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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물가보다는 더 달라!” 세계 잇단 파업…그럼 한국 임금은?
입력 2022.10.17 (11:10) 수정 2022.10.17 (11:30) 취재K

■ 프랑스 정유 노조 파업…"물가보다 임금 더 높게!"

최근 최고 6.1%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프랑스에서 정유 노조가 3주 이상 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물가는 크게 올랐는데 실질 임금이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들은 특히 연료 가격 상승으로 회사는 막대한 이익을 얻고도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게 임금을 올려준다며 물가 상승분에 더해 최소한의 영업이익 공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대표 에너지기업 토탈에너지 노조는 파트리크 푸야네 대표의 연봉이 590만 유로(우리 돈 약 81억 원)로 52% 인상됐고, 전체 프랑스 노동자 평균 연봉의 167배에 달한다며 노동자들에게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10% 임금인상을 요구했습니다.

토탈에너지 노동자들의 시위토탈에너지 노동자들의 시위

다른 분야도 아니고 정유 노조의 파업은 그렇지 않아도 에너지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프랑스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프랑스 토탈에너지 노조가 북부 노르망디 정유 공장을 점거하면서 프랑스 전역 토탈에너지의 주유소 가운데 3분의 1에서 기름을 팔지 못하고 있습니다. 엑손모빌 프랑스지부 노조도 노동자 중 70%가량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휘발유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문 닫은 주유소가 많은 만큼 다른 주유소로 운전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차량들이 주유를 위해 긴 줄을 서고 주유에 1~2시간이 걸리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KBS 유원중 파리 특파원이 기름을 넣으려고 줄을 선 프랑스 운전자를 인터뷰하는 모습KBS 유원중 파리 특파원이 기름을 넣으려고 줄을 선 프랑스 운전자를 인터뷰하는 모습

KBS 파리 특파원도 지난 7일 파리 외곽 주유소에서 이런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특파원이 "얼마나 기다리셨어요?"라고 물어봤더니 운전자는 이렇게 대답하는군요. "2시간이요. 휘발유 넣으러 왔습니다. 토탈 정유사 기름이 떨어지니까 다른 주유소로 막 몰리는 거 같아요." 또 다른 운전자는 그나마 헛탕입니다. "1시간이나 기다렸어요. (1시간이요?) 네. 그런데 경유는 없고 휘발유만 있다고 해서 돌아갑니다."

10월 첫 주 기준 프랑스 내 주유소들이 기름 공급을 제때 받지 못하면서 영업을 중단한 주유소가 전체의 12%에 달했다고 현지 언론 르 피가로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정유기업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단순히 운전자들만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라 기업들도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프랑스 최대 설탕 제조업체인 테레오스는 지난주 일부 공장에서 생산량을 줄였습니다.

정유 노조뿐 아니라 원자력 발전소 일부 노동자들이 임금 문제로 파업을 시작해 최소 5개 원자로 유지 보수 작업이 연기됐다고 프랑스 광산&에너지 연합 노조가 밝혔습니다.

■ 영국 전방위 파업…"More Money"

영국에서는 이스트 요크셔의 스테이지코치 버스 기사들이 지난 7일부터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습니다. 회사는 올해 물가상승률 12.3%를 훨씬 밑도는 8.7% 인상을 제안했지만, 마지막 임금 인상 이후 3년이 지난 데다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인상률에 분노해 기사들이 파업에 들어간 겁니다.

영국 선덜랜드에 있는 버스 기사 200여 명도 지난 11일부터 5일간 파업에 들어갔고, 켄트 지역의 아리바 버스 기사 600명도 회사의 10% 임금인상 제안을 거부하고 6일간 파업을 벌였습니다.

리버풀항 하역 노동자 600여 명은 지난 11일부터 일주일간 두 번째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버스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회사 측에서는 임금인상률 8.3%를 제시했지만, 노동자들은 물가상승률 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철도 기관사 파업으로 런던 유스턴역 출입구가 봉쇄된 모습(2022.10.05.)철도 기관사 파업으로 런던 유스턴역 출입구가 봉쇄된 모습(2022.10.05.)

이외에도 영국에선 올해에만 15개 철도회사와 철도시설공단 노동자들이 11번 파업을 했고, 간호사 노조는 106년 만에, 구급대원 노조는 40년 만에 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했습니다.

