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 중 카톡 그만”…스몸비 제동건 삼성전자

입력 2022.10.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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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스마트폰 보유율 95%...전화기에 사로잡힌 한국
삼성전자 일부 사업장, "보행 중엔 사용 금지"
급증하는 '스몸비(Smombie)' 관련 안전 사고
안전과 예절을 위해 과도한 사용 돌아볼 때


■카톡·전화기에서 잠시 해방됐던 주말

카톡 먹통으로 상징된 카카오 장애 여파가 생각보다 오래가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화재에서 시작된 사고는 일부 경영진의 사퇴와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 확장을 제동하자는 움직임으로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카톡 올 들어 5차례나 장애 있었는데, 정부 뭐 했나>라는 제목의 신문 사설까지 등장할 정도입니다.

결이 다른 반응도 나왔습니다. 카카오 먹통 사태가 벌어진 지난 주말 "오랜만에 주말다운 주말을 보냈다"는 내용입니다.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카톡 지옥'에서 잠시나마 해방됐다는 이야기도 화제였습니다. 좀 더 나아가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초연결사회'의 반작용이라는 전문가 해석까지 제기됐습니다. 길거리나 회사 복도, 학교에서 이른바 스몸비(스마트폰+좀비)들을 마주치다 보면 우리가 오랜 기간 얼마나 전화기라는 작은 기계에 매몰돼 왔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1위 삼성, "걸으면서 스마트폰 금지"

이런 우려는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만든다는 삼성전자의 '깜짝 대책'으로 이어졌습니다.
최근 가전과 휴대전화를 담당하는 부문 사업장에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조치를 사실상 의무화한 것입니다.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안전 확보를 위한 대책의 연장선이기는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강조하는 '모바일 매너 캠페인'의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회의 중에 전화기를 못 가지고 들어가는 것처럼 회사 안을 돌아다닐 때 안전과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춘다는 측면에서 보행 중 사용을 막겠다는 뜻입니다.

보행 중 스마트폰 금지
(삼성전자 일부 사업장)
▲사업장 내 회전문, 횡단보도, 하역장, 주차장 등
▲카톡 등 금지/전화는 가능
▲적발 시 부서장 통보·교육 조치 등

적발된 부서원 징계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내부 우려 속에 직장인 익명 게시판 등에는 ''지나친 규제'라는 일부 직원들의 반발도 나왔습니다. "삼성고등학교가 따로 없다."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파는 회사가 스마트폰에 가장 가혹하다", "여기가 북한인가요"라는 반응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이런저런 사고를 보면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명분을 앞서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주변 곳곳이 '스몸비'…안전 사고↑

단지 삼성전자 한 회사의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길을 가다 보면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눈길이 전화기에 가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도 예외는 아닙니다. (서울시 초등학생 78% 스마트폰 보유, 2019년 조사) 이러다 보니 스마트폰 관련 '차 vs 사람' 사고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물론 보고되지 않는 건까지 더하면 실제 관련된 사고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각국 대책에도…'안전 우선' 실천이 최고의 대책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만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네덜란드와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스몸비족들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바닥 신호등'을 설치했습니다. 중국 쓰촨성의 경우 '휴대전화 전용 도로'까지 만들었고, 미국 호놀룰루시의 사례는 한층 더 엄격해 스마트폰을 보면 걷다 적발될 경우 15~13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까지 제정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일부 자치단체에서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 표지판과 '걸을 때는 안전하게' 등의 노면 표시를 설치하는 등 관련 사고를 막기 위해 이런저런 대책을 시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도 사람들이 안전을 경시하면 효과를 제대로 거두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일터에서 작업할 때나, 차가 오가는 거리를 걸을 때, 또 주변에 위험 시설이 있을 때는 잠시 휴대전화와 '거리를 두겠다는 결심'이 필요합니다. 불가능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난 주말 이미 잠시나마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대문사진: 원소민 /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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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행 중 카톡 그만”…스몸비 제동건 삼성전자
    • 입력 2022-10-20 07:00:32
    취재K
스마트폰 보유율 95%...전화기에 사로잡힌 한국<br />삼성전자 일부 사업장, "보행 중엔 사용 금지"<br />급증하는 '스몸비(Smombie)' 관련 안전 사고<br />안전과 예절을 위해 과도한 사용 돌아볼 때

