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한국 경제, 1위 기업 삼성전자가 ‘해결사’될까?

입력 2022.10.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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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전 세계적 경기둔화 때문이다"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맞닥뜨린 6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왜냐면 우리나라가 9월 -37억 6,800만 달러, 10월에도 10일까지 -38억 2,500만 달러를 기록하며 7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임박한 동안 다른 수출 경쟁 국가들은 흑자를 거뒀기 때문입니다. 대표적 수출 경쟁국인 타이완은 지난 9월 50억 2,000만 달러 흑자를 비롯해 금융위기 타격을 받은 2008년 8월 이후 단 한 차례도 무역적자를 본 적이 없습니다. 중국 역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 2월 이후 줄곧 무역흑자만 기록했습니다. 그렇다면 무역적자에 허덕이는 이 상황에서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가 탈출구를 마련해 줄 수 있을까요?


■ 반도체 수출로 탈출구 찾을 수 있을까?

에너지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 수입액이 무역적자에 큰 영향을 줬지만 수출 부분만 떼내 따져보죠. 에너지 위기가 언젠가 해결되더라도 수출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으면 무역수지의 흐름이 쉽게 바뀌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초 20% 안팎이었던 수출증가율이 지난달 2.8%로 떨어졌습니다. 분명히 뭔가 문제가 있죠. 주력인 반도체 수출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게 가장 타격이 컸습니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20% 가까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2, 3위인 석유제품·자동차를 합친 것보다 수출량이 많습니다. 그런데 반도체 수출이 지난달 -5.7%를 기록했다는 건 한국 경제로선 큰 타격입니다.


반도체는 대표적 사이클 산업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하고 있는 D램 반도체 시장은 현재 하락 사이클에 들어가 있습니다. D램 반도체란 정보를 연산하는 기능이 아닌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로 속도가 빠른 임시 저장장치라고 보면 됩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대부분의 IT 제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경기가 좋으면 덩달아 수요가 늘어나지만, 중국의 경기둔화와 유럽과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에 당분간 수요공급이 증가할 가능성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타이완의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수요 감소로 재고가 쌓여 4분기 D램 가격이 13~18%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금도 안 좋은데 올 연말까지 한국의 주력 반도체 상품 가격이 더 떨어질 거란 얘깁니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사업이 어렵다"면서 "올 하반기도 안 좋고, 내년도 지금으로 보면 그렇게 좋아질 모멘텀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불황 때 투자를 적게 해 놓으면 호황이 왔을 때 좋지 못한 결과가 따른다"며 투자는 꾸준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투자에 대한 의지보다 관심이 쏠린 건 삼성전자에서도 내년에도 업황이 살아날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반도체 전문가 30인에게 설문조사 한 결과에서도 '한국 반도체 위기가 내년 말까지 이어진다'는 응답이 24.1%, '2024년에도 위기가 이어진다'가 58.6%나 됐습니다. 총체적 난국입니다.

■ 그럼 타이완은 어떻게 하고 있길래?

그럼 여기서 궁금해지는 부분은 왜 타이완에선 무역수지 흑자가 계속되고 있고, 반도체 위기감이 덜하냐는 겁니다. 타이완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단 한 번도 무역수지가 적자가 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타이완 무역수지 흑자의 일등공신은 반도체인데, 우리나라와 달리 타이완 전체 반도체 산업에서 파운드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68%인 반면 D램은 5.5%에 불과합니다. 파운드리(foundry)란 반도체 설계업체가 설계한 대로 반도체를 생산해주는 걸 말합니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D램 포함) 시장 침체 영향을 받는 반면 타이완은 전문 분야가 다른 파운드리를 주로 하고 있어서 침체 영향을 덜 받는다는 거죠.


타이완에서 파운드리 위탁 생산은 2020년과 지난해 각각 20%, 올해 들어 7월까지 40%나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글로벌 파운드리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타이완의 TSMC에서 담당하는데, TSMC의 3분기 매출액은 1년 전보다 48% 늘어난 6,130억 타이완달러(한국 돈 약 27조 5,000억 원)로 집계됐습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이 규모는 삼성전자를 넘어 매출액 기준 세계 1위로 올라선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글로벌 경제위기감 확산의 상황에서도 타이완은 파운드리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이끌었다고 보면 됩니다.

