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핵우산·핵공유…어떤 개념이고 어떻게 운용되나?

입력 2022.10.15 (08:00) 수정 2022.10.1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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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전술핵 재배치, 핵우산 강화, 핵 공유 등의 주장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어떤 개념들이고 실제로 어떻게 운용되는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전술핵과 전략핵의 차이는?

전술핵은 전략핵에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파괴력이 크고 사용 범위가 넓으면 전략핵, 상대적으로 파괴력이 작으면 전술핵이라고 합니다. 통상 전략핵은 도시나 산업시설 등 전쟁수행 능력 자체를 파괴하는 수백 kt(킬로톤)에서 Mt(메가톤) 위력의 핵무기를 말합니다. 이에 비해 전술핵은 제한된 지역의 군사적 목표를 공격하는 10kt 이하 위력의 핵무기를 일컫는 용어입니다. 참고로 1kt은 TNT 폭약 천 톤의 위력으로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의 위력이 15kt 정도였습니다. 전략핵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주로 ICBM이나 SLBM 같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전략폭격기를 이용하는데 비해 전술핵은 전투기, 단거리 미사일, 야포, 지뢰 등에 장착할 수 있고 핵배낭으로 병사가 운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략핵과 전술핵을 가르는 명확한 과학적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처럼 좁은 지역에 인구가 밀집한 상황에서는 전략핵과 전술핵을 나누는게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미국은 1990년대 초까지 6천 발 이상의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가 90% 이상을 퇴역시켰습니다. 핵무기 감축 정책이 이어졌고, 핵전쟁 위기만 유발할 뿐 실제 전쟁에서 전략적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분석 때문입니다. 현재는 전투기에서 투하하는 형태의 B61 계열 수백 발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B61 전술핵B61 전술핵

■ 전술핵 재배치 가능할까?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주한 미군이 다양한 형태의 전술 핵무기를 우리나라에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991년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하면서 모든 핵무기를 철수했습니다. 전술핵 재배치는 주한 미군이 다시 전술핵무기를 들여오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지난 31년간 한국과 미국이 추진해 온 한반도 비핵화 전략과 상충하기 때문입니다.

■ 핵우산이란?

핵우산이라는 개념은 확장 억제 전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용어입니다. 핵무기를 가진 국가가 핵이 없는 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 즉 북한이 남한에 핵 공격을 하면 동맹인 미국이 대응해서 핵 공격을 함으로써 핵전쟁을 억제한다는 개념입니다.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들어가 있다'라고 표현합니다.

핵우산에 들어가면 핵을 가지지 않은 국가도 동맹에 의존해 핵 공격을 막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핵을 보유하지 않아도 핵 억제력을 갖게 되니 세계 각국의 핵무기 개발 경쟁을 막을 수 있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았을 때, 과연 핵보유국이 핵전쟁에 휩쓸릴 위험 (혹은 본토가 핵 공격을 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핵 공격을 해줄 것인지 불확실하다며 핵우산을 믿기 어렵다는 주장도 존재합니다. 북한의 핵 공격이 임박하거나 감행됐을 때 실질적으로 미국의 핵우산이 펼쳐질 수 있도록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는게 핵우산을 강화하자는 주장의 핵심입니다.

■ 핵 공유란?

핵 공유는 나토가 채택하고 있는 전략입니다. 평시에 미국의 전술핵을 핵 비보유국에 배치해 놓았다가 전시에 전투기, 폭격기 등을 이용해서 공동으로 핵 공격을 한다는 개념입니다. 현재 나토 회원국 가운데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등 5개 나라에 미국의 전술핵이 배치돼 있습니다. 평시에는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들로 구성된 핵기획그룹에서 핵 정책을 논의·결정합니다. 하지만 유사시에 전술핵의 공격 목표, 시기 등을 결정하는
핵무기 사용의 최종 권한은 전적으로 미국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나토식 핵공유와 미군의 한반도 전술핵 배치에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 한국식 핵 공유 가능할까?

한국식 핵 공유라면 괌의 미군 기지에 배치된 전술핵을 유사시 한국군과 공동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한국군의 전투기나 폭격기가 참여하는 한미 합동 훈련을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 핵무기를 탑재한 미 항공모함 전단이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을 한반도 주변 해역에 상시, 순환 배치하는 방안 등도 제시됩니다. 이 방안은 우리 정부가 요청한 전례가 있습니다.

미 핵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호미 핵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호

2016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당시 박근혜 정부가 핵 항공모함 등 미국의 전략 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또는 순환 배치해 줄 것을 공식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 자산의 발이 묶인다는 것과 국방비 부담을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결국, 협의 끝에 '지속적으로 수시로 투입한다'는 문구로 절충됐습니다. 참고로 미군 핵 항공모함 전단의 하루 운용 비용은 약 80억 원, 연간으로는 3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어떤 핵전략이든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미국

전술핵 재배치든 핵우산 실행력 강화든 핵 공유든 간에 미국의 결정이 핵심입니다. 우리 정부가 제안, 협의, 설득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미국이 결정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술핵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대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이라는 큰 그림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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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술핵·핵우산·핵공유…어떤 개념이고 어떻게 운용되나?
    • 입력 2022-10-15 08:00:09
    • 수정2022-10-15 08:02:18
    취재K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전술핵 재배치, 핵우산 강화, 핵 공유 등의 주장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어떤 개념들이고 실제로 어떻게 운용되는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br />

■ 전술핵과 전략핵의 차이는?

