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론스타ISDS]⑮ ‘3천억 원 배상’ 놓고도 ‘비밀’…“누구 위한 ‘국익’인가”

입력 2022.10.07 (14:10) 수정 2022.10.0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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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가 제기한 ISDS(국가투자분쟁)에서 패소한 정부가 책임과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비밀주의’로 일관해 비판받고 있습니다.

정부가 앞세우는 비공개 이유는 중재판정부의 ‘비밀유지명령’과 ‘국익’입니다. ‘국익’을 위해 중재판정부의 절차명령(5호)에 따른 ‘비밀’을 지켜야 하고, 공개적인 논의는 취소신청을 앞두고 있는 ‘국익’에 해가 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ISDS 판정 관련 자료 공개가 왜 국익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 되는지 이유를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정부의 비밀주의는 외부의 위협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보다는 정부의 잘못을 은폐하는 수단이 되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누구를 위한 국익이냐”며 국정조사와 특위 구성을 통해서라도 책임을 묻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입니다.

■ 국회 자료제출 요구에 보도자료 두 건 첨부…지독한 ‘비밀주의’


국무조정실과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요구 답변서입니다.

정무위는 국무조정실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지난달 20일 위원회 의결을 거쳐 론스타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 사건 중재 자료 일체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은 언론에 이미 배포한 판정문 요지서 등 보도자료 두 건만 첨부해 회신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 중재판정부의 절차명령 5호(비밀유지명령)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며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정무위원회는 지난 4일(국무조정실)과 6일(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정부 ‘비밀주의’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습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 세금으로 3천억을 배상해야 하는 사건의 원인과 과정을 밝혀 국민에게 보고하는 것은 국회의 의무”라며 “국감에서 제대로 안 되면 별도 소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자료제출을 촉구했습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2014년 중재판정부에 낸 진술서를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다그쳤습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원회 감사에 앞서 “증인 참고인 신문이 예정돼 있는데 자료가 있어야 감사를 할 것 아니냐”며 판정 이후 관계부처 회의 현황 등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이날 감사가 끝날 때까지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그동안 ISDS와 관련해 ‘비밀주의’를 고수하며 근거로 제시한 비밀 유지에 관한 절차명령 5호는 판정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4년 8월 27일 중재판정부가 낸 것으로 돼 있는 이 절차명령에서 비밀 유지의 대상은 '별도로 특정된 것 (certain identified document)'으로 돼 있습니다. 중재와 관련한 모든 내용이 비밀유지의 대상이라던 그동안의 정부 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한편, 6일 정무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국회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무위는 동행명령장 발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 10년간 분쟁 대응…“회의록이 없다고?”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국회의 ISDS 정부 분쟁대응단 회의록 제출요구에 “회의록을 만들지 않았다”고 답변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는 2012년 론스타가 ISDS를 제기하자 법무부, 국조실, 금융위, 기재부, 외교부, 국세청 등 6개 기관 차관급으로 분쟁대응단을 구성해 정부 대리인 선임을 포함해 주요 결정사항을 논의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47차례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오전 국정감사에 앞서 “회의록을 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국무조정실 서면 답변을 이해할 수 없다”며 회의록 제출을 재차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밤 정부 분쟁대응단장을 겸하고 있는 방문규 실장은 “회의록이 없는 거로 알고 있다, 제가 두 번 회의했는데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10년간 분쟁 대응을 하면서 한 번도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채 주요 결정을 내렸다는 겁니다. 민 의원은 “이해충돌이 있는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한 과정이 문제가 없는지, 취소신청도 전담팀이 잘 판단하고 있는지 살펴보려면 회의록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대응팀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보도 자제 요구·토론회 불참·판정문 익명화…이유는 ‘국익’?

정부는 ISDS가 진행되는 10년 동안 ‘비밀주의’를 고수하면서 론스타의 핵심 주장은 물론 청구액조차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한 2020년 KBS 보도에는 ‘중재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 '론스타 측과 인터뷰가 우려스럽다'며 수차례 보도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재 절차종료 선언 이후 대국민 보고를 진행하겠다, 판정 이후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판정 직후인 지난달 14일 국회 13개 의원실(강병원, 김성주, 김종민, 박성준, 박재호, 배진교, 민병덕, 소병철, 오기형, 용혜인, 이용우, 장혜영, 황운하)과 경실련, 금융정의연대 등 7개 시민단체가 공동주최한 '론스타 사태 진실, 무엇을 밝혀야 하나'토론회에 참석요구를 받고도 취소신청 여부 결정 등 아직 중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28일 판정문을 공개하면서 책임과 진실 규명 관련자들의 이름을 익명 처리한 채 공개해 최근 행정소송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송기호 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의 판정문 전문 정보공개요청에 정부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는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취재 최문호 기자 bird@kbs.co.kr 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촬영· 영상편집 김성현 기자 neptune@kbs.co.kr 허용석 기자 godup@kbs.co.kr
자료조사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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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7 14:10:11
    • 수정2022-10-07 17: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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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가 제기한 ISDS(국가투자분쟁)에서 패소한 정부가 책임과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비밀주의’로 일관해 비판받고 있습니다.