또 하나! 우리나라가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이어가는 사이 타이완은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타이완은 전체 무역 흑자 중에서 반도체 비중이 무려 92.7%나 됩니다. 무역수지 흑자의 최고 요인은 파운드리 중심의 반도체 산업의 위탁수요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무역협회는 우리나라와 타이완의 대중 무역수지 차이는 타이완의 세계 최고 파운드리 기술력과 시스템반도체 중심의 대중 수출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삼성전자가 하면 될까?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전기 대비 매출은 1.55%, 영업이익은 23.4% 감소했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2.7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31.73% 줄었습니다. 한화투자증권 김광진 애널리스트는 "전방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더욱 강하게 위축되고 있어 삼성전자의 실적 감익은 올해는 물론 내년 2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영업이익이 이렇게 많이 줄었다는 건 이익을 늘리기 위해 앞으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감산을 얘기합니다. 낸드 플래시 반도체시장 점유율 2위권인 일본 키옥시아는 최근 메모리 생산을 30%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도 줄어드는 매출에 대응해 생산을 위한 자본 지출을 30% 감축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감산을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대신 삼성전자가 3일 내놓은 파운드리 사업 향후 계획이 눈에 띕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 삼성전자는 1.4나노 반도체 양산 계획을 처음 공개했습니다.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을 도입하겠다는 겁니다. 지난 6월 말 파운드리 시장 1위인 타이완 TSMC를 제치고 처음으로 3나노 양산을 공식화한 삼성전자가 초격차 기술 도입을 먼저 치고 나가겠다는 계획인 거죠.

만일 성공할 경우 기술 선점 효과로 유리한 고지에 오르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건 미래의 얘깁니다. 당장 올해 말, 내년 상반기에 반도체 수출 증대와 시장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묘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까지 나온 말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침체라는 큰 기류를 거스를 수 없어 보입니다. 그 이후를 대비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출 주력 업종인 반도체의 부진은 한국 수출에도 타격을 줘서 내년 상반기까지 수출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 피할 수 없다면? "위기 컨트롤이 답"

한국의 경제구조가 수출 위주 산업이기 때문에 세계적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급한대로 탈출구를 찾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오히려 위기를 얼마나 잘 제어해서 버티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현실적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KBS1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에 출연한 서강대 경제대학원 김영익 교수는 "우리 경제가 이만큼 성장한 것은 수출 성장 때문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미국 경제가 소비를 많이 해줬기 때문에 미국으로 수출 비중이 많이 늘어났다. 미국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하면 미국 수출이 줄어든다. 그래서 우리 경제가 빠르면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일 KBS1TV 심야토론에 출연한 KDI 국제정책대학원 조동철 교수는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는데 우리 경제만 안 어려워질 수는 없다. 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에서 우리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외부에서 큰 충격이 올 때 우리 내부 경제가 건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외부에서 충격이 올 때 반응이 유연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환율인데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내부 경제가 건전해야 한다는 것은 특히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등 금융 건전성 측면에서 더 큰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미리 대비책을 만들어 놔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또 유연한 대응의 사례로 외환시장을 든 것은 그만큼 외환시장에서 환율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때 시장이 아예 대혼란에 빠진 과거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움이 지속될 것 같고 물가도 평년보다 높은 수준에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무역수지·경상수지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인데 에너지 부분을 덜어내고 다른 부문을 점검해보면 상대적으로 경상수지가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추 부총리의 최근 발언들을 종합해볼 때 위기가 다가오는 상황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국 경제가 선방하고 있다"는 식의 자신감보다는 경상수지 적자 이후에 위기가 왔던 과거를 상기시키고 공무원과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더 힘을 쏟을 일입니다.

