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해를 쫓던 거인, 태양의 신비 풀러 가다…中 태양 관측 위성 ‘콰푸’

입력 2022.10.1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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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쫓다 죽은 거인, ‘콰푸’ 신화를 묘사한 중국 그림책(사진: 바이두)해를 쫓다 죽은 거인, ‘콰푸’ 신화를 묘사한 중국 그림책(사진: 바이두)

중국이 태양 관측 위성 '콰푸(夸父) 1호'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CCTV 등 중국 매체들은 9일 오전 간쑤성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長征)-2D 로켓에 실어 발사한 콰푸 1호가 계획한 궤도에 안착했다고 전했습니다. 위성의 공식 명칭은 '첨단 우주 공간 태양 관측소(ASO-S)'입니다.

■ 中 태양 관측 위성 '콰푸 1호' 궤도 안착...태양 자기장과 에너지 방출 사이 관계 규명

콰푸 1호는 지구에서 720km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활동합니다. 태양 활동 주기의 정점인 2024~2025년을 포함해 최소 4년 가량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9일 태양 관측 위성 ‘콰푸 1호’를 싣고 우주로 향하는 중국 ‘창정-2D’ 로켓(사진: CCTV 캡처)9일 태양 관측 위성 ‘콰푸 1호’를 싣고 우주로 향하는 중국 ‘창정-2D’ 로켓(사진: CCTV 캡처)

콰푸 1호의 가장 큰 임무는 태양의 분출 현상과 태양 자기장 사이의 인과 관계를 규명하는 것입니다. 태양은 태양 표면이 폭발하면서 태양 물질이 우주로 분출되는 '태양 플레어'와 태양에서 우주 공간으로 가스 구름 형태의 플라스마와 자기장이 방출되는 '코로나 질량 방출', 두 가지 방출을 합니다. 천문학자들은 콰푸 1호의 활동이 태양의 자기장과 에너지 방출 사이의 관계를 푸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콰푸 1호의 가장 큰 임무는 태양의 에너지 방출과 자기장 사이의 인과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다. (사진: CCTV 캡처)콰푸 1호의 가장 큰 임무는 태양의 에너지 방출과 자기장 사이의 인과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다. (사진: CCTV 캡처)

중국의 영문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콰푸 1호가 통신 기기와 위치정보시스템(GPS) 시스템에 악영향을 주는 우주 기상 재난 예보를 지원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위성의 이름 '콰푸'는 해를 쫓다 죽은 신화 속 거인

이번 태양 관측 위성은 특히 그 이름 때문에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위성의 이름, 콰푸(夸父)는 중국 신화 속 해를 쫓는 거인입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리서이자 기이한 신화가 가득한 산해경(山海經)에 등장합니다. 콰푸가 해를 쫓는(夸父追日) 에피소드는 산해경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콰푸는 북쪽 땅에 살던 거인족입니다. 뱀을 숭상해 팔다리에 감고 다닙니다. 어느 날 서산에 지던 해를 보던 콰푸가 갑자기 해를 따라잡겠다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닿을 듯 말 듯한 태양의 열기에 갈증을 느낀 콰푸는 황하와 위수 물을 다 마셔버립니다. 그러고도 계속 목이 마르자 대택(大澤)의 물도 마시러 가다 중도에 쓰러져 죽습니다.

콰푸 신화는 중국어-영어 대역 동화책도 발간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있다.(사진: 바이두)콰푸 신화는 중국어-영어 대역 동화책도 발간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있다.(사진: 바이두)

이같은 콰푸 신화가 무엇을 상징하는지에 대해 오랜 세월 논의와 연구가 이뤄져왔습니다. 콰푸는 밤 또는 어둠을 상징하고 태양은 낮을 상징해 밤과 낮의 순환을 의미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또 자신의 능력을 헤아리지 못하고 무모하게 도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백절불굴의 도전 정신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과 유사합니다.

