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지키는 60대 연극인 부부…“설레고 치유받는 시간”

입력 2022.10.17 (07:36) 수정 2022.10.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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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에서 40년 넘게 연극을 하며 소극장을 꿋꿋이 지켜온 연극인 부부가 있습니다.

자금난으로 극장 운영이 녹록지 않았지만, 이들이 연극의 끈을 놓지 않은 이유, 설레고 치유 받는 시간이기 때문이라는데요.

안다영 기자가 이들 부부를 만났습니다.

[리포트]

사고로 딸을 잃은 고통 속에 점점 기억이 사라져가는 여자.

["여기가 어딘지 내가 왜 여기 와 있는지 아무 생각도 안 나요."]

그런 여자를 지켜보는 남자.

["그럼 조금만 더 기다려봅시다. 내가 같이 기다려줄게요."]

1970년대 중동에 일하러 떠났던 남편과 그를 기다리며 외로운 시간을 견뎌온 아내는 어느새 노부부가 됐습니다.

연극은 기억과 망각 사이 어딘가를 헤매는 아내와 남편의 대화로 전개됩니다.

[정민자/연극 배우 : "망각의 늪으로 빠진 거죠. 그걸 지켜보고 있는 남편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게 다 나 때문이라고..."]

그런데 극 중 노부부, 실제 부부입니다.

대학 연극 동아리에서 처음 만나 함께 무대에 선 세월이 40년이 넘었습니다.

[강상훈/연극 배우 : "'늙은 부부 이야기'는 백 회를 넘겼어요. 지방, 특히 제주에서 100회 이상 가는 공연은 쉽지가 않거든요."]

제주에서 극단을 꾸리고 소극장을 지켜온 지도 30여 년.

돈이 없어 극장 문을 열고 닫기를 수차례 반복하던 중에도 작품 1백여 편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정민자/연극 배우 : "대본을 받을 때마다 설레요. 관객이랑 바로 앞에서 이렇게 하는 연극의 묘미는 소극장에서 있는 게 아닐까..."]

올해 말까지 전국 6개 도시를 도는 생애 첫 순회 공연에도 나섭니다.

연극이 좋아 연극인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 부부의 진짜 꿈은 따로 있습니다.

[강상훈/연극 배우 : "(프랑스) 아비뇽을 갔다 온 적이 있어요. 거기 축제를 보면서 (현지의) 그 노부부가 한 사람은 손님들 오시게 인도하시다가 조명석에 앉으시고... 한 사람은 이제 스펀지를 가지고 인형을 만들어서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하는데 우리의 말년의 모습이 그렇게 되면 좋겠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이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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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극장 지키는 60대 연극인 부부…“설레고 치유받는 시간”
    • 입력 2022-10-17 07:36:04
    • 수정2022-10-17 08: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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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에서 40년 넘게 연극을 하며 소극장을 꿋꿋이 지켜온 연극인 부부가 있습니다.

자금난으로 극장 운영이 녹록지 않았지만, 이들이 연극의 끈을 놓지 않은 이유, 설레고 치유 받는 시간이기 때문이라는데요.

안다영 기자가 이들 부부를 만났습니다.

[리포트]

사고로 딸을 잃은 고통 속에 점점 기억이 사라져가는 여자.

["여기가 어딘지 내가 왜 여기 와 있는지 아무 생각도 안 나요."]

그런 여자를 지켜보는 남자.

["그럼 조금만 더 기다려봅시다. 내가 같이 기다려줄게요."]

1970년대 중동에 일하러 떠났던 남편과 그를 기다리며 외로운 시간을 견뎌온 아내는 어느새 노부부가 됐습니다.

연극은 기억과 망각 사이 어딘가를 헤매는 아내와 남편의 대화로 전개됩니다.

[정민자/연극 배우 : "망각의 늪으로 빠진 거죠. 그걸 지켜보고 있는 남편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게 다 나 때문이라고..."]

그런데 극 중 노부부, 실제 부부입니다.

대학 연극 동아리에서 처음 만나 함께 무대에 선 세월이 40년이 넘었습니다.

[강상훈/연극 배우 : "'늙은 부부 이야기'는 백 회를 넘겼어요. 지방, 특히 제주에서 100회 이상 가는 공연은 쉽지가 않거든요."]

제주에서 극단을 꾸리고 소극장을 지켜온 지도 30여 년.

돈이 없어 극장 문을 열고 닫기를 수차례 반복하던 중에도 작품 1백여 편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정민자/연극 배우 : "대본을 받을 때마다 설레요. 관객이랑 바로 앞에서 이렇게 하는 연극의 묘미는 소극장에서 있는 게 아닐까..."]

올해 말까지 전국 6개 도시를 도는 생애 첫 순회 공연에도 나섭니다.

연극이 좋아 연극인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 부부의 진짜 꿈은 따로 있습니다.

[강상훈/연극 배우 : "(프랑스) 아비뇽을 갔다 온 적이 있어요. 거기 축제를 보면서 (현지의) 그 노부부가 한 사람은 손님들 오시게 인도하시다가 조명석에 앉으시고... 한 사람은 이제 스펀지를 가지고 인형을 만들어서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하는데 우리의 말년의 모습이 그렇게 되면 좋겠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이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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