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사직에 폐업까지”…플랫폼 스타트업 ‘찬바람’ 왜?

입력 2022.10.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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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 동력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줬던 스타트업(start-up·신생 창업 기업)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플랫폼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자금난에 시달려 인력 감축에 나서고, 심하게는 문을 닫는 기업들까지 나오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신산업 동력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줬던 스타트업(start-up·신생 창업 기업)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플랫폼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자금난에 시달려 인력 감축에 나서고, 심하게는 문을 닫는 기업들까지 나오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카뱅'마저 주가(株價) 흔들…'창업 신화' 꿈꾸던 스타트업 '먹구름'

"우리사주 최대한 당겨 8억 원 중반에 매수했는데, 지금 원금만 4억 원 손해입니다. 이자까지 하면 더할 텐데 계산하기 싫어지네요. 지금 대리 기사 '투잡' 하는 분, 이혼 준비 중인 분 등 하루하루 살얼음판입니다. 은행원인 분들이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에 처해 있어요."

-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카카오뱅크 주식 사내(社內) 매수자'로 추정되는 네티즌의 글

지난해 8월 상장된 카카오뱅크의 주식 가격이 근래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6일 주당 공모가 3만 9,0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그달 20일 최고가인 9만 4,400원까지 급등했다가, 올 들어 서서히 빠지기 시작해 지난 13일에는 1만 6천 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공모가에서 반토막 이상 손해가 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곡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자사주를 매입하는 '우리사주' 방식으로 일찌감치 주식을 보유해왔던 카카오뱅크 직원들이 특히 난감한 상황입니다.

직원들은 공모가 기준으로 1인당 평균 1만 2,500주를 받아 5억 원 가까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우리사주 특성상 보호예수 기간(1년)에 묶여 중도에 팔지도 못한 채, 높아진 금리로 인해 '매입 자금 대출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사측은 주가 반등을 위해 '경영진의 적극적인 주가 관리'를 제도화하고, '자사주 매입'과 '신사업 진출' 등으로 돌파구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른바 'K-스타트업'의 대표적 성공 모델로 꼽히는 카카오그룹의 계열사까지 주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요즘 신생 벤처기업들은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투자 유치 실패로 자금난에 시달려 고용 인력을 줄이다 끝내 폐업까지 하는 곳들이 나옵니다. 찬바람 부는 스타트업 업계의 현실을 들여다봤습니다.

■ "투자 받으려 뛰어다녀도 문전박대"…'75만 회원' '1만 4천 제휴사' 스타트업도 '휘청'

#1. '생선회 등 신선 수산물을 당일 배송'하는 서비스로 인기를 끈 스타트업 A사. 한때 75만 회원을 자랑하던 이 회사는 지난달 1일 부로 전 직원 80여 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습니다.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해 자금난을 겪었기 때문이었습니다.

#2. '뷰티·헬스 업장 예약·결제 서비스' 관련 어플리케이션 개발로 주목을 받았던 B사도 창업 2년여 만인 지난 7월 폐업했습니다. 1만 4,000여 곳의 제휴 매장을 뒀던 이 회사는 공격적 프로모션으로 비용 소모가 컸던 반면, 투자 유치에는 난항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스타트업 C사 대표는 “투자를 받으러 여러 군데 뛰어다녀도 문전박대당하고, 은행 문턱도 높아 대출받기도 힘들다”며 “추가적인 기술 개발 등 기업 성장을 위해 눈앞에 할 일은 쌓여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스타트업 C사 대표는 “투자를 받으러 여러 군데 뛰어다녀도 문전박대당하고, 은행 문턱도 높아 대출받기도 힘들다”며 “추가적인 기술 개발 등 기업 성장을 위해 눈앞에 할 일은 쌓여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올해 들어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하는 스타트업 직장인들의 글이 종종 올라옵니다.

