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탐사K] 인재 뽑겠다던 국방부, ‘필요 지식’도 삭제했다…‘능력과 공정’은 어디에?

입력 2022.10.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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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다."
(2022.6.7.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문답 中 )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첫 번째 인사 원칙은 '능력주의'입니다. 훌륭한 능력을 갖췄다면 누구든 등용하겠다는 겁니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는 합니다만, 원칙은 바뀔 수 없는 겁니다.

두 번째는 '공정'입니다. 능력 있는 인재를 발탁하려면 사사로운 인연에 얽매여선 안 됩니다.
경쟁 과정에서 공정성이 보장돼야 합니다. 공정은 현 정부를 지탱하는 핵심 가치이기도 합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국방부 인사기획관 채용 공정성 논란'(KBS 뉴스9, 2022년 9월 30일 보도)을 보도했습니다. 보도 하루 전, 국방부는 '적격자를 찾지 못했다'며 인사기획관 공개 채용 절차를 중단했습니다. 그런데 열흘이 지나도 논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입니다. 국방부는 과연 윤석열 대통령이 앞세웠던 현 정부의 인사 원칙을 충실하게 따랐던 걸까요? 채용 전 과정을 되짚어보면서, 추가로 확인된 의문점을 전해드립니다.

■ 응시자 의지 꺾었던 공고문 '여섯 글자'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국장급 고위공무원인 데다 만 60세 정년이 보장돼 군 인사 업무에 밝은 전·현직 예비역 장성들이 눈 여겨보는 자립니다. 예비역 장성 Y 씨도 그랬습니다.

Y 씨는 지난 8월 24일, 채용 공고가 뜨자마자 공고문을 열어봤습니다. 그런데 새 공고에는 기존과 다른 내용이 있었습니다. 구석에 깨알 같이 적힌 짧은 문구였지만, 그의 눈에는 이 여섯 글자가 큼지막하게 보였습니다.

'..... 또는 국방과 관련된 정책· 전략·기획과 관련된 분야'.

(2022년 국방부 인사기획관 채용 공고 中 응시자격 요건 직무 분야)

여태껏 한 번도 못 봤던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2005년 이래 다섯 번의 채용에서 응시 자격 요건은 '인력·조직·교육 분야' 경력으로 한결같았습니다. 군 인사 업무에 유능한 사람을 뽑기 위해서였습니다. 인사기획관은 병사 수급부터 장성 승진까지 군 인사 정책 전반을 다루기 때문에, 관련 전문성이 없이는 맡기 어려운 자리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전혀 다른 분야인 ' 정책· 기획 · 전략 분야' 경력자도 지원할 수 있도록, 응시 자격 요건이 확대된 겁니다. ' 정책·기획 · 전략 분야'는 주로 국방 정책과 전략을 기획하는 직무를 말합니다. 군 내에서 이른바 '특기'라고도 불리는 전문 직위 5개 분야 중 하나입니다. ( ▲ 인사 : 인력·조직·교육 분야 ▲ 정책 : 기획·전략 분야 ▲ 전력 : 전력정책 및 소요기획 분야 ▲ 군수 : 군수정책분야 ▲ 국방관리분석 분야)

Y 씨는 정책·기획·전략 분야 경력자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그를 위한 공채에 들러리를 서기 싫었을까요. Y 씨는 인사기획관에 응시하려던 마음을 접었습니다.

"전역한 육사 출신들 장관 중에 선발 공고에서 직무 관련 분야에 추가된 정책·전략·기획 분야의 장군은 굳이 누구라도 얘기 안 해도 짐작할 수 있는 겁니다."
(Y 씨 문자 메시지)

■ 적재적소(?)에 나타난 '그 장군'

9월 초 열린 인사기획관 면접 현장. 서류 면접을 통과한 7명의 지원자가 면접 시험을 봤습니다. 그런데 이중 인사 특기가 아닌 의외의 인물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Y 씨가 짐작한 '그 장군'이 실제로 면접 현장에 나타난 겁니다. 그는 정책·전략·기획 업무를 주로 해 온 예비역 장군 조 모 씨였습니다.

