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깨끗하게 잘 사셨다” 연락 받은 2순위…국방부 “적격자 없다?”

입력 2022.10.07 (08:00) 수정 2022.10.0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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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인사를 총괄하는 국방부 인사기획관 채용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육·해·공군 장성 등 승진 예정 인원에 관해 판단을 내리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해당 직위의 채용 과정에서 '공정성 의혹'이 불거졌다는 KBS 탐사보도부의 지난달 30일 보도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 의원들은 지난 4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인사기획관 채용 의혹의 당사자인 조 모 전 예비역 준장의 실명부터 꺼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1순위를 달리던 조 씨가 예비역 3성 장군 출신으로 대통령 경호처장인 '김용현 사단'이 아니냐고 질의했습니다. 조 씨와 최근 통화한 적이 있지 않냐는 의원의 추궁에 국방부 장관은 두 달 전쯤 통화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두 달 전이면 8월쯤인데 인사기획관 공고는 8월 24일에 났습니다.

관련 의혹이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KBS 탐사보도부는 국방부 인사기획관 채용 과정을 후속 취재했습니다. 의혹을 더욱 짙게 하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채용과정에서 2순위에 올랐던 것으로 파악된 한 예비역 장성이 정부 검증 절차에서 "깨끗하게 사셨다"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겁니다. 먼저 국방부 장관의 국감에서의 해명, 그리고 추가로 취재된 내용까지 전해드리겠습니다.

■ 의혹 당사자 조 씨와 두 달 전 통화했다는 국방장관..."내정된 건 아니다"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왼쪽)과 질의 중인 민주당 김영배 의원(오른쪽)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왼쪽)과 질의 중인 민주당 김영배 의원(오른쪽)

지난 4일 국방부 국감장의 모습입니다. 국회 국방위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을 집중 거론했습니다. 인사기획관 1순위 후보자였던 조 씨를 두고 "사실상 김용현 사단"이자 "김용현 처장이라는 뒷배"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또 이는 '제 2의 하나회'라고도 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에 대해 "조 씨가 내정된 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김용현 사단' 이나 ' 제2의 하나회'라는 의원의 언급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를 상대로 한 KBS의 인사기획관 채용 의혹 취재 중에 해당 채용절차가 갑작스럽게 중단되고 '재공고'된 것에 대해 이 장관은 "언론 보도되니까 그만두는 게 아니냐는 말씀도 하셨는데, 그것은 절차상 우연히 그 시기가 됐을 것"이라고만 답했습니다.

조 씨가 방산 기업에서 근무한 이력이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냐는 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질문에는 "방금 말씀하신 그것 때문에 안 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조 씨와 통화한 게 언제냐는 민주당 설훈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이 장관은 "두 달 전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예비역들하고 가끔 통화는 한다"고 답했으나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인사기획관 재공고'와 관련해 이종섭 장관과 1순위자로 알려진 조 모 예비역 준장의 관계를 언급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선거캠프 내에 단 8명만으로 구성되었던 '국방정책자문단' 과 관련해서입니다. 국방정책자문단 명단의 가장 위에는 3성 장군 출신의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설 의원은 당시 "국방정책자문단에 8명이 있었는데 이 장관과 조 씨도 멤버"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씨가 이번에 들어오려다가 여론이 안 좋아지니까 지금 물러나 있는 상황 비슷한데 인사기획관에 넣도록 하지 말라. 공정하게 하라. 인사전문가가 나와서 하도록 하라"고 말했습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현재 재공고 중"이다 "공정하게 하겠다"라고 답했습니다. 국방부는 기존 채용절차 중단과 동시에 지난달 29일 인사기획관 경력경쟁채용시험을 다시 공고했고 오는 11일 서류 접수를 마감합니다. 응시자격 요건에는 공정성 의혹을 일으켰던 지난 8월 공고와 마찬가지로 '국방과 관련된 정책·전략·기획과 관련된 분야'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습니다.

■ 2순위자 "깨끗하게 잘 사셨다" 검증 기관서 연락받고도 '탈락'

그렇다면, 1순위로 파악됐던 조 모 씨가 탈락했다면, 2순위자를 채용할 순 없었을까요?


