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구글·넷플릭스 전쟁…소비자만 피해?

입력 2022.10.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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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사용료'를 둘러싼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망 사용료는 오랫동안 ICT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음에도,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전을 중심으로 한 '기업 간 갈등' 수준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구글과 트위치 등 다른 해외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과 유튜버들이 가세하고, 최근엔 통신 3사가 반격에 나서며 이 문제가 이제는 여론전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점점 격화되는 갈등, 무엇이 문제일까요?

■ 통신 3사 '돈 내' vs 구글·넷플릭스 '안 내'


통신사는 드라마, 웹툰과 같은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네트워크 설비를 깔고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감당하는데 매년 수조 원의 비용들 들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트래픽은 국내 전체 트래픽의 34%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합니다. 그러니 폭증하는 트래픽에 대해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이 최소한의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게 통신사들의 입장입니다. 망 사용료를 낸다 해도 그 금액은 구글이 벌어들인 순수 광고수익 대비 0.25%에 불과하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구글과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제공 사업자는 '망 이용량'에 대한 대가를 낼 의무가 없다고 합니다. 전 세계 모든 개인과 기업들은 이미 인터넷 '접속료'를 내고 있고, 접속 이후부터는 비용과 조건 없이 전 세계 네트워크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망 사용료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내용과 유형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합니다.


최근 SNS에서 '망 사용료 법안 반대 청원'을 독려하는 배너를 보신 분들 계실 겁니다. 구글은 '망 중립성 보호'와 '인터넷 수호'라는 키워드로 공격적인 캠페인에 나섰습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최근 "망 사용료 입법이 되면 한국에서 사업 방식을 변경할 수 있고, 추가 비용은 유튜버에게 불이익이 될 것"이라며 유튜버들의 동참을 호소했고, 이 반대 청원에는 현재까지 25만 명이 넘게 참여했습니다.

악화된 여론에 놀란 통신사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통신 3사(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KT)는 지난 12일 '망 무임승차 하는 글로벌 빅테크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반격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막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는 다른 국내외 업체들은 이미 자율 협상을 통해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며, 해당 법안은 자율 협상이 불가능한 넷플릭스·구글과 같은 '무임승차' 기업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 국회 입법은 정체 상황…'다시 원점으로'

지난달 20일 국회 과방위에서 진행된 ‘정보통신망 이용료 지급 관련 공청회’지난달 20일 국회 과방위에서 진행된 ‘정보통신망 이용료 지급 관련 공청회’

그렇다면 논란의 '망 사용료법', 국회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됐을까요?

현재 국회에는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의 망 사용료 지급과 관련된 법안 총 일곱 건이 계류 중입니다. 넷플릭스나 구글 같은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가 망 이용 대가를 부당하게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여야 모두 해당 법안의 필요성에 동의해 조만간 통과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최근 들어 망 사용료를 둘러싼 여론이 악화 되면서 그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과방위 정청래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소수의 국내 ISP(인터넷 제공 사업자)를 보호하려는 편협하고 왜곡된 애국 마케팅을 하다가 국내 CP(콘텐츠 제공 사업자)의 폭망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2일 "'망 사용료법'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는 유보적 입장을 트위터에 게시했습니다.

국회의 논의에 진척이 없는 건 비단 여론 때문만은 아닙니다. 망 사용료 문제는 통상 문제와도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지난 5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산업통상자원부에 '망 사용료법'에 대한 우려의 입장을 담은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국산 물품과 서비스도 국내산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무역 기본 원칙 '내국민 대우'에 어긋난다는 내용입니다.

또 '인터넷 통신과 관련해 차별적인 조건을 달아선 안 된다'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조항에 위배될 소지도 있는 만큼, 외교적으로도 매우 첨예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법안을 쉽게 통과시키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트위치' 화질 제한…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지난달 28일 게시된 ‘한국 Twitch 업데이트’ 관련 공지사항지난달 28일 게시된 ‘한국 Twitch 업데이트’ 관련 공지사항

통신 3사와 글로벌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앞세워 다투는 사이, 그 불똥이 소비자들에게 튈 거란 지적도 나옵니다.

게임방송 플랫폼 '트위치'는 지난달 30일부터 게임 관련 동영상을 한국에서만 풀HD(가로1920, 세로1080) 화질 대신 HD(가로1280, 세로720)로 제공하며 화질을 2배 이하로 저하 시켰습니다.

망 사용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네트워크 요금'을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망 이용료에 반발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 트위치 이용자들은 고화질의 콘텐츠를 저화질로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또 법안이 통과돼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이 망 사용료를 부담하게 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서비스 이용료를 올릴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망 이용료 지불로 인한 손실을 이용료 인상으로 메꿀 수도 있다는 겁니다.