'정책 특기가 어떻게 지원할 수 있었지?' 일부 지원자들은 그제야 자격 요건이 바뀐 걸 눈치챘습니다. 조 씨는 '깨알같이' 변경된 공고를 확인하고 지원해 면접 시험까지 봤습니다.

이후 상황도 Y 씨의 짐작대로 흘러갔습니다. 면접 시험에서 지원자들은 직무 능력과 적격성을 상·중·하로 평가받습니다. 면접 평가 결과 임용 예정자는 2명으로 추려지는데, 조 씨는 이 중 1순위가 됩니다.

관심법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Y 씨는 어떻게 추가된 여섯 글자만 보고 조 씨를 떠올린 걸까요. 취재진은 Y 씨를 여러 번 설득했지만 끝내 그 이유를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 '필요 지식' 줄여 유능한 사람 뽑는다?

여기까지가 취재진이 보도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KBS 탐사보도부는 문제의 공고문을 추가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점을 또 발견했습니다. 이번에는 직무기술서란 첨부 문건에서 의문의 수정을 확인했습니다.

직무기술서란 어떤 직무의 성격이나 요구되는 자질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해당 직무가 지니는 가치를 규정한 기록입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직위별로 작성되고, 이는 채용, 승진, 성과 관리 등에서 판단 근거로 활용됩니다.

취재진은 이 직무기술서 중 인사기획관에게 요구되는 '필요 지식' 항목이 4년 만에 확 줄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정확하게 3분의 1토막 났습니다. 2018년 인사기획관에게 필요한 지식은 3가지 항목으로 돼 있었는데 지난 8월 공고문에서는 이 중 2가지 항목이 삭제됐습니다. ( 아래 그래픽 참고) 남은 것은 '군 인사분야 정책 수립에 관한 경험적·일반적 지식' 하나뿐이었습니다.


결국, 이번 국방부 인사기획관 공개 채용이 직전과 다른 점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지원 대상 확대, 필요 지식 축소'. 왜 그랬던 걸까.

-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한 이유?

'우수한 인재를 받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인사기획관실 예하에 군무원정책과, 인력정책과, 병영정책과 등 국방 정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부서가 다양하게 포함된 점이 고려됐다' (국방부)

응시 자격 요건을 왜 바꿨는지 국방부에 물었지만, 지난 열흘간의 해명은 위 내용이 전부였습니다. 이 짧은 답에서도 여러 의문이 제기됩니다.

우선 기존보다 필요한 지식을 덜 갖고 있는 인물이, 어떻게 더 우수한 인재가 될 수 있는지 취재진은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설령 국방부가 필요 지식과 요구 경력 등 기존에 오랫동안 이어져 온 임용 요건이 지나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면, 이런 중대한 사정 변경을 분명히 알렸어야합니다. 결과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받겠다'는 국방부 취지는 달성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변경된 공고에 따라 지원한 '우수한 인재'는 면접자 7명 중 조 씨 1명에 그쳤습니다.

■ 구두(말)로 결정한 공고 변경

공고를 바꾼 경위도 논란 거리입니다. 국방부는 '실무 부서가 내부 검토한 결과를, 과장이 장관에게 구두로 보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자격 요건 변경을 검토한 어떠한 기록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취재진은 위 국방부의 해명이 진실인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국방부는 담당 과장이 장관에게 말로 보고한 시점도 '8월 중순'이라고만 밝혀, 언제 공고 변경 결정이 이뤄졌는지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공고 변경'은 어떻게 하는 것이 공정한 걸까. 주무 부처인 인사혁신처에 물어봤습니다.

