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군무원 양 모 씨의 가족 사진](/data/fckeditor/new/image/2022/10/17/320271665991197431.png)
지난 6월, 전남 광양 앞바다에서 3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남성은 대구의 한 육군부대 군무원 양 모 씨였습니다. 당시 양 씨는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만삭의 아내와 6살 어린 딸을 두고 있었습니다. 양 씨는 둘째 아이와의 만남을 앞두고 왜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요?
■ 누구보다 군을 사랑한 남편...새로운 업무로 고충 토로
양 씨는 광주의 한 대학교 군사학과를 졸업하고 7년간 장교로 근무했습니다. 군 생활을 하던 양 씨는 2018년 군무원 시험에 응시해 필기에서 전국 1등을 차지하고 군무원에 임용됩니다.
양 씨의 아내는 "남편이 어려서부터 군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고 군무원이라는 직업에 만족감이 높아 주변에 군무원 시험을 권했다"고 말했습니다. 양 씨는 부대에서 예비군 동원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편성관으로 일했습니다. 아내는 군무원으로 잘 지내던 남편이 지난해 말부터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서 고충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data/fckeditor/new/image/2022/10/17/320271665991224324.png)
새로운 업무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고 일을 떠맡으면서 "일이 너무 힘들고 부담된다", "다른 부대에서 넘겨받은 자료의 틀린 부분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업무의 압박감을 토로했고, 예비군 동대장들로부터 받는 민원전화에 힘들어했다는 겁니다.
■ 유족 "코로나19 격리 중에도 업무 맡았지만 동료들 비난 잇따라"
![의사로부터 받은 양 씨의 우울증 진단서](/data/fckeditor/new/image/2022/10/17/320271665991247120.png)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양 씨는 지난 3월 코로나19에 감염됐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 유족들은 코로나19로 양 씨의 업무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더 커졌다고 주장합니다. 확진으로 자택 격리 중에도 업무가 떠맡았고 격리 해제 뒤에는 맡겨진 업무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오래 쉰 주제에 일도 느리다'는 동료들의 비난이 뒤따랐다는 겁니다.
"남편이 격리 해제된 지 딱 하루 만에 저한테 살려달라고 했고, 군대 안에서 보내는 메시지에 하나의 일 처리가 끝나기도 전에 계속 업무 지시가 있었다"는 게 양 씨의 아내가 전하는 얘기입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양 씨의 체중이 2주 만에 7kg이나 빠지고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다고도 말합니다.
![함께 일하는 상사에게 양 씨가 보낸 문자](/data/fckeditor/new/image/2022/10/17/320271665991272559.png)
양 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 4월 육아휴직을 신청했습니다. 해당 부대가 감사를 앞둔 때였습니다. 유족들은 양 씨가 상사에게 휴직 기간의 업무를 인수인계하려고 했지만 상사가 이를 거부하고 전화 연락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그 뒤 양 씨는 업무 복귀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더 커졌고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 유족 "편파 수사"...해당 부대 "수사 중 사안 언급 부적절"
유족들은 군 수사가 부실하고 편파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양 씨의 장인은 "함께 일하던 부대 간부와 수사를 맡은 곳에서는 금전적 문제와 가정사 등을 말하면서 수사 방향이 엉뚱하게 흘러간다고 느꼈다"며, "얘는(사위 양 씨) 통장에 돈도 좀 있었고, 신용도 문제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유족은 군에서 마련한 코로나19 관련 지침에 따라 양 씨가 근무했는지 확인하려고 했지만 군 수사관은 관련 매뉴얼이 없다는 말만 했다고 주장합니다. 유족은 수사가 편파적이라며 수사 관할 변경을 신청했고 육군중앙수사단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군 수사당국은 코로나19 감염 중에 내려진 부당한 업무 지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data/fckeditor/new/image/2022/10/17/320271665991376467.png)
양 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육군중앙수사단은 "현재 관계자 조사를 마치고 수사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 씨가 근무했던 해당 부대는 "상급부대 수사 기관에서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해당 부대에서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양 씨가 숨진 지 벌써 넉 달, 그사이 엄마 배 속에 있던 아이는 지난 7월 말 아빠가 없는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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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삭 아내 둔 군무원 극단적 선택…유족 “직장 내 괴롭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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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10-18 07:00:45
![숨진 군무원 양 모 씨의 가족 사진](/data/fckeditor/new/image/2022/10/17/320271665991197431.png)
지난 6월, 전남 광양 앞바다에서 3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남성은 대구의 한 육군부대 군무원 양 모 씨였습니다. 당시 양 씨는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만삭의 아내와 6살 어린 딸을 두고 있었습니다. 양 씨는 둘째 아이와의 만남을 앞두고 왜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요?