모두 하나같이 임금인상 때문입니다. 물가상승률이 올해 이처럼 높지 않았다면 파업이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가 예산 평가 없이 섣불리 감세 정책을 발표해 채권 시장에 대혼란을 가져온 터라 노동자들과 어떻게 임금을 협상해서 파업을 진정시킬지 고물가 위기 속에 또 다른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 남아공 물류 파업…"인플레이션율 + 임금 α!"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물류 기업 노조 파업으로 수출에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국영 물류 기업 트랜스넷 노조의 파업으로 남아공 더반항의 컨테이너와 자동차 터미널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남아공 트랜스넷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모습(2022.10.13.)남아공 트랜스넷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모습(2022.10.13.)

사측은 최대 5%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동자 측은 인플레이션율보다 높은 임금 8% 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남아공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6%로 사용자 측이 제시한 5%로 임금을 올려봤자 실질 임금은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입니다.

노조의 파업으로 사측은 부패하기 쉬운 제품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파업이 계속되면서 농산물은 물론 광물 수출도 악화되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 화물운송업자 협회는 "물류 지연으로 인해 하루 5억 4,800만 달러(우리 돈 약 7,800억 원) 손해를 보고 있지만, 실제 경제적 비용은 매일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이다"고 주장했습니다.

위에 사례를 든 임금인상 요구 파업은 전 세계에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지면 관계상 더 열거할 수 없네요.

■ 그렇다면 한국 노동자 임금은?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올해 상반기 노사 간 단체협약을 통한 임금 인상률은 임금총액 기준은 물론 통상임금 기준으로도 5.3%로 집계됐습니다.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인상률이 높았지만 300인 미만 사업체 인상률은 5.1%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이미 마이너스가 됐습니다. 실질임금은 이미 지난 4월 -2.0%를 시작으로 2분기 3달 동안 -1.2%를 기록했고, 7월 -2.2%까지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4개월 연속 실질임금 마이너스는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3년 및 중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명목 임금상승률 전망은 4.9%로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 5.2%를 밑돌아 실질임금이 올해 전체적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겠고, 특히 하반기 중 실질임금 마이너스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임금이 물가 수준을 쫓아가지 못하면 임금근로자 개개인이 실제 집에 가져가는 월급이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덜 쓰든 빚을 지든 해야 합니다. 결국, 실질임금의 감소는 소비를 줄여 경기를 끌어내리기 때문에 임금을 물가 수준으로 올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반면 사용자 측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도 있습니다. 경기 하강 국면에 임금을 올려주면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주는 데다 임금인상이 물가를 상승시키는 이른바 임금과 물가의 '스파이럴(나선) 효과'가 발생한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임금을 많이 올려주면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물가와 임금 간의 논쟁 속에 당장 힘들어진 우리나라 노동자들도 유럽처럼 대규모 시위, 파업만 하지 않을 뿐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임금 절대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노동자 계층이 더 그렇습니다.

서비스노동자 민생대회에서 ‘실질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모습(2022.10.11.)서비스노동자 민생대회에서 ‘실질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모습(2022.10.11.)

민주노총 서비스산업노조 1,000여 명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실질임금을 높여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서비스산업노조는 면접조사 결과 서비스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230만 원으로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라며 "물가폭등과 불평등 심화로 못 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은 "왜 고통 부담을 우리만 해야 하느냐"며 "실질임금을 올리고 사회 공공성을 강화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위원회도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앞에서 '총파업 투쟁 선포대회'를 열었습니다. 정부의 구조조정 중단 등의 요구와 함께 "물가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인상률은 사실상 실질임금의 하락이자 임금 삭감"이라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현재의 고물가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야 하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합니다. 하지만 고물가는 고소득층이나 중산층에는 타격이 작은 반면 소득의 상당 부분을 의식주에 써야 하는 서민과 저소득층에게는 절대적 타격을 주게 됩니다. 고물가 위기가 특정 계층에게만 큰 희생을 강요하는 모양새라는 겁니다. 이미 실질임금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잇따르는 만큼, 정부는 양극화 해소와 함께 하루 빨리 물가를 안정시키라는 요구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 “월급, 물가보다는 더 달라!” 세계 잇단 파업…그럼 한국 임금은?
    • 입력 2022-10-17 11:10:17
    • 수정2022-10-17 11:30:21
    취재K

■ 프랑스 정유 노조 파업…"물가보다 임금 더 높게!"

