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된 ‘도발·긴장의 악순환’…어려워진 출구 찾기에 ‘독자 핵무장론’ 대두

입력 2022.10.11 (15:27) 수정 2022.10.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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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매체들 "전술 핵 부대들의 군사훈련" ... 저수지에서 '미니 SLBM'도 발사

어제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이 최근 보름 동안 이어진 탄도미사일 발사 등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지휘한 '전술 핵 부대들의 군사훈련' 이었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그동안 계속된 도발 속에서도 일체 공식 언급이 없다가 침묵을 깨고 발표한 것이죠. 그것도 '미사일의 기술적 진보를 시험하기 위한 것' 이 아니라 '전술핵 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 이었다고 말이죠.

단거리는 물론 일본 열도를 가로지르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은 우리 군 당국의 발표로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는데요, 북한은 특이하게도 탄도미사일 발사가 저수지에서도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말이죠. 기술적으로 그 효용성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야말로 '언제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는데요. 북한 매체들은 한·미 연합훈련은 물론 한·미·일 훈련이 있었다는 사실도 언급했습니다. 이제 한·미가 대규모 연합훈련을 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북한 나름의 자신감 표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AMD 북한이 10일 보도를 통해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 기간, 내륙의 한 저수지에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인 SLBM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SLBM이라 주장하며 발사했던 미사일보다 소형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제공  연합뉴스AMD 북한이 10일 보도를 통해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 기간, 내륙의 한 저수지에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인 SLBM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SLBM이라 주장하며 발사했던 미사일보다 소형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대한민국 겨냥 '위협 고도화'..."2017년 북 핵실험 때보다 한반도 더 위험"

이전의 도발 양상과 다른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동안 북한이 전술 핵무기를 전방에 실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적은 있었지만, 전술 핵무기 운용 부대를 동원해 군사훈련을 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시 말해 전술 핵무기의 실전 운용 능력을 검증하는 훈련이었다고 스스로 밝힌 것입니다. 전방에서 훈련을 했다고 한만큼, 이는 전술핵의 타격 목표가 미국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직접적으로 겨낭한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이 한반도 수역에 전개된 상태에서 한·미가 연합훈련을 할 때 도발한 것 역시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죠.

2007년 공화당 부시 미 행정부 때부터 2011년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 당시까지 합참의장을 지냈던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핵 전쟁 발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의 미사일 발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볼때 현재 그 가능성은 더 커진 것 같다"면서 한반도 위기설이 불거졌던 5년전(2017년)보다 한층 더 위험한 상황에 처했있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1990년대 초 시작된 북핵 위기 이후 30여 년 만에, 지난 2002년 10월 시작된 제2차 북핵 위기 이후를 기점으로 하면 정확히 20년 만에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던 북한이 '전술 핵무기 실전 배치 및 운용'을 선언하는 것을 온 세계가 지켜보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도발과 긴장 고조, 그리고 협상과 타협 모색'으로 이어지던 이른바 '한반도 긴장의 악순환 고리'도 앞으로는 다른 모습이 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군의 전술핵 운용부대의 군사훈련을 직접 지도했으며,  김 위원장이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나 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보름동안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 장거리포병부대, 공군 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매체들이 전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군의 전술핵 운용부대의 군사훈련을 직접 지도했으며, 김 위원장이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나 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보름동안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 장거리포병부대, 공군 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매체들이 전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한반도 긴장의 악순환 고리'에 중대 변화

북한은 '이제 대화나 협상은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는데, 앞으로 대화 테이블에 나오더라도 '비핵화 협상' 아닌 '핵 군축협상'의 모양새가 아니면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하겠습니다. 핵 무력 법제화에 나선 북한 스스로 돌아올 수 없도록 다리를 불태우는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실낱같은 희망으로 비핵화 협상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볼 수는 있겠지만, 냉정하게 북한의 의도를 면밀하게 파악하면서 단계적 대응 전략을 치밀하게 모색하는 것 역시 중요한 때로 보입니다.

현실적으로도 한·미 두 나라는 북한을 향해 비핵화 협상을 위해 나오라고 반복적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 조건 없는 대화'를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군사적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대화를 병행하는 것은 '대화와 압박을 병행' 하는 미국의 정책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금으로선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죠. 그렇다고 미국의 대북 협상전략이 분명해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강력한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으로 견고한 대응체제"...한국의 전략적 입지는?


