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이산화탄소 없어서 맥주 못 만들어”…식품 업계 비상

입력 2022.10.11 (10:47) 수정 2022.10.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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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환경오염의 주범, 바로 이산화탄소죠.

그런데 이 이산화탄소가 부족해서 맥주 등 식음료 제조 업계가 애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이산화탄소와 맥주, 어떤 관계가 있는 건가요?

[기자]

네 맥주 맛을 살려주는 핵심, 바로 거품이죠.

이 거품은 자연적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고압의 이산화탄소를 맥주에 주입해 만들어 냅니다.

맥주 하면 생각나는 나라, 독일인데요.

독일의 세계적인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열리지 못하다가 올해 재개됐죠.

3년 만에 열린 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인기를 끌었지만, 전 세계를 덮친 물가 상승의 그늘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2019년 12유로였던 1L짜리 맥주 1잔의 가격이 올해는 13~14유로로 오른 건데요.

이렇게 가격이 오른 데는 이산화탄소 부족도 한몫했습니다.

독일 시장에 공급되는 이산화탄소가 평소 대비 40% 정도로 줄면서, 가격이 급등한 겁니다.

지난해 톤당 100유로 정도였던 이산화탄소 가격은 올해 한 때 3500유로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월터 코닉/독일 바이에른양조협회 : "양조업자들은 매우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부족뿐만 아니라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어요. 다른 공급망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독일의 양조업협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신속히 지원하지 않으면 독일 음료 회사 직원 수천 명이 생계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독일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이산화탄소가 부족해서 식음료 업계가 아우성이라고요?

[기자]

네, 이산화탄소는 탄산음료의 톡 쏘는 맛을 낼 때나 가공육을 만들 때도 쓰입니다.

또 이산화탄소를 고체화한 드라이아이스가 있어야 냉동 식품을 유통할 수가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의 육류 대기업 '타이슨'이 이산화탄소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타이슨은 지난 6월 기준으로 알라바마주등 미국 내 10개 공장에서 이산화탄소 수급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다른 미국의 대형 식품업체, 크래프트도 이산화탄소 부족 등의 이유로 샌드위치용 가공육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또 분홍 코끼리 마크로 유명한 벨기에의 글로벌 맥주 기업이죠, 데릴리움도 최근 이산화탄소 신규 계약 가격이 13배까지 오르면서 한 때 양조장 폐쇄 위기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앵커]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까지 이산화탄소 공급이 부족해진 이유가 뭔가요?

[기자]

유럽의 경우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맥주 거품에까지 미쳤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식품 업계에서 쓰이는 이산화탄소는 비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일종의 부산물인데요.

비료를 만들려면 천연가스가 필요한데,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비료 업체들이 "만들어도 남는 게 없다"며 생산을 멈추게 된 겁니다.

지난 8월에는 영국의 최대 비료 공장이 에너지 가격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비료를 안 만드니, 그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도 줄어든 거죠.

특히 러시아가 유럽의 대러 제재에 반발해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관을 틀어막으면서 유럽에 극심한 에너지난을 불렀고, 이게 비료와 식품업계까지 줄줄이 영향을 끼친 겁니다.

[앵커]

전쟁의 여파가 생각지도 못한 곳까지 퍼졌네요.

미국의 경우도 전쟁 때문에 이산화탄소 수급이 안 되는 건가요?

[기자]

물론 전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급등이 미국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미국 상황은 좀 더 복잡합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여름 폭염으로 이산화탄소 제품 수요가 급증한 데다, 자국 내 천연가스 생산 업체들이 올 가을 줄줄이 공장 정비에 들어가면서 더 심한 공급 부족에 빠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쟁과 공급처 폐쇄 등 뚜렷한 해법이 없는 악재 속에서 전 세계 식음료 업체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독일 식음료 업계 관련자 : "우리는 지금 질소와 공기를 이용해 즉흥적으로 많은 것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 실험 단계에 있지만, 미래에는 우리가 일부 이산화탄소를 질소나 공기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식음료 업체들은 불안한 자국 내 공급에 의존하지 않고 이산화탄소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올 상반기 미국의 이산화탄소 수입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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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이산화탄소 없어서 맥주 못 만들어”…식품 업계 비상
    • 입력 2022-10-11 10:47:54
    • 수정2022-10-11 11:07:19
    지구촌뉴스
[앵커]

환경오염의 주범, 바로 이산화탄소죠.