인사혁신처 설명에 따르면, 국방부가 법에 따라 준용할 수 있는 지침은 따로 있었습니다. '개방형 직위 및 공모 직위 운영지침'입니다. 지침에 따르면 자격 요건을 변경하려면 '소속 장관은 변경 내용과 변경 사유를 명시하여 개방형·공모 직위 운영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자격 요건을 임의로 바꾸지 못하도록 해 채용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취지로 보입니다. 그런데 국방부는 법에 따라 준용할 수 있는 이 지침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 '인사기획관 내정설'을 듣다

취재 과정에서 취재진은 의심스러운 정황을 또 듣게 됩니다. 수소문 끝에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 B 씨를 만났습니다. 그는 "조 씨가 인사기획관 채용 공고가 뜰 무렵 '인사기획관으로 가게 됐다'는 얘기를 했다고 조 씨 지인에게서 들었다" 제보했습니다. 취재진은 진술의 구체성으로 볼 때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조 씨에게 이런 사실이 있는지 물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내정설은 조 씨가 현 정부 국방 실세들과 가까운 인물이어서 더 증폭되고 있습니다. 조 씨는 지난해 8월 출범한 윤석열 대권 주자 지지 단체인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 일을 도운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포럼은 김용현 현 대통령 경호처장이 주도해 만들었습니다. 당시 포럼 참석자들은 현 정부 국방부 안보를 책임지는 요직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자문단으로 참석했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각 분과위원회 소속으로 포럼 일을 맡았던 신인호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임종득 현 국가안보실 2차장, 이종섭 국방부 장관, 신다윗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입니다.

이들은 이른바 대통령실 경호처장 '김용현 사단'으로 분류됩니다. 윤석열 대통령 바로 옆, 혹은 가까운 거리에 머물면서 업무를 보좌하는 실세들입니다. 조 씨는 이런 실세들과 여러 인연으로 얽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는 개인적으로 전화 통화를 나눌 정도로 친분이 있는 것이,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 확인됐습니다.

조 씨가 한때 1순위로 꼽혔던, 국방부 인사기획관 채용 과정은 되짚어봐도 석연치 않은 점이 많습니다. 다시 원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석열식 인사 원칙'은 '능력과 공정'으로 요약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 KBS 탐사보도부는 '국방부 인사기획관 채용'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계속해서 취재, 보도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kbstam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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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탐사K] 인재 뽑겠다던 국방부, ‘필요 지식’도 삭제했다…‘능력과 공정’은 어디에?
    • 입력 2022-10-11 08:00:18
    탐사K

"우리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다."
(2022.6.7.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문답 中 )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첫 번째 인사 원칙은 '능력주의'입니다. 훌륭한 능력을 갖췄다면 누구든 등용하겠다는 겁니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는 합니다만, 원칙은 바뀔 수 없는 겁니다.

두 번째는 '공정'입니다. 능력 있는 인재를 발탁하려면 사사로운 인연에 얽매여선 안 됩니다.
경쟁 과정에서 공정성이 보장돼야 합니다. 공정은 현 정부를 지탱하는 핵심 가치이기도 합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국방부 인사기획관 채용 공정성 논란'(KBS 뉴스9, 2022년 9월 30일 보도)을 보도했습니다. 보도 하루 전, 국방부는 '적격자를 찾지 못했다'며 인사기획관 공개 채용 절차를 중단했습니다. 그런데 열흘이 지나도 논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입니다. 국방부는 과연 윤석열 대통령이 앞세웠던 현 정부의 인사 원칙을 충실하게 따랐던 걸까요? 채용 전 과정을 되짚어보면서, 추가로 확인된 의문점을 전해드립니다.

■ 응시자 의지 꺾었던 공고문 '여섯 글자'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국장급 고위공무원인 데다 만 60세 정년이 보장돼 군 인사 업무에 밝은 전·현직 예비역 장성들이 눈 여겨보는 자립니다. 예비역 장성 Y 씨도 그랬습니다.

Y 씨는 지난 8월 24일, 채용 공고가 뜨자마자 공고문을 열어봤습니다. 그런데 새 공고에는 기존과 다른 내용이 있었습니다. 구석에 깨알 같이 적힌 짧은 문구였지만, 그의 눈에는 이 여섯 글자가 큼지막하게 보였습니다.

'..... 또는 국방과 관련된 정책· 전략·기획과 관련된 분야'.