일단 정부는 강력한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역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대응기조를 밝혀왔던 것처럼 '굳건한 한미동맹' 을 강조했는데요. 이번에는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언급을 추가해 일본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대응의 파트너로 간주하겠다고 강조한 것이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6자회담 참여국으로서 일본이 비핵화 협상에 참여해 오고 있기는 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맞서는 군사 대응의 파트너로서 한·미를 넘어 일본도 공식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라고도 하겠습니다. 거침없이 계속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그리고 강화되는 핵 위협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막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일 수도 있겠습니다.

지정학적으로 볼때 북한의 핵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한국과 일본이 공조의 길을 모색한다는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능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입장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각각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지금 상황이 어렵고, 남북 화해와 평화협력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로서는 통일을 향해 나아갈 소명을 부여하고 있는 헌법 정신을 따르고, 분단극복의 역사적 사명에도 부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으로서는 마냥 한미 동맹이나 한미일 협력에 의지할 수 없다는 목소리는 그런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죠.

한미 군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격화되면서 F-15K와 F-16 전투기 편대를 동원해 연합 공격편대 훈련을 진행하기도 하였다.한미 군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격화되면서 F-15K와 F-16 전투기 편대를 동원해 연합 공격편대 훈련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을 한미, 한미일 공조에 의탁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기 시작해 남북관계의 영역을 압도한다면 우리의 독자적인 입지는 크게 줄어들고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완전히 한미 또는 한미일 대응 전략에 종속되거나 하위변수로 전락할 가능성도 크다고 하겠습니다. 더우기 작금의 세계는 미·중 패권전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신냉전 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데다, 핵보유국인 러시아가 비핵국가인 우크라이나를 핵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즉 '핵 국가는 비핵국가를 핵으로 위협하지 않는다'는 국제적 비확산 체제인 NPT체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이라고도 하겠습니다. 그야말로 국제정세와 한반도 정세가 한데 얽혀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북, 한미 정보 당국 교란 시도...한 미 대응은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완벽히 대응하기 위한 한미 군당국의 군사적 방안 마련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북한이 다양한 시간대와 장소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 등으로 무력시위를 하는 이유는 한미 군 당국의 정보망을 교란하고 대응능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과 유사한 형태지만 크기는 작아 보이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사진을 공개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풀이됩니다. 바다가 아닌 저수지에서의 이 같은 발사가 과연 어떤 기술적, 실용적 의미를 갖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던 장소에서도 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입니다. 그만큼 북한이 필사적으로 발사장소를 다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임은 분명합니다.

현재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세분화해 고고도에서는 사드 체계로, 중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L-SAM, 중저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천궁-II', 저고도에서는 패트리어트 개량형인 PAC-3 등 중층 미사일 방어망을 가동해 어떤 미사일 공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입니다. 또 '킬체인'에서부터 대량 응징 보복(KMPR)까지, '3축 체계'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사전에 포착되는 단계에서부터 사후 보복 타격까지 입체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미국의 핵우산 개념을 발전시킨 '확장억제'를 바탕으로 한 핵억지 전략도 마련된 상태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판 이스칸데르' 처럼 미사일이 정점을 찍고 낙하하면서 어느 순간에 다시 회피기동을 하는 경우, 요격과 격파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갈수록 진화하는 북한의 미사일 기술로 인해 한미 군당국의 피로감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이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북한은 터널을 빠져나온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내보냄으로써 한미 정보당국의 추적을 피해 언제 어느 장소에서든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 했다는 분석이다.북한이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북한은 터널을 빠져나온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내보냄으로써 한미 정보당국의 추적을 피해 언제 어느 장소에서든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국제공조와 연대로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미·중 패권전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공조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유엔에서의 대북 제재는 물론이고 러시아의 에너지 금수조치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하는 유럽연합 역시 다른 나라 사정에 귀기울일 여력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NPT 체제 등 기존의 국제규범과 질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 역시 대한민국으로서는 불리한 점입니다. 북한은 지금의 국제관계 구도를 면밀히 파악하면서 도발 국면에서 대외의 비난을 줄이거나 피하려 하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따져본다면 북한은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 비난과 제재를 최대한 줄이면서 핵과 미사일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보고 있는 듯합니다.