전술핵은 전략핵에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파괴력이 크고 사용 범위가 넓으면 전략핵, 상대적으로 파괴력이 작으면 전술핵이라고 합니다. 통상 전략핵은 도시나 산업시설 등 전쟁수행 능력 자체를 파괴하는 수백 kt(킬로톤)에서 Mt(메가톤) 위력의 핵무기를 말합니다. 이에 비해 전술핵은 제한된 지역의 군사적 목표를 공격하는 10kt 이하 위력의 핵무기를 일컫는 용어입니다. 참고로 1kt은 TNT 폭약 천 톤의 위력으로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의 위력이 15kt 정도였습니다. 전략핵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주로 ICBM이나 SLBM 같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전략폭격기를 이용하는데 비해 전술핵은 전투기, 단거리 미사일, 야포, 지뢰 등에 장착할 수 있고 핵배낭으로 병사가 운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략핵과 전술핵을 가르는 명확한 과학적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처럼 좁은 지역에 인구가 밀집한 상황에서는 전략핵과 전술핵을 나누는게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미국은 1990년대 초까지 6천 발 이상의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가 90% 이상을 퇴역시켰습니다. 핵무기 감축 정책이 이어졌고, 핵전쟁 위기만 유발할 뿐 실제 전쟁에서 전략적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분석 때문입니다. 현재는 전투기에서 투하하는 형태의 B61 계열 수백 발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B61 전술핵
■ 전술핵 재배치 가능할까?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주한 미군이 다양한 형태의 전술 핵무기를 우리나라에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991년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하면서 모든 핵무기를 철수했습니다. 전술핵 재배치는 주한 미군이 다시 전술핵무기를 들여오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지난 31년간 한국과 미국이 추진해 온 한반도 비핵화 전략과 상충하기 때문입니다.

■ 핵우산이란?

핵우산이라는 개념은 확장 억제 전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용어입니다. 핵무기를 가진 국가가 핵이 없는 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 즉 북한이 남한에 핵 공격을 하면 동맹인 미국이 대응해서 핵 공격을 함으로써 핵전쟁을 억제한다는 개념입니다.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들어가 있다'라고 표현합니다.

핵우산에 들어가면 핵을 가지지 않은 국가도 동맹에 의존해 핵 공격을 막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핵을 보유하지 않아도 핵 억제력을 갖게 되니 세계 각국의 핵무기 개발 경쟁을 막을 수 있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았을 때, 과연 핵보유국이 핵전쟁에 휩쓸릴 위험 (혹은 본토가 핵 공격을 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핵 공격을 해줄 것인지 불확실하다며 핵우산을 믿기 어렵다는 주장도 존재합니다. 북한의 핵 공격이 임박하거나 감행됐을 때 실질적으로 미국의 핵우산이 펼쳐질 수 있도록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는게 핵우산을 강화하자는 주장의 핵심입니다.

■ 핵 공유란?

핵 공유는 나토가 채택하고 있는 전략입니다. 평시에 미국의 전술핵을 핵 비보유국에 배치해 놓았다가 전시에 전투기, 폭격기 등을 이용해서 공동으로 핵 공격을 한다는 개념입니다. 현재 나토 회원국 가운데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등 5개 나라에 미국의 전술핵이 배치돼 있습니다. 평시에는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들로 구성된 핵기획그룹에서 핵 정책을 논의·결정합니다. 하지만 유사시에 전술핵의 공격 목표, 시기 등을 결정하는
핵무기 사용의 최종 권한은 전적으로 미국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나토식 핵공유와 미군의 한반도 전술핵 배치에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 한국식 핵 공유 가능할까?

한국식 핵 공유라면 괌의 미군 기지에 배치된 전술핵을 유사시 한국군과 공동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한국군의 전투기나 폭격기가 참여하는 한미 합동 훈련을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 핵무기를 탑재한 미 항공모함 전단이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을 한반도 주변 해역에 상시, 순환 배치하는 방안 등도 제시됩니다. 이 방안은 우리 정부가 요청한 전례가 있습니다.

미 핵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호
2016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당시 박근혜 정부가 핵 항공모함 등 미국의 전략 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또는 순환 배치해 줄 것을 공식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 자산의 발이 묶인다는 것과 국방비 부담을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결국, 협의 끝에 '지속적으로 수시로 투입한다'는 문구로 절충됐습니다. 참고로 미군 핵 항공모함 전단의 하루 운용 비용은 약 80억 원, 연간으로는 3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어떤 핵전략이든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미국

전술핵 재배치든 핵우산 실행력 강화든 핵 공유든 간에 미국의 결정이 핵심입니다. 우리 정부가 제안, 협의, 설득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미국이 결정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술핵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대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이라는 큰 그림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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