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3만 원씩 더”…골프장 장악한 ‘매크로’ 횡포

입력 2022.10.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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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골프장 예약 싹쓸이하는 매크로 프로그램
선착순 무력화시키는 횡포 거침없이 횡행
예약 사이트에서 수만 원씩 웃돈 받은 뒤 재판매
그린피 폭등에 웃돈 바가지까지…시정조치는 전무


■"1분 만에 마감"…예약 사이트에는 매물 수천 개씩

'골프장 예약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골프 대중화를 표방한 퍼블릭 골프장' 예약도 아무나 하기 쉽지 않습니다.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주말이나 연휴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시작한 지 1분도 안 돼 마감되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골프장 홈페이지가 아닌 사설 사이트에 들어가면 예약할 수 있는 물량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 이번 한글날 연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A예약 사이트 보유 현황
(10.6 오전 기준)
10/8(토) 1,133개
10/9(일) 1,306개
10/10(월) 1,517개

물량은 여기서 찾을 수 있다지만 문제는 가격입니다. 이들 사이트에서 예약할 경우 골프장 홈페이지를 통해 내는 가격보다 1인당 2~3만 원씩 더 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4인 기준 2만 원씩 더 준다고 해도 차익은 8만 원입니다. 전문업자들이 '매크로'라고 불리는 컴퓨터 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해 물량을 대거 선점한 뒤 전문 사이트를 통해 되팔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온 부분입니다. 일반 골퍼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한 팀에 10만 원 안팎의 비용을 더 주고 예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됩니다.

■"매크로 제작해드립니다." 광고, 단속 없다는 증거

코로나 19 이후 골프장 예약이 어려워지면서 매크로를 악용한 싹쓸이 수법은 더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단속과 현황 파악은 제대로 되고 있을까요?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만 봐도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골프 예약 매크로를 만들어준다는 광고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놓고 가격 광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3개월 매크로 이용에 30만 원입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한 달에 1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골프장 예약 물량을 싹쓸이한 뒤 비싼 값에 되팔아 적지 않은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문체부 산하 골프장에도 매크로 침투?

현황 파악 정도는 되고 있는 걸까요? 일단 매크로 단속 주체를 보면 경찰 등 수사기관을 들 수 있겠고, 정부 쪽에서는 체육 분야를 담당하고 제도개선 등을 맡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문체부는 산하기관을 통해 경기도 광주에 회원제 골프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크로 동원이 의심되는 한 예약사이트에는 문체부 산하의 이 골프장의 물량도 리스트에 올라와 있습니다.

문체부 산하 B골프장 주말 가격
(10.6 오전 기준)
▲골프장 홈페이지 : 27만 원
▲예약 대행 사이트: 30만 원(3만 원↑)

해당 사이트에는 10.8(토) 오전에 1인당 30만 원을 받고, 4명 기준 120만 원에 예약 물량을 넘긴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문체부는 2019년 경찰과 함께 불법 매크로, 암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대대적인 발표까지 했지만, 정작 산하 기관 골프장에서 예약 웃돈 거래는 대놓고 성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불공정' 양산하는 매크로, 국감에서도 거론됐지만….

코로나 이후 인기 골프장 예약은 '기계끼리의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만큼 매크로 활용이 일반화됐고, 선의의 골퍼와 업체 사이에 '예약 불공정'이 형성됐습니다. 실제 이번 문체부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업자들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예약을 독점한 뒤 추가 금액을 붙여 소비자에게 재판매하고 있다"는 질타가 있었습니다.

전국 골프장 그린피는 최근 2년 사이 평균 20~30% 정도 급등했습니다. 이용자들의 불만이 쇄도했고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올해 1월 문체부는 '골프장 이용 합리화와 골프산업 혁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없고,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대문사진:원소민 / 인포그래픽: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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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인당 3만 원씩 더”…골프장 장악한 ‘매크로’ 횡포
    • 입력 2022-10-07 07:00:28
    취재K
골프장 예약 싹쓸이하는 매크로 프로그램<br />선착순 무력화시키는 횡포 거침없이 횡행<br />예약 사이트에서 수만 원씩 웃돈 받은 뒤 재판매<br />그린피 폭등에 웃돈 바가지까지…시정조치는 전무<br />

■"1분 만에 마감"…예약 사이트에는 매물 수천 개씩

'골프장 예약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골프 대중화를 표방한 퍼블릭 골프장' 예약도 아무나 하기 쉽지 않습니다.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주말이나 연휴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시작한 지 1분도 안 돼 마감되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골프장 홈페이지가 아닌 사설 사이트에 들어가면 예약할 수 있는 물량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 이번 한글날 연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A예약 사이트 보유 현황
(10.6 오전 기준)
10/8(토) 1,133개
10/9(일) 1,306개
10/10(월) 1,517개

물량은 여기서 찾을 수 있다지만 문제는 가격입니다. 이들 사이트에서 예약할 경우 골프장 홈페이지를 통해 내는 가격보다 1인당 2~3만 원씩 더 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4인 기준 2만 원씩 더 준다고 해도 차익은 8만 원입니다. 전문업자들이 '매크로'라고 불리는 컴퓨터 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해 물량을 대거 선점한 뒤 전문 사이트를 통해 되팔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온 부분입니다. 일반 골퍼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한 팀에 10만 원 안팎의 비용을 더 주고 예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됩니다.

■"매크로 제작해드립니다." 광고, 단속 없다는 증거

코로나 19 이후 골프장 예약이 어려워지면서 매크로를 악용한 싹쓸이 수법은 더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단속과 현황 파악은 제대로 되고 있을까요?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만 봐도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골프 예약 매크로를 만들어준다는 광고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놓고 가격 광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3개월 매크로 이용에 30만 원입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한 달에 1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골프장 예약 물량을 싹쓸이한 뒤 비싼 값에 되팔아 적지 않은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문체부 산하 골프장에도 매크로 침투?

현황 파악 정도는 되고 있는 걸까요? 일단 매크로 단속 주체를 보면 경찰 등 수사기관을 들 수 있겠고, 정부 쪽에서는 체육 분야를 담당하고 제도개선 등을 맡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문체부는 산하기관을 통해 경기도 광주에 회원제 골프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크로 동원이 의심되는 한 예약사이트에는 문체부 산하의 이 골프장의 물량도 리스트에 올라와 있습니다.

문체부 산하 B골프장 주말 가격
(10.6 오전 기준)
▲골프장 홈페이지 : 27만 원
▲예약 대행 사이트: 30만 원(3만 원↑)

해당 사이트에는 10.8(토) 오전에 1인당 30만 원을 받고, 4명 기준 120만 원에 예약 물량을 넘긴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문체부는 2019년 경찰과 함께 불법 매크로, 암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대대적인 발표까지 했지만, 정작 산하 기관 골프장에서 예약 웃돈 거래는 대놓고 성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불공정' 양산하는 매크로, 국감에서도 거론됐지만….

코로나 이후 인기 골프장 예약은 '기계끼리의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만큼 매크로 활용이 일반화됐고, 선의의 골퍼와 업체 사이에 '예약 불공정'이 형성됐습니다. 실제 이번 문체부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업자들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예약을 독점한 뒤 추가 금액을 붙여 소비자에게 재판매하고 있다"는 질타가 있었습니다.

전국 골프장 그린피는 최근 2년 사이 평균 20~30% 정도 급등했습니다. 이용자들의 불만이 쇄도했고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올해 1월 문체부는 '골프장 이용 합리화와 골프산업 혁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없고,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대문사진:원소민 / 인포그래픽: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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