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피해 지원 확대” 공약하더니…“인력·예산 그대로”

입력 2022.10.12 (11:4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돈을 내놔라, 아니면 네 영상을 가족에게 보내겠다"

지난 8월, 온라인 채팅을 하던 A 씨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됐습니다. 채팅 상대방인 B 씨가 불법 촬영한 영상으로 A 씨를 협박하면서 이른바 '몸캠 피싱'을 당한 겁니다.

A 씨 영상을 빌미로 가해자는 돈을 요구했습니다. 돈을 주지 않으면 불법 촬영한 영상을 가족과 지인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결국 A 씨는 현금 400만 원가량을 송금했습니다.

B 씨의 협박은 멈췄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여전히 '언제든 영상이 유포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됐지만, 신고조차 어려운 상황…. A 씨는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요?

4년 새 5배 증가한 '지원 요청' 피해자

A 씨 같은 불법 촬영 피해자를 돕는 곳, 바로 정부에서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입니다. 피해 영상물 삭제, 법률 상담, 심리 치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센터를 찾는 피해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18년 개소할 당시 1,300명이었던 '지원 요청' 피해자는 지난해 6,900명으로 늘었습니다. 5배 넘게 증가한 겁니다.

피해자 1명당, 상담·피해 촬영물 삭제지원·의료 지원연계 등 '지원'할 업무는 여러 가지입니다. 그래서 센터가 피해자를 '지원한 건수'는 피해자 수보다 훨씬 많습니다. 2020년에는 17만 건, 지난해에는 18만 8,000건이었습니다. 그만큼 센터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는 뜻입니다.

■ 인력은 39명, 예산은 '-300만 원'

매년 7,000명에 가까운 피해자를 돕고, 10만여 건의 '피해 촬영물 삭제'를 지원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그런데 이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센터 인력은 고작 39명뿐입니다.

작년 기준 센터 인력 1명이 피해자 약 178명을 담당한 셈입니다. 이마저도 정규직 인력보다 기간제 인력이 더 많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 업무 특성상 인력 교육에만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효율적인 인력 구조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예산도 제자리걸음입니다. 지난해 24억 300만 원이었던 예산은, 올해 오히려 300만 원가량 줄었습니다.

■ 지자체 피해지원센터 증설 공약…그러나 예산은 없다?

지난 2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는 전국 지자체 산하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확대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범죄예방·피해구제 공약의 일환이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도 여성가족부 예산안에는 지원센터 확대 운영을 위한 예산은 별도로 편성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그에 합당한 돈이 필요합니다. 아무런 예산도 없는 상황에서 피해지원 센터 증설이 가능할까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가 심화 되는 만큼 피해자를 지원하는 인력과 예산도 충분히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예산과 권한 확대는 물론, 센터가 구축해온 피해 영상물 삭제 지원 프로세스를 모든 지차제가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마련돼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디지털성범죄 피해 지원 확대” 공약하더니…“인력·예산 그대로”
    • 입력 2022-10-12 11:45:42
    취재K

"돈을 내놔라, 아니면 네 영상을 가족에게 보내겠다"

지난 8월, 온라인 채팅을 하던 A 씨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됐습니다. 채팅 상대방인 B 씨가 불법 촬영한 영상으로 A 씨를 협박하면서 이른바 '몸캠 피싱'을 당한 겁니다.

A 씨 영상을 빌미로 가해자는 돈을 요구했습니다. 돈을 주지 않으면 불법 촬영한 영상을 가족과 지인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결국 A 씨는 현금 400만 원가량을 송금했습니다.

B 씨의 협박은 멈췄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여전히 '언제든 영상이 유포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됐지만, 신고조차 어려운 상황…. A 씨는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요?

4년 새 5배 증가한 '지원 요청' 피해자

A 씨 같은 불법 촬영 피해자를 돕는 곳, 바로 정부에서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입니다. 피해 영상물 삭제, 법률 상담, 심리 치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센터를 찾는 피해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18년 개소할 당시 1,300명이었던 '지원 요청' 피해자는 지난해 6,900명으로 늘었습니다. 5배 넘게 증가한 겁니다.

피해자 1명당, 상담·피해 촬영물 삭제지원·의료 지원연계 등 '지원'할 업무는 여러 가지입니다. 그래서 센터가 피해자를 '지원한 건수'는 피해자 수보다 훨씬 많습니다. 2020년에는 17만 건, 지난해에는 18만 8,000건이었습니다. 그만큼 센터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는 뜻입니다.

■ 인력은 39명, 예산은 '-300만 원'

매년 7,000명에 가까운 피해자를 돕고, 10만여 건의 '피해 촬영물 삭제'를 지원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그런데 이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센터 인력은 고작 39명뿐입니다.

작년 기준 센터 인력 1명이 피해자 약 178명을 담당한 셈입니다. 이마저도 정규직 인력보다 기간제 인력이 더 많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 업무 특성상 인력 교육에만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효율적인 인력 구조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예산도 제자리걸음입니다. 지난해 24억 300만 원이었던 예산은, 올해 오히려 300만 원가량 줄었습니다.

■ 지자체 피해지원센터 증설 공약…그러나 예산은 없다?

지난 2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는 전국 지자체 산하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확대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범죄예방·피해구제 공약의 일환이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도 여성가족부 예산안에는 지원센터 확대 운영을 위한 예산은 별도로 편성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그에 합당한 돈이 필요합니다. 아무런 예산도 없는 상황에서 피해지원 센터 증설이 가능할까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가 심화 되는 만큼 피해자를 지원하는 인력과 예산도 충분히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예산과 권한 확대는 물론, 센터가 구축해온 피해 영상물 삭제 지원 프로세스를 모든 지차제가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마련돼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