추 부총리는 오는 14일(현지시간)까지 미국에서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 IMF 총재, 그리고 주요국 재무장관을 만납니다. 또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 글로벌 수장들과도 면담을 할 계획인데, 무엇보다 대외충격 시 협력 방안을 찾아내고 한국 경제가 곧 닥쳐올 수 있는 세계적 침체 위기 상황을 문제없이 극복할 수 있음을 확신시켜주는 의미 있는 회동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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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휘청이는 한국 경제, 1위 기업 삼성전자가 ‘해결사’될까?
    • 입력 2022-10-12 11:36:13
    취재K
<strong>"전 세계적 경기둔화 때문이다"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맞닥뜨린 6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왜냐면 우리나라가 9월 -37억 6,800만 달러, 10월에도 10일까지 -38억 2,500만 달러를 기록하며 7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임박한 동안 다른 수출 경쟁 국가들은 흑자를 거뒀기 때문입니다. 대표적 수출 경쟁국인 타이완은 지난 9월 50억 2,000만 달러 흑자를 비롯해 금융위기 타격을 받은 2008년 8월 이후 단 한 차례도 무역적자를 본 적이 없습니다. 중국 역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 2월 이후 줄곧 무역흑자만 기록했습니다. 그렇다면 무역적자에 허덕이는 이 상황에서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가 탈출구를 마련해 줄 수 있을까요?</strong><br />

■ 반도체 수출로 탈출구 찾을 수 있을까?

에너지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 수입액이 무역적자에 큰 영향을 줬지만 수출 부분만 떼내 따져보죠. 에너지 위기가 언젠가 해결되더라도 수출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으면 무역수지의 흐름이 쉽게 바뀌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초 20% 안팎이었던 수출증가율이 지난달 2.8%로 떨어졌습니다. 분명히 뭔가 문제가 있죠. 주력인 반도체 수출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게 가장 타격이 컸습니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20% 가까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2, 3위인 석유제품·자동차를 합친 것보다 수출량이 많습니다. 그런데 반도체 수출이 지난달 -5.7%를 기록했다는 건 한국 경제로선 큰 타격입니다.


반도체는 대표적 사이클 산업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하고 있는 D램 반도체 시장은 현재 하락 사이클에 들어가 있습니다. D램 반도체란 정보를 연산하는 기능이 아닌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로 속도가 빠른 임시 저장장치라고 보면 됩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대부분의 IT 제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경기가 좋으면 덩달아 수요가 늘어나지만, 중국의 경기둔화와 유럽과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에 당분간 수요공급이 증가할 가능성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타이완의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수요 감소로 재고가 쌓여 4분기 D램 가격이 13~18%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금도 안 좋은데 올 연말까지 한국의 주력 반도체 상품 가격이 더 떨어질 거란 얘깁니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사업이 어렵다"면서 "올 하반기도 안 좋고, 내년도 지금으로 보면 그렇게 좋아질 모멘텀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불황 때 투자를 적게 해 놓으면 호황이 왔을 때 좋지 못한 결과가 따른다"며 투자는 꾸준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투자에 대한 의지보다 관심이 쏠린 건 삼성전자에서도 내년에도 업황이 살아날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반도체 전문가 30인에게 설문조사 한 결과에서도 '한국 반도체 위기가 내년 말까지 이어진다'는 응답이 24.1%, '2024년에도 위기가 이어진다'가 58.6%나 됐습니다. 총체적 난국입니다.

■ 그럼 타이완은 어떻게 하고 있길래?

그럼 여기서 궁금해지는 부분은 왜 타이완에선 무역수지 흑자가 계속되고 있고, 반도체 위기감이 덜하냐는 겁니다. 타이완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단 한 번도 무역수지가 적자가 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타이완 무역수지 흑자의 일등공신은 반도체인데, 우리나라와 달리 타이완 전체 반도체 산업에서 파운드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68%인 반면 D램은 5.5%에 불과합니다. 파운드리(foundry)란 반도체 설계업체가 설계한 대로 반도체를 생산해주는 걸 말합니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D램 포함) 시장 침체 영향을 받는 반면 타이완은 전문 분야가 다른 파운드리를 주로 하고 있어서 침체 영향을 덜 받는다는 거죠.


타이완에서 파운드리 위탁 생산은 2020년과 지난해 각각 20%, 올해 들어 7월까지 40%나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글로벌 파운드리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타이완의 TSMC에서 담당하는데, TSMC의 3분기 매출액은 1년 전보다 48% 늘어난 6,130억 타이완달러(한국 돈 약 27조 5,000억 원)로 집계됐습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이 규모는 삼성전자를 넘어 매출액 기준 세계 1위로 올라선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글로벌 경제위기감 확산의 상황에서도 타이완은 파운드리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이끌었다고 보면 됩니다.

