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반도체 중국 수출 전면 금지’ 임박…한국 영향은?

입력 2022.10.0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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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미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과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입니다. 반도체 관련해 미국, 중국 양측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기업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미국의 IRA 법안으로 인해 한국 전기자동차 받을 불이익과 같은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관계당국의 사전 대응이 필요합니다.


■ 미국, 첨단 반도체 기술·장비의 중국 수출 전면 통제할 듯

미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과 생산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로이터 통신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 기업에게 판매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새로운 수출 통제안을 현지시각 7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는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연구소 등에 첨단 반도체 관련 기술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미국 이외 기업도 미국 기술이 포함된 첨단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제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규제 대상은 인공지능이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고성능 그래픽 카드, 데이터 센터에 사용되는 첨단 메모리 반도체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은 미국, 네덜란드, 일본의 4개 회사가 70%를 차지하고 있고, 특히 미국의 AMAT와 램리서치가 세계 시장의 1/3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장비를 쓰지 않으면 첨단 반도체 생산이 힘든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인텔, 마이크론, 엔비디아 같은 미국 반도체 업체의 기술과 제품 없이는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대규모 데이터 센터 등의 기술 개발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중국, 반도체 굴기뿐 아니라 군사 안보·생명 과학 등 기술 개발에 전반적인 타격 받을 수도

미국 정부는 2년 전, 중국 기업 화웨이에 대해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단행했다. 화웨이가 중국 인민해방군과 긴밀히 협력하는, 사실상 군산협력체라는 것이 제재의 명분이었다. 이 같은 조치로 당시 통신장비, 스마트폰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하던 화웨이의 매출이 급감했다. (아직도 화웨이는 통신장비 분야의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 점유율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는 화웨이를 상대로 시행했던 제재를 다른 중국 기업과 연구소 등으로 확대하는 성격이 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예측했다. 만약 이번 수출 규제가 반도체 제품, 기술, 소프트웨어, 생산장비 등에 포괄적으로 적용된다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 목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군사안보, 생명과학 등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의 전반적인 기술 혁신에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단, 미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대중 수출액이 연간 70억 달러에 이르고 매년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기업들이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된다는 것은 미국 정부로서도 부담이 되는 측면이다.

■ 직접 명분은 안보, 중간선거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셈법도 영향

규제를 추진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직접적인 명분은 안보다. 중국에 수출된 첨단 반도체 기술이 무기 체계 개발에 활용되면서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는 차세대 무기 개발, 핵무기 시뮬레이션 등에 필수적이다. 또 첨단 반도체를 이용한 감시 시스템이 중국의 소수민족 감시 등 인권 침해에 사용되고 있다고 미국 정부는 주장한다.

한편, 이번 수출 규제에는 기술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압도하겠다는 것 외에도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셈법도 깔려있다. 오는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짓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정치적 견제구를 날리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 이번에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까?

한국의 반도체 산업 수출 중 대 중국 수출이 약 40%로 가장 많다. 그러나 인공지능이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 제품의 비중이 크지는 않아서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규제가 계속 확대될 경우,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이 줄고 우리 기업들은 주 수요처를 잃게 돼 신기술 개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관련 대중국 수출은 이미 비상이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자급률이 상승하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현지생산이 확대되면서 대 중국 반도체와 장비 수출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무역협회는 미국의 수출통제로 인한 중국의 반도체 공급부족 상황을 타이완이 대중국 수출 증대의 기회로 활용한 반면, 한국은 중국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과 주요 수요기업인 중국 화웨이의 구매 중단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는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중국 수출 규제로 인해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당장은 실적이 악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화돼 반사 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 규제 내용 사전 파악·대응이 중요

미국 정부의 IRA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추진 과정에서 보았듯, 일단 규제안이 발표되고 난 후에는 내용을 수정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한국 정부가 사전에 내용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는 중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같은 한국 업체들에 대해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가 어떻게 적용될지가 1차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번에는 미국 정부가 규제 조치를 발표하기 전에 한국 정부에 미리 내용을 알려주고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쳤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한다. IRA 법안 때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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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7 15:58:05
    세계는 지금
미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과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입니다. 반도체 관련해 미국, 중국 양측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기업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미국의 IRA 법안으로 인해 한국 전기자동차 받을 불이익과 같은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관계당국의 사전 대응이 필요합니다.<br />

