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동안 썩지 않은 군화…그 사연은?

입력 2022.10.08 (13:42) 수정 2022.10.0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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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유골 그리고 함께 발견된 군화

지난달 28일, 칠곡군 가산면 용수리에서 한 유골이 발견됐습니다.

총탄을 맞고 쓰러진 듯 움츠린 자세를 한 백골 상태였지만, 낡은 고무 밑창과 발목 위까지 올라오는 군화는 썩지 않고 온전하게 남겨져있습니다.

이 유골은 지난 1950년, 572고지 전투에서 전사한 용사로 밝혀졌습니다. 무려 72년이 지나서야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겁니다.

6·25 전쟁 최대 격전지인 다부동 전투 현장. 경북 칠곡의 작오산과 유학산은 6·25전쟁 당시 국군과 미군이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군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곳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지난 2000년 시작된 국방부의 유해 발굴사업을 통해 올해까지 전국에서 1만 3,000여 구의 유해가 발굴됐습니다. 유해 가운데 10%가 칠곡군에서 발굴됐다는 점은 당시 다부동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올해만 하더라도 지난 8월 16일부터 9월 30일까지 진행된 칠곡지역 유해 발굴에선 8구의 유해와 1,000여 점의 유품이 발굴됐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발굴된 유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사례는 2%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발굴되더라도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극히 드문 이유는 바로 신원 확인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유품과 함께 유해가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어 신원 확인을 위해선 DNA 분석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유가족의 DNA 정보를 유해의 DNA와 비교·분석해 혈연 지간임을 확인해야 하지만, 이는 유가족의 유전자 채취가 우선되어야만 가능하겠지요.

김재욱 칠곡군수는 “호국 영령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한 분이라도 더 신원이 확인될 수 있도록 유전자 시료 채취에 많은 관심을 갖고 동참해 달라”고 전했습니다.

호국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것의 첫 걸음은 유해 발굴일 것입니다. 시료 채취 참여율을 높여 더 많은 전사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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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2년 동안 썩지 않은 군화…그 사연은?
    • 입력 2022-10-08 13:42:44
    • 수정2022-10-08 14:04:46
    취재K

앙상한 유골 그리고 함께 발견된 군화

지난달 28일, 칠곡군 가산면 용수리에서 한 유골이 발견됐습니다.

총탄을 맞고 쓰러진 듯 움츠린 자세를 한 백골 상태였지만, 낡은 고무 밑창과 발목 위까지 올라오는 군화는 썩지 않고 온전하게 남겨져있습니다.

이 유골은 지난 1950년, 572고지 전투에서 전사한 용사로 밝혀졌습니다. 무려 72년이 지나서야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겁니다.

6·25 전쟁 최대 격전지인 다부동 전투 현장. 경북 칠곡의 작오산과 유학산은 6·25전쟁 당시 국군과 미군이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군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곳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지난 2000년 시작된 국방부의 유해 발굴사업을 통해 올해까지 전국에서 1만 3,000여 구의 유해가 발굴됐습니다. 유해 가운데 10%가 칠곡군에서 발굴됐다는 점은 당시 다부동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올해만 하더라도 지난 8월 16일부터 9월 30일까지 진행된 칠곡지역 유해 발굴에선 8구의 유해와 1,000여 점의 유품이 발굴됐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발굴된 유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사례는 2%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발굴되더라도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극히 드문 이유는 바로 신원 확인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유품과 함께 유해가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어 신원 확인을 위해선 DNA 분석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유가족의 DNA 정보를 유해의 DNA와 비교·분석해 혈연 지간임을 확인해야 하지만, 이는 유가족의 유전자 채취가 우선되어야만 가능하겠지요.

김재욱 칠곡군수는 “호국 영령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한 분이라도 더 신원이 확인될 수 있도록 유전자 시료 채취에 많은 관심을 갖고 동참해 달라”고 전했습니다.

호국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것의 첫 걸음은 유해 발굴일 것입니다. 시료 채취 참여율을 높여 더 많은 전사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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