또 하나! 우리나라가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이어가는 사이 타이완은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타이완은 전체 무역 흑자 중에서 반도체 비중이 무려 92.7%나 됩니다. 무역수지 흑자의 최고 요인은 파운드리 중심의 반도체 산업의 위탁수요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무역협회는 우리나라와 타이완의 대중 무역수지 차이는 타이완의 세계 최고 파운드리 기술력과 시스템반도체 중심의 대중 수출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삼성전자가 하면 될까?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전기 대비 매출은 1.55%, 영업이익은 23.4% 감소했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2.7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31.73% 줄었습니다. 한화투자증권 김광진 애널리스트는 "전방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더욱 강하게 위축되고 있어 삼성전자의 실적 감익은 올해는 물론 내년 2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영업이익이 이렇게 많이 줄었다는 건 이익을 늘리기 위해 앞으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감산을 얘기합니다. 낸드 플래시 반도체시장 점유율 2위권인 일본 키옥시아는 최근 메모리 생산을 30%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도 줄어드는 매출에 대응해 생산을 위한 자본 지출을 30% 감축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감산을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대신 삼성전자가 3일 내놓은 파운드리 사업 향후 계획이 눈에 띕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 삼성전자는 1.4나노 반도체 양산 계획을 처음 공개했습니다.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을 도입하겠다는 겁니다. 지난 6월 말 파운드리 시장 1위인 타이완 TSMC를 제치고 처음으로 3나노 양산을 공식화한 삼성전자가 초격차 기술 도입을 먼저 치고 나가겠다는 계획인 거죠.

만일 성공할 경우 기술 선점 효과로 유리한 고지에 오르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건 미래의 얘깁니다. 당장 올해 말, 내년 상반기에 반도체 수출 증대와 시장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묘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까지 나온 말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침체라는 큰 기류를 거스를 수 없어 보입니다. 그 이후를 대비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출 주력 업종인 반도체의 부진은 한국 수출에도 타격을 줘서 내년 상반기까지 수출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 피할 수 없다면? "위기 컨트롤이 답"

한국의 경제구조가 수출 위주 산업이기 때문에 세계적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급한대로 탈출구를 찾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오히려 위기를 얼마나 잘 제어해서 버티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현실적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KBS1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에 출연한 서강대 경제대학원 김영익 교수는 "우리 경제가 이만큼 성장한 것은 수출 성장 때문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미국 경제가 소비를 많이 해줬기 때문에 미국으로 수출 비중이 많이 늘어났다. 미국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하면 미국 수출이 줄어든다. 그래서 우리 경제가 빠르면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일 KBS1TV 심야토론에 출연한 KDI 국제정책대학원 조동철 교수는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는데 우리 경제만 안 어려워질 수는 없다. 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에서 우리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외부에서 큰 충격이 올 때 우리 내부 경제가 건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외부에서 충격이 올 때 반응이 유연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환율인데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내부 경제가 건전해야 한다는 것은 특히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등 금융 건전성 측면에서 더 큰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미리 대비책을 만들어 놔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또 유연한 대응의 사례로 외환시장을 든 것은 그만큼 외환시장에서 환율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때 시장이 아예 대혼란에 빠진 과거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움이 지속될 것 같고 물가도 평년보다 높은 수준에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무역수지·경상수지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인데 에너지 부분을 덜어내고 다른 부문을 점검해보면 상대적으로 경상수지가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추 부총리의 최근 발언들을 종합해볼 때 위기가 다가오는 상황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국 경제가 선방하고 있다"는 식의 자신감보다는 경상수지 적자 이후에 위기가 왔던 과거를 상기시키고 공무원과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더 힘을 쏟을 일입니다.

추 부총리는 오는 14일(현지시간)까지 미국에서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 IMF 총재, 그리고 주요국 재무장관을 만납니다. 또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 글로벌 수장들과도 면담을 할 계획인데, 무엇보다 대외충격 시 협력 방안을 찾아내고 한국 경제가 곧 닥쳐올 수 있는 세계적 침체 위기 상황을 문제없이 극복할 수 있음을 확신시켜주는 의미 있는 회동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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