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나는 캠핑카, 정식번호판 못 다는 사정은?

입력 2022.10.13 (07:02) 수정 2022.10.1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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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코로나 19 거치면서 급팽창하는 캠핑카 시장
미인증 캠핑카 先 판매…정식 등록 여부 논란
차량 대금 받은 뒤 부도난 업체까지…소비자 피해 심각
까다로운 인증 절차, 수입 캠핑카 올바른 접근법은?


■불에 탄 캠핑카는 왜 ‘임시번호판’을 달고 있었나?

여름비가 오락가락하던 8월 중순.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공터에 세워져 있던 캠핑카에서 불이 났습니다. 소방대가 출동했지만 차는 모두 불에 탔고 근처에 주차돼 있던 화물트럭 등 다른 차량 두 대도 불에 그슬렸습니다. 그런데 불이 난 캠핑카의 번호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식 번호판이 아닌 ‘임시번호판’이었기 때문입니다.

■까다로운 수입 캠핑카 인증…‘먼저 팔고 보자’까지

정식번호판을 달 수 있는지 여부는 차량의 인증과 관련이 있습니다. 국내에 들여오는 수입차는 안전인증과 환경인증 두 가지를 모두 받아야 합법적으로 소비자에게 팔 수 있습니다.

<수입 캠핑카 인증>
▶안전인증: 차량 중량·제원·등화장치 등 규정(국토교통부)
▶환경인증: 소음·배출가스 규제치(환경부)

여기서 관건은 환경인증입니다. 차체 무게가 많이 나가는(2.7톤 이상) 캠핑카의 특성상 차에서 엔진을 따로 떼어낸 뒤 엔진동력계를 통해 배출가스 인증시험 등을 진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차와 엔진을 분리하게 되면 신호가 단절되면서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국내에 많은 캠핑카 수입·판매 업체들이 일제히 이 문제에 직면했고, 일부 업체만이 기술을 개발해 배출가스 인증 과정을 통과했습니다.

다시 말해 상당수의 캠핑카 업체는 환경인증 과정을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는 뜻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정식 번호판을 받고 차량 등록을 하지 못하게 되며 임시번호판을 단 상태에서 소비자 판매와 인계가 이뤄지게 됩니다. 실제로 한 업체의 경우 올해 초 유럽산 캠핑카 40여 대를 수입해 안전인증만 받은 상태에서 소비자에게 팔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뒤늦게 지난달 차량 1대에 대해 배출가스 인증을 취득했지만, 그 이전에 판매한 차량에 대해서는 추가 조치가 없는 한 정식 차량 등록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인증 차량을 판매한 사실이 확인되면 대기환경보전법상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60억 원대 캠핑카 사기…혼탁해지는 시장

인증 문제뿐만이 아닙니다. 돈만 먼저 받고 차를 주지 않는 이른바 ‘먹튀 피해’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도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캠핑카 공장이 문을 닫자 차량 계약자들이 경찰에 고소했고 KBS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 피해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3월에 방영된 A 캠핑카 업체 먹튀 논란 방송(KBS)3월에 방영된 A 캠핑카 업체 먹튀 논란 방송(KBS)

경찰조사 결과 결국 캠핑카 업체 운영자는 구속됐습니다. 고객들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요청해 먼저 받은 뒤, 차는 넘기지 않은 혐의가 인정됐습니다. 피해자만 60여 명, 피해액은 1인당 평균 1억 원 정도인 60억 원 정도로 파악됐습니다.

■급팽창하는 국내 캠핑카, 정상적인 구매 방법은?

국내 캠핑카 규모는 해가 갈수록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차량 대수만 카라반을 포함해 15만 정도로 파악되고 해마다 30% 이상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캠핑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대면접촉을 피해 즐기자는 달라진 휴양 문화도 한몫했습니다. 전국 캠핑 인구만 연 40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시장 규모는 커지는데 법과 제도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해외에서 캠핑카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편법과 불법이 성행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입니다.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돈을 주고 미인증 캠핑카를 사지 않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따져봐야 할 사항들이 적지 않습니다.

<수입 캠핑카 정상 구매 방법>
▶배출가스 인증 등을 제대로 받았는지 확인
▶해외 제작사와 정식 공급계약 돼 있는지 확인
▶정식 번호판을 달고 차를 인도받을 때 잔금 지불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이행보증보험 요구


2015년 폭스바겐 등 독일 차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디젤게이트’는 환경 인증을 통과하기 위한 과정에서 일어났습니다. 이미 큰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캠핑카 수입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현재 벌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안전확보와 환경오염 방지, 그리고 공정한 시장 질서 형성을 위해서 환경부와 수사기관 등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와 시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임기상 미래차타기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일반 신형 승용차의 경우 대기업이 판매하기 때문에 법적 인증 절차를 정확히 밟지만, 억대의 고가 수입캠핑카의 경우 자금력이 부족한 업체가 정부의 관리소홀을 틈타 허술한 인증 절차를 거치는 경우가 있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차량 구매자들이 보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대문사진: 원소민/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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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 소리’나는 캠핑카, 정식번호판 못 다는 사정은?
    • 입력 2022-10-13 07:02:06
    • 수정2022-10-13 16:17:52
    취재K
코로나 19 거치면서 급팽창하는 캠핑카 시장<br />미인증 캠핑카 先 판매…정식 등록 여부 논란<br />차량 대금 받은 뒤 부도난 업체까지…소비자 피해 심각<br />까다로운 인증 절차, 수입 캠핑카 올바른 접근법은?