KBS 탐사보도부는 2순위자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군 인사 특기자인 2순위자는 지난달 중순쯤 한동훈 법무부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 관계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지난 6월 7일 출범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검사 3명과 인사혁신처,국방부,경찰청,국가정보원 등으로부터 파견받은 전문 인력들로 구성된 조직입니다. 2순위자는 법무부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특별한 질문이 없이 쉽게 얘기해서 깨끗하게 잘 사셨네요, 그랬으니까……."
-2순위자

2순위자는 법무부 측 전화만 받은 건 아닙니다. 일주일쯤 지나선 국정원 관계자에게서도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국정원은 뭐라고 하던가요?
2순위자: 특별한 문제 없다고…….

국방부는 채용 공고문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데 적격자가 없는 경우 전형을 거쳐 채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KBS 탐사보도부 취재 결과, 1·2순위자 모두 '직무수행에 필요한 능력과 적격성'을 평가하는 면접 전형을 통과했습니다.

KBS 보도 이후 2순위자는 다만 자신이 채용되지 못한 채 '재공고'가 난 사실에 대해서는 "인사권자의 요구 조건을 충족 못 시킨 것"이라면서 인사권자의 판정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아울러 “인사 검증 과정에서 국정원과 법무부로부터 전화를 받았으나, 신원조회나 인사검증 결과를 공식 통보받은 바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 국방부 "부적격 사유 밝힐 수 없다"

"부적격으로 판단한 세부적인 사항은 개별 지원자의 신상과 직결되어 답변드리기 곤란하며, 시험 관련 세부사항은 공정한 시험관리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어 공개하기 어려움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국방부, 10월 5일 )

국방부 장관은 조 씨에 대해 부적격 사유가 확인됐음을 간접적으로 밝혔으나,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부적격 사유를 밝힐 수 없다는 것입니다.

면접과 국정원 신원조회, 법무부 인사검증을 모두 통과한 임용 후보자가 탈락한 사례가 있냐는 국회 질의에도 국방부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명확한 해명이 없는 가운데 '공정성 의혹'에 이어 '은폐 의혹'이 제기 될 수 있다는 KBS의 질의에 대해서도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 KBS 탐사보도부는 '국방부 인사기획관 채용' 등 국방 분야 인사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계속해서 취재, 보도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kbstamsa@gmail.com)

취재기자: 우한울, 김영은
인포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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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깨끗하게 잘 사셨다” 연락 받은 2순위…국방부 “적격자 없다?”
    • 입력 2022-10-07 08:00:35
    • 수정2022-10-07 11:29:41
    탐사K

군 인사를 총괄하는 국방부 인사기획관 채용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육·해·공군 장성 등 승진 예정 인원에 관해 판단을 내리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해당 직위의 채용 과정에서 '공정성 의혹'이 불거졌다는 KBS 탐사보도부의 지난달 30일 보도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 의원들은 지난 4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인사기획관 채용 의혹의 당사자인 조 모 전 예비역 준장의 실명부터 꺼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1순위를 달리던 조 씨가 예비역 3성 장군 출신으로 대통령 경호처장인 '김용현 사단'이 아니냐고 질의했습니다. 조 씨와 최근 통화한 적이 있지 않냐는 의원의 추궁에 국방부 장관은 두 달 전쯤 통화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두 달 전이면 8월쯤인데 인사기획관 공고는 8월 24일에 났습니다.

관련 의혹이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KBS 탐사보도부는 국방부 인사기획관 채용 과정을 후속 취재했습니다. 의혹을 더욱 짙게 하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채용과정에서 2순위에 올랐던 것으로 파악된 한 예비역 장성이 정부 검증 절차에서 "깨끗하게 사셨다"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겁니다. 먼저 국방부 장관의 국감에서의 해명, 그리고 추가로 취재된 내용까지 전해드리겠습니다.

■ 의혹 당사자 조 씨와 두 달 전 통화했다는 국방장관..."내정된 건 아니다"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왼쪽)과 질의 중인 민주당 김영배 의원(오른쪽)
지난 4일 국방부 국감장의 모습입니다. 국회 국방위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을 집중 거론했습니다. 인사기획관 1순위 후보자였던 조 씨를 두고 "사실상 김용현 사단"이자 "김용현 처장이라는 뒷배"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또 이는 '제 2의 하나회'라고도 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에 대해 "조 씨가 내정된 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김용현 사단' 이나 ' 제2의 하나회'라는 의원의 언급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를 상대로 한 KBS의 인사기획관 채용 의혹 취재 중에 해당 채용절차가 갑작스럽게 중단되고 '재공고'된 것에 대해 이 장관은 "언론 보도되니까 그만두는 게 아니냐는 말씀도 하셨는데, 그것은 절차상 우연히 그 시기가 됐을 것"이라고만 답했습니다.

