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日 ‘강제동원 배상판결’ 4년…한일관계 앞날은?

입력 2022.10.17 (10:49) 수정 2022.10.17 (10:5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일제 강점기에 강제 동원된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전범 기업들이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기억 하실텐데요.

얼어붙은 한일 관계와 일본 정부의 외면으로 그간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양국 관계가 조금씩 풀어지는 기미가 보이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대법 판결이 나온 지 벌써 4년이나 됐군요?

[기자]

우리 대법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이 나온 지 만 4년이 됐습니다.

대법원은 2018년 10월과 11월 일제 전범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가 한국인 강제 동원 피해자에게 각각 위자료 약 1억 원, 1억 2천만 원씩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는데요.

대법 판결에도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채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습니다.

일단 판결의 직접적인 대상인 전범 기업들, 미쓰비시 중공업과 일본제철이 대법 판결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두 기업 모두 "한국 국내의 일"이라거나,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끝난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다시 법원에 기댈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들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현금 청산하기 위해 또 소송을 낸 거죠.

하지만 현금 청산이 실제로 이뤄지면 심한 외교적 마찰로 번질 것이란 정치적 우려 속에 소송전은 기약 없이 늘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대법원 판결이 상징적인 단죄에 그친 셈이네요.

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외교적으로 해법을 모색해 봐야 할 텐데요.

[기자]

네, 사실 전범 기업들이 내놓는 말은 일본 정부의 입장과 비슷합니다.

일본은 지금까지 "한국이 전범 기업 현금 청산 문제를 해결할 해결책을 가져오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가토 가쓰노부/일본 전 관방장관 : "일본은 한국에 여러 번 지적해 왔습니다. 한국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더욱 강력하게 촉구하고 싶습니다."]

도쿄신문 정치부 차장은 "일본 기업은 피해자들과 손을 잡고 끝내길 바랄 수도 있지만, 일본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기업들이 일본 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며, "정부의 태도가 바뀌면 기업도 강제동원 문제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관건은 한일관계를 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라는 겁니다.

[앵커]

그래도 극단으로 치달았던 양국 관계가 최근 들어 조금씩 풀리고 있잖아요?

[기자]

네, 가장 달라진 점은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났다는 거겠죠.

지난달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방문한 한일 정상이 현지에서 회동했습니다.

양국 정상이 얼굴을 맞댄 건 2년 9개월 만이었는데요.

정식이 아닌 약식 회담이다, 간담(懇談)이다, 하는 잡음이 있기는 했지만, 관계 정상화의 첫걸음이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장급 회의에서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가 더 구체화된 분위긴데요.

회의가 끝나고 일본 외무성은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일본은 한국이 책임을 갖고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던 지난 8월 회의 때와 비교하면 태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앵커]

대화의 물꼬를 튼 건 다행인데, 한국과 일본, 또 당사자들 사이에 입장 차이가 큰 상황에서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요?

[기자]

일단 양국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방안이 몇 가지 있는 거로 알려졌는데요.

먼저 '제 3자 대위변제' 라는 게 있습니다.

말이 어려운데, 글자 그대로 제 3자가 대신 빚을 갚아준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 등이 일본 기업의 내야 할 배상금을 대신 내주고, 나중에 일본 쪽에 청구하는 방식입니다.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자산이 현금 청산되고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을 일단 피해보자는 거죠.

하지만 피해자와 전범 기업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전범 기업의 채무는 그대로 존재하되 제 3자가 새롭게 같은 채무를 인수하는 '병존적 채무인수' 방식도 거론됩니다.

어려운 용어인데 법적으로는 이 경우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해법이라고 해서 최근 거론되는 방식입니다.

[앵커]

하지만 피해 당사자들은 일관되게 전범 기업의 직접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거잖아요?

[기자]

피해자들은 한국 정부든 민관 협의체 든 일본 전범 기업이 아닌 3자가 대신 배상금을 내주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일본 기업들도 반대입니다.

채무를 제 3자가 인수하는 방식을 택하려면, 기업의 동의가 필요한데, 전범 기업들이 '채무자'라는 지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난항이 예상됩니다.

