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도 안 하고 비워두고…관사, 꼭 필요한가요?

입력 2022.10.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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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장관 인사청문회 때 등장하지 않으면 섭섭한 '아이템'이 있습니다. 이른바 '공무원 특공'으로 받은 세종시 아파트 얘기입니다. 인사청문회장마다 관사에 살면서 특공도 받고…세종 아파트로 재테크를 한 거 아니냐는 질타가 나오곤 합니다. 정부 부처와 기관들이 세종시로 대거 이동하면서 등장한 이슈입니다. 급기야 '관테크', '특공족'이란 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결국,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4월 공직자들의 관사 특권을 폐지하겠다면서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혹시, 이대로 묻혀버리진 않을까요?
그래서 KBS가 직접 실태 조사를 해봤습니다. 현 정부 18개 부처 장·차관과 처장, 청장, 위원장 등 기관장 117명을 대상으로 관사 이용 실태를 정보공개 청구했습니다.


■ 117명 중 63명이 관사 이용…보증금 합계 161억 원

117명 중 관사를 이용하는 건 절반이 조금 넘는 63명. 계약 형태별로 분류해보니 전세가 44명으로 가장 많았고, 반전세 5명, 월세 5명이었습니다.

면적은 59㎡~127㎡로 다양했고, 전세가격도 최저 2억 원부터 최대 5억 9,000만 원까지였습니다. 보증금은 전세와 반전세, 월세를 다 합해보니 161억 8,150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1차관, 국토교통부 1차관,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등 차관급 3명의 관사는 '공실', 즉 비어있습니다.

복지부 1차관이었던 조규홍 장관이 장관 관사로 옮겨가면서 1차관 관사가 비었고, 국토부 1차관 관사는 이원재 1차관이 세종에 자택이 있어 쓰지 않고 있습니다. 각각 4억 3,000만 원, 3억 5,000만 원짜리 전세인데, 보건복지부와 국토부 관계자는 관사를 처분하려고 해도 최근 세종시 전세 가격이 크게 떨어져 나가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공정위는 윤수현 부위원장이 세종에 자택이 있어 관사를 쓰지 않는 대신 직원 2명이 들어가 쓰고 있습니다.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시에 있는 장·차관급 관사는 44곳입니다. 하지만 장·차관들이 서울에서 업무를 보고 출·퇴근을 하다 보니 정작 관사가 있는 세종시에는 일주일에 1번, 한 달에 1번도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아예 비어 있거나 거의 쓰지 않고 있는데 나랏돈으로 전·월세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 "간부에겐 예산으로 지원하는데 하위직은 자부담"…관리비 지급 규정 제각각

관사의 관리비나 전기요금 같은 공공요금은 누가 내는지도 확인해봤습니다. 외교부와 국방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이 4개의 기관만 관리비뿐 아니라 공공요금까지 예산으로 지원한다고 답했습니다.

관사 운영의 기준이 되는 기획재정부의 '공무원 주거용 재산관리 기준'은 '전기, 수도, 통신 등 개인 목적을 위해 사용한 요금은 사용자가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교부 등 4개의 기관은 별도 규정을 만들어 관리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지원 대상을 간부들로 한정했습니다. 일반 직원들은 기재부 원칙대로 관사 사용료를 자부담합니다. 비율로 보면 경찰은 전체 관사의 9%, 해경은 2.1%, 군은 1% 조금 못 미치는 간부 관사에만 관리비와 공공요금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관마다 기준이 제각각인 겁니다.

왜 간부들에게만 관리비를 지원하는지 각 기관에 물어봤습니다. 경찰과 해경, 군은 공통적으로 "직무의 특수성을 이해해 달라"고 했습니다. 관리비를 지원하는 대상이 지휘관인데 직무의 특성상 지휘관은 밤이든 낮이든 출근해야 하고 관사도 숙소보다는 지휘관 제2집무실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직무를 따지자면 일반 직원이라고 해서 밤이든 낮이든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외교부는 장관 관사(공관)에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을 지원하는 근거 규정에 대해서도 명확히 답하지 못했습니다. "국유재산에 해당돼 국유재산법 및 관련 규정에 의해 관리 중"이라고 답했는데 국유재산법은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은 사용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문화재청장 등 국유재산인 관사에 거주하는 다른 장·차관들은 관리비와 공공요금을 자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재차 근거 규정을 물었지만, 외교부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 의류관리기·운동기구 등 관사 비품도 예산으로 구입

관사 사용료를 지원하는 곳들은 모두 비품 구입비도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돈은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요?

해경의 최근 5년 비품 구입 내역을 확인해봤더니, 의류 관리기(222만 원), 운동용 실내 자전거(100만 원) 등 필수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고가 가전제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런 고가 비품 구입에 대해 지적을 받자 해경은 2020년 1월, 200만 원 이상은 구입 때 심사를 받도록 규정을 보완했습니다.