콰푸가 신성한 불인 태양을 훔치려 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동양판 프로메테우스 신화라는 것입니다. 이때 신성한 불을 왕권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 '콰푸의 도전'에 다양한 해석...태양 탐사 위성 이름 공모에 1/3이 '콰푸' 제안

최근에는 태양을 뜨거운 열기와 이로 비롯된 가뭄 피해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콰푸의 도전은 이같은 가뭄을 물리치기 위한 기우 의식으로 봅니다.(윤순, '「산해경」과부추일(夸父追日)의 상징 시탐' 『中國學論叢 19』)

올해 중국 서남부 지방이 심각한 가뭄 피해를 입은 사실을 떠올리면 이같은 해석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습니다. 올 여름 심각한 가뭄에 양쯔강 곳곳이 바닥을 드러내고 수력 발전에 의존하는 쓰촨성 등지에서는 전력난이 이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공장들이 조업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빚어졌습니다.

‘콰푸’ 신화를 상표로 활용한 꼬치 분식집 (사진: 바이두)‘콰푸’ 신화를 상표로 활용한 꼬치 분식집 (사진: 바이두)

이처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정도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특히 불굴의 도전 정신까지 담겨서인지 콰푸는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마라톤 등 육상 대회, 운동복, 갈증 해소 음료 등 다양한 광고와 상표에 응용돼 쓰입니다. 단순한 신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중국인들의 일상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급기야 태양 관측 위성의 이름으로도 등장한 것입니다. 중국과학원 국가우주과학센터가 지난 7월 태양 관측 위성 이름을 공모했을 때 의견을 낸 2만 5천 건 가운데 1/3이 콰푸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과푸의 상징성과 인기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 중국 "콰푸 수집 데이터, 국제 과학계와 공유"

콰푸 1호는 신화 속 콰푸와 마찬가지로 태양에 직접 닿을 수는 없겠지만 태양 폭발의 전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추적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우주의 혹독한 기후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콰푸 1호 발사를 앞두고 위성을 점검하고 있는 중국 과학자들(사진: CCTV 캡처)콰푸 1호 발사를 앞두고 위성을 점검하고 있는 중국 과학자들(사진: CCTV 캡처)

중국은 콰푸 1호가 수집한 데이터를 전 세계 과학자들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콰푸 1호의 데이터를 내려받고 중국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국제 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화를 되살리고 태양을 탐구하는 것을 넘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도 중국의 우주 개발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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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1 07:01:08
    특파원 리포트
해를 쫓다 죽은 거인, ‘콰푸’ 신화를 묘사한 중국 그림책(사진: 바이두)
중국이 태양 관측 위성 '콰푸(夸父) 1호'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CCTV 등 중국 매체들은 9일 오전 간쑤성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長征)-2D 로켓에 실어 발사한 콰푸 1호가 계획한 궤도에 안착했다고 전했습니다. 위성의 공식 명칭은 '첨단 우주 공간 태양 관측소(ASO-S)'입니다.

■ 中 태양 관측 위성 '콰푸 1호' 궤도 안착...태양 자기장과 에너지 방출 사이 관계 규명

콰푸 1호는 지구에서 720km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활동합니다. 태양 활동 주기의 정점인 2024~2025년을 포함해 최소 4년 가량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9일 태양 관측 위성 ‘콰푸 1호’를 싣고 우주로 향하는 중국 ‘창정-2D’ 로켓(사진: CCTV 캡처)
콰푸 1호의 가장 큰 임무는 태양의 분출 현상과 태양 자기장 사이의 인과 관계를 규명하는 것입니다. 태양은 태양 표면이 폭발하면서 태양 물질이 우주로 분출되는 '태양 플레어'와 태양에서 우주 공간으로 가스 구름 형태의 플라스마와 자기장이 방출되는 '코로나 질량 방출', 두 가지 방출을 합니다. 천문학자들은 콰푸 1호의 활동이 태양의 자기장과 에너지 방출 사이의 관계를 푸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콰푸 1호의 가장 큰 임무는 태양의 에너지 방출과 자기장 사이의 인과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다. (사진: CCTV 캡처)
중국의 영문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콰푸 1호가 통신 기기와 위치정보시스템(GPS) 시스템에 악영향을 주는 우주 기상 재난 예보를 지원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위성의 이름 '콰푸'는 해를 쫓다 죽은 신화 속 거인