그런데 이 이산화탄소가 부족해서 맥주 등 식음료 제조 업계가 애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이산화탄소와 맥주, 어떤 관계가 있는 건가요?

[기자]

네 맥주 맛을 살려주는 핵심, 바로 거품이죠.

이 거품은 자연적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고압의 이산화탄소를 맥주에 주입해 만들어 냅니다.

맥주 하면 생각나는 나라, 독일인데요.

독일의 세계적인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열리지 못하다가 올해 재개됐죠.

3년 만에 열린 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인기를 끌었지만, 전 세계를 덮친 물가 상승의 그늘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2019년 12유로였던 1L짜리 맥주 1잔의 가격이 올해는 13~14유로로 오른 건데요.

이렇게 가격이 오른 데는 이산화탄소 부족도 한몫했습니다.

독일 시장에 공급되는 이산화탄소가 평소 대비 40% 정도로 줄면서, 가격이 급등한 겁니다.

지난해 톤당 100유로 정도였던 이산화탄소 가격은 올해 한 때 3500유로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월터 코닉/독일 바이에른양조협회 : "양조업자들은 매우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부족뿐만 아니라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어요. 다른 공급망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독일의 양조업협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신속히 지원하지 않으면 독일 음료 회사 직원 수천 명이 생계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독일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이산화탄소가 부족해서 식음료 업계가 아우성이라고요?

[기자]

네, 이산화탄소는 탄산음료의 톡 쏘는 맛을 낼 때나 가공육을 만들 때도 쓰입니다.

또 이산화탄소를 고체화한 드라이아이스가 있어야 냉동 식품을 유통할 수가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의 육류 대기업 '타이슨'이 이산화탄소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타이슨은 지난 6월 기준으로 알라바마주등 미국 내 10개 공장에서 이산화탄소 수급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다른 미국의 대형 식품업체, 크래프트도 이산화탄소 부족 등의 이유로 샌드위치용 가공육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또 분홍 코끼리 마크로 유명한 벨기에의 글로벌 맥주 기업이죠, 데릴리움도 최근 이산화탄소 신규 계약 가격이 13배까지 오르면서 한 때 양조장 폐쇄 위기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앵커]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까지 이산화탄소 공급이 부족해진 이유가 뭔가요?

[기자]

유럽의 경우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맥주 거품에까지 미쳤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식품 업계에서 쓰이는 이산화탄소는 비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일종의 부산물인데요.

비료를 만들려면 천연가스가 필요한데,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비료 업체들이 "만들어도 남는 게 없다"며 생산을 멈추게 된 겁니다.

지난 8월에는 영국의 최대 비료 공장이 에너지 가격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비료를 안 만드니, 그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도 줄어든 거죠.

특히 러시아가 유럽의 대러 제재에 반발해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관을 틀어막으면서 유럽에 극심한 에너지난을 불렀고, 이게 비료와 식품업계까지 줄줄이 영향을 끼친 겁니다.

[앵커]

전쟁의 여파가 생각지도 못한 곳까지 퍼졌네요.

미국의 경우도 전쟁 때문에 이산화탄소 수급이 안 되는 건가요?

[기자]

물론 전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급등이 미국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미국 상황은 좀 더 복잡합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여름 폭염으로 이산화탄소 제품 수요가 급증한 데다, 자국 내 천연가스 생산 업체들이 올 가을 줄줄이 공장 정비에 들어가면서 더 심한 공급 부족에 빠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쟁과 공급처 폐쇄 등 뚜렷한 해법이 없는 악재 속에서 전 세계 식음료 업체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독일 식음료 업계 관련자 : "우리는 지금 질소와 공기를 이용해 즉흥적으로 많은 것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 실험 단계에 있지만, 미래에는 우리가 일부 이산화탄소를 질소나 공기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식음료 업체들은 불안한 자국 내 공급에 의존하지 않고 이산화탄소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올 상반기 미국의 이산화탄소 수입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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