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어린이집·학교 83%, 1km 안에 ‘성범죄자’ 산다

입력 2022.10.1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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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전국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 절반 이상 1km 이내 성범죄자 거주
학교 밀집도 높은 서울, 교육시설 83% 인근 성범죄자 거주
'공개 대상' 성범죄자의 피해자 가운데 미성년자는 42%
거주지 제한이 대안? …"헌법상 기본권 침해"
화학적 거세 논의, 법 집행의 수월성 없어…"징벌적 대안"
'치료감호·조건부 가석방' 등 단계적 석방 고려해야


미성년자 11명을 연쇄 성폭행해 15년을 복역한 김근식은 당초 오늘(17일) 만기 출소해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법무부 산하 갱생시설에 입소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3일,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의정부시와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갱생시설 주변에 유치원·어린이집 21곳, 초중고 7곳이 몰려있었기에 의정부시는 긴급 행정명령을 내려 갱생시설 인근 도로를 봉쇄했고 주민들은 피켓시위를 이어갔습니다. 그 사이 김근식은 16년 전 추가 범죄 혐의가 드러나 재구속되면서 지역 사회의 긴장감은 겨우 해소됐습니다.

사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성범죄자가 미성년자 교육시설 인근에 거주하는 건 늘 있어 왔던 일입니다.

■ '1km 이내 성범죄자 거주' 교육시설 57%…서울은 83%

여성가족부는 성범죄자 신상을 '성범죄알림e'로 관리하고 있는데요. 조사 결과 지난 8월 말 기준 '공개 대상' 성범죄자 3,844명의 경우 이들의 거주지 반경 1km 이내에 전국의 미성년자 교육시설 57%가 몰려 있었습니다. 어린이집 62%, 유치원 52%, 초등학교 46%, 중학교 51%, 고등학교는 54%가 성범죄자 거주지 인근에 있었습니다.

인구밀도가 높아 좁은 지역에 학교가 몰려있는 도시일수록 이 비율은 더 높아집니다.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실이 여성가족부를 통해 받은 성범죄자 거주 현황에 따르면 서울은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반경 안에 미성년자 교육시설의 83%가 위치해 있고 부산은 74%, 인천 72%, 광주 71%, 대전 70% 순이었습니다.

신상 공개 대상 성범죄자의 피해자 가운데 미성년자 비율이 42%나 되고, 재범률도 높아지고 있어 주민 불안은 커지고 있습니다.

경찰청이 지난해 발표한 성범죄자 재범 건수를 보면, 2016년 1,301건, 2017년 1,722건, 2018년 2,115건 등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게다가 전자발찌 착용 여부는 2013년 6월부터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돼 그 이전에 '미공개' 처리된 전자발찌 착용자는 통계에 잡히지도 않습니다.

■ 성범죄자 주거 제한 가능할까?

그렇다면, 성범죄자의 주거를 제한할 방법은 없을까요?

과거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국민 불안감이 커지자 정치권은 여러 '조두순 방지법'을 쏟아냈습니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 성범죄 전과자를 자신의 주거지에서 200m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정춘숙 의원은 가해자가 피해자 집으로부터 1km 반경 이내로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했습니다.

대부분 성범죄 전과자의 주거와 이동을 제한하는 법안인데 헌법상 주거 이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국민적 분노만 고려하고 법안에 대한 현실적 숙고는 부족한 탓입니다.

전국 곳곳에 자리 잡은 교육시설을 피해서 전과자를 위한 특정 거주지를 만들기도 어렵고 오히려 기본적 생활조건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재범 우려가 커진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어집니다.

■ 화학적 거세?…"실효성 낮아"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막을 방안으로 이른바 '화학적 거세'로 불리는 성 충동 약물치료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효성은 낮습니다.

화학적 거세는 2010년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로 제정돼 검사의 청구에 따라 약물치료를 법원이 판단해 결정하도록 하게 돼 있습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어제 SNS를 통해 "현재는 재판 단계에서만 약물 치료 청구가 가능해 출소를 앞둔 성범죄자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다"며 "출소 이후라도 화학적 거세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논의에 불을 지피기도 했습니다.

