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간절한, 치료가 희망인 ‘소아재활’…정부, 예산 확보 나서나

입력 2022.10.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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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사와 일대일로 뇌성마비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어린이치료사와 일대일로 뇌성마비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어린이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민간이 제공하기 어려운 장애아동에 대한 공공 재활의료서비스를 담당하기 위해 추진됐습니다. 2018년부터 대전을 비롯해 전국에 병원 및 센터 10곳을 건립하기로 하고, 2021년에는 서울재활병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등 2곳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으로 지정했습니다.

소아재활은 수익성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정부는 전담 인력과, 재활 체육, 가족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의 운영을 요구하면서 3년 동안 '인건비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첫 지정 이후 3년째인 내년도 인건비 지원 예산은 '0원'입니다. 정부가 전액을 삭감한 겁니다.

2021년 당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지정 사업 공고문2021년 당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지정 사업 공고문

■ "대통령 이사비 5%에 불과한데 약자 예산은 전액 삭감"

어제(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삭감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예산을 두고 "정부가 공식 인정한 대통령 이사비가 571억 원인데 그 5%면 해결되는 금액"이라며 "피해자는 치료가 간절한 아이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복지부가 추산한 내년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인건비 지원을 위한 필요 예산은 24억 9천만 원입니다. 특히 내년에는 대전과 제주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개소가 예정돼 있어 삭감은 커녕 지난해(17억 4천만 원)보다도 필요한 돈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내년도 예산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강 의원은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에 해당 사업을 정말 어렵게 추진해왔다"며 "병원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지원해준다고 해서 전담인력 등을 뽑았는데 내보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재활병원·건보 일산병원 인건비 지원 예산서울재활병원·건보 일산병원 인건비 지원 예산

■ 수가 지원·프로그램 지원한다지만…"전혀 달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내년 예산을 묻는 강선우 의원의 질의에 답하며, "공공재활프로그램 사업비를 신규 지원할 예정이고, 올해부터 기존보다 인상된 시범사업 수가가 적용됐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이 같은 지원이 기존 운영비 지원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정부는 공공재활프로그램 사업비 6억 3천만 원을 새로 편성했습니다. 병원급에는 1억 5천 만 원씩, 센터급에는 6천만 원씩 지원합니다. 하지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서 인건비로 필요한 예산은 지난해에 한 곳에만 9억 원가량입니다. 1억 5천만 원은 필요한 금액에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 부담만 커졌습니다.

시범사업 수가는 본래 민간 어린이재활병원 지원사업으로 시작됐습니다. 언어치료 등 비급여 항목을 일부 급여화하고, 만 6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재활치료에 30% 가산 수가를 적용해 민간 병원의 저조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하지만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는 예산은 아닙니다. 고성은 건국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수가 인상과 인건비 보전은 전혀 다른 얘기"라며 "공공병원은 중증 재활환자들이 많고, 때로는 시범사업 수가가 적용되는 언어치료 등을 하기 어려운 사례도 상당수"라고 지적했습니다.

■ 장애아동 부모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축소될까 '우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다니고 있는 부모들은 병원에서 치료 이상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건비가 줄면서 병원 운영이나 각종 프로그램들이 축소될까 걱정합니다. 뇌성마비로 꾸준히 재활을 받고 있는 4살 아이를 기르는 손지혜 씨는 "'장애아동을 키우는 것은 부모 입장에서도 갑작스러운 일"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때문에 주기적으로 우울감이 찾아오지만, 서울재활병원에서 제공하는 가족지원 상담을 받고 '일기'를 쓰면서 많이 안정됐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재활의료원 가족지원 프로그램에서 손지혜 씨가 쓴 ‘일기’서울재활의료원 가족지원 프로그램에서 손지혜 씨가 쓴 ‘일기’

11살 뇌성마비 소아 환자의 어머니 이윤경 씨는 아이의 재활을 위해 원주에서 서울로, 서울에서도 또 한 번 서울재활병원 근처로 삶의 터전을 옮겼습니다. 사실상 재활을 위해 가족들이 세 번이나 이사를 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이 씨는 "아이가 걸어서 학교에 갈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는데 꾸준한 재활 덕분에 걸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며 "병원 인력이 줄어 얼마든지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아픈 친구들에게 기회가 없어질까 걱정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어제 국정감사에서 "필수 인건비 확보를 위해 재정당국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전과 전북 등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신규 건립 사업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복지부의 보다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강선우 의원 역시 "현 정부의 약자 없는 약자 복지 예산"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국정감사는 마무리 됐고, 내년도 예산 확보를 위해 이제는 정부가 움직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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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료가 간절한, 치료가 희망인 ‘소아재활’…정부, 예산 확보 나서나
    • 입력 2022-10-21 07:00:12
    취재K
치료사와 일대일로 뇌성마비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어린이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민간이 제공하기 어려운 장애아동에 대한 공공 재활의료서비스를 담당하기 위해 추진됐습니다. 2018년부터 대전을 비롯해 전국에 병원 및 센터 10곳을 건립하기로 하고, 2021년에는 서울재활병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등 2곳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으로 지정했습니다.