"10억대 프로젝트도 많았던 벤처기업이었는데, 올해 계약이 계속 밀리더니 거래처로부터 돈도 못 받고 지난달에는 임금도 늦게 지급했다" "회사가 매년 30억~50억 투자를 받아왔는데, 올해는 투자를 아예 못 받아 더 이상 운영이 힘들 것 같다고 한다. 부채도 20억~30억이나 돼서, 몇 안 되는 직원들 모두 권고사직 쪽으로 얘기가 됐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스타트업 C사 대표는 "투자를 받으려 여러 군데 뛰어다녀도 문전박대당하고, 은행 문턱도 높아 대출받기도 힘들다"며 "추가적인 기술 개발 등 기업 성장을 위해 눈앞에 할 일은 쌓여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3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국내 스타트업 250개사(社)를 대상으로 실시한 '스타트업 애로 현황 및 정책 과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10곳 중 6곳이 '작년에 비해 경영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심리 약화(52.7%)'와 '코로나 등에 따른 내수 시장 부진(52.7%)'(이상 복수 응답)이 가장 많이 지목됐습니다.

또한 응답 기업의 84%는 작년 대비 '투자가 감소했거나 비슷했다'며, '감소했다'고 답한 기업 중 47.8%는 투자 금액이 50% 이상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스타트업 민관(民官) 협력 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사 결과, 지난 7월 기준 스타트업 총 투자 금액은 작년 같은 달 대비 2조 2,291억 원 감소(-72.71%)한 8,368억 원에 그쳤습니다.

실적보다 경쟁 우선…'캐시버닝' 몰두한 '플랫폼 스타트업'의 위기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실패하는 등 위기를 겪는 '거시적 요인'으로는, 세계 경기 악화에 따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꼽힙니다. 자금 유동성이 위축됨에 따라 벤처 투자 패턴 역시 보수적으로 바뀐 것이지요. 신생 기업의 성장성을 중시하던 종전과 달리, 확실한 수익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분석입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간 자금 유동성이 풍부해 많은 돈이 벤처, 스타트업 쪽으로 흘러갔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니까 유동성이 빠지고 '벤처 캐피탈(벤처기업에 무담보 주식 투자 형태로 투자하는 전문적인 금융 기관)' 쪽 자금 공급도 줄어들었다"며 "또한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非對面) 경제가 온다'는 전망에 따라, 서로 비슷한 업종에 도전한 스타트업들은 차별성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기'가 오자 무너지고 있다 "고 진단했는데요.

최근 고용 인력을 감축한 한 플랫폼 스타트업은 근 5년간 흑자를 달성하지 못했고, 투자 유치 실패로 끝내 경영권을 매각한 또 다른 플랫폼 스타트업은 근 3년 새 영업적자가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최근 고용 인력을 감축한 한 플랫폼 스타트업은 근 5년간 흑자를 달성하지 못했고, 투자 유치 실패로 끝내 경영권을 매각한 또 다른 플랫폼 스타트업은 근 3년 새 영업적자가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나아가 보다 '근본적인 패인(敗因)'은 스타트업들의 '사세(社勢) 확장 방식'에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금 스타트업 분야에서 집중적인 타격을 받는 쪽은 '플랫폼 기업'인데, 해당 유형의 스타트업들이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과정에 무리한 점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플랫폼 기업'이란 모바일·인터넷 공간을 바탕으로 각종 제품·서비스를 중개하고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기업을 말합니다.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관련 분야에서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동종업계 기업들과 치열한 '캐시버닝(현금이 고갈될 정도로 과도한 출혈을 일으키는 경쟁)'을 벌이는 경향이 있는데요. 실적보다는 시장 경쟁에 몰두한 나머지 경영에 내실을 기하지 못해 투자금이 끊기면 곧바로 위기를 맞는 식으로, '유동성 절벽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고용 인력을 감축한 한 플랫폼 스타트업은 근 5년간 흑자를 달성하지 못했고, 투자 유치 실패로 끝내 경영권을 매각한 또 다른 플랫폼 스타트업은 근 3년 새 영업적자가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재원 /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창업벤처연구실장