하지만 규정이 바뀐 뒤 심사는 지난해 딱 1번 열렸고, 당시 270만 원짜리 에어컨을 사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올해는 1번도 심사가 없었는데 199만 원짜리 냉장고, 194만 원짜리 에어컨 등 200만 원이 넘지 않는 제품을 사들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해경은 2020년 이후 현재까지 9,300만 원어치의 비품을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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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용도 안 하고 비워두고…관사, 꼭 필요한가요?
    • 입력 2022-10-22 08:00:12
    취재K
<strong>장관 인사청문회 때 등장하지 않으면 섭섭한 '아이템'이 있습니다. 이른바 '공무원 특공'으로 받은 세종시 아파트 얘기입니다. 인사청문회장마다 관사에 살면서 특공도 받고…세종 아파트로 재테크를 한 거 아니냐는 질타가 나오곤 합니다. 정부 부처와 기관들이 세종시로 대거 이동하면서 등장한 이슈입니다. 급기야 '관테크', '특공족'이란 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br />결국,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4월 공직자들의 관사 특권을 폐지하겠다면서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혹시, 이대로 묻혀버리진 않을까요?<br /></strong><strong>그래서 KBS가 직접 실태 조사를 해봤습니다. 현 정부 18개 부처 장·차관과 처장, 청장, 위원장 등 기관장 117명을 대상으로 관사 이용 실태를 정보공개 청구했습니다. </strong>

■ 117명 중 63명이 관사 이용…보증금 합계 161억 원

117명 중 관사를 이용하는 건 절반이 조금 넘는 63명. 계약 형태별로 분류해보니 전세가 44명으로 가장 많았고, 반전세 5명, 월세 5명이었습니다.

면적은 59㎡~127㎡로 다양했고, 전세가격도 최저 2억 원부터 최대 5억 9,000만 원까지였습니다. 보증금은 전세와 반전세, 월세를 다 합해보니 161억 8,150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1차관, 국토교통부 1차관,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등 차관급 3명의 관사는 '공실', 즉 비어있습니다.

복지부 1차관이었던 조규홍 장관이 장관 관사로 옮겨가면서 1차관 관사가 비었고, 국토부 1차관 관사는 이원재 1차관이 세종에 자택이 있어 쓰지 않고 있습니다. 각각 4억 3,000만 원, 3억 5,000만 원짜리 전세인데, 보건복지부와 국토부 관계자는 관사를 처분하려고 해도 최근 세종시 전세 가격이 크게 떨어져 나가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공정위는 윤수현 부위원장이 세종에 자택이 있어 관사를 쓰지 않는 대신 직원 2명이 들어가 쓰고 있습니다.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시에 있는 장·차관급 관사는 44곳입니다. 하지만 장·차관들이 서울에서 업무를 보고 출·퇴근을 하다 보니 정작 관사가 있는 세종시에는 일주일에 1번, 한 달에 1번도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아예 비어 있거나 거의 쓰지 않고 있는데 나랏돈으로 전·월세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 "간부에겐 예산으로 지원하는데 하위직은 자부담"…관리비 지급 규정 제각각

관사의 관리비나 전기요금 같은 공공요금은 누가 내는지도 확인해봤습니다. 외교부와 국방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이 4개의 기관만 관리비뿐 아니라 공공요금까지 예산으로 지원한다고 답했습니다.

관사 운영의 기준이 되는 기획재정부의 '공무원 주거용 재산관리 기준'은 '전기, 수도, 통신 등 개인 목적을 위해 사용한 요금은 사용자가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교부 등 4개의 기관은 별도 규정을 만들어 관리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지원 대상을 간부들로 한정했습니다. 일반 직원들은 기재부 원칙대로 관사 사용료를 자부담합니다. 비율로 보면 경찰은 전체 관사의 9%, 해경은 2.1%, 군은 1% 조금 못 미치는 간부 관사에만 관리비와 공공요금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관마다 기준이 제각각인 겁니다.

왜 간부들에게만 관리비를 지원하는지 각 기관에 물어봤습니다. 경찰과 해경, 군은 공통적으로 "직무의 특수성을 이해해 달라"고 했습니다. 관리비를 지원하는 대상이 지휘관인데 직무의 특성상 지휘관은 밤이든 낮이든 출근해야 하고 관사도 숙소보다는 지휘관 제2집무실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직무를 따지자면 일반 직원이라고 해서 밤이든 낮이든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외교부는 장관 관사(공관)에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을 지원하는 근거 규정에 대해서도 명확히 답하지 못했습니다. "국유재산에 해당돼 국유재산법 및 관련 규정에 의해 관리 중"이라고 답했는데 국유재산법은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은 사용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문화재청장 등 국유재산인 관사에 거주하는 다른 장·차관들은 관리비와 공공요금을 자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재차 근거 규정을 물었지만, 외교부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 의류관리기·운동기구 등 관사 비품도 예산으로 구입

관사 사용료를 지원하는 곳들은 모두 비품 구입비도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돈은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요?

해경의 최근 5년 비품 구입 내역을 확인해봤더니, 의류 관리기(222만 원), 운동용 실내 자전거(100만 원) 등 필수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고가 가전제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런 고가 비품 구입에 대해 지적을 받자 해경은 2020년 1월, 200만 원 이상은 구입 때 심사를 받도록 규정을 보완했습니다.

하지만 규정이 바뀐 뒤 심사는 지난해 딱 1번 열렸고, 당시 270만 원짜리 에어컨을 사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올해는 1번도 심사가 없었는데 199만 원짜리 냉장고, 194만 원짜리 에어컨 등 200만 원이 넘지 않는 제품을 사들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해경은 2020년 이후 현재까지 9,300만 원어치의 비품을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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