최근 최고 6.1%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프랑스에서 정유 노조가 3주 이상 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물가는 크게 올랐는데 실질 임금이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들은 특히 연료 가격 상승으로 회사는 막대한 이익을 얻고도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게 임금을 올려준다며 물가 상승분에 더해 최소한의 영업이익 공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대표 에너지기업 토탈에너지 노조는 파트리크 푸야네 대표의 연봉이 590만 유로(우리 돈 약 81억 원)로 52% 인상됐고, 전체 프랑스 노동자 평균 연봉의 167배에 달한다며 노동자들에게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10% 임금인상을 요구했습니다.

토탈에너지 노동자들의 시위토탈에너지 노동자들의 시위

다른 분야도 아니고 정유 노조의 파업은 그렇지 않아도 에너지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프랑스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프랑스 토탈에너지 노조가 북부 노르망디 정유 공장을 점거하면서 프랑스 전역 토탈에너지의 주유소 가운데 3분의 1에서 기름을 팔지 못하고 있습니다. 엑손모빌 프랑스지부 노조도 노동자 중 70%가량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휘발유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문 닫은 주유소가 많은 만큼 다른 주유소로 운전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차량들이 주유를 위해 긴 줄을 서고 주유에 1~2시간이 걸리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KBS 유원중 파리 특파원이 기름을 넣으려고 줄을 선 프랑스 운전자를 인터뷰하는 모습KBS 유원중 파리 특파원이 기름을 넣으려고 줄을 선 프랑스 운전자를 인터뷰하는 모습

KBS 파리 특파원도 지난 7일 파리 외곽 주유소에서 이런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특파원이 "얼마나 기다리셨어요?"라고 물어봤더니 운전자는 이렇게 대답하는군요. "2시간이요. 휘발유 넣으러 왔습니다. 토탈 정유사 기름이 떨어지니까 다른 주유소로 막 몰리는 거 같아요." 또 다른 운전자는 그나마 헛탕입니다. "1시간이나 기다렸어요. (1시간이요?) 네. 그런데 경유는 없고 휘발유만 있다고 해서 돌아갑니다."

10월 첫 주 기준 프랑스 내 주유소들이 기름 공급을 제때 받지 못하면서 영업을 중단한 주유소가 전체의 12%에 달했다고 현지 언론 르 피가로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정유기업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단순히 운전자들만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라 기업들도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프랑스 최대 설탕 제조업체인 테레오스는 지난주 일부 공장에서 생산량을 줄였습니다.

정유 노조뿐 아니라 원자력 발전소 일부 노동자들이 임금 문제로 파업을 시작해 최소 5개 원자로 유지 보수 작업이 연기됐다고 프랑스 광산&에너지 연합 노조가 밝혔습니다.

■ 영국 전방위 파업…"More Money"

영국에서는 이스트 요크셔의 스테이지코치 버스 기사들이 지난 7일부터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습니다. 회사는 올해 물가상승률 12.3%를 훨씬 밑도는 8.7% 인상을 제안했지만, 마지막 임금 인상 이후 3년이 지난 데다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인상률에 분노해 기사들이 파업에 들어간 겁니다.

영국 선덜랜드에 있는 버스 기사 200여 명도 지난 11일부터 5일간 파업에 들어갔고, 켄트 지역의 아리바 버스 기사 600명도 회사의 10% 임금인상 제안을 거부하고 6일간 파업을 벌였습니다.

리버풀항 하역 노동자 600여 명은 지난 11일부터 일주일간 두 번째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버스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회사 측에서는 임금인상률 8.3%를 제시했지만, 노동자들은 물가상승률 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철도 기관사 파업으로 런던 유스턴역 출입구가 봉쇄된 모습(2022.10.05.)철도 기관사 파업으로 런던 유스턴역 출입구가 봉쇄된 모습(2022.10.05.)

이외에도 영국에선 올해에만 15개 철도회사와 철도시설공단 노동자들이 11번 파업을 했고, 간호사 노조는 106년 만에, 구급대원 노조는 40년 만에 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했습니다.