화학적 거세 판결은 2014년 전남 나주에서 이웃집에 살던 8살 초등생을 성폭행한 고종석에 대해 대법원이 무기징역과 함께 성 충동 약물치료 5년을 선고한 것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이후 대다수 법원에서 인권 침해를 우려해 화학적 거세 판결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강제 집행이라는 특성상 주사 치료를 거부할 경우 법 집행에도 많은 공력이 소요됩니다.

전문가들은 약물 치료가 끝난 뒤 사회로 나와 성 기능 증진 약물을 복용할 경우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징벌적 요소만 강조한 방안이라고 우려했습니다.

■ '치료감호·조건부 가석방' 이 실질적 대안…"단계적 석방"

그렇다면, 성범죄자 거주와 국민적 불안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요?

먼저 의정부시 주민들의 김근실 입소 반대 집회 등을 볼 때 과거와 달리 행정부에 대한 사회의 신뢰도와 범죄에 대한 관용도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따라서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자의 경우 출소 후 바로 사회로 나오는 것을 차단하고 주거지 제한을 국가에서 관리하는 방식이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안입니다.

법무부가 최근 입법 예고한 것처럼 소아성기호증 진단을 받은 출소자를 치료 시설에 무기한 입소시키는 '치료감호제'도 이런 맥락에 따른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밝혔던 '보호 수용 조건부 가석방' 제도도 거론됩니다. 출소한 보호관찰 대상자가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야간이나 주말에는 국가가 지정한 시설에 들어와 직업훈련, 상담치료 등 교정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하는 갱생 제도입니다.

미국은 이미 보호수용법을 도입해 아동 성폭행범 등 강력범죄자 가운데 재범 가능성이 큰 사람을 최장 10년 동안 별도 시설에 격리해 피해자와 주변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다만, 보호수용법이 동일범죄에 대한 이중처벌을 금지한 헌법에 반할 수 있고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비슷한 '보호감호제'가 1980년 도입됐다가 이중처벌 논란으로 2005년 폐지된 바 있어 추가 논의는 더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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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어린이집·학교 83%, 1km 안에 ‘성범죄자’ 산다
    • 입력 2022-10-17 16:43:47
    취재K
<strong>전국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 절반 이상 1km 이내 성범죄자 거주<br />학교 밀집도 높은 서울, 교육시설 83% 인근 성범죄자 거주<br />'공개 대상' 성범죄자의 피해자 가운데 미성년자는 42%<br />거주지 제한이 대안? …"헌법상 기본권 침해"<br />화학적 거세 논의, 법 집행의 수월성 없어…"징벌적 대안"<br /></strong><strong>'치료감호·조건부 가석방' 등 단계적 석방 고려해야</strong>

미성년자 11명을 연쇄 성폭행해 15년을 복역한 김근식은 당초 오늘(17일) 만기 출소해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법무부 산하 갱생시설에 입소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3일,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의정부시와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갱생시설 주변에 유치원·어린이집 21곳, 초중고 7곳이 몰려있었기에 의정부시는 긴급 행정명령을 내려 갱생시설 인근 도로를 봉쇄했고 주민들은 피켓시위를 이어갔습니다. 그 사이 김근식은 16년 전 추가 범죄 혐의가 드러나 재구속되면서 지역 사회의 긴장감은 겨우 해소됐습니다.

사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성범죄자가 미성년자 교육시설 인근에 거주하는 건 늘 있어 왔던 일입니다.

■ '1km 이내 성범죄자 거주' 교육시설 57%…서울은 83%

여성가족부는 성범죄자 신상을 '성범죄알림e'로 관리하고 있는데요. 조사 결과 지난 8월 말 기준 '공개 대상' 성범죄자 3,844명의 경우 이들의 거주지 반경 1km 이내에 전국의 미성년자 교육시설 57%가 몰려 있었습니다. 어린이집 62%, 유치원 52%, 초등학교 46%, 중학교 51%, 고등학교는 54%가 성범죄자 거주지 인근에 있었습니다.

