을 보는 다른 눈 “노인 일자리, 대폭 줄었다?”

시각①> “그렇다, 크게 준다”
정부가 노인 일자리 정책을 홀대하는 것인가?

공공 노인 일자리 6만 1천 개가 준다. 정부가 계획하는 내년(2023년) 예산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그렇다. 올해 공공 노인 일자리는 60만 8천 개였다. 내년에는 10% 줄어 54만 7천 개가 된다.


올 해 복지부가 만든 전체 노인 일자리는 84만 5천 개다. 그러니 절대다수가 공공일자리인 셈이다. 동시에 공공 일자리는 아무 기술 없이도 손쉽게 용돈 벌 수 있는 일자리이기도 하다. 어르신들이 아침마다 동네 쓰레기만 좀 줍고 다녀도 한 달에 30시간, 월 27만 원을 벌 수 있다. 일 년에 11달 일할 수 있다. 일자리이긴 하지만, 노인 복지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 일자리를 줄이면 노인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시각②> “아니다, 더 좋은 노인 일자리가 생긴다”
이번 정부가 노인 일자리 홀대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당장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공공형은 줄인다. 그러나 민간형과 사회서비스형을 늘린다. 이 두 영역 일자리는 3만 8천 개가 늘어난다. 그리고 이 일자리가 더 생산성이 높고, 임금도 더 높다. 더 좋은 일자리다.

예산도 줄지 않는다. 공공일자리가 6.1만 개 줄고, 민간·사회서비스형은 3.8만 개 늘어나니 2.3만 개가 줄어든다고 생각하겠지만, 정부 예산은 오히려 더 늘어난다. 복지부 노인 일자리 예산은 올 해 1조 4,422억 원에서 내년 1조 4,478억 원으로 56억 원 증가했다.


시각②-1> “전체 노인 일자리도 늘어난다!”

국정감사 중에 정부는 입장을 더 강화했다. 생각해보니 고용부 예산도 노인 일자리 정책의 하나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입장은 “개수는 줄었으나, 예산이 늘었다. 좋은 일자리는 더 많아진다”에서 “일자리 개수 자체도 늘어난다”로 바뀌었다. 고용부의 ‘고령자 고용장려금’ 지급 대상이 0.9만 개에서 6.1만 개로 5.2만 개 늘어난다. 이 고용부(+5.2만 개) 일자리와 복지부 일자리(-2.3만 개)를 합산하면 전체 일자리는 2.9만 개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기재부 보도설명자료(2022.10.4)
우선 이 ②-1>은 제외하고 간다. 고령자 고용장려금의 성격과 지급방식에서 상시적 노인 일자리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대상자 나이부터 문제가 있다.

고용장려금은 기업이 노사합의로 정년을 연장한 경우, 또는 퇴직 6개월 이내인 노동자를 고용할 때 지급한다. 그러니까 60세 안팎 연령의 해당 기업 노동자가 대상이다. 그런데 법적 노인의 기준은 65살이다. 그러니까 고용장려금이 법적 노인에게 지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숫자를 부풀리면 안 된다.

■평가①민간형이 더 나은 일자리인 건 맞다

‘공공일자리가 일자리냐?’는 비판은 늘 있다. 노인 돌봄 노동이나 학교 급식지원 같은 ‘제법 노동 같은’ 자리도 많지만, 상당수는 골목 청소같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다. 돈을 주기 위해 일을 만든다는 비판, 월 27만 원은 용돈밖에 안 된단 비판도 있다.

반면 민간형이나 사회서비스형은 다르다. 장애인 지원이나 학습보조 지원 일을 하는 사회서비스형은 지역사회에 서비스한다. 월 60시간 근로에 60만 원 정도를 지급한다. 주휴와 연차수당은 별도다.

민간형은 소규모 매장을 운영하는 등의 수익사업에 사업비를 지원하거나, (편의점, 호텔, 영화관 등이) 시니어 인턴을 고용하면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적 부가가치를 생산해내고, 임금도 ‘일 한 만큼’ 받는 노인 일자리를 창출한다.

실버카페, 실버택배, 반찬 제조와 판매 같은 사업도 대상이다. 공공형에 비해 좋은 일자리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돈도 더 벌고, 생산성도 있고, 실제 고용은 민간이 하니 효율적이기도 하다. 정부 설명도 그렇다.

“지난 5년간 직접 재정지원 일자리가 2배 늘었는데, 근로시간은 짧고 임금은 적다. 단순 외부활동 형태의 공공 일자리 공급은 베이비 부머 세대의 고숙련 일자리 수요와는 맞지 않는다. 고학력에, 기술도 있고, 근로의욕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평가②민간형이 모두에게 더 나은 일자리는 아니다.

그러나 민간형이 모두에게 더 나은 일자리라고 성급하게 결론 내리면 곤란하다.