이번 태양 관측 위성은 특히 그 이름 때문에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위성의 이름, 콰푸(夸父)는 중국 신화 속 해를 쫓는 거인입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리서이자 기이한 신화가 가득한 산해경(山海經)에 등장합니다. 콰푸가 해를 쫓는(夸父追日) 에피소드는 산해경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콰푸는 북쪽 땅에 살던 거인족입니다. 뱀을 숭상해 팔다리에 감고 다닙니다. 어느 날 서산에 지던 해를 보던 콰푸가 갑자기 해를 따라잡겠다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닿을 듯 말 듯한 태양의 열기에 갈증을 느낀 콰푸는 황하와 위수 물을 다 마셔버립니다. 그러고도 계속 목이 마르자 대택(大澤)의 물도 마시러 가다 중도에 쓰러져 죽습니다.

콰푸 신화는 중국어-영어 대역 동화책도 발간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있다.(사진: 바이두)
이같은 콰푸 신화가 무엇을 상징하는지에 대해 오랜 세월 논의와 연구가 이뤄져왔습니다. 콰푸는 밤 또는 어둠을 상징하고 태양은 낮을 상징해 밤과 낮의 순환을 의미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또 자신의 능력을 헤아리지 못하고 무모하게 도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백절불굴의 도전 정신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과 유사합니다.

콰푸가 신성한 불인 태양을 훔치려 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동양판 프로메테우스 신화라는 것입니다. 이때 신성한 불을 왕권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 '콰푸의 도전'에 다양한 해석...태양 탐사 위성 이름 공모에 1/3이 '콰푸' 제안

최근에는 태양을 뜨거운 열기와 이로 비롯된 가뭄 피해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콰푸의 도전은 이같은 가뭄을 물리치기 위한 기우 의식으로 봅니다.(윤순, '「산해경」과부추일(夸父追日)의 상징 시탐' 『中國學論叢 19』)

올해 중국 서남부 지방이 심각한 가뭄 피해를 입은 사실을 떠올리면 이같은 해석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습니다. 올 여름 심각한 가뭄에 양쯔강 곳곳이 바닥을 드러내고 수력 발전에 의존하는 쓰촨성 등지에서는 전력난이 이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공장들이 조업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빚어졌습니다.

‘콰푸’ 신화를 상표로 활용한 꼬치 분식집 (사진: 바이두)
이처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정도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특히 불굴의 도전 정신까지 담겨서인지 콰푸는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마라톤 등 육상 대회, 운동복, 갈증 해소 음료 등 다양한 광고와 상표에 응용돼 쓰입니다. 단순한 신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중국인들의 일상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급기야 태양 관측 위성의 이름으로도 등장한 것입니다. 중국과학원 국가우주과학센터가 지난 7월 태양 관측 위성 이름을 공모했을 때 의견을 낸 2만 5천 건 가운데 1/3이 콰푸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과푸의 상징성과 인기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 중국 "콰푸 수집 데이터, 국제 과학계와 공유"

콰푸 1호는 신화 속 콰푸와 마찬가지로 태양에 직접 닿을 수는 없겠지만 태양 폭발의 전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추적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우주의 혹독한 기후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콰푸 1호 발사를 앞두고 위성을 점검하고 있는 중국 과학자들(사진: CCTV 캡처)
중국은 콰푸 1호가 수집한 데이터를 전 세계 과학자들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콰푸 1호의 데이터를 내려받고 중국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국제 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화를 되살리고 태양을 탐구하는 것을 넘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도 중국의 우주 개발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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