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사청탁 의혹’ 인물이 영국 대사 낙점…검증 구멍?

입력 2022.10.07 (19:11) 수정 2022.10.0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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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주(駐)영국 대사로 내정된 윤여철 광주광역시 국제관계대사가 과거 청와대 인사 검증을 받는 과정에서 당시 조국 민정수석에게 '인사 청탁'을 시도한 의혹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윤 내정자는 국제연합 사무국 의전장과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을 거친 정통 외교 관료 출신으로, 내정 이후 영국 정부의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이집트 대사 검증 당시 '인사 청탁' 의혹

윤여철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주이집트 대사를 지냈습니다.

그런데 대사 부임을 앞두고 윤 내정자에 대한 인사 검증이 한창이던 2017년 10월, 한 언론은 '5주택 이상'을 보유한 고위공직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며 윤 내정자 사례를 보도했습니다.

당시 윤 내정자는 배우자와 합쳐 주택 6채를 보유 중이었습니다. 다주택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자, 윤 내정자는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에 '다주택 보유 경위'를 소명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여철 내정자의 2018년 이집트 대사 시절 재산 공개 내역. 배우자와 합쳐 6채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윤여철 내정자의 2018년 이집트 대사 시절 재산 공개 내역. 배우자와 합쳐 6채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침 윤 내정자와 배우자는 모두 조국 민정수석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 대학교 동기(서울대 영문과 81학번)였습니다. 윤 내정자는 배우자를 통해 정경심 전 교수를 거쳐 조국 수석에게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소명 자료'를 전달해달라고 부탁습니다.

이 자료는 실제 조국 수석에게 전달됐습니다. 이후 윤 내정자의 배우자는 정 전 교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남편이 발령을 받은 이집트로 오면 잘 모시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고, 정 전 교수는 윤 내정자가 대사로 재임 중이던 2019년 5월 이집트를 방문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지난해 5월 정경심 전 교수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이 수사로 확인했다며 밝힌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조국 전 수석은 오늘(7일) KBS에 "윤 대사 내정자는 아내의 대학 동기로 안다"면서 "그러나 그분(윤 내정자)의 인사 등에 일체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 윤 내정자, 임기 못 채우고 '조기 귀환'

그러나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이집트 대사로 부임한 윤 내정자는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2020년 7월 한국으로 조기 귀환했습니다.

인사 검증 당시에도 논란이 됐던 '다주택 보유'가 다시 발목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 내정자는 이집트 대사로 부임하면 '실소유 주택을 제외하고 나머지 주택들을 처분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는데, 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겁니다.

2020년 11월 윤 내정자의 재산 공개 내역을 보면, 본인 명의 아파트 2채와 배우자 명의 아파트 1채, 다세대 주택 2채 등 여전히 5채를 보유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배우자가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 한 채를 각각 처분했지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새로 아파트 한 채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윤 내정자 "인사상 혜택 받은 바 전혀 없어"

이처럼 인사 청탁 의혹과 다주택 보유 논란으로 문제가 된 윤 내정자는 한직인 광주시 국제관계대사로 밀려나 있다가, 정권이 교체되자 주영국 대사로 내정되며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윤 내정자는 KBS에 "전 정부에서 인사상 혜택을 받은 바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실제로 정경심 전 교수를 통해 조국 수석에게 인사 청탁을 했는지, 전 정부에서 문제가 됐던 다주택 보유 문제를 해결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에도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이런 문제들이 제대로 검증됐는지 문의했지만, "개별 인사에 대한 검증 여부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만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윤 내정자가 현재 영국 정부로부터 아그레망, 즉 주재국 부임 동의를 받아 정식 발령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인사검증은 부처 소관 사항이 아니라 답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와의 통화에서 영국을 '핵심 우방국'이라고 강조한 바 있는데, 이 같은 주요국 대사 내정자에 대한 인사 검증이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 의심된다"면서 "인사검증 시스템을 무너뜨린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 영국 대사 5개월째 '공석'…'조문 불발' 불가피?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했습니다.

당초 윤 대통령은 영국에 도착한 당일 여왕의 관이 안치되어있는 웨스트민스터홀에서 조문록 작성과 참배를 할 예정이었지만, 해당 일정이 현지에서 갑작스럽게 취소됐습니다.

곧바로 의전 실수 의혹과 홀대 논란이 뒤따랐고, 대통령실은 현지 교통 상황이 좋지 않아 영국 측 요청에 따라 조문 일정을 취소했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윤 대통령 부부의 영국 방문 당시 현지 의전을 총괄 지휘했어야 할 주영 대사 자리는 공석이었습니다. 지난 5월 전임 김건 대사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 임명됐기 때문입니다.

