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③ 4명 중 1명 ‘아는 사이’…관대한 불법 촬영, 왜?

입력 2022.10.12 (19:37) 수정 2022.10.1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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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가 이틀에 걸쳐 '불법 촬영' 사건을 짚어봤습니다.

여성 2명이 옛 남자친구로부터 잇따라 불법 촬영을 당한 사건인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심층 취재한 김소영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이번 사건을 통해서 수사의 허점들을 짚을 수 있었는데요.

[기자]

네, 이번 취재는 두 여성을 몰래 불법 촬영한 영상 파일이 증거로 제출됐는데도, 어떻게 남성 피의자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느냐는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첫 번째는 경찰이 불법 촬영 영상을 증거로 수집하는 과정에서 USB 소유자인 남성 피의자에게 알리지 않으면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비슷한 판례가 많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부분이고요.

두 번째는 경찰이 최초 이 사건을 수사한 뒤 '불송치'한 점입니다.

피해 여성 가운데 한 명은 당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성관계 촬영을 동의했더라도, 경찰이 이를 찍은 성인 남성을 처벌할 수 있다는 판례를 간과했고요.

또 이들 여성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촬영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는데도 경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혐의 없음'으로 본 겁니다.

수사 기관의 안이한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N번방' 같은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 대책들이 많이 나왔는데도, 한계가 많네요?

[기자]

경남의 디지털 성범죄 전담 수사 인력은 5명입니다.

아동·청소년 대상이나 피해자가 다수인 사건을 수사하는데요.

한해 경남의 디지털 성범죄 사건만 2020년 기준 400여 건입니다.

일반적인 불법 촬영 사건은 일선 경찰서가 수사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일선 경찰서에도 전문 부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공공장소가 아닌, 연인이나 아는 사이의 불법 촬영 피해도 심각하네요.

[기자]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조주환도 직장 동료였죠,

불법 촬영물을 미끼로 피해자를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지난해 불법 촬영으로 검거된 5천7백 명 가운데 26.5%, 4명 중 한 명이 연인이나 친구, 직장 동료였습니다.

[앵커]

아는 사이면, 모르고 찍히는 것보다 피해가 더 크겠는데요.

[기자]

네, 인권 침해 정도가 더 심합니다.

또 불법 촬영물을 빌미로 협박 등 다른 범죄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 고통이 더 커지는데요.

실제 만난 피해자들은 지금까지는 유포되지 않았더라도, 이미 찍혔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안하고, 또 언제든 유포될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앵커]

법원 판단도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기자]

최근 주목받고 있는 논문을 소개하겠습니다.

2020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불법 촬영 사건 가운데 유죄가 선고된 1심 판결 503건을 분석한 건데요.

벌금형이 23%, 징역형 집행유예가 61%, 실형은 14%에 그쳤습니다.

가장 큰 변수가 되는 요인을 분석했더니, 피해자 수와 가해자의 동종 전과 여부, 범행 장소로 꼽혔습니다.

피해 대상자가 내밀한 신체 장면이 찍혔거나,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양형에 크게 반영되지 않았는데요.

전문가들은 불법 촬영 사건을 뿌리 뽑고 심각성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강간이나 강제추행 사건뿐만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에서도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고도의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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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 촬영]③ 4명 중 1명 ‘아는 사이’…관대한 불법 촬영, 왜?
    • 입력 2022-10-12 19:37:14
    • 수정2022-10-13 17:21:18
    뉴스7(창원)
[앵커]

KBS가 이틀에 걸쳐 '불법 촬영' 사건을 짚어봤습니다.

여성 2명이 옛 남자친구로부터 잇따라 불법 촬영을 당한 사건인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심층 취재한 김소영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이번 사건을 통해서 수사의 허점들을 짚을 수 있었는데요.

[기자]

네, 이번 취재는 두 여성을 몰래 불법 촬영한 영상 파일이 증거로 제출됐는데도, 어떻게 남성 피의자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느냐는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첫 번째는 경찰이 불법 촬영 영상을 증거로 수집하는 과정에서 USB 소유자인 남성 피의자에게 알리지 않으면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비슷한 판례가 많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부분이고요.

두 번째는 경찰이 최초 이 사건을 수사한 뒤 '불송치'한 점입니다.

피해 여성 가운데 한 명은 당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성관계 촬영을 동의했더라도, 경찰이 이를 찍은 성인 남성을 처벌할 수 있다는 판례를 간과했고요.

또 이들 여성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촬영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는데도 경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혐의 없음'으로 본 겁니다.

수사 기관의 안이한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N번방' 같은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 대책들이 많이 나왔는데도, 한계가 많네요?

[기자]

경남의 디지털 성범죄 전담 수사 인력은 5명입니다.

아동·청소년 대상이나 피해자가 다수인 사건을 수사하는데요.

한해 경남의 디지털 성범죄 사건만 2020년 기준 400여 건입니다.

일반적인 불법 촬영 사건은 일선 경찰서가 수사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일선 경찰서에도 전문 부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공공장소가 아닌, 연인이나 아는 사이의 불법 촬영 피해도 심각하네요.

[기자]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조주환도 직장 동료였죠,

불법 촬영물을 미끼로 피해자를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지난해 불법 촬영으로 검거된 5천7백 명 가운데 26.5%, 4명 중 한 명이 연인이나 친구, 직장 동료였습니다.

[앵커]

아는 사이면, 모르고 찍히는 것보다 피해가 더 크겠는데요.

[기자]

네, 인권 침해 정도가 더 심합니다.

또 불법 촬영물을 빌미로 협박 등 다른 범죄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 고통이 더 커지는데요.

실제 만난 피해자들은 지금까지는 유포되지 않았더라도, 이미 찍혔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안하고, 또 언제든 유포될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앵커]

법원 판단도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기자]

최근 주목받고 있는 논문을 소개하겠습니다.

2020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불법 촬영 사건 가운데 유죄가 선고된 1심 판결 503건을 분석한 건데요.

벌금형이 23%, 징역형 집행유예가 61%, 실형은 14%에 그쳤습니다.

가장 큰 변수가 되는 요인을 분석했더니, 피해자 수와 가해자의 동종 전과 여부, 범행 장소로 꼽혔습니다.

피해 대상자가 내밀한 신체 장면이 찍혔거나,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양형에 크게 반영되지 않았는데요.

전문가들은 불법 촬영 사건을 뿌리 뽑고 심각성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강간이나 강제추행 사건뿐만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에서도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고도의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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