■카톡·전화기에서 잠시 해방됐던 주말

카톡 먹통으로 상징된 카카오 장애 여파가 생각보다 오래가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화재에서 시작된 사고는 일부 경영진의 사퇴와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 확장을 제동하자는 움직임으로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카톡 올 들어 5차례나 장애 있었는데, 정부 뭐 했나>라는 제목의 신문 사설까지 등장할 정도입니다.

결이 다른 반응도 나왔습니다. 카카오 먹통 사태가 벌어진 지난 주말 "오랜만에 주말다운 주말을 보냈다"는 내용입니다.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카톡 지옥'에서 잠시나마 해방됐다는 이야기도 화제였습니다. 좀 더 나아가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초연결사회'의 반작용이라는 전문가 해석까지 제기됐습니다. 길거리나 회사 복도, 학교에서 이른바 스몸비(스마트폰+좀비)들을 마주치다 보면 우리가 오랜 기간 얼마나 전화기라는 작은 기계에 매몰돼 왔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1위 삼성, "걸으면서 스마트폰 금지"

이런 우려는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만든다는 삼성전자의 '깜짝 대책'으로 이어졌습니다.
최근 가전과 휴대전화를 담당하는 부문 사업장에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조치를 사실상 의무화한 것입니다.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안전 확보를 위한 대책의 연장선이기는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강조하는 '모바일 매너 캠페인'의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회의 중에 전화기를 못 가지고 들어가는 것처럼 회사 안을 돌아다닐 때 안전과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춘다는 측면에서 보행 중 사용을 막겠다는 뜻입니다.

보행 중 스마트폰 금지
(삼성전자 일부 사업장)
▲사업장 내 회전문, 횡단보도, 하역장, 주차장 등
▲카톡 등 금지/전화는 가능
▲적발 시 부서장 통보·교육 조치 등

적발된 부서원 징계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내부 우려 속에 직장인 익명 게시판 등에는 ''지나친 규제'라는 일부 직원들의 반발도 나왔습니다. "삼성고등학교가 따로 없다."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파는 회사가 스마트폰에 가장 가혹하다", "여기가 북한인가요"라는 반응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이런저런 사고를 보면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명분을 앞서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주변 곳곳이 '스몸비'…안전 사고↑

단지 삼성전자 한 회사의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길을 가다 보면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눈길이 전화기에 가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도 예외는 아닙니다. (서울시 초등학생 78% 스마트폰 보유, 2019년 조사) 이러다 보니 스마트폰 관련 '차 vs 사람' 사고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물론 보고되지 않는 건까지 더하면 실제 관련된 사고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각국 대책에도…'안전 우선' 실천이 최고의 대책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만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네덜란드와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스몸비족들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바닥 신호등'을 설치했습니다. 중국 쓰촨성의 경우 '휴대전화 전용 도로'까지 만들었고, 미국 호놀룰루시의 사례는 한층 더 엄격해 스마트폰을 보면 걷다 적발될 경우 15~13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까지 제정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일부 자치단체에서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 표지판과 '걸을 때는 안전하게' 등의 노면 표시를 설치하는 등 관련 사고를 막기 위해 이런저런 대책을 시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도 사람들이 안전을 경시하면 효과를 제대로 거두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일터에서 작업할 때나, 차가 오가는 거리를 걸을 때, 또 주변에 위험 시설이 있을 때는 잠시 휴대전화와 '거리를 두겠다는 결심'이 필요합니다. 불가능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난 주말 이미 잠시나마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대문사진: 원소민 /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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