인구밀도가 높아 좁은 지역에 학교가 몰려있는 도시일수록 이 비율은 더 높아집니다.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실이 여성가족부를 통해 받은 성범죄자 거주 현황에 따르면 서울은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반경 안에 미성년자 교육시설의 83%가 위치해 있고 부산은 74%, 인천 72%, 광주 71%, 대전 70% 순이었습니다.

신상 공개 대상 성범죄자의 피해자 가운데 미성년자 비율이 42%나 되고, 재범률도 높아지고 있어 주민 불안은 커지고 있습니다.

경찰청이 지난해 발표한 성범죄자 재범 건수를 보면, 2016년 1,301건, 2017년 1,722건, 2018년 2,115건 등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게다가 전자발찌 착용 여부는 2013년 6월부터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돼 그 이전에 '미공개' 처리된 전자발찌 착용자는 통계에 잡히지도 않습니다.

■ 성범죄자 주거 제한 가능할까?

그렇다면, 성범죄자의 주거를 제한할 방법은 없을까요?

과거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국민 불안감이 커지자 정치권은 여러 '조두순 방지법'을 쏟아냈습니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 성범죄 전과자를 자신의 주거지에서 200m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정춘숙 의원은 가해자가 피해자 집으로부터 1km 반경 이내로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했습니다.

대부분 성범죄 전과자의 주거와 이동을 제한하는 법안인데 헌법상 주거 이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국민적 분노만 고려하고 법안에 대한 현실적 숙고는 부족한 탓입니다.

전국 곳곳에 자리 잡은 교육시설을 피해서 전과자를 위한 특정 거주지를 만들기도 어렵고 오히려 기본적 생활조건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재범 우려가 커진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어집니다.

■ 화학적 거세?…"실효성 낮아"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막을 방안으로 이른바 '화학적 거세'로 불리는 성 충동 약물치료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효성은 낮습니다.

화학적 거세는 2010년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로 제정돼 검사의 청구에 따라 약물치료를 법원이 판단해 결정하도록 하게 돼 있습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어제 SNS를 통해 "현재는 재판 단계에서만 약물 치료 청구가 가능해 출소를 앞둔 성범죄자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다"며 "출소 이후라도 화학적 거세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논의에 불을 지피기도 했습니다.

화학적 거세 판결은 2014년 전남 나주에서 이웃집에 살던 8살 초등생을 성폭행한 고종석에 대해 대법원이 무기징역과 함께 성 충동 약물치료 5년을 선고한 것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이후 대다수 법원에서 인권 침해를 우려해 화학적 거세 판결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강제 집행이라는 특성상 주사 치료를 거부할 경우 법 집행에도 많은 공력이 소요됩니다.

전문가들은 약물 치료가 끝난 뒤 사회로 나와 성 기능 증진 약물을 복용할 경우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징벌적 요소만 강조한 방안이라고 우려했습니다.

■ '치료감호·조건부 가석방' 이 실질적 대안…"단계적 석방"

그렇다면, 성범죄자 거주와 국민적 불안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요?

먼저 의정부시 주민들의 김근실 입소 반대 집회 등을 볼 때 과거와 달리 행정부에 대한 사회의 신뢰도와 범죄에 대한 관용도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따라서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자의 경우 출소 후 바로 사회로 나오는 것을 차단하고 주거지 제한을 국가에서 관리하는 방식이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안입니다.

법무부가 최근 입법 예고한 것처럼 소아성기호증 진단을 받은 출소자를 치료 시설에 무기한 입소시키는 '치료감호제'도 이런 맥락에 따른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밝혔던 '보호 수용 조건부 가석방' 제도도 거론됩니다. 출소한 보호관찰 대상자가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야간이나 주말에는 국가가 지정한 시설에 들어와 직업훈련, 상담치료 등 교정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하는 갱생 제도입니다.

미국은 이미 보호수용법을 도입해 아동 성폭행범 등 강력범죄자 가운데 재범 가능성이 큰 사람을 최장 10년 동안 별도 시설에 격리해 피해자와 주변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다만, 보호수용법이 동일범죄에 대한 이중처벌을 금지한 헌법에 반할 수 있고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비슷한 '보호감호제'가 1980년 도입됐다가 이중처벌 논란으로 2005년 폐지된 바 있어 추가 논의는 더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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