민간형이 좋은 일자리인 노인이 있겠지만, 모두에게 그렇지는 않다. 민간형 일자리는 ‘생산성 있는 일을 할 능력과 체력이 있는 노인’에게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선발 기준표만 봐도 극명히 다르다. 공익활동(공공형) 선발기준표는 ‘소득인정액, 가구원 수, 참여경력, 코로나 예방접종 여부, 차상위계층 여부’가 기준이다. 유일한 능력 기준인 ‘활동역량’은 보행능력과 의사소통능력 같은 점만 평가한다. 잘 걷고, 잘 말하면 합격이다.


반면 사회서비스형은 의사소통역량과 신체 활동에 더해, 컴퓨터 활용이나 정보검색 능력 같은 사무역량이나 사업이해도나 면접 태도, 목표의식 같은 인성역량, 협조력이나 갈등해결력 같은 대인관계 역량을 본다. 자격증이 있으면 가점도 있다.

시장형은 아예 관련 분야 자격증이나 경력(7년 이상 시 만점)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배점 100점 만점에 40점) 다시 말해 사회서비스나 시장형 노인 일자리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자리다.

그 결과 공공형과 민간형 일자리는 ‘구조적으로 다른 노인 일자리’가 된다.

노인인력개발원이 KBS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공공형은 평균연령이 76.6세다. 사회 서비스형은 70.9세, 민간형은 더 젊다. 성별은 공공형이나 사회서비스형은 70% 이상이 여성이다. 민간형은 취업알선(65%)이나 시니어 인턴십(55%) 경우 남성이 절반을 넘는다.


학력도 다르다. 공공형은 중졸 이하가 과반(55%)이고, 알 수 없음도 33%다. 고졸 이상은 10.9%에 불과하다. 반면 민간형 가운데 취업알선은 고졸 이상 비율이 37%, 시니어 인턴십은 50% 이상이다.

다시 말하면, 민간형 일자리는 일정 학력이나 자격을 보유한 비교적 젊은 노인에게는 더 나은 일자리가 맞다. 그러나 70대 중반이 넘은 저학력 노인은 ‘언감생심’ 넘볼 수 없다. 이들에겐 용돈밖에 못 벌어도, 줄만 서면 구할 수 있는 공공형 일자리가 더 좋은 일자리인 셈이다.

■ 그런데 76살은 OECD가 지적하는 ‘절대 빈곤율이 너무 높은’ 연령대다

우리 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너무 심한 편이다. 66~75세의 경우 30% 이상, 76세 이상은 50%가 넘는다. 중위소득의 50% 이하 비율이 노인에서 유독 높다.


원래 노인은 소득이 낮지 않으냐? 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아니다.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이 이례적으로 낮다.

지난달 OECD는 ‘한국 경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바로 이 점을 지적했다. ‘놀라울 정도’라고 까지 표현했다. 66살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30%대가 넘어 OECD 평균의 3배에 가깝다. 76살 이상은 더 심각하다. OECD 평균은 10% 후반대인데,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50%를 넘어버린다.


중위소득의 50% 이하 소득을 기준으로 한 ‘노인 빈곤율’ 지수에서 한국은 그래서 OECD 최하위다.


이유는 이 고령층에서 노후 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도입 이전에 일했고, 가입률도 낮았다. 의료비 지출은 과중하고, 부양 가족 없이 홀로 사는 노인이 많다.

재정포럼<2021.11>에 실린 현안분석 보고서(고령자 노동시장에서의 노인 일자리 사업의 역할.조희평)에서 민간형 일자리 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면서도 <노인 일자리 사업의 공공형 일자리는 고령자의 노동시장에서도 가장 취약한 집단인 여성과 저숙련 노동자의 생계를 위한 ‘일자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공공형 일자리 사업 확대의 결과 노인 빈곤율은(여전히 OECD 평균으로부터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형 노인 일자리 사업의 경우는 ‘그것이 비록 생산적인 일자리는 아닐지언정’ 절대빈곤 수준이 너무 높은 76세 이상 노인을 위한 복지 정책 차원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는 정책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

■ 대안이 있는가?

우리나라는 3년 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65살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다. 2050년에는 40%도 넘는다. OECD는 일본보다 한국의 노인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민간형 노인 일자리 늘리는 정책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노인들에게는 더 많은 노인 일자리가 필요하고, 가진 기술을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돕는 제도가 필요하다. 아직도 멀었다. (덧붙이자면, 민간형 일자리 예산이 편성된 대로 다 써질지는 불확실하다. 공공형 소진율은 거의 100%, 다 쓰지만, 민간형의 경우 8~90%대에 그친다. 지금도 예산 마련해놓고 지원자가 없어서 다 못쓴단 얘기다. 이 이야기는 방송뉴스에서 계속 다룰 예정이다.)

동시에 공공형 일자리를 줄이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노인 빈곤 차원에서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10만 명 가까이가 공공형 일자리를 얻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대부분 기초노령연금 수급자이면서 76세가 넘는 이 공공형 일자리 지원자들에게는 ‘생계 차원’의 문제다.

일자리 사업으로 복지를 말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면 공공형 일자리를 대체할 ‘진짜 복지’ 정책을 늘리면 된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에는 공공형을 대체할 이런 진짜 복지 증액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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