■ 미국, 첨단 반도체 기술·장비의 중국 수출 전면 통제할 듯

미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과 생산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로이터 통신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 기업에게 판매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새로운 수출 통제안을 현지시각 7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는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연구소 등에 첨단 반도체 관련 기술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미국 이외 기업도 미국 기술이 포함된 첨단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제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규제 대상은 인공지능이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고성능 그래픽 카드, 데이터 센터에 사용되는 첨단 메모리 반도체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은 미국, 네덜란드, 일본의 4개 회사가 70%를 차지하고 있고, 특히 미국의 AMAT와 램리서치가 세계 시장의 1/3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장비를 쓰지 않으면 첨단 반도체 생산이 힘든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인텔, 마이크론, 엔비디아 같은 미국 반도체 업체의 기술과 제품 없이는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대규모 데이터 센터 등의 기술 개발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중국, 반도체 굴기뿐 아니라 군사 안보·생명 과학 등 기술 개발에 전반적인 타격 받을 수도

미국 정부는 2년 전, 중국 기업 화웨이에 대해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단행했다. 화웨이가 중국 인민해방군과 긴밀히 협력하는, 사실상 군산협력체라는 것이 제재의 명분이었다. 이 같은 조치로 당시 통신장비, 스마트폰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하던 화웨이의 매출이 급감했다. (아직도 화웨이는 통신장비 분야의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 점유율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는 화웨이를 상대로 시행했던 제재를 다른 중국 기업과 연구소 등으로 확대하는 성격이 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예측했다. 만약 이번 수출 규제가 반도체 제품, 기술, 소프트웨어, 생산장비 등에 포괄적으로 적용된다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 목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군사안보, 생명과학 등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의 전반적인 기술 혁신에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단, 미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대중 수출액이 연간 70억 달러에 이르고 매년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기업들이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된다는 것은 미국 정부로서도 부담이 되는 측면이다.

■ 직접 명분은 안보, 중간선거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셈법도 영향

규제를 추진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직접적인 명분은 안보다. 중국에 수출된 첨단 반도체 기술이 무기 체계 개발에 활용되면서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는 차세대 무기 개발, 핵무기 시뮬레이션 등에 필수적이다. 또 첨단 반도체를 이용한 감시 시스템이 중국의 소수민족 감시 등 인권 침해에 사용되고 있다고 미국 정부는 주장한다.

한편, 이번 수출 규제에는 기술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압도하겠다는 것 외에도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셈법도 깔려있다. 오는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짓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정치적 견제구를 날리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 이번에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까?

한국의 반도체 산업 수출 중 대 중국 수출이 약 40%로 가장 많다. 그러나 인공지능이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 제품의 비중이 크지는 않아서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규제가 계속 확대될 경우,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이 줄고 우리 기업들은 주 수요처를 잃게 돼 신기술 개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관련 대중국 수출은 이미 비상이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자급률이 상승하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현지생산이 확대되면서 대 중국 반도체와 장비 수출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무역협회는 미국의 수출통제로 인한 중국의 반도체 공급부족 상황을 타이완이 대중국 수출 증대의 기회로 활용한 반면, 한국은 중국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과 주요 수요기업인 중국 화웨이의 구매 중단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는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중국 수출 규제로 인해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당장은 실적이 악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화돼 반사 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 규제 내용 사전 파악·대응이 중요

미국 정부의 IRA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추진 과정에서 보았듯, 일단 규제안이 발표되고 난 후에는 내용을 수정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한국 정부가 사전에 내용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는 중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같은 한국 업체들에 대해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가 어떻게 적용될지가 1차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번에는 미국 정부가 규제 조치를 발표하기 전에 한국 정부에 미리 내용을 알려주고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쳤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한다. IRA 법안 때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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