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울렛 대전점 참사…“출입구 잠겨 있었다” 진술

[앵커]

2017년 크리스마스를 나흘 앞둔 날.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난 불은 스물아홉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2층 여자 목욕탕에서만 스무 명이 숨졌는데, 선반이 빽빽히 비상구를 가려 인명피해가 컸습니다.

8년 전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때도 비상구가 잠겨 환자들이 대피할 수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비상시 열려야 하는 문이 닫혀있었던 겁니다.

지난달 26일, 여덟명이 숨지거나 다친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때도 상황이 비슷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KBS가 취재해보니 불이 시작된 지하주차장의 비상구 대부분이 잠겨있었다고 직원들이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재훈 기잡니다.

[리포트]

지하 1층 하역장에서 난 불로 7명이 숨진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참사.

건물의 평면도를 입수해 불이 난 지하1층에서 지상으로 이어지는 계단 출입구를 보니 모두 11개로 확인됩니다.

직사각형 건물 사방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치돼 있습니다.

현대아울렛 종사자들은 경찰과 고용노동부, 소방당국 조사에서 화재 당시 이 출입구 대부분이 잠겨 있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대아울렛측이 평소 이용객에게 안내하는 약도와 비교하면 출입구 가운데 적어도 5개는 비상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7명의 사망자와 1명의 중상자가 발견된 곳과 계단 출입구의 위치를 비교해봤습니다.

8명이 발견된 지점은 출입구에서 5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곳입니다.

또, 이 계단 출입구가 뒤늦게 열렸다는 진술도 나왔습니다.

소방시설을 관리하는 방재실은 지하 1층, 계단 출입구 개폐를 담당하는 방범실은 지상 1층으로 나눠 운영됐습니다.

이 때문에 지상에 있던 직원이 주차장 밖으로 솟아오른 연기를 발견한 뒤에야 방범실에 출입구를 열라는 지시를 했다는 종사자들의 진술이 나온 겁니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영업 전 물품 도난을 막기 위해 지하주차장 출입구를 잠근 것은 맞다"면서 다만, "화재 당시 개폐 여부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사고 현장은 아직까지 출입이 통제돼 있습니다.

그간 경찰은 아웃렛과 현대백화점그룹을 두 차례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대전경찰청은 "불이 난 뒤 출입구 문이 제때 개방됐는지부터 피난시설을 임의로 폐쇄한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촬영기자:신유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