모두 하나같이 임금인상 때문입니다. 물가상승률이 올해 이처럼 높지 않았다면 파업이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가 예산 평가 없이 섣불리 감세 정책을 발표해 채권 시장에 대혼란을 가져온 터라 노동자들과 어떻게 임금을 협상해서 파업을 진정시킬지 고물가 위기 속에 또 다른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 남아공 물류 파업…"인플레이션율 + 임금 α!"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물류 기업 노조 파업으로 수출에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국영 물류 기업 트랜스넷 노조의 파업으로 남아공 더반항의 컨테이너와 자동차 터미널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남아공 트랜스넷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모습(2022.10.13.)남아공 트랜스넷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모습(2022.10.13.)

사측은 최대 5%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동자 측은 인플레이션율보다 높은 임금 8% 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남아공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6%로 사용자 측이 제시한 5%로 임금을 올려봤자 실질 임금은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입니다.

노조의 파업으로 사측은 부패하기 쉬운 제품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파업이 계속되면서 농산물은 물론 광물 수출도 악화되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 화물운송업자 협회는 "물류 지연으로 인해 하루 5억 4,800만 달러(우리 돈 약 7,800억 원) 손해를 보고 있지만, 실제 경제적 비용은 매일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이다"고 주장했습니다.

위에 사례를 든 임금인상 요구 파업은 전 세계에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지면 관계상 더 열거할 수 없네요.

■ 그렇다면 한국 노동자 임금은?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올해 상반기 노사 간 단체협약을 통한 임금 인상률은 임금총액 기준은 물론 통상임금 기준으로도 5.3%로 집계됐습니다.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인상률이 높았지만 300인 미만 사업체 인상률은 5.1%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이미 마이너스가 됐습니다. 실질임금은 이미 지난 4월 -2.0%를 시작으로 2분기 3달 동안 -1.2%를 기록했고, 7월 -2.2%까지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4개월 연속 실질임금 마이너스는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3년 및 중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명목 임금상승률 전망은 4.9%로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 5.2%를 밑돌아 실질임금이 올해 전체적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겠고, 특히 하반기 중 실질임금 마이너스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임금이 물가 수준을 쫓아가지 못하면 임금근로자 개개인이 실제 집에 가져가는 월급이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덜 쓰든 빚을 지든 해야 합니다. 결국, 실질임금의 감소는 소비를 줄여 경기를 끌어내리기 때문에 임금을 물가 수준으로 올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반면 사용자 측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도 있습니다. 경기 하강 국면에 임금을 올려주면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주는 데다 임금인상이 물가를 상승시키는 이른바 임금과 물가의 '스파이럴(나선) 효과'가 발생한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임금을 많이 올려주면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물가와 임금 간의 논쟁 속에 당장 힘들어진 우리나라 노동자들도 유럽처럼 대규모 시위, 파업만 하지 않을 뿐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임금 절대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노동자 계층이 더 그렇습니다.

서비스노동자 민생대회에서 ‘실질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모습(2022.10.11.)서비스노동자 민생대회에서 ‘실질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모습(2022.10.11.)

민주노총 서비스산업노조 1,000여 명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실질임금을 높여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서비스산업노조는 면접조사 결과 서비스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230만 원으로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라며 "물가폭등과 불평등 심화로 못 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은 "왜 고통 부담을 우리만 해야 하느냐"며 "실질임금을 올리고 사회 공공성을 강화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위원회도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앞에서 '총파업 투쟁 선포대회'를 열었습니다. 정부의 구조조정 중단 등의 요구와 함께 "물가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인상률은 사실상 실질임금의 하락이자 임금 삭감"이라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현재의 고물가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야 하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합니다. 하지만 고물가는 고소득층이나 중산층에는 타격이 작은 반면 소득의 상당 부분을 의식주에 써야 하는 서민과 저소득층에게는 절대적 타격을 주게 됩니다. 고물가 위기가 특정 계층에게만 큰 희생을 강요하는 모양새라는 겁니다. 이미 실질임금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잇따르는 만큼, 정부는 양극화 해소와 함께 하루 빨리 물가를 안정시키라는 요구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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