조 씨가 방산 기업에서 근무한 이력이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냐는 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질문에는 "방금 말씀하신 그것 때문에 안 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조 씨와 통화한 게 언제냐는 민주당 설훈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이 장관은 "두 달 전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예비역들하고 가끔 통화는 한다"고 답했으나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인사기획관 재공고'와 관련해 이종섭 장관과 1순위자로 알려진 조 모 예비역 준장의 관계를 언급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선거캠프 내에 단 8명만으로 구성되었던 '국방정책자문단' 과 관련해서입니다. 국방정책자문단 명단의 가장 위에는 3성 장군 출신의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설 의원은 당시 "국방정책자문단에 8명이 있었는데 이 장관과 조 씨도 멤버"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씨가 이번에 들어오려다가 여론이 안 좋아지니까 지금 물러나 있는 상황 비슷한데 인사기획관에 넣도록 하지 말라. 공정하게 하라. 인사전문가가 나와서 하도록 하라"고 말했습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현재 재공고 중"이다 "공정하게 하겠다"라고 답했습니다. 국방부는 기존 채용절차 중단과 동시에 지난달 29일 인사기획관 경력경쟁채용시험을 다시 공고했고 오는 11일 서류 접수를 마감합니다. 응시자격 요건에는 공정성 의혹을 일으켰던 지난 8월 공고와 마찬가지로 '국방과 관련된 정책·전략·기획과 관련된 분야'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습니다.

■ 2순위자 "깨끗하게 잘 사셨다" 검증 기관서 연락받고도 '탈락'

그렇다면, 1순위로 파악됐던 조 모 씨가 탈락했다면, 2순위자를 채용할 순 없었을까요?


KBS 탐사보도부는 2순위자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군 인사 특기자인 2순위자는 지난달 중순쯤 한동훈 법무부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 관계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지난 6월 7일 출범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검사 3명과 인사혁신처,국방부,경찰청,국가정보원 등으로부터 파견받은 전문 인력들로 구성된 조직입니다. 2순위자는 법무부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특별한 질문이 없이 쉽게 얘기해서 깨끗하게 잘 사셨네요, 그랬으니까……."
-2순위자

2순위자는 법무부 측 전화만 받은 건 아닙니다. 일주일쯤 지나선 국정원 관계자에게서도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국정원은 뭐라고 하던가요?
2순위자: 특별한 문제 없다고…….

국방부는 채용 공고문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데 적격자가 없는 경우 전형을 거쳐 채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KBS 탐사보도부 취재 결과, 1·2순위자 모두 '직무수행에 필요한 능력과 적격성'을 평가하는 면접 전형을 통과했습니다.

KBS 보도 이후 2순위자는 다만 자신이 채용되지 못한 채 '재공고'가 난 사실에 대해서는 "인사권자의 요구 조건을 충족 못 시킨 것"이라면서 인사권자의 판정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아울러 “인사 검증 과정에서 국정원과 법무부로부터 전화를 받았으나, 신원조회나 인사검증 결과를 공식 통보받은 바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 국방부 "부적격 사유 밝힐 수 없다"

"부적격으로 판단한 세부적인 사항은 개별 지원자의 신상과 직결되어 답변드리기 곤란하며, 시험 관련 세부사항은 공정한 시험관리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어 공개하기 어려움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국방부, 10월 5일 )

국방부 장관은 조 씨에 대해 부적격 사유가 확인됐음을 간접적으로 밝혔으나,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부적격 사유를 밝힐 수 없다는 것입니다.

면접과 국정원 신원조회, 법무부 인사검증을 모두 통과한 임용 후보자가 탈락한 사례가 있냐는 국회 질의에도 국방부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명확한 해명이 없는 가운데 '공정성 의혹'에 이어 '은폐 의혹'이 제기 될 수 있다는 KBS의 질의에 대해서도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 KBS 탐사보도부는 '국방부 인사기획관 채용' 등 국방 분야 인사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계속해서 취재, 보도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kbstamsa@gmail.com)

취재기자: 우한울, 김영은
인포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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