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들어간 집에 전자발찌…” 가스 점검원들, 성범죄에 무방비 노출

입력 2022.10.21 (21:59) 수정 2022.10.2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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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스 점검원들은 정기적으로 여러 집을 돌며 가스 안전을 확인해야 합니다.

누가 사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지만 혈혈단신으로 남의 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 일을 하는 대부분이 여성입니다.

이러다 보니, 성범죄나 강력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기도 하지만 제대로 보호 받을 수 있는 제도는 없습니다.

현장K, 이예린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 가스점검원은 매일 2백여 가구를 방문합니다.

올해로 19년차,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사람' 집에 들어가는 건 때때로 등골이 서늘한 일입니다.

[도시가스 점검원/음성변조 : "너무 무서운 집에 갈 때는 저희 딸한테 전화를 해요. 엄마 이 집에 들어간다. 1분에 한 번씩 전화 좀 해줘라."]

2년 전에는, '감금'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도시가스 점검원/음성변조 : "보일러실을 간다고 하니까 그분이 못 가게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화를 내시면서 (현관)문을 잡는 거예요."]

20분 넘게 위협이 이어졌는데, 그 일이 있고도, 분기마다 그 집을 다시 가야 합니다.

[도시가스 점검원/음성변조 : "잘못했으니까 문 열어 주시라고 그러니까 한참 뒤 문을 열어 주셨어요. 1년에 4번 정도 가야 돼요 그 집에. 저는 아는 척을 안 해요. 무서워서."]

2019년 울산에서는 감금 후 '성추행'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직접 접촉이 아니더라도, 거주자가 옷을 벗고 있는 등 성적 불쾌감을 주는 일은 수시로 발생합니다.

가정방문이라는 업무 특성상 점검원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지만, 제대로 된 안전대책은 미비한 상태입니다.

점검용 단말기에 신고 기능이 있긴 합니다.

SOS 단추를 누르면, 회사로 연결되고, 즉각 대응 조치를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취재진은 이틀 동안 점검원 두 명과 동행하며 제대로 작동하는질 알아봤습니다.

한 업체는 신고 1분 뒤 확인 전화가 왔고, 다른 업체는 1시간 넘도록 연락 자체가 없었습니다.

[도시가스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옆에서 같이 눌러봤거든요. 한 시간 정도 뒤에 연락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한 시간 뒤에? (네.) 아..."]

112 직통 시스템을 구축해달란 요구도 있었지만 입법 논의는 멈춰 있습니다.

[이동주/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 : "고용업체와 지자체, 성범죄자들을 관리하고 있는 경찰청이 서로 협조해서 가스 안전 점검원들한테도 (성범죄자 정보를) 알려줄 수 있도록 시스템이 좀 마련됐으면..."]

실제로, 모르고 들어간 집에서 전자발찌 찬 사람과 마주치는 아찔한 일도 있습니다.

[김윤숙/가스 점검원 : "동료가 점검을 갔을 때 발에 (전자)발찌 그걸 하고 있었던 집도 간 거예요. (성범죄자) 정보를 주면 우리가 신경 써서 갈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러나 이런 정보가 제공된다 해도, 근본적으로 2인1조가 아닌 단독 방문이어서 위험에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

전국의 가스점검원은 5천 6백여 명으로, 99% 이상이 여성입니다.

현장K, 이예린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 허수곤/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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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K] “들어간 집에 전자발찌…” 가스 점검원들, 성범죄에 무방비 노출
    • 입력 2022-10-21 21:59:17
    • 수정2022-10-21 22: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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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스 점검원들은 정기적으로 여러 집을 돌며 가스 안전을 확인해야 합니다.

누가 사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지만 혈혈단신으로 남의 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 일을 하는 대부분이 여성입니다.

이러다 보니, 성범죄나 강력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기도 하지만 제대로 보호 받을 수 있는 제도는 없습니다.

현장K, 이예린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 가스점검원은 매일 2백여 가구를 방문합니다.

올해로 19년차,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사람' 집에 들어가는 건 때때로 등골이 서늘한 일입니다.

[도시가스 점검원/음성변조 : "너무 무서운 집에 갈 때는 저희 딸한테 전화를 해요. 엄마 이 집에 들어간다. 1분에 한 번씩 전화 좀 해줘라."]

2년 전에는, '감금'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도시가스 점검원/음성변조 : "보일러실을 간다고 하니까 그분이 못 가게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화를 내시면서 (현관)문을 잡는 거예요."]

20분 넘게 위협이 이어졌는데, 그 일이 있고도, 분기마다 그 집을 다시 가야 합니다.

[도시가스 점검원/음성변조 : "잘못했으니까 문 열어 주시라고 그러니까 한참 뒤 문을 열어 주셨어요. 1년에 4번 정도 가야 돼요 그 집에. 저는 아는 척을 안 해요. 무서워서."]

2019년 울산에서는 감금 후 '성추행'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직접 접촉이 아니더라도, 거주자가 옷을 벗고 있는 등 성적 불쾌감을 주는 일은 수시로 발생합니다.

가정방문이라는 업무 특성상 점검원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지만, 제대로 된 안전대책은 미비한 상태입니다.

점검용 단말기에 신고 기능이 있긴 합니다.

SOS 단추를 누르면, 회사로 연결되고, 즉각 대응 조치를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취재진은 이틀 동안 점검원 두 명과 동행하며 제대로 작동하는질 알아봤습니다.

한 업체는 신고 1분 뒤 확인 전화가 왔고, 다른 업체는 1시간 넘도록 연락 자체가 없었습니다.

[도시가스 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옆에서 같이 눌러봤거든요. 한 시간 정도 뒤에 연락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한 시간 뒤에? (네.) 아..."]

112 직통 시스템을 구축해달란 요구도 있었지만 입법 논의는 멈춰 있습니다.

[이동주/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 : "고용업체와 지자체, 성범죄자들을 관리하고 있는 경찰청이 서로 협조해서 가스 안전 점검원들한테도 (성범죄자 정보를) 알려줄 수 있도록 시스템이 좀 마련됐으면..."]

실제로, 모르고 들어간 집에서 전자발찌 찬 사람과 마주치는 아찔한 일도 있습니다.

[김윤숙/가스 점검원 : "동료가 점검을 갔을 때 발에 (전자)발찌 그걸 하고 있었던 집도 간 거예요. (성범죄자) 정보를 주면 우리가 신경 써서 갈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러나 이런 정보가 제공된다 해도, 근본적으로 2인1조가 아닌 단독 방문이어서 위험에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

전국의 가스점검원은 5천 6백여 명으로, 99% 이상이 여성입니다.

현장K, 이예린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 허수곤/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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