■ 누구보다 군을 사랑한 남편...새로운 업무로 고충 토로
양 씨는 광주의 한 대학교 군사학과를 졸업하고 7년간 장교로 근무했습니다. 군 생활을 하던 양 씨는 2018년 군무원 시험에 응시해 필기에서 전국 1등을 차지하고 군무원에 임용됩니다.
양 씨의 아내는 "남편이 어려서부터 군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고 군무원이라는 직업에 만족감이 높아 주변에 군무원 시험을 권했다"고 말했습니다. 양 씨는 부대에서 예비군 동원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편성관으로 일했습니다. 아내는 군무원으로 잘 지내던 남편이 지난해 말부터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서 고충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data/fckeditor/new/image/2022/10/17/320271665991224324.png)
새로운 업무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고 일을 떠맡으면서 "일이 너무 힘들고 부담된다", "다른 부대에서 넘겨받은 자료의 틀린 부분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업무의 압박감을 토로했고, 예비군 동대장들로부터 받는 민원전화에 힘들어했다는 겁니다.
■ 유족 "코로나19 격리 중에도 업무 맡았지만 동료들 비난 잇따라"
![의사로부터 받은 양 씨의 우울증 진단서](/data/fckeditor/new/image/2022/10/17/320271665991247120.png)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양 씨는 지난 3월 코로나19에 감염됐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 유족들은 코로나19로 양 씨의 업무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더 커졌다고 주장합니다. 확진으로 자택 격리 중에도 업무가 떠맡았고 격리 해제 뒤에는 맡겨진 업무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오래 쉰 주제에 일도 느리다'는 동료들의 비난이 뒤따랐다는 겁니다.
"남편이 격리 해제된 지 딱 하루 만에 저한테 살려달라고 했고, 군대 안에서 보내는 메시지에 하나의 일 처리가 끝나기도 전에 계속 업무 지시가 있었다"는 게 양 씨의 아내가 전하는 얘기입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양 씨의 체중이 2주 만에 7kg이나 빠지고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다고도 말합니다.
![함께 일하는 상사에게 양 씨가 보낸 문자](/data/fckeditor/new/image/2022/10/17/320271665991272559.png)
양 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 4월 육아휴직을 신청했습니다. 해당 부대가 감사를 앞둔 때였습니다. 유족들은 양 씨가 상사에게 휴직 기간의 업무를 인수인계하려고 했지만 상사가 이를 거부하고 전화 연락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그 뒤 양 씨는 업무 복귀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더 커졌고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 유족 "편파 수사"...해당 부대 "수사 중 사안 언급 부적절"
유족들은 군 수사가 부실하고 편파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양 씨의 장인은 "함께 일하던 부대 간부와 수사를 맡은 곳에서는 금전적 문제와 가정사 등을 말하면서 수사 방향이 엉뚱하게 흘러간다고 느꼈다"며, "얘는(사위 양 씨) 통장에 돈도 좀 있었고, 신용도 문제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유족은 군에서 마련한 코로나19 관련 지침에 따라 양 씨가 근무했는지 확인하려고 했지만 군 수사관은 관련 매뉴얼이 없다는 말만 했다고 주장합니다. 유족은 수사가 편파적이라며 수사 관할 변경을 신청했고 육군중앙수사단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군 수사당국은 코로나19 감염 중에 내려진 부당한 업무 지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data/fckeditor/new/image/2022/10/17/320271665991376467.png)
양 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육군중앙수사단은 "현재 관계자 조사를 마치고 수사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 씨가 근무했던 해당 부대는 "상급부대 수사 기관에서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해당 부대에서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양 씨가 숨진 지 벌써 넉 달, 그사이 엄마 배 속에 있던 아이는 지난 7월 말 아빠가 없는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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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수 기자 handsom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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