■불에 탄 캠핑카는 왜 ‘임시번호판’을 달고 있었나?

여름비가 오락가락하던 8월 중순.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공터에 세워져 있던 캠핑카에서 불이 났습니다. 소방대가 출동했지만 차는 모두 불에 탔고 근처에 주차돼 있던 화물트럭 등 다른 차량 두 대도 불에 그슬렸습니다. 그런데 불이 난 캠핑카의 번호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식 번호판이 아닌 ‘임시번호판’이었기 때문입니다.

■까다로운 수입 캠핑카 인증…‘먼저 팔고 보자’까지

정식번호판을 달 수 있는지 여부는 차량의 인증과 관련이 있습니다. 국내에 들여오는 수입차는 안전인증과 환경인증 두 가지를 모두 받아야 합법적으로 소비자에게 팔 수 있습니다.

<수입 캠핑카 인증>
▶안전인증: 차량 중량·제원·등화장치 등 규정(국토교통부)
▶환경인증: 소음·배출가스 규제치(환경부)

여기서 관건은 환경인증입니다. 차체 무게가 많이 나가는(2.7톤 이상) 캠핑카의 특성상 차에서 엔진을 따로 떼어낸 뒤 엔진동력계를 통해 배출가스 인증시험 등을 진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차와 엔진을 분리하게 되면 신호가 단절되면서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국내에 많은 캠핑카 수입·판매 업체들이 일제히 이 문제에 직면했고, 일부 업체만이 기술을 개발해 배출가스 인증 과정을 통과했습니다.

다시 말해 상당수의 캠핑카 업체는 환경인증 과정을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는 뜻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정식 번호판을 받고 차량 등록을 하지 못하게 되며 임시번호판을 단 상태에서 소비자 판매와 인계가 이뤄지게 됩니다. 실제로 한 업체의 경우 올해 초 유럽산 캠핑카 40여 대를 수입해 안전인증만 받은 상태에서 소비자에게 팔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뒤늦게 지난달 차량 1대에 대해 배출가스 인증을 취득했지만, 그 이전에 판매한 차량에 대해서는 추가 조치가 없는 한 정식 차량 등록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인증 차량을 판매한 사실이 확인되면 대기환경보전법상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60억 원대 캠핑카 사기…혼탁해지는 시장

인증 문제뿐만이 아닙니다. 돈만 먼저 받고 차를 주지 않는 이른바 ‘먹튀 피해’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도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캠핑카 공장이 문을 닫자 차량 계약자들이 경찰에 고소했고 KBS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 피해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3월에 방영된 A 캠핑카 업체 먹튀 논란 방송(KBS)
경찰조사 결과 결국 캠핑카 업체 운영자는 구속됐습니다. 고객들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요청해 먼저 받은 뒤, 차는 넘기지 않은 혐의가 인정됐습니다. 피해자만 60여 명, 피해액은 1인당 평균 1억 원 정도인 60억 원 정도로 파악됐습니다.

■급팽창하는 국내 캠핑카, 정상적인 구매 방법은?

국내 캠핑카 규모는 해가 갈수록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차량 대수만 카라반을 포함해 15만 정도로 파악되고 해마다 30% 이상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캠핑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대면접촉을 피해 즐기자는 달라진 휴양 문화도 한몫했습니다. 전국 캠핑 인구만 연 40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시장 규모는 커지는데 법과 제도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해외에서 캠핑카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편법과 불법이 성행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입니다.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돈을 주고 미인증 캠핑카를 사지 않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따져봐야 할 사항들이 적지 않습니다.

<수입 캠핑카 정상 구매 방법>
▶배출가스 인증 등을 제대로 받았는지 확인
▶해외 제작사와 정식 공급계약 돼 있는지 확인
▶정식 번호판을 달고 차를 인도받을 때 잔금 지불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이행보증보험 요구


2015년 폭스바겐 등 독일 차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디젤게이트’는 환경 인증을 통과하기 위한 과정에서 일어났습니다. 이미 큰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캠핑카 수입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현재 벌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안전확보와 환경오염 방지, 그리고 공정한 시장 질서 형성을 위해서 환경부와 수사기관 등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와 시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임기상 미래차타기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일반 신형 승용차의 경우 대기업이 판매하기 때문에 법적 인증 절차를 정확히 밟지만, 억대의 고가 수입캠핑카의 경우 자금력이 부족한 업체가 정부의 관리소홀을 틈타 허술한 인증 절차를 거치는 경우가 있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차량 구매자들이 보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대문사진: 원소민/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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