정부가 앞세우는 비공개 이유는 중재판정부의 ‘비밀유지명령’과 ‘국익’입니다. ‘국익’을 위해 중재판정부의 절차명령(5호)에 따른 ‘비밀’을 지켜야 하고, 공개적인 논의는 취소신청을 앞두고 있는 ‘국익’에 해가 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ISDS 판정 관련 자료 공개가 왜 국익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 되는지 이유를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정부의 비밀주의는 외부의 위협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보다는 정부의 잘못을 은폐하는 수단이 되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누구를 위한 국익이냐”며 국정조사와 특위 구성을 통해서라도 책임을 묻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입니다.

■ 국회 자료제출 요구에 보도자료 두 건 첨부…지독한 ‘비밀주의’


국무조정실과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요구 답변서입니다.

정무위는 국무조정실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지난달 20일 위원회 의결을 거쳐 론스타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 사건 중재 자료 일체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은 언론에 이미 배포한 판정문 요지서 등 보도자료 두 건만 첨부해 회신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 중재판정부의 절차명령 5호(비밀유지명령)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며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정무위원회는 지난 4일(국무조정실)과 6일(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정부 ‘비밀주의’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습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 세금으로 3천억을 배상해야 하는 사건의 원인과 과정을 밝혀 국민에게 보고하는 것은 국회의 의무”라며 “국감에서 제대로 안 되면 별도 소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자료제출을 촉구했습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2014년 중재판정부에 낸 진술서를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다그쳤습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원회 감사에 앞서 “증인 참고인 신문이 예정돼 있는데 자료가 있어야 감사를 할 것 아니냐”며 판정 이후 관계부처 회의 현황 등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이날 감사가 끝날 때까지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그동안 ISDS와 관련해 ‘비밀주의’를 고수하며 근거로 제시한 비밀 유지에 관한 절차명령 5호는 판정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4년 8월 27일 중재판정부가 낸 것으로 돼 있는 이 절차명령에서 비밀 유지의 대상은 '별도로 특정된 것 (certain identified document)'으로 돼 있습니다. 중재와 관련한 모든 내용이 비밀유지의 대상이라던 그동안의 정부 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한편, 6일 정무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국회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무위는 동행명령장 발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 10년간 분쟁 대응…“회의록이 없다고?”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국회의 ISDS 정부 분쟁대응단 회의록 제출요구에 “회의록을 만들지 않았다”고 답변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는 2012년 론스타가 ISDS를 제기하자 법무부, 국조실, 금융위, 기재부, 외교부, 국세청 등 6개 기관 차관급으로 분쟁대응단을 구성해 정부 대리인 선임을 포함해 주요 결정사항을 논의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47차례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오전 국정감사에 앞서 “회의록을 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국무조정실 서면 답변을 이해할 수 없다”며 회의록 제출을 재차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밤 정부 분쟁대응단장을 겸하고 있는 방문규 실장은 “회의록이 없는 거로 알고 있다, 제가 두 번 회의했는데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10년간 분쟁 대응을 하면서 한 번도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채 주요 결정을 내렸다는 겁니다. 민 의원은 “이해충돌이 있는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한 과정이 문제가 없는지, 취소신청도 전담팀이 잘 판단하고 있는지 살펴보려면 회의록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대응팀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보도 자제 요구·토론회 불참·판정문 익명화…이유는 ‘국익’?

정부는 ISDS가 진행되는 10년 동안 ‘비밀주의’를 고수하면서 론스타의 핵심 주장은 물론 청구액조차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한 2020년 KBS 보도에는 ‘중재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 '론스타 측과 인터뷰가 우려스럽다'며 수차례 보도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재 절차종료 선언 이후 대국민 보고를 진행하겠다, 판정 이후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판정 직후인 지난달 14일 국회 13개 의원실(강병원, 김성주, 김종민, 박성준, 박재호, 배진교, 민병덕, 소병철, 오기형, 용혜인, 이용우, 장혜영, 황운하)과 경실련, 금융정의연대 등 7개 시민단체가 공동주최한 '론스타 사태 진실, 무엇을 밝혀야 하나'토론회에 참석요구를 받고도 취소신청 여부 결정 등 아직 중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28일 판정문을 공개하면서 책임과 진실 규명 관련자들의 이름을 익명 처리한 채 공개해 최근 행정소송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송기호 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의 판정문 전문 정보공개요청에 정부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는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취재 최문호 기자 bird@kbs.co.kr 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촬영· 영상편집 김성현 기자 neptune@kbs.co.kr 허용석 기자 godup@kbs.co.kr
자료조사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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