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팝니다”…해상풍력 ‘우선권’ 거래까지

입력 2022.10.21 (09:50) 수정 2022.10.2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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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신재생에너지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인 해상 풍력 발전과 관련해 요즘 한강 물을 파는 봉이 김선달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풍력은 말 그대로 바람의 세기가 중요하죠.

그래서 해상 풍력을 재는 계측기를 설치하는데 이 계측기를 먼저 설치하는 사람이 풍력 발전 사업 우선권을 따낸다고 합니다.

선점만 하면 독점하는 성격이 있어 수억 원을 주고 우선권이 거래까지 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김용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해의 한 무인도.

주변에 김·미역 양식장이 가득한 이곳에 2017년부터 최근까지 A 업체의 '풍황 계측기'가 있었습니다.

[이홍재/고흥군 수협조합장 : "(계측기 설치에) 서너 사람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모르셨던 거죠, 주민들은?) 그렇죠. 전혀 모르고 (조합장인) 저도 몰랐죠."]

A 업체가 측정한 '바람 정보 데이터'는 이곳에서 352MW급 풍력 단지를 추진 중인 B 업체에 지난해 12억 원에 팔렸습니다.

B 업체는 데이터를 산 뒤, 풍력발전 사업 허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해상에 계측기를 직접 다시 설치할 계획입니다.

거액을 주고 산 데이터는 섬 즉, 육상에서 측정돼 타당성이 낮고 해상측정이 필수라는 겁니다.

[해상풍력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신뢰를 갖지 못하는 그런 데이터라서. (육상에서 측정한 것은 많이 다른가 보죠?) 예, 많이 좀. 제한 요소가 없는 지역(해상)하고는 좀 차이가 납니다. (우선권자에게) 후발 주자가 더 돈을 주고 사는 거죠."]

그런데 쓰지도 못할 정보를 왜 샀을까?

정부가 2018년 도입한 기준에 답이 있습니다.

계측기를 최초 설치한 업체엔 해상 반경 5km 이내 영역에 최대 5년의 우선권이 인정되는 겁니다.

후발 업체가 풍력 사업을 하려면 우선권자의 동의가 필수입니다.

이러다보니 여기저기 설치한 계측기가 재산권처럼 행사되는 부작용도 발생합니다.

[최덕환/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팀장 : "(계측기를) 마을 이장님 댁 위에 몰래 설치한다거나 등대 위에 몰래 설치한다거나 (우선권이 악용되면서) 재산권같이 입지에 대한 권한 같이 행사되는 부작용이 발생한 건 (사실입니다)."]

취재진이 찾은 고흥과 여수, 해남에만 모두 53개의 계측기가 있습니다.

이 중 42개가 해수면이 아닌 육상에 설치됐습니다.

계측기는 주로 이렇게 바다와 가까운 야산이나 작은 섬, 암초에 설치돼 있습니다.

해상 풍력을 위한 계측이지만 우선권만 노리는 계측이라면 육상에 설치하는 게 훨씬 쉽고 싸기 때문입니다.

풍황 계측기 설치를 위한 공유수면 사용허가가 난 곳은 전국 184곳.

육상 계측기는 빠진 수치입니다.

이미 전국 대부분 지역에 바람만 분다치면 계측기가 설치됐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옵니다.

취재 중 확인한 우선권 거래는 전라남도에만 14건입니다.

바닷바람을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전국적인 거래 현황은 아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동주/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지난 4일/국정감사 : "10억 원 프리미엄을 붙여 팔았으니까, 해상도 아닌 육상에 계측기 하나를 설치해서 1년간 운영하고 500% 수익을 낸 것이지요."]

[이창양/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알 박기와) 풍향 데이터 거래 실태조사도 같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정부는 우선권 기한을 조정하고 해상 계측만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용덕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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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을 팝니다”…해상풍력 ‘우선권’ 거래까지
    • 입력 2022-10-21 09:50:17
    • 수정2022-10-21 10: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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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신재생에너지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인 해상 풍력 발전과 관련해 요즘 한강 물을 파는 봉이 김선달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풍력은 말 그대로 바람의 세기가 중요하죠.

그래서 해상 풍력을 재는 계측기를 설치하는데 이 계측기를 먼저 설치하는 사람이 풍력 발전 사업 우선권을 따낸다고 합니다.

선점만 하면 독점하는 성격이 있어 수억 원을 주고 우선권이 거래까지 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김용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해의 한 무인도.

주변에 김·미역 양식장이 가득한 이곳에 2017년부터 최근까지 A 업체의 '풍황 계측기'가 있었습니다.

[이홍재/고흥군 수협조합장 : "(계측기 설치에) 서너 사람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모르셨던 거죠, 주민들은?) 그렇죠. 전혀 모르고 (조합장인) 저도 몰랐죠."]

A 업체가 측정한 '바람 정보 데이터'는 이곳에서 352MW급 풍력 단지를 추진 중인 B 업체에 지난해 12억 원에 팔렸습니다.

B 업체는 데이터를 산 뒤, 풍력발전 사업 허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해상에 계측기를 직접 다시 설치할 계획입니다.

거액을 주고 산 데이터는 섬 즉, 육상에서 측정돼 타당성이 낮고 해상측정이 필수라는 겁니다.

[해상풍력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신뢰를 갖지 못하는 그런 데이터라서. (육상에서 측정한 것은 많이 다른가 보죠?) 예, 많이 좀. 제한 요소가 없는 지역(해상)하고는 좀 차이가 납니다. (우선권자에게) 후발 주자가 더 돈을 주고 사는 거죠."]

그런데 쓰지도 못할 정보를 왜 샀을까?

정부가 2018년 도입한 기준에 답이 있습니다.

계측기를 최초 설치한 업체엔 해상 반경 5km 이내 영역에 최대 5년의 우선권이 인정되는 겁니다.

후발 업체가 풍력 사업을 하려면 우선권자의 동의가 필수입니다.

이러다보니 여기저기 설치한 계측기가 재산권처럼 행사되는 부작용도 발생합니다.

[최덕환/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팀장 : "(계측기를) 마을 이장님 댁 위에 몰래 설치한다거나 등대 위에 몰래 설치한다거나 (우선권이 악용되면서) 재산권같이 입지에 대한 권한 같이 행사되는 부작용이 발생한 건 (사실입니다)."]

취재진이 찾은 고흥과 여수, 해남에만 모두 53개의 계측기가 있습니다.

이 중 42개가 해수면이 아닌 육상에 설치됐습니다.

계측기는 주로 이렇게 바다와 가까운 야산이나 작은 섬, 암초에 설치돼 있습니다.

해상 풍력을 위한 계측이지만 우선권만 노리는 계측이라면 육상에 설치하는 게 훨씬 쉽고 싸기 때문입니다.

풍황 계측기 설치를 위한 공유수면 사용허가가 난 곳은 전국 184곳.

육상 계측기는 빠진 수치입니다.

이미 전국 대부분 지역에 바람만 분다치면 계측기가 설치됐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옵니다.

취재 중 확인한 우선권 거래는 전라남도에만 14건입니다.

바닷바람을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전국적인 거래 현황은 아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동주/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지난 4일/국정감사 : "10억 원 프리미엄을 붙여 팔았으니까, 해상도 아닌 육상에 계측기 하나를 설치해서 1년간 운영하고 500% 수익을 낸 것이지요."]

[이창양/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알 박기와) 풍향 데이터 거래 실태조사도 같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정부는 우선권 기한을 조정하고 해상 계측만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용덕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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