북, 추가 도발시기 저울질...."중국 당대회 이후 7차 핵실험 가능성"

이제 북한은 미사일 도발국면에서 중간 마무리를 하고, 향후 추가적인 도발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판단에는 중국에 대한 고려도 작용했을 법합니다. 아무리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과정에서 중국이 입장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오는 16일부터 시작되는 중국의 당 대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에 중요한 국가적 경축행사입니다. 그런 만큼 중국의 당 대회 직전이나 대회 기간중에는 추가적인 도발은 없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사활적 이해'로 보는 한 중국을 신경쓰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역시 우군이 필요한 상황이니 중국의 당 대회 기간에는 도발을 자제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하지만 중국의 당 대회가 끝난 뒤부터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기 전인 다음 달 7일 이전에는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정보 당국이 판단하고 있고, 그 같은 내용을 이미 국회에 보고하기도 했었죠. 그런 만큼 이제 한반도의 긴장 상태는 짧게나마 잠시 숨 고르기를 거친 뒤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또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번 탄도미사일 도발로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든'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이제는 확실히 이전의 대응과는 다른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북 공군 비행기 150여대 대규모 전술 비행 이례적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 외에도 북한 공군 전투기 150여 대가 한미 훈련 직후에 전술 비행을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북한의 공군은 그동안 만성적인 유류난으로 이와 같은 대규모 공군 기동훈련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150여 대가 한꺼번에 출격했다는 것은 대북제재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뜻으로도 풀이됩니다.

연일 한반도와 인근 해역 그리고 일본 열도까지, 북한의 단거리 및 중거리 (미국 일각에서는 '장거리'로 분석한) 탄도 미사일 발사로 다시금 긴장상태가 조성된 상황입니다. 70년 넘게 남북 분단과 대치상태가 이어져 온 한반도에서 '긴장과 화해의 냉엄한 이중성'이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에너지 수급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 대내외 정세에 민감한 금융시장에서도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가는 이렇다할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이죠. 금융시장은 '도발과 긴장'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정세와 북한에 의한 위기 상황 조성을 마치 경기 순환 사이클이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것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금융시장의 담담함은 이른바 '예측 가능성'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한반도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국면으로 치달을 때 금융시장 역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으로서는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새로운 대북 전략을 치열하게 고민해서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북, '단호한 대응'에 겁을 먹고 7차 핵실험 포기 않을 것"

이런 가운데 북한 전문가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이 4단계 대응 로드맵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대한민국이 독자적인 핵무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논리를 담고 있어서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일종의 금지선이나 상한선인 '레드라인'을 정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인데 짧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즉 작금의 상황에선 "북한이 '단호한 대응 경고'에 겁을 먹고 7차 핵실험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당분간 북한의 거침없는 핵과 미사일 개발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북한이 전술핵 사용까지를 염두에 둔 계획을 수립했다는 가정하에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 7차 핵실험 강행시 NPT 탈퇴할 수 밖에 없다고 선언할 필요"... 정성장 센터장, '핵무장 포함한 4단계 로드맵' 제시

정성장 센터장은 먼저 1단계로 "한국 정부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국가생존과 국민안전을 위해 핵확산방지조약인 NPT를 탈퇴할 수 밖에 없다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핵 질주를 막기 위해선 대한민국이 일종의 레드라인을 설정하고 단호한 의지를 천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NPT 10조 1항은 NPT 체제를 준수하다 자국의 중대한 국가이익이 위태롭다고 판단되는 경우, NPT탈퇴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조항이라는 것입니다. 즉 어느 국가가 NPT체제를 잘 지키다 국가생존이 위협받을 경우에는 탈퇴할 수 있다는 논리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과거 북한이 NPT를 탈퇴할 때 이 같은 논리를 폈지만, 이 때문에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2단계로는 6개월 이내에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 경우 "한국 정부는 독자적인 핵무장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3단계로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불응할 경우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하에 핵무장을 추진하고, 마지막 4단계에선 핵무장 완료 뒤 북한과의 핵 감축 협상을 추진하고 북한이 핵 감축을 수용할 경우 그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로드맵을 가동한다는 것입니다. 이 4단계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철도 도로 연결도 추진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정성장 센터장의 이 같은 논리는 북한의 거침없는 핵과 미사일 개발 질주를 막기 위해 제기되고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지만 대한민국의 핵무장까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비핵화에 초점을 맞춰왔던 그동안의 논의와 궤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북핵을 저지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레드라인의 설정'과 '핵 대 핵' 대응이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만큼 논란의 여지고 큰 것이죠. 그렇지만 북한의 거침없는 핵과 미사일 질주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문제 제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만큼 논란도 확산될 개연성이 있습니다. 다만 북한의 도발과 긴장의 악순환 고리가 이전과는 분명 달라진 상황이라면 이에 대한 대응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단계별 대응 전략이기는 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핵 무장론으로까지 귀결되는 이 같은 주장이 수십 년간 북한을 면밀히 연구해온 전문가로부터 나왔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지난 수 십년간 협상을 병행하면서도 그야말로 '죽기 살기'의 결기로 핵과 미사일 개발해 오늘에 이르렀다면 이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전략 수립은 이를 뛰어넘는 결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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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된 ‘도발·긴장의 악순환’…어려워진 출구 찾기에 ‘독자 핵무장론’ 대두
    • 입력 2022-10-11 15:27:04
    • 수정2022-10-14 10:14:14
    취재K

