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붓끝으로 전하는 한글사랑…한글서예가 조현판

입력 2022.10.11 (19:45) 수정 2022.10.1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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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일요일이 576돌 한글날이었는데요.

한글서예 불모지나 다름없는 경남에서 붓글씨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려온 서예가를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한반도의 산과 강, 바다를 노래한 노산 선생의 시 ‘조국강산’.

72수로 이뤄진 장편시가 16 미터 넘는 화선지에 담겼습니다.

고체 서예의 교본으로 평가받은 3,456자의 글씨엔 노장 서예가의 남다른 한글 사랑이 배어 있습니다.

문자조형예술 ‘서예’와 함께한 지 50여 년.

조현판 씨는 칠십여 평생의 8할을 한글서예와 함께했습니다.

자음과 모음이 조화로운 한글은 한 자, 한 자 쓰는 즐거움도 큽니다.

[조현판/한글서예가 : "(한글은) 자연의 이치와 세상의 진리가 녹아서 한글서예를 하면 아주 행복해지고…."]

탄탄한 필법으로 선의 본질을 추구하며 프랑스 전시를 비롯한 숱한 전시회로 한글의 조형미를 알려왔는데요.

붓글씨로 누구나 쉽게 한글을 쓸 수 있도록 일간지에 연재하고 교본을 만드는 등 10여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조현판/한글서예가 : "설명대로만 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일반인을 위해서 정리를 해놓은 겁니다."]

국내 최초로 만든 서예용어사전은 40년 넘는 제작 기간이 걸렸습니다.

동서양 고전의 명언을 한글 서체에 담아 전하고, 낙관과 문인화 보는 법도 정리했습니다.

직접 쓴 작품으로 편찬한 고체 교본은 우리나라 서예계에서 두루 활용되고 있는데요.

지금은 사라진 한글 낱자를 모아 기록하는 등 사재를 털어 이어온 편찬 작업은 한글을 더 널리 알리고 공유하기 위한 겁니다.

[조현판/한글서예가 : "이걸 나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 이건 여러 사람이 공유를 하는 게 좋겠다 이래서 이렇게 책을 많이 내게 됐습니다."]

한글서예를 보급하는 작업도 열심인데요.

한글에 대한 한결같은 애정은 배우는 이들에게 한글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노승원/창원시 마산합포구 : "항상 연구하고 글체도 개발하고 정말 한글에 대해선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면 서러운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한글이 아름다워요."]

한글서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전각작업은 문자 조형예술의 또 다른 묘미를 전합니다.

붓 대신 칼로, 글자를 뒤집어 새겨야 하는 데다 글자를 구성하는 장법이 까다롭지만 한글의 글맛을 전하는 보람이 큰데요.

평생 한글을 쓰고 연구하면서 궁중 서간체인 봉서체와 김정희의 추사체를 결합한 독창적인 서체도 고안했습니다.

[조현판/한글서예가 : "느리게 갈 때는 느리게 가고 빠르게 갈 때는 빠르게 가고 낚아챌 때는 낚아채야 하고 세울 때는 세우고 지속 완급을 극대화해서…."]

창원의 한 카페.

단정한 간판이 눈길을 끄는데요.

조현판 씨가 공들여 쓴 한글 간판입니다.

[정서룡/카페 주인 : "우리 한국어를 사용하는 게 더 좋잖아요. 저희들은 아주 만족하고 있고 손님들도 좋아하시고 그렇습니다."]

국적 불명의 표현과 외국어 간판으로 어지러운 거리.

한글로 거리 풍경을 밝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조현판/한글서예가 : "우리 아름다운 한글, 한글로 바꿔서 거리를 좀 아름답게 꾸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국립 이천 호국원 현충문 현판 등 곳곳에서 그가 쓴 한글을 만날 수 있는데요.

만날 고개 전설이 담긴 비석 글도 그중 하나입니다.

[조현판/한글서예가 : "만날 고개 전설이 문자를 통해서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얘기하듯이 편안하게 조형미를 살려서 썼습니다."]

자음과 모음의 연결로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 서예가.

[조현판/한글서예가 :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도입해서 문자가 없는 민족이 자기 고유 언어를 한글로써 표기하고 있는 것도 아주 의미가 있고 한글은 세계유네스코에 등재된 아름다운 글씨입니다."]