"코로나 비대면 시장에서 가장 이익을 본 스타트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기존의 전통적 구조에서 디지털 구조로 전환하는 것)' 업종, 소위 '플랫폼 기업'들이었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사업 모델은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갖기 위해 영업이익률을 낮추면서까지 매출을 급성장시켜 무한 경쟁하는 방식인데요. 경쟁 끝에 사업 영역을 확장시키면, 거래점도 늘리고 물류망도 갖춰야 하는데, 투자를 받으면 다시 경쟁으로 돌입하는 식인 거죠.

그렇게 완전 적자는 면할 정도로만 단기간 손해를 보고, 그 손해는 더 큰 '시드 머니(종잣돈)' 투자로 메꾸면서 시장을 장악해갔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가능했던 이런 '치킨 게임'이 자금 유동성이 떨어진 지금에는 어려워진 것이죠. 수익률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VC(벤처 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기 힘들어진 상황입니다."

■ 전문가 "옥석(玉石) 가려지는 시간…몸집 불리기보다 실적·경쟁력 갖춰야"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침체기가 플랫폼 스타트업 업계의 옥석(玉石)이 가려지는 시간이 될 것이며, 생존에서 성장까지 도모하려면 몸집 불리기에 치중하기보다는 분명한 실적과 기술 경쟁력을 갖춰 국제 무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침체기가 플랫폼 스타트업 업계의 옥석(玉石)이 가려지는 시간이 될 것이며, 생존에서 성장까지 도모하려면 몸집 불리기에 치중하기보다는 분명한 실적과 기술 경쟁력을 갖춰 국제 무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침체기가 플랫폼 스타트업 업계의 옥석(玉石)이 가려지는 시간이 될 것이며, 생존에서 성장까지 도모하려면 몸집 불리기에 치중하기보다는 분명한 실적과 기술 경쟁력을 갖춰 국제 무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강경훈 교수는 "유동성이 좋을 때는 서로 유사한 업종에 도전해도 상황이 괜찮았지만, 이제는 스타트업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는 혹독한 시기가 오고 있다"며 "비전과 혁신, 우선적으로는 '충분한 실적'을 보여주는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스타트업들은 부채가 많은 편인데 금리가 높아지면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 1~2년 고금리 시기에는 스타트업에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것 같진 않다"며 "내수 시장보다는 수출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기술 개발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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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고사직에 폐업까지”…플랫폼 스타트업 ‘찬바람’ 왜?
    • 입력 2022-10-15 09:00:08
    취재K
신산업 동력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줬던 스타트업(start-up·신생 창업 기업)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플랫폼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자금난에 시달려 인력 감축에 나서고, 심하게는 문을 닫는 기업들까지 나오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카뱅'마저 주가(株價) 흔들…'창업 신화' 꿈꾸던 스타트업 '먹구름'

"우리사주 최대한 당겨 8억 원 중반에 매수했는데, 지금 원금만 4억 원 손해입니다. 이자까지 하면 더할 텐데 계산하기 싫어지네요. 지금 대리 기사 '투잡' 하는 분, 이혼 준비 중인 분 등 하루하루 살얼음판입니다. 은행원인 분들이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에 처해 있어요."

-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카카오뱅크 주식 사내(社內) 매수자'로 추정되는 네티즌의 글

지난해 8월 상장된 카카오뱅크의 주식 가격이 근래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6일 주당 공모가 3만 9,0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그달 20일 최고가인 9만 4,400원까지 급등했다가, 올 들어 서서히 빠지기 시작해 지난 13일에는 1만 6천 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공모가에서 반토막 이상 손해가 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곡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자사주를 매입하는 '우리사주' 방식으로 일찌감치 주식을 보유해왔던 카카오뱅크 직원들이 특히 난감한 상황입니다.

