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는 북한, 내치 집중…중국 당 대회 이후 주목

입력 2022.10.18 (16:39) 수정 2022.10.1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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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쁘게 도발을 이어갔던 북한이 잠잠해졌습니다. 중국이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일정을 시작한 지난 주말 이후, 우방인 중국을 의식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한미를 향해 "핵 무력 무한대 강화"를 외치며 긴장 수위를 끌어 올렸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내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잇단 도발 뒤 행보는 사상교육

북한 매체는 오늘(18일)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방문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유일 영도체계'와 '규율 확립'을 강조했습니다. 또 관료주의와 부정부패, 세외부담 행위가 "당의 작풍에 배치된다"며 "추호도 묵과하지 말고, 단호히 소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평양에 있는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는 당 간부를 양성하고 재교육하는 최고교육기관입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12일과 16일 연이어 엘리트 고등교육 기관인 만경대혁명학원을 찾았습니다. 당시 공개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학생들의 사격 자세를 고쳐주는 등 친근한 지도자상을 연출했습니다. 그래도 방점은 역시 '사상 무장'에 찍혔습니다.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의 만경대혁명학원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그와 당에 대한 충성을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도발을 멈춘 상태에서 핵심 간부 양성소를 찾아 정신 교육부터 챙긴 것은 한미와의 강 대 강 대결 속에서 체제를 결속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출처 : 조선중앙통신)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출처 : 조선중앙통신)

■ "인민의 삶 먼저"…민심·군심 달래기

북한은 '애민 지도자 김정은'을 선전하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가 어제 내보낸 기록영화 '인민의 어버이'는 김 위원장이 스파게티와 초복 날 단고기(개고기) 등 주민들의 먹거리에 대해 보고받은 서류를 공개하는 등 인민의 삶을 먼저 걱정하는 지도자상을 부각했습니다. 영화는 김 위원장이 늦은 밤 거리에서 눈을 치우는 주민들을 보고 간부들을 질타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노동신문은 당 중앙위원회가 최근 조성된 대규모 온실 채소 재배지인 연포온실농장 건설에 참여한 군인들에게 감사문을 전달한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함경남도에 있는 연포온실농장은 당 창건일인 지난 10일 김 위원장이 평양 중앙행사를 마다하고 준공식 참석차 갔던 곳입니다. 준공식 뒤에도 북한 매체는 연일 연포온실농장을 김정은 업적으로 띄웠는데, 오늘은 감사문을 통해 "인민 군대의 영웅적 투쟁이 안아온 고귀한 결실, 당의 웅대한 구상을 현실로 꽃피워 올렸다"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농장 건설에 앞장선 군대를 한껏 치켜세웠습니다. 전형적인 군심 달래기로 보입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인민군 장병들에 보내는 감사문 전달모임 (출처 : 조선중앙통신)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인민군 장병들에 보내는 감사문 전달모임 (출처 : 조선중앙통신)

■ 중국 당 대회 이후, 이달 말 한·미 연합훈련이 고비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사상교육과 민심·군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조만간 도발을 재개할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오는 23일 중국 당 대회가 끝나고, 다음 달 초에 미국 중간선거가 열릴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국정원은 이 기간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도발 빌미로 삼고 있는 한·미 연합훈련도 이달 말 실시됩니다. 한·미 공군 군용기 250여 대가 참가하는 대규모 공중연합훈련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에 맞서 정비례해 대응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앞으로 훈련에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패턴이 그랬다"고 설명했습니다. 홍 실장은 "공중연합훈련은 위협적이기 때문에 북한이 과거에는 가만히 있었는데, 최근 추세로 보면 가만히 있을지 의문"이라며 "북한이 가진 지대공 미사일로 무력시위를 할 수 있다. (그러면) 미국 입장에서도 요격당할 수 있다는 의미로 순식간에 긴장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숨 고르기가 조금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합니다. 다음 달 아세안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정상회의 등이 줄줄이 열리는 만큼 북한이 회의 결과와 중국·러시아의 입장 등을 지켜본 뒤 향후 행보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향후 정세 변화를 주시하면서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다음 단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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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고르는 북한, 내치 집중…중국 당 대회 이후 주목
    • 입력 2022-10-18 16:39:44
    • 수정2022-10-18 16:39:59
    취재K