소아재활은 수익성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정부는 전담 인력과, 재활 체육, 가족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의 운영을 요구하면서 3년 동안 '인건비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첫 지정 이후 3년째인 내년도 인건비 지원 예산은 '0원'입니다. 정부가 전액을 삭감한 겁니다.

2021년 당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지정 사업 공고문
■ "대통령 이사비 5%에 불과한데 약자 예산은 전액 삭감"

어제(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삭감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예산을 두고 "정부가 공식 인정한 대통령 이사비가 571억 원인데 그 5%면 해결되는 금액"이라며 "피해자는 치료가 간절한 아이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복지부가 추산한 내년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인건비 지원을 위한 필요 예산은 24억 9천만 원입니다. 특히 내년에는 대전과 제주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개소가 예정돼 있어 삭감은 커녕 지난해(17억 4천만 원)보다도 필요한 돈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내년도 예산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강 의원은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에 해당 사업을 정말 어렵게 추진해왔다"며 "병원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지원해준다고 해서 전담인력 등을 뽑았는데 내보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재활병원·건보 일산병원 인건비 지원 예산
■ 수가 지원·프로그램 지원한다지만…"전혀 달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내년 예산을 묻는 강선우 의원의 질의에 답하며, "공공재활프로그램 사업비를 신규 지원할 예정이고, 올해부터 기존보다 인상된 시범사업 수가가 적용됐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이 같은 지원이 기존 운영비 지원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정부는 공공재활프로그램 사업비 6억 3천만 원을 새로 편성했습니다. 병원급에는 1억 5천 만 원씩, 센터급에는 6천만 원씩 지원합니다. 하지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서 인건비로 필요한 예산은 지난해에 한 곳에만 9억 원가량입니다. 1억 5천만 원은 필요한 금액에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 부담만 커졌습니다.

시범사업 수가는 본래 민간 어린이재활병원 지원사업으로 시작됐습니다. 언어치료 등 비급여 항목을 일부 급여화하고, 만 6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재활치료에 30% 가산 수가를 적용해 민간 병원의 저조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하지만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는 예산은 아닙니다. 고성은 건국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수가 인상과 인건비 보전은 전혀 다른 얘기"라며 "공공병원은 중증 재활환자들이 많고, 때로는 시범사업 수가가 적용되는 언어치료 등을 하기 어려운 사례도 상당수"라고 지적했습니다.

■ 장애아동 부모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축소될까 '우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다니고 있는 부모들은 병원에서 치료 이상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건비가 줄면서 병원 운영이나 각종 프로그램들이 축소될까 걱정합니다. 뇌성마비로 꾸준히 재활을 받고 있는 4살 아이를 기르는 손지혜 씨는 "'장애아동을 키우는 것은 부모 입장에서도 갑작스러운 일"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때문에 주기적으로 우울감이 찾아오지만, 서울재활병원에서 제공하는 가족지원 상담을 받고 '일기'를 쓰면서 많이 안정됐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재활의료원 가족지원 프로그램에서 손지혜 씨가 쓴 ‘일기’
11살 뇌성마비 소아 환자의 어머니 이윤경 씨는 아이의 재활을 위해 원주에서 서울로, 서울에서도 또 한 번 서울재활병원 근처로 삶의 터전을 옮겼습니다. 사실상 재활을 위해 가족들이 세 번이나 이사를 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이 씨는 "아이가 걸어서 학교에 갈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는데 꾸준한 재활 덕분에 걸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며 "병원 인력이 줄어 얼마든지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아픈 친구들에게 기회가 없어질까 걱정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어제 국정감사에서 "필수 인건비 확보를 위해 재정당국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전과 전북 등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신규 건립 사업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복지부의 보다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강선우 의원 역시 "현 정부의 약자 없는 약자 복지 예산"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국정감사는 마무리 됐고, 내년도 예산 확보를 위해 이제는 정부가 움직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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