북 매체들 "전술 핵 부대들의 군사훈련" ... 저수지에서 '미니 SLBM'도 발사

어제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이 최근 보름 동안 이어진 탄도미사일 발사 등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지휘한 '전술 핵 부대들의 군사훈련' 이었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그동안 계속된 도발 속에서도 일체 공식 언급이 없다가 침묵을 깨고 발표한 것이죠. 그것도 '미사일의 기술적 진보를 시험하기 위한 것' 이 아니라 '전술핵 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 이었다고 말이죠.

단거리는 물론 일본 열도를 가로지르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은 우리 군 당국의 발표로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는데요, 북한은 특이하게도 탄도미사일 발사가 저수지에서도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말이죠. 기술적으로 그 효용성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야말로 '언제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는데요. 북한 매체들은 한·미 연합훈련은 물론 한·미·일 훈련이 있었다는 사실도 언급했습니다. 이제 한·미가 대규모 연합훈련을 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북한 나름의 자신감 표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AMD 북한이 10일 보도를 통해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 기간, 내륙의 한 저수지에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인 SLBM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SLBM이라 주장하며 발사했던 미사일보다 소형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대한민국 겨냥 '위협 고도화'..."2017년 북 핵실험 때보다 한반도 더 위험"

이전의 도발 양상과 다른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동안 북한이 전술 핵무기를 전방에 실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적은 있었지만, 전술 핵무기 운용 부대를 동원해 군사훈련을 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시 말해 전술 핵무기의 실전 운용 능력을 검증하는 훈련이었다고 스스로 밝힌 것입니다. 전방에서 훈련을 했다고 한만큼, 이는 전술핵의 타격 목표가 미국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직접적으로 겨낭한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이 한반도 수역에 전개된 상태에서 한·미가 연합훈련을 할 때 도발한 것 역시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죠.

2007년 공화당 부시 미 행정부 때부터 2011년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 당시까지 합참의장을 지냈던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핵 전쟁 발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의 미사일 발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볼때 현재 그 가능성은 더 커진 것 같다"면서 한반도 위기설이 불거졌던 5년전(2017년)보다 한층 더 위험한 상황에 처했있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1990년대 초 시작된 북핵 위기 이후 30여 년 만에, 지난 2002년 10월 시작된 제2차 북핵 위기 이후를 기점으로 하면 정확히 20년 만에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던 북한이 '전술 핵무기 실전 배치 및 운용'을 선언하는 것을 온 세계가 지켜보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도발과 긴장 고조, 그리고 협상과 타협 모색'으로 이어지던 이른바 '한반도 긴장의 악순환 고리'도 앞으로는 다른 모습이 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군의 전술핵 운용부대의 군사훈련을 직접 지도했으며,  김 위원장이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나 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보름동안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 장거리포병부대, 공군 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매체들이 전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한반도 긴장의 악순환 고리'에 중대 변화

북한은 '이제 대화나 협상은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는데, 앞으로 대화 테이블에 나오더라도 '비핵화 협상' 아닌 '핵 군축협상'의 모양새가 아니면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하겠습니다. 핵 무력 법제화에 나선 북한 스스로 돌아올 수 없도록 다리를 불태우는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실낱같은 희망으로 비핵화 협상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볼 수는 있겠지만, 냉정하게 북한의 의도를 면밀하게 파악하면서 단계적 대응 전략을 치밀하게 모색하는 것 역시 중요한 때로 보입니다.

현실적으로도 한·미 두 나라는 북한을 향해 비핵화 협상을 위해 나오라고 반복적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 조건 없는 대화'를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군사적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대화를 병행하는 것은 '대화와 압박을 병행' 하는 미국의 정책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금으로선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죠. 그렇다고 미국의 대북 협상전략이 분명해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강력한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으로 견고한 대응체제"...한국의 전략적 입지는?