(2022년 국방부 인사기획관 채용 공고 中 응시자격 요건 직무 분야)

여태껏 한 번도 못 봤던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2005년 이래 다섯 번의 채용에서 응시 자격 요건은 '인력·조직·교육 분야' 경력으로 한결같았습니다. 군 인사 업무에 유능한 사람을 뽑기 위해서였습니다. 인사기획관은 병사 수급부터 장성 승진까지 군 인사 정책 전반을 다루기 때문에, 관련 전문성이 없이는 맡기 어려운 자리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전혀 다른 분야인 ' 정책· 기획 · 전략 분야' 경력자도 지원할 수 있도록, 응시 자격 요건이 확대된 겁니다. ' 정책·기획 · 전략 분야'는 주로 국방 정책과 전략을 기획하는 직무를 말합니다. 군 내에서 이른바 '특기'라고도 불리는 전문 직위 5개 분야 중 하나입니다. ( ▲ 인사 : 인력·조직·교육 분야 ▲ 정책 : 기획·전략 분야 ▲ 전력 : 전력정책 및 소요기획 분야 ▲ 군수 : 군수정책분야 ▲ 국방관리분석 분야)

Y 씨는 정책·기획·전략 분야 경력자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그를 위한 공채에 들러리를 서기 싫었을까요. Y 씨는 인사기획관에 응시하려던 마음을 접었습니다.

"전역한 육사 출신들 장관 중에 선발 공고에서 직무 관련 분야에 추가된 정책·전략·기획 분야의 장군은 굳이 누구라도 얘기 안 해도 짐작할 수 있는 겁니다."
(Y 씨 문자 메시지)

■ 적재적소(?)에 나타난 '그 장군'

9월 초 열린 인사기획관 면접 현장. 서류 면접을 통과한 7명의 지원자가 면접 시험을 봤습니다. 그런데 이중 인사 특기가 아닌 의외의 인물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Y 씨가 짐작한 '그 장군'이 실제로 면접 현장에 나타난 겁니다. 그는 정책·전략·기획 업무를 주로 해 온 예비역 장군 조 모 씨였습니다.

'정책 특기가 어떻게 지원할 수 있었지?' 일부 지원자들은 그제야 자격 요건이 바뀐 걸 눈치챘습니다. 조 씨는 '깨알같이' 변경된 공고를 확인하고 지원해 면접 시험까지 봤습니다.

이후 상황도 Y 씨의 짐작대로 흘러갔습니다. 면접 시험에서 지원자들은 직무 능력과 적격성을 상·중·하로 평가받습니다. 면접 평가 결과 임용 예정자는 2명으로 추려지는데, 조 씨는 이 중 1순위가 됩니다.

관심법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Y 씨는 어떻게 추가된 여섯 글자만 보고 조 씨를 떠올린 걸까요. 취재진은 Y 씨를 여러 번 설득했지만 끝내 그 이유를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 '필요 지식' 줄여 유능한 사람 뽑는다?

여기까지가 취재진이 보도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KBS 탐사보도부는 문제의 공고문을 추가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점을 또 발견했습니다. 이번에는 직무기술서란 첨부 문건에서 의문의 수정을 확인했습니다.

직무기술서란 어떤 직무의 성격이나 요구되는 자질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해당 직무가 지니는 가치를 규정한 기록입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직위별로 작성되고, 이는 채용, 승진, 성과 관리 등에서 판단 근거로 활용됩니다.

취재진은 이 직무기술서 중 인사기획관에게 요구되는 '필요 지식' 항목이 4년 만에 확 줄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정확하게 3분의 1토막 났습니다. 2018년 인사기획관에게 필요한 지식은 3가지 항목으로 돼 있었는데 지난 8월 공고문에서는 이 중 2가지 항목이 삭제됐습니다. ( 아래 그래픽 참고) 남은 것은 '군 인사분야 정책 수립에 관한 경험적·일반적 지식' 하나뿐이었습니다.


