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없이’ 디지털 포렌식…감사원, 내부 규정마저 대폭 완화?

입력 2022.10.10 (06:09) 수정 2022.10.1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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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저장된 내용을 분석하는 걸 '디지털 포렌식'이라고 합니다.

포렌식을 할 때 수사기관은 법원에서 사전에 영장을 받아야 하지만, 감사원은 그렇지 않아도 되는데요.

최근 감사원이 광범위한 조사를 하고 있는데, 이 디지털 포렌식 규정도 얼마 전 완화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남용 우려가 제기됩니다.

조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감사원은 권익위 감사 과정에 디지털 증거 분석을 위해 모두 7대의 PC를 포렌식했습니다.

권익위원장 비서실의 PC 2대와 조국·추미애 전 장관 관련 유권해석 담당자의 PC 등이었습니다.

이에 권익위 관계자는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을 제출했는데도 감사원이 포렌식을 통해 이메일 내역 등을 추가로 살피고 있다며 이례적이고 무리한 감사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감사원이 올해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디지털 포렌식 관련 규정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두 차례 이상 서면 요구를 거부하거나 자료 은닉 정황이 있을 때 등'으로 제한하던 포렌식 실시 기준을 삭제한 것이 골자입니다.

포렌식 과정에서 피감 기관 참여권 보장에 대한 세부 규정도 삭제하면서 8페이지에 달하던 규정은 2페이지로 줄었습니다.

포렌식 결재자도 1급 이상에서 국·과장 위임으로 간소화했습니다.

해당 규정은 감사원 내부 훈령으로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감사원장 결재로 개정됐습니다.

수사기관과 달리 영장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포렌식을 막을 견제 규정마저 없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권인숙/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 "피감사자들은 적법한 절차로 포렌식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게 되고요. 대놓고 포렌식을 남발할 수도 있게 되는 겁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세부 규정을 삭제한 게 아닌, '비공개'로 전환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제한적인 경우에만 포렌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새롭게 적용 중인 규정에 대해서는 외부 공개나, 그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조지현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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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장 없이’ 디지털 포렌식…감사원, 내부 규정마저 대폭 완화?
    • 입력 2022-10-10 06:09:26
    • 수정2022-10-10 08:07:42
    뉴스광장 1부
[앵커]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저장된 내용을 분석하는 걸 '디지털 포렌식'이라고 합니다.

포렌식을 할 때 수사기관은 법원에서 사전에 영장을 받아야 하지만, 감사원은 그렇지 않아도 되는데요.

최근 감사원이 광범위한 조사를 하고 있는데, 이 디지털 포렌식 규정도 얼마 전 완화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남용 우려가 제기됩니다.

조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감사원은 권익위 감사 과정에 디지털 증거 분석을 위해 모두 7대의 PC를 포렌식했습니다.

권익위원장 비서실의 PC 2대와 조국·추미애 전 장관 관련 유권해석 담당자의 PC 등이었습니다.

이에 권익위 관계자는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을 제출했는데도 감사원이 포렌식을 통해 이메일 내역 등을 추가로 살피고 있다며 이례적이고 무리한 감사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감사원이 올해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디지털 포렌식 관련 규정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두 차례 이상 서면 요구를 거부하거나 자료 은닉 정황이 있을 때 등'으로 제한하던 포렌식 실시 기준을 삭제한 것이 골자입니다.

포렌식 과정에서 피감 기관 참여권 보장에 대한 세부 규정도 삭제하면서 8페이지에 달하던 규정은 2페이지로 줄었습니다.

포렌식 결재자도 1급 이상에서 국·과장 위임으로 간소화했습니다.

해당 규정은 감사원 내부 훈령으로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감사원장 결재로 개정됐습니다.

수사기관과 달리 영장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포렌식을 막을 견제 규정마저 없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권인숙/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 "피감사자들은 적법한 절차로 포렌식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게 되고요. 대놓고 포렌식을 남발할 수도 있게 되는 겁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세부 규정을 삭제한 게 아닌, '비공개'로 전환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제한적인 경우에만 포렌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새롭게 적용 중인 규정에 대해서는 외부 공개나, 그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조지현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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