다가오는 21일 과방위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는 구글 코리아와 넷플릭스 코리아 임원 등이 참고인 등으로 출석할 예정입니다. 또 한 번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갈등 해결의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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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신 3사-구글·넷플릭스 전쟁…소비자만 피해?
    • 입력 2022-10-15 11:00:26
    취재K

'망 사용료'를 둘러싼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망 사용료는 오랫동안 ICT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음에도,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전을 중심으로 한 '기업 간 갈등' 수준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구글과 트위치 등 다른 해외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과 유튜버들이 가세하고, 최근엔 통신 3사가 반격에 나서며 이 문제가 이제는 여론전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점점 격화되는 갈등, 무엇이 문제일까요?

■ 통신 3사 '돈 내' vs 구글·넷플릭스 '안 내'


통신사는 드라마, 웹툰과 같은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네트워크 설비를 깔고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감당하는데 매년 수조 원의 비용들 들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트래픽은 국내 전체 트래픽의 34%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합니다. 그러니 폭증하는 트래픽에 대해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이 최소한의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게 통신사들의 입장입니다. 망 사용료를 낸다 해도 그 금액은 구글이 벌어들인 순수 광고수익 대비 0.25%에 불과하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구글과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제공 사업자는 '망 이용량'에 대한 대가를 낼 의무가 없다고 합니다. 전 세계 모든 개인과 기업들은 이미 인터넷 '접속료'를 내고 있고, 접속 이후부터는 비용과 조건 없이 전 세계 네트워크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망 사용료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내용과 유형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합니다.


최근 SNS에서 '망 사용료 법안 반대 청원'을 독려하는 배너를 보신 분들 계실 겁니다. 구글은 '망 중립성 보호'와 '인터넷 수호'라는 키워드로 공격적인 캠페인에 나섰습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최근 "망 사용료 입법이 되면 한국에서 사업 방식을 변경할 수 있고, 추가 비용은 유튜버에게 불이익이 될 것"이라며 유튜버들의 동참을 호소했고, 이 반대 청원에는 현재까지 25만 명이 넘게 참여했습니다.

악화된 여론에 놀란 통신사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통신 3사(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KT)는 지난 12일 '망 무임승차 하는 글로벌 빅테크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반격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막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는 다른 국내외 업체들은 이미 자율 협상을 통해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며, 해당 법안은 자율 협상이 불가능한 넷플릭스·구글과 같은 '무임승차' 기업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 국회 입법은 정체 상황…'다시 원점으로'

지난달 20일 국회 과방위에서 진행된 ‘정보통신망 이용료 지급 관련 공청회’
그렇다면 논란의 '망 사용료법', 국회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됐을까요?

현재 국회에는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의 망 사용료 지급과 관련된 법안 총 일곱 건이 계류 중입니다. 넷플릭스나 구글 같은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가 망 이용 대가를 부당하게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여야 모두 해당 법안의 필요성에 동의해 조만간 통과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최근 들어 망 사용료를 둘러싼 여론이 악화 되면서 그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과방위 정청래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소수의 국내 ISP(인터넷 제공 사업자)를 보호하려는 편협하고 왜곡된 애국 마케팅을 하다가 국내 CP(콘텐츠 제공 사업자)의 폭망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2일 "'망 사용료법'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는 유보적 입장을 트위터에 게시했습니다.

국회의 논의에 진척이 없는 건 비단 여론 때문만은 아닙니다. 망 사용료 문제는 통상 문제와도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지난 5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산업통상자원부에 '망 사용료법'에 대한 우려의 입장을 담은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국산 물품과 서비스도 국내산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무역 기본 원칙 '내국민 대우'에 어긋난다는 내용입니다.

또 '인터넷 통신과 관련해 차별적인 조건을 달아선 안 된다'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조항에 위배될 소지도 있는 만큼, 외교적으로도 매우 첨예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법안을 쉽게 통과시키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트위치' 화질 제한…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지난달 28일 게시된 ‘한국 Twitch 업데이트’ 관련 공지사항
통신 3사와 글로벌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앞세워 다투는 사이, 그 불똥이 소비자들에게 튈 거란 지적도 나옵니다.

게임방송 플랫폼 '트위치'는 지난달 30일부터 게임 관련 동영상을 한국에서만 풀HD(가로1920, 세로1080) 화질 대신 HD(가로1280, 세로720)로 제공하며 화질을 2배 이하로 저하 시켰습니다.

망 사용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네트워크 요금'을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망 이용료에 반발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 트위치 이용자들은 고화질의 콘텐츠를 저화질로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또 법안이 통과돼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이 망 사용료를 부담하게 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서비스 이용료를 올릴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망 이용료 지불로 인한 손실을 이용료 인상으로 메꿀 수도 있다는 겁니다.

다가오는 21일 과방위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는 구글 코리아와 넷플릭스 코리아 임원 등이 참고인 등으로 출석할 예정입니다. 또 한 번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갈등 해결의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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