이후 5개월째 공식인 주영국 대사.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친 대사가 이미 부임해 있었더라면 영국 측과의 일정 조율을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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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7 19:11:27
    • 수정2022-10-07 20:53:09
    취재K

신임 주(駐)영국 대사로 내정된 윤여철 광주광역시 국제관계대사가 과거 청와대 인사 검증을 받는 과정에서 당시 조국 민정수석에게 '인사 청탁'을 시도한 의혹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윤 내정자는 국제연합 사무국 의전장과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을 거친 정통 외교 관료 출신으로, 내정 이후 영국 정부의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이집트 대사 검증 당시 '인사 청탁' 의혹

윤여철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주이집트 대사를 지냈습니다.

그런데 대사 부임을 앞두고 윤 내정자에 대한 인사 검증이 한창이던 2017년 10월, 한 언론은 '5주택 이상'을 보유한 고위공직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며 윤 내정자 사례를 보도했습니다.

당시 윤 내정자는 배우자와 합쳐 주택 6채를 보유 중이었습니다. 다주택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자, 윤 내정자는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에 '다주택 보유 경위'를 소명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여철 내정자의 2018년 이집트 대사 시절 재산 공개 내역. 배우자와 합쳐 6채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침 윤 내정자와 배우자는 모두 조국 민정수석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 대학교 동기(서울대 영문과 81학번)였습니다. 윤 내정자는 배우자를 통해 정경심 전 교수를 거쳐 조국 수석에게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소명 자료'를 전달해달라고 부탁습니다.

이 자료는 실제 조국 수석에게 전달됐습니다. 이후 윤 내정자의 배우자는 정 전 교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남편이 발령을 받은 이집트로 오면 잘 모시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고, 정 전 교수는 윤 내정자가 대사로 재임 중이던 2019년 5월 이집트를 방문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지난해 5월 정경심 전 교수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이 수사로 확인했다며 밝힌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조국 전 수석은 오늘(7일) KBS에 "윤 대사 내정자는 아내의 대학 동기로 안다"면서 "그러나 그분(윤 내정자)의 인사 등에 일체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 윤 내정자, 임기 못 채우고 '조기 귀환'

그러나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이집트 대사로 부임한 윤 내정자는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2020년 7월 한국으로 조기 귀환했습니다.

인사 검증 당시에도 논란이 됐던 '다주택 보유'가 다시 발목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 내정자는 이집트 대사로 부임하면 '실소유 주택을 제외하고 나머지 주택들을 처분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는데, 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겁니다.

2020년 11월 윤 내정자의 재산 공개 내역을 보면, 본인 명의 아파트 2채와 배우자 명의 아파트 1채, 다세대 주택 2채 등 여전히 5채를 보유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배우자가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 한 채를 각각 처분했지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새로 아파트 한 채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윤 내정자 "인사상 혜택 받은 바 전혀 없어"

이처럼 인사 청탁 의혹과 다주택 보유 논란으로 문제가 된 윤 내정자는 한직인 광주시 국제관계대사로 밀려나 있다가, 정권이 교체되자 주영국 대사로 내정되며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윤 내정자는 KBS에 "전 정부에서 인사상 혜택을 받은 바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실제로 정경심 전 교수를 통해 조국 수석에게 인사 청탁을 했는지, 전 정부에서 문제가 됐던 다주택 보유 문제를 해결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에도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이런 문제들이 제대로 검증됐는지 문의했지만, "개별 인사에 대한 검증 여부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만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윤 내정자가 현재 영국 정부로부터 아그레망, 즉 주재국 부임 동의를 받아 정식 발령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인사검증은 부처 소관 사항이 아니라 답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와의 통화에서 영국을 '핵심 우방국'이라고 강조한 바 있는데, 이 같은 주요국 대사 내정자에 대한 인사 검증이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 의심된다"면서 "인사검증 시스템을 무너뜨린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 영국 대사 5개월째 '공석'…'조문 불발' 불가피?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했습니다.

당초 윤 대통령은 영국에 도착한 당일 여왕의 관이 안치되어있는 웨스트민스터홀에서 조문록 작성과 참배를 할 예정이었지만, 해당 일정이 현지에서 갑작스럽게 취소됐습니다.

곧바로 의전 실수 의혹과 홀대 논란이 뒤따랐고, 대통령실은 현지 교통 상황이 좋지 않아 영국 측 요청에 따라 조문 일정을 취소했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윤 대통령 부부의 영국 방문 당시 현지 의전을 총괄 지휘했어야 할 주영 대사 자리는 공석이었습니다. 지난 5월 전임 김건 대사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 임명됐기 때문입니다.

이후 5개월째 공식인 주영국 대사.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친 대사가 이미 부임해 있었더라면 영국 측과의 일정 조율을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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