숨 가쁘게 도발을 이어갔던 북한이 잠잠해졌습니다. 중국이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일정을 시작한 지난 주말 이후, 우방인 중국을 의식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한미를 향해 "핵 무력 무한대 강화"를 외치며 긴장 수위를 끌어 올렸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내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잇단 도발 뒤 행보는 사상교육

북한 매체는 오늘(18일)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방문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유일 영도체계'와 '규율 확립'을 강조했습니다. 또 관료주의와 부정부패, 세외부담 행위가 "당의 작풍에 배치된다"며 "추호도 묵과하지 말고, 단호히 소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평양에 있는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는 당 간부를 양성하고 재교육하는 최고교육기관입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12일과 16일 연이어 엘리트 고등교육 기관인 만경대혁명학원을 찾았습니다. 당시 공개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학생들의 사격 자세를 고쳐주는 등 친근한 지도자상을 연출했습니다. 그래도 방점은 역시 '사상 무장'에 찍혔습니다.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의 만경대혁명학원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그와 당에 대한 충성을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도발을 멈춘 상태에서 핵심 간부 양성소를 찾아 정신 교육부터 챙긴 것은 한미와의 강 대 강 대결 속에서 체제를 결속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출처 : 조선중앙통신)
■ "인민의 삶 먼저"…민심·군심 달래기

북한은 '애민 지도자 김정은'을 선전하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가 어제 내보낸 기록영화 '인민의 어버이'는 김 위원장이 스파게티와 초복 날 단고기(개고기) 등 주민들의 먹거리에 대해 보고받은 서류를 공개하는 등 인민의 삶을 먼저 걱정하는 지도자상을 부각했습니다. 영화는 김 위원장이 늦은 밤 거리에서 눈을 치우는 주민들을 보고 간부들을 질타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노동신문은 당 중앙위원회가 최근 조성된 대규모 온실 채소 재배지인 연포온실농장 건설에 참여한 군인들에게 감사문을 전달한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함경남도에 있는 연포온실농장은 당 창건일인 지난 10일 김 위원장이 평양 중앙행사를 마다하고 준공식 참석차 갔던 곳입니다. 준공식 뒤에도 북한 매체는 연일 연포온실농장을 김정은 업적으로 띄웠는데, 오늘은 감사문을 통해 "인민 군대의 영웅적 투쟁이 안아온 고귀한 결실, 당의 웅대한 구상을 현실로 꽃피워 올렸다"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농장 건설에 앞장선 군대를 한껏 치켜세웠습니다. 전형적인 군심 달래기로 보입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인민군 장병들에 보내는 감사문 전달모임 (출처 : 조선중앙통신)
■ 중국 당 대회 이후, 이달 말 한·미 연합훈련이 고비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사상교육과 민심·군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조만간 도발을 재개할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오는 23일 중국 당 대회가 끝나고, 다음 달 초에 미국 중간선거가 열릴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국정원은 이 기간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도발 빌미로 삼고 있는 한·미 연합훈련도 이달 말 실시됩니다. 한·미 공군 군용기 250여 대가 참가하는 대규모 공중연합훈련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에 맞서 정비례해 대응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앞으로 훈련에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패턴이 그랬다"고 설명했습니다. 홍 실장은 "공중연합훈련은 위협적이기 때문에 북한이 과거에는 가만히 있었는데, 최근 추세로 보면 가만히 있을지 의문"이라며 "북한이 가진 지대공 미사일로 무력시위를 할 수 있다. (그러면) 미국 입장에서도 요격당할 수 있다는 의미로 순식간에 긴장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숨 고르기가 조금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합니다. 다음 달 아세안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정상회의 등이 줄줄이 열리는 만큼 북한이 회의 결과와 중국·러시아의 입장 등을 지켜본 뒤 향후 행보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향후 정세 변화를 주시하면서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다음 단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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