직원들은 공모가 기준으로 1인당 평균 1만 2,500주를 받아 5억 원 가까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우리사주 특성상 보호예수 기간(1년)에 묶여 중도에 팔지도 못한 채, 높아진 금리로 인해 '매입 자금 대출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사측은 주가 반등을 위해 '경영진의 적극적인 주가 관리'를 제도화하고, '자사주 매입'과 '신사업 진출' 등으로 돌파구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른바 'K-스타트업'의 대표적 성공 모델로 꼽히는 카카오그룹의 계열사까지 주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요즘 신생 벤처기업들은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투자 유치 실패로 자금난에 시달려 고용 인력을 줄이다 끝내 폐업까지 하는 곳들이 나옵니다. 찬바람 부는 스타트업 업계의 현실을 들여다봤습니다.

■ "투자 받으려 뛰어다녀도 문전박대"…'75만 회원' '1만 4천 제휴사' 스타트업도 '휘청'

#1. '생선회 등 신선 수산물을 당일 배송'하는 서비스로 인기를 끈 스타트업 A사. 한때 75만 회원을 자랑하던 이 회사는 지난달 1일 부로 전 직원 80여 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습니다.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해 자금난을 겪었기 때문이었습니다.

#2. '뷰티·헬스 업장 예약·결제 서비스' 관련 어플리케이션 개발로 주목을 받았던 B사도 창업 2년여 만인 지난 7월 폐업했습니다. 1만 4,000여 곳의 제휴 매장을 뒀던 이 회사는 공격적 프로모션으로 비용 소모가 컸던 반면, 투자 유치에는 난항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스타트업 C사 대표는 “투자를 받으러 여러 군데 뛰어다녀도 문전박대당하고, 은행 문턱도 높아 대출받기도 힘들다”며 “추가적인 기술 개발 등 기업 성장을 위해 눈앞에 할 일은 쌓여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올해 들어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하는 스타트업 직장인들의 글이 종종 올라옵니다.

"10억대 프로젝트도 많았던 벤처기업이었는데, 올해 계약이 계속 밀리더니 거래처로부터 돈도 못 받고 지난달에는 임금도 늦게 지급했다" "회사가 매년 30억~50억 투자를 받아왔는데, 올해는 투자를 아예 못 받아 더 이상 운영이 힘들 것 같다고 한다. 부채도 20억~30억이나 돼서, 몇 안 되는 직원들 모두 권고사직 쪽으로 얘기가 됐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스타트업 C사 대표는 "투자를 받으려 여러 군데 뛰어다녀도 문전박대당하고, 은행 문턱도 높아 대출받기도 힘들다"며 "추가적인 기술 개발 등 기업 성장을 위해 눈앞에 할 일은 쌓여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3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국내 스타트업 250개사(社)를 대상으로 실시한 '스타트업 애로 현황 및 정책 과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10곳 중 6곳이 '작년에 비해 경영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심리 약화(52.7%)'와 '코로나 등에 따른 내수 시장 부진(52.7%)'(이상 복수 응답)이 가장 많이 지목됐습니다.

또한 응답 기업의 84%는 작년 대비 '투자가 감소했거나 비슷했다'며, '감소했다'고 답한 기업 중 47.8%는 투자 금액이 50% 이상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스타트업 민관(民官) 협력 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사 결과, 지난 7월 기준 스타트업 총 투자 금액은 작년 같은 달 대비 2조 2,291억 원 감소(-72.71%)한 8,368억 원에 그쳤습니다.

실적보다 경쟁 우선…'캐시버닝' 몰두한 '플랫폼 스타트업'의 위기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실패하는 등 위기를 겪는 '거시적 요인'으로는, 세계 경기 악화에 따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꼽힙니다. 자금 유동성이 위축됨에 따라 벤처 투자 패턴 역시 보수적으로 바뀐 것이지요. 신생 기업의 성장성을 중시하던 종전과 달리, 확실한 수익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분석입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간 자금 유동성이 풍부해 많은 돈이 벤처, 스타트업 쪽으로 흘러갔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니까 유동성이 빠지고 '벤처 캐피탈(벤처기업에 무담보 주식 투자 형태로 투자하는 전문적인 금융 기관)' 쪽 자금 공급도 줄어들었다"며 "또한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非對面) 경제가 온다'는 전망에 따라, 서로 비슷한 업종에 도전한 스타트업들은 차별성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기'가 오자 무너지고 있다 "고 진단했는데요.