일단 정부는 강력한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역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대응기조를 밝혀왔던 것처럼 '굳건한 한미동맹' 을 강조했는데요. 이번에는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언급을 추가해 일본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대응의 파트너로 간주하겠다고 강조한 것이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6자회담 참여국으로서 일본이 비핵화 협상에 참여해 오고 있기는 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맞서는 군사 대응의 파트너로서 한·미를 넘어 일본도 공식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라고도 하겠습니다. 거침없이 계속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그리고 강화되는 핵 위협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막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일 수도 있겠습니다.

지정학적으로 볼때 북한의 핵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한국과 일본이 공조의 길을 모색한다는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능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입장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각각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지금 상황이 어렵고, 남북 화해와 평화협력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로서는 통일을 향해 나아갈 소명을 부여하고 있는 헌법 정신을 따르고, 분단극복의 역사적 사명에도 부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으로서는 마냥 한미 동맹이나 한미일 협력에 의지할 수 없다는 목소리는 그런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죠.

한미 군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격화되면서 F-15K와 F-16 전투기 편대를 동원해 연합 공격편대 훈련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을 한미, 한미일 공조에 의탁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기 시작해 남북관계의 영역을 압도한다면 우리의 독자적인 입지는 크게 줄어들고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완전히 한미 또는 한미일 대응 전략에 종속되거나 하위변수로 전락할 가능성도 크다고 하겠습니다. 더우기 작금의 세계는 미·중 패권전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신냉전 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데다, 핵보유국인 러시아가 비핵국가인 우크라이나를 핵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즉 '핵 국가는 비핵국가를 핵으로 위협하지 않는다'는 국제적 비확산 체제인 NPT체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이라고도 하겠습니다. 그야말로 국제정세와 한반도 정세가 한데 얽혀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북, 한미 정보 당국 교란 시도...한 미 대응은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완벽히 대응하기 위한 한미 군당국의 군사적 방안 마련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북한이 다양한 시간대와 장소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 등으로 무력시위를 하는 이유는 한미 군 당국의 정보망을 교란하고 대응능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과 유사한 형태지만 크기는 작아 보이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사진을 공개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풀이됩니다. 바다가 아닌 저수지에서의 이 같은 발사가 과연 어떤 기술적, 실용적 의미를 갖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던 장소에서도 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입니다. 그만큼 북한이 필사적으로 발사장소를 다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임은 분명합니다.

현재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세분화해 고고도에서는 사드 체계로, 중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L-SAM, 중저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천궁-II', 저고도에서는 패트리어트 개량형인 PAC-3 등 중층 미사일 방어망을 가동해 어떤 미사일 공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입니다. 또 '킬체인'에서부터 대량 응징 보복(KMPR)까지, '3축 체계'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사전에 포착되는 단계에서부터 사후 보복 타격까지 입체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미국의 핵우산 개념을 발전시킨 '확장억제'를 바탕으로 한 핵억지 전략도 마련된 상태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판 이스칸데르' 처럼 미사일이 정점을 찍고 낙하하면서 어느 순간에 다시 회피기동을 하는 경우, 요격과 격파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갈수록 진화하는 북한의 미사일 기술로 인해 한미 군당국의 피로감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이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북한은 터널을 빠져나온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내보냄으로써 한미 정보당국의 추적을 피해 언제 어느 장소에서든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국제공조와 연대로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미·중 패권전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공조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유엔에서의 대북 제재는 물론이고 러시아의 에너지 금수조치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하는 유럽연합 역시 다른 나라 사정에 귀기울일 여력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NPT 체제 등 기존의 국제규범과 질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 역시 대한민국으로서는 불리한 점입니다. 북한은 지금의 국제관계 구도를 면밀히 파악하면서 도발 국면에서 대외의 비난을 줄이거나 피하려 하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따져본다면 북한은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 비난과 제재를 최대한 줄이면서 핵과 미사일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보고 있는 듯합니다.

북, 추가 도발시기 저울질...."중국 당대회 이후 7차 핵실험 가능성"