결국, 이번 국방부 인사기획관 공개 채용이 직전과 다른 점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지원 대상 확대, 필요 지식 축소'. 왜 그랬던 걸까.

-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한 이유?

'우수한 인재를 받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인사기획관실 예하에 군무원정책과, 인력정책과, 병영정책과 등 국방 정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부서가 다양하게 포함된 점이 고려됐다' (국방부)

응시 자격 요건을 왜 바꿨는지 국방부에 물었지만, 지난 열흘간의 해명은 위 내용이 전부였습니다. 이 짧은 답에서도 여러 의문이 제기됩니다.

우선 기존보다 필요한 지식을 덜 갖고 있는 인물이, 어떻게 더 우수한 인재가 될 수 있는지 취재진은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설령 국방부가 필요 지식과 요구 경력 등 기존에 오랫동안 이어져 온 임용 요건이 지나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면, 이런 중대한 사정 변경을 분명히 알렸어야합니다. 결과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받겠다'는 국방부 취지는 달성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변경된 공고에 따라 지원한 '우수한 인재'는 면접자 7명 중 조 씨 1명에 그쳤습니다.

■ 구두(말)로 결정한 공고 변경

공고를 바꾼 경위도 논란 거리입니다. 국방부는 '실무 부서가 내부 검토한 결과를, 과장이 장관에게 구두로 보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자격 요건 변경을 검토한 어떠한 기록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취재진은 위 국방부의 해명이 진실인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국방부는 담당 과장이 장관에게 말로 보고한 시점도 '8월 중순'이라고만 밝혀, 언제 공고 변경 결정이 이뤄졌는지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공고 변경'은 어떻게 하는 것이 공정한 걸까. 주무 부처인 인사혁신처에 물어봤습니다.

인사혁신처 설명에 따르면, 국방부가 법에 따라 준용할 수 있는 지침은 따로 있었습니다. '개방형 직위 및 공모 직위 운영지침'입니다. 지침에 따르면 자격 요건을 변경하려면 '소속 장관은 변경 내용과 변경 사유를 명시하여 개방형·공모 직위 운영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자격 요건을 임의로 바꾸지 못하도록 해 채용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취지로 보입니다. 그런데 국방부는 법에 따라 준용할 수 있는 이 지침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 '인사기획관 내정설'을 듣다

취재 과정에서 취재진은 의심스러운 정황을 또 듣게 됩니다. 수소문 끝에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 B 씨를 만났습니다. 그는 "조 씨가 인사기획관 채용 공고가 뜰 무렵 '인사기획관으로 가게 됐다'는 얘기를 했다고 조 씨 지인에게서 들었다" 제보했습니다. 취재진은 진술의 구체성으로 볼 때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조 씨에게 이런 사실이 있는지 물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내정설은 조 씨가 현 정부 국방 실세들과 가까운 인물이어서 더 증폭되고 있습니다. 조 씨는 지난해 8월 출범한 윤석열 대권 주자 지지 단체인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 일을 도운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포럼은 김용현 현 대통령 경호처장이 주도해 만들었습니다. 당시 포럼 참석자들은 현 정부 국방부 안보를 책임지는 요직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자문단으로 참석했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각 분과위원회 소속으로 포럼 일을 맡았던 신인호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임종득 현 국가안보실 2차장, 이종섭 국방부 장관, 신다윗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입니다.

이들은 이른바 대통령실 경호처장 '김용현 사단'으로 분류됩니다. 윤석열 대통령 바로 옆, 혹은 가까운 거리에 머물면서 업무를 보좌하는 실세들입니다. 조 씨는 이런 실세들과 여러 인연으로 얽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는 개인적으로 전화 통화를 나눌 정도로 친분이 있는 것이,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 확인됐습니다.

조 씨가 한때 1순위로 꼽혔던, 국방부 인사기획관 채용 과정은 되짚어봐도 석연치 않은 점이 많습니다. 다시 원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석열식 인사 원칙'은 '능력과 공정'으로 요약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 KBS 탐사보도부는 '국방부 인사기획관 채용'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계속해서 취재, 보도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kbstam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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