붓으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려온 그에게 한글은 세상의 지혜가 담긴 견고한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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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붓끝으로 전하는 한글사랑…한글서예가 조현판
    • 입력 2022-10-11 19:45:13
    • 수정2022-10-11 20:07:35
    뉴스7(창원)
[앵커]

지난 일요일이 576돌 한글날이었는데요.

한글서예 불모지나 다름없는 경남에서 붓글씨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려온 서예가를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한반도의 산과 강, 바다를 노래한 노산 선생의 시 ‘조국강산’.

72수로 이뤄진 장편시가 16 미터 넘는 화선지에 담겼습니다.

고체 서예의 교본으로 평가받은 3,456자의 글씨엔 노장 서예가의 남다른 한글 사랑이 배어 있습니다.

문자조형예술 ‘서예’와 함께한 지 50여 년.

조현판 씨는 칠십여 평생의 8할을 한글서예와 함께했습니다.

자음과 모음이 조화로운 한글은 한 자, 한 자 쓰는 즐거움도 큽니다.

[조현판/한글서예가 : "(한글은) 자연의 이치와 세상의 진리가 녹아서 한글서예를 하면 아주 행복해지고…."]

탄탄한 필법으로 선의 본질을 추구하며 프랑스 전시를 비롯한 숱한 전시회로 한글의 조형미를 알려왔는데요.

붓글씨로 누구나 쉽게 한글을 쓸 수 있도록 일간지에 연재하고 교본을 만드는 등 10여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조현판/한글서예가 : "설명대로만 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일반인을 위해서 정리를 해놓은 겁니다."]

국내 최초로 만든 서예용어사전은 40년 넘는 제작 기간이 걸렸습니다.

동서양 고전의 명언을 한글 서체에 담아 전하고, 낙관과 문인화 보는 법도 정리했습니다.

직접 쓴 작품으로 편찬한 고체 교본은 우리나라 서예계에서 두루 활용되고 있는데요.

지금은 사라진 한글 낱자를 모아 기록하는 등 사재를 털어 이어온 편찬 작업은 한글을 더 널리 알리고 공유하기 위한 겁니다.

[조현판/한글서예가 : "이걸 나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 이건 여러 사람이 공유를 하는 게 좋겠다 이래서 이렇게 책을 많이 내게 됐습니다."]

한글서예를 보급하는 작업도 열심인데요.

한글에 대한 한결같은 애정은 배우는 이들에게 한글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노승원/창원시 마산합포구 : "항상 연구하고 글체도 개발하고 정말 한글에 대해선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면 서러운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한글이 아름다워요."]

한글서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전각작업은 문자 조형예술의 또 다른 묘미를 전합니다.

붓 대신 칼로, 글자를 뒤집어 새겨야 하는 데다 글자를 구성하는 장법이 까다롭지만 한글의 글맛을 전하는 보람이 큰데요.

평생 한글을 쓰고 연구하면서 궁중 서간체인 봉서체와 김정희의 추사체를 결합한 독창적인 서체도 고안했습니다.

[조현판/한글서예가 : "느리게 갈 때는 느리게 가고 빠르게 갈 때는 빠르게 가고 낚아챌 때는 낚아채야 하고 세울 때는 세우고 지속 완급을 극대화해서…."]

창원의 한 카페.

단정한 간판이 눈길을 끄는데요.

조현판 씨가 공들여 쓴 한글 간판입니다.

[정서룡/카페 주인 : "우리 한국어를 사용하는 게 더 좋잖아요. 저희들은 아주 만족하고 있고 손님들도 좋아하시고 그렇습니다."]

국적 불명의 표현과 외국어 간판으로 어지러운 거리.

한글로 거리 풍경을 밝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조현판/한글서예가 : "우리 아름다운 한글, 한글로 바꿔서 거리를 좀 아름답게 꾸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국립 이천 호국원 현충문 현판 등 곳곳에서 그가 쓴 한글을 만날 수 있는데요.

만날 고개 전설이 담긴 비석 글도 그중 하나입니다.

[조현판/한글서예가 : "만날 고개 전설이 문자를 통해서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얘기하듯이 편안하게 조형미를 살려서 썼습니다."]

자음과 모음의 연결로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 서예가.

[조현판/한글서예가 :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도입해서 문자가 없는 민족이 자기 고유 언어를 한글로써 표기하고 있는 것도 아주 의미가 있고 한글은 세계유네스코에 등재된 아름다운 글씨입니다."]

붓으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려온 그에게 한글은 세상의 지혜가 담긴 견고한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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