이제 북한은 미사일 도발국면에서 중간 마무리를 하고, 향후 추가적인 도발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판단에는 중국에 대한 고려도 작용했을 법합니다. 아무리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과정에서 중국이 입장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오는 16일부터 시작되는 중국의 당 대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에 중요한 국가적 경축행사입니다. 그런 만큼 중국의 당 대회 직전이나 대회 기간중에는 추가적인 도발은 없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사활적 이해'로 보는 한 중국을 신경쓰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역시 우군이 필요한 상황이니 중국의 당 대회 기간에는 도발을 자제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하지만 중국의 당 대회가 끝난 뒤부터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기 전인 다음 달 7일 이전에는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정보 당국이 판단하고 있고, 그 같은 내용을 이미 국회에 보고하기도 했었죠. 그런 만큼 이제 한반도의 긴장 상태는 짧게나마 잠시 숨 고르기를 거친 뒤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또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번 탄도미사일 도발로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든'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이제는 확실히 이전의 대응과는 다른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북 공군 비행기 150여대 대규모 전술 비행 이례적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 외에도 북한 공군 전투기 150여 대가 한미 훈련 직후에 전술 비행을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북한의 공군은 그동안 만성적인 유류난으로 이와 같은 대규모 공군 기동훈련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150여 대가 한꺼번에 출격했다는 것은 대북제재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뜻으로도 풀이됩니다.

연일 한반도와 인근 해역 그리고 일본 열도까지, 북한의 단거리 및 중거리 (미국 일각에서는 '장거리'로 분석한) 탄도 미사일 발사로 다시금 긴장상태가 조성된 상황입니다. 70년 넘게 남북 분단과 대치상태가 이어져 온 한반도에서 '긴장과 화해의 냉엄한 이중성'이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에너지 수급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 대내외 정세에 민감한 금융시장에서도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가는 이렇다할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이죠. 금융시장은 '도발과 긴장'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정세와 북한에 의한 위기 상황 조성을 마치 경기 순환 사이클이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것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금융시장의 담담함은 이른바 '예측 가능성'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한반도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국면으로 치달을 때 금융시장 역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으로서는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새로운 대북 전략을 치열하게 고민해서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북, '단호한 대응'에 겁을 먹고 7차 핵실험 포기 않을 것"

이런 가운데 북한 전문가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이 4단계 대응 로드맵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대한민국이 독자적인 핵무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논리를 담고 있어서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일종의 금지선이나 상한선인 '레드라인'을 정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인데 짧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즉 작금의 상황에선 "북한이 '단호한 대응 경고'에 겁을 먹고 7차 핵실험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당분간 북한의 거침없는 핵과 미사일 개발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북한이 전술핵 사용까지를 염두에 둔 계획을 수립했다는 가정하에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 7차 핵실험 강행시 NPT 탈퇴할 수 밖에 없다고 선언할 필요"... 정성장 센터장, '핵무장 포함한 4단계 로드맵' 제시

정성장 센터장은 먼저 1단계로 "한국 정부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국가생존과 국민안전을 위해 핵확산방지조약인 NPT를 탈퇴할 수 밖에 없다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핵 질주를 막기 위해선 대한민국이 일종의 레드라인을 설정하고 단호한 의지를 천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NPT 10조 1항은 NPT 체제를 준수하다 자국의 중대한 국가이익이 위태롭다고 판단되는 경우, NPT탈퇴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조항이라는 것입니다. 즉 어느 국가가 NPT체제를 잘 지키다 국가생존이 위협받을 경우에는 탈퇴할 수 있다는 논리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과거 북한이 NPT를 탈퇴할 때 이 같은 논리를 폈지만, 이 때문에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2단계로는 6개월 이내에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 경우 "한국 정부는 독자적인 핵무장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3단계로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불응할 경우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하에 핵무장을 추진하고, 마지막 4단계에선 핵무장 완료 뒤 북한과의 핵 감축 협상을 추진하고 북한이 핵 감축을 수용할 경우 그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로드맵을 가동한다는 것입니다. 이 4단계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철도 도로 연결도 추진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정성장 센터장의 이 같은 논리는 북한의 거침없는 핵과 미사일 개발 질주를 막기 위해 제기되고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지만 대한민국의 핵무장까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비핵화에 초점을 맞춰왔던 그동안의 논의와 궤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북핵을 저지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레드라인의 설정'과 '핵 대 핵' 대응이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만큼 논란의 여지고 큰 것이죠. 그렇지만 북한의 거침없는 핵과 미사일 질주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문제 제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만큼 논란도 확산될 개연성이 있습니다. 다만 북한의 도발과 긴장의 악순환 고리가 이전과는 분명 달라진 상황이라면 이에 대한 대응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단계별 대응 전략이기는 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핵 무장론으로까지 귀결되는 이 같은 주장이 수십 년간 북한을 면밀히 연구해온 전문가로부터 나왔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지난 수 십년간 협상을 병행하면서도 그야말로 '죽기 살기'의 결기로 핵과 미사일 개발해 오늘에 이르렀다면 이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전략 수립은 이를 뛰어넘는 결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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