결국 모든 외교 갈등이 그렇듯 단칼에 해결할 묘수는 없다는 건데요.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을 두고 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돋보기] 日 ‘강제동원 배상판결’ 4년…한일관계 앞날은?
    • 입력 2022-10-17 10:49:23
    • 수정2022-10-17 10:59:15
    지구촌뉴스
[앵커]

일제 강점기에 강제 동원된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전범 기업들이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기억 하실텐데요.

얼어붙은 한일 관계와 일본 정부의 외면으로 그간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양국 관계가 조금씩 풀어지는 기미가 보이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대법 판결이 나온 지 벌써 4년이나 됐군요?

[기자]

우리 대법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이 나온 지 만 4년이 됐습니다.

대법원은 2018년 10월과 11월 일제 전범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가 한국인 강제 동원 피해자에게 각각 위자료 약 1억 원, 1억 2천만 원씩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는데요.

대법 판결에도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채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습니다.

일단 판결의 직접적인 대상인 전범 기업들, 미쓰비시 중공업과 일본제철이 대법 판결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두 기업 모두 "한국 국내의 일"이라거나,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끝난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다시 법원에 기댈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들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현금 청산하기 위해 또 소송을 낸 거죠.

하지만 현금 청산이 실제로 이뤄지면 심한 외교적 마찰로 번질 것이란 정치적 우려 속에 소송전은 기약 없이 늘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대법원 판결이 상징적인 단죄에 그친 셈이네요.

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외교적으로 해법을 모색해 봐야 할 텐데요.

[기자]

네, 사실 전범 기업들이 내놓는 말은 일본 정부의 입장과 비슷합니다.

일본은 지금까지 "한국이 전범 기업 현금 청산 문제를 해결할 해결책을 가져오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가토 가쓰노부/일본 전 관방장관 : "일본은 한국에 여러 번 지적해 왔습니다. 한국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더욱 강력하게 촉구하고 싶습니다."]

도쿄신문 정치부 차장은 "일본 기업은 피해자들과 손을 잡고 끝내길 바랄 수도 있지만, 일본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기업들이 일본 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며, "정부의 태도가 바뀌면 기업도 강제동원 문제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관건은 한일관계를 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라는 겁니다.

[앵커]

그래도 극단으로 치달았던 양국 관계가 최근 들어 조금씩 풀리고 있잖아요?

[기자]

네, 가장 달라진 점은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났다는 거겠죠.

지난달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방문한 한일 정상이 현지에서 회동했습니다.

양국 정상이 얼굴을 맞댄 건 2년 9개월 만이었는데요.

정식이 아닌 약식 회담이다, 간담(懇談)이다, 하는 잡음이 있기는 했지만, 관계 정상화의 첫걸음이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장급 회의에서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가 더 구체화된 분위긴데요.

회의가 끝나고 일본 외무성은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일본은 한국이 책임을 갖고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던 지난 8월 회의 때와 비교하면 태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앵커]

대화의 물꼬를 튼 건 다행인데, 한국과 일본, 또 당사자들 사이에 입장 차이가 큰 상황에서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요?

[기자]

일단 양국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방안이 몇 가지 있는 거로 알려졌는데요.

먼저 '제 3자 대위변제' 라는 게 있습니다.

말이 어려운데, 글자 그대로 제 3자가 대신 빚을 갚아준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 등이 일본 기업의 내야 할 배상금을 대신 내주고, 나중에 일본 쪽에 청구하는 방식입니다.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자산이 현금 청산되고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을 일단 피해보자는 거죠.

하지만 피해자와 전범 기업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전범 기업의 채무는 그대로 존재하되 제 3자가 새롭게 같은 채무를 인수하는 '병존적 채무인수' 방식도 거론됩니다.

어려운 용어인데 법적으로는 이 경우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해법이라고 해서 최근 거론되는 방식입니다.

[앵커]

하지만 피해 당사자들은 일관되게 전범 기업의 직접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거잖아요?

[기자]

피해자들은 한국 정부든 민관 협의체 든 일본 전범 기업이 아닌 3자가 대신 배상금을 내주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일본 기업들도 반대입니다.

채무를 제 3자가 인수하는 방식을 택하려면, 기업의 동의가 필요한데, 전범 기업들이 '채무자'라는 지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난항이 예상됩니다.

결국 모든 외교 갈등이 그렇듯 단칼에 해결할 묘수는 없다는 건데요.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을 두고 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