최근 고용 인력을 감축한 한 플랫폼 스타트업은 근 5년간 흑자를 달성하지 못했고, 투자 유치 실패로 끝내 경영권을 매각한 또 다른 플랫폼 스타트업은 근 3년 새 영업적자가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나아가 보다 '근본적인 패인(敗因)'은 스타트업들의 '사세(社勢) 확장 방식'에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금 스타트업 분야에서 집중적인 타격을 받는 쪽은 '플랫폼 기업'인데, 해당 유형의 스타트업들이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과정에 무리한 점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플랫폼 기업'이란 모바일·인터넷 공간을 바탕으로 각종 제품·서비스를 중개하고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기업을 말합니다.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관련 분야에서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동종업계 기업들과 치열한 '캐시버닝(현금이 고갈될 정도로 과도한 출혈을 일으키는 경쟁)'을 벌이는 경향이 있는데요. 실적보다는 시장 경쟁에 몰두한 나머지 경영에 내실을 기하지 못해 투자금이 끊기면 곧바로 위기를 맞는 식으로, '유동성 절벽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고용 인력을 감축한 한 플랫폼 스타트업은 근 5년간 흑자를 달성하지 못했고, 투자 유치 실패로 끝내 경영권을 매각한 또 다른 플랫폼 스타트업은 근 3년 새 영업적자가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재원 /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창업벤처연구실장

"코로나 비대면 시장에서 가장 이익을 본 스타트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기존의 전통적 구조에서 디지털 구조로 전환하는 것)' 업종, 소위 '플랫폼 기업'들이었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사업 모델은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갖기 위해 영업이익률을 낮추면서까지 매출을 급성장시켜 무한 경쟁하는 방식인데요. 경쟁 끝에 사업 영역을 확장시키면, 거래점도 늘리고 물류망도 갖춰야 하는데, 투자를 받으면 다시 경쟁으로 돌입하는 식인 거죠.

그렇게 완전 적자는 면할 정도로만 단기간 손해를 보고, 그 손해는 더 큰 '시드 머니(종잣돈)' 투자로 메꾸면서 시장을 장악해갔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가능했던 이런 '치킨 게임'이 자금 유동성이 떨어진 지금에는 어려워진 것이죠. 수익률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VC(벤처 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기 힘들어진 상황입니다."

■ 전문가 "옥석(玉石) 가려지는 시간…몸집 불리기보다 실적·경쟁력 갖춰야"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침체기가 플랫폼 스타트업 업계의 옥석(玉石)이 가려지는 시간이 될 것이며, 생존에서 성장까지 도모하려면 몸집 불리기에 치중하기보다는 분명한 실적과 기술 경쟁력을 갖춰 국제 무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침체기가 플랫폼 스타트업 업계의 옥석(玉石)이 가려지는 시간이 될 것이며, 생존에서 성장까지 도모하려면 몸집 불리기에 치중하기보다는 분명한 실적과 기술 경쟁력을 갖춰 국제 무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강경훈 교수는 "유동성이 좋을 때는 서로 유사한 업종에 도전해도 상황이 괜찮았지만, 이제는 스타트업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는 혹독한 시기가 오고 있다"며 "비전과 혁신, 우선적으로는 '충분한 실적'을 보여주는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스타트업들은 부채가 많은 편인데 금리가 높아지면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 1~2년 고금리 시기에는 스타트업에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것 같진 않다"며 "내수 시장보다는 수출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기술 개발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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