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위력의 10%”…‘저위험 권총’ 효과적 진압 무기 될까?

입력 2022.10.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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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인명 피해 우려’ 등으로 일선 경찰관들이 ‘실탄 권총’ 사용에 애로를 겪어온 가운데, 최근에 개발된 ‘저위험 권총’이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출처=SNT모티브 제공)그간 ‘인명 피해 우려’ 등으로 일선 경찰관들이 ‘실탄 권총’ 사용에 애로를 겪어온 가운데, 최근에 개발된 ‘저위험 권총’이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출처=SNT모티브 제공)
■ 범죄 진압 '실탄 권총' 사용 애로에…'저위험 권총' 개발

부산역 내 한 건물에서 인질극이 벌어집니다. KTX 무임승차가 적발된 50대 남성이 60대 여성 청소 근로자를 흉기로 위협하는 상황. 창문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대치 중인 가운데, 남성은 물건을 집어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합니다. 삼단봉, 테이저 건 등으로 무장한 경찰은 제압 기회를 노리다 창문을 통해 건물 내부로 진입, 대치 10여 분 만에 난동을 부리는 남성을 테이저 건으로 검거합니다.


2018년 9월 당시 부산역 구내 건물에서 벌어진 인질극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투입되는 모습.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2018년 9월 당시 부산역 구내 건물에서 벌어진 인질극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투입되는 모습.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

지난 2018년 9월 부산역 인질극 사건 당시 진압 현장 모습입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경찰은 신속·안전한 범죄 진압을 위해 다양한 장구 (裝具·경찰 장구: 경찰관이 범인 검거 등 직무 수행을 위해 휴대·사용하는 방패·경찰봉·전자 충격기 등을 뜻함)를 사용해왔는데요.

위 사건처럼 테이저 건 등 장구로 진압에 성공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38구경(탄두의 지름이 0.38인치라는 의미) 리볼버 권총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더욱 위급한 상황도 있었을 겁니다. 그때마다 경찰은 까다로운 사용 규정과 인명 피해 우려로 인해 출동 현장에서 총기 사용에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범인을 부작용 없이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개량된 총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경찰의 이 같은 '총기 사용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비살상 개량 권총'이 개발됐습니다. 일선 보급으로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는 이 권총은 '저위험 권총'으로 불립니다. 기존 실탄 권총에 비해 위력이 10분의 1 수준이라는데요. 어떤 기능과 특성을 갖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 '플라스틱 재질' 저위험탄 사용…상·하체 겨냥 시 위력은?

2020년 개발된 저위험 권총의 무게는 515g으로 경찰이 기존에 사용하던 38구경 권총 대비 약 25~30% 더 가볍게 만들어졌습니다. 9㎜ 구경(6발 들이) 경찰용 권총으로 탄환은 공포탄, 저위험탄, 9㎜ 보통탄(실탄) 등 3가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본 운용 탄환인 저위험탄은 플라스틱 재질의 탄환으로 격발 시 위력은 실탄의 10% 수준입니다.

저위험 권총의 무게는 515g으로 경찰이 기존에 사용하던 38구경 권총 대비 약 25~30% 더 가볍게 만들어졌다. (사진 출처=SNT모티브 제공)저위험 권총의 무게는 515g으로 경찰이 기존에 사용하던 38구경 권총 대비 약 25~30% 더 가볍게 만들어졌다. (사진 출처=SNT모티브 제공)

개발 업체 측은 "저위험탄의 발사 에너지가 실탄의 10분의 1 정도고, 살상력은 그보다 더 작다"며 "인명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범인을 제압할 수 있는 권총"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경찰청 예규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경찰관이 권총으로 범인에게 조준·발사하고자 할 때는 '사전 경고 후 가급적 대퇴부 이하 등 상해 최소 부위를 향해야' 합니다. 허벅지 등 하체 조준이 어렵거나 상황이 급박할 때는 불가피하게 상체 쪽을 겨냥할 수도 있는데, 만약 표적의 하체가 아닌 상체를 향해 저위험 권총을 격발했을 때는 위력이 어느 정도일까요?

업체 측 설명에 따르면, 상체와 하체 모두 저위험탄이 살 속에 박히는 깊이는 5㎝ 내외로 '격발 시 가해지는 위력은 동일한 편'이라고 합니다. 다만 사람의 상체에는 주요 장기들이 포진해 있고, 체형에 따라 탄환이 주는 충격의 크기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상체 겨냥 시에는 위험할 수도 있다'고 진단합니다.

관할 경찰서 허가를 받고 사냥용으로만 쓰일 수 있는 엽총과 비교하면 위력이 어떨까요? 업체 측 개발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교 실험을 한 적이 없어 수치상으로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저위험 권총의 위력이 더 낮을 것"이라며 "엽총도 동물을 살상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총기 아닌가. 저위험 권총은 기본적으로 비살상 무기다"라고 말했습니다.

저위험 권총은 공포탄, 저위험탄, 9㎜ 보통탄(실탄) 등 3가지의 탄환을 사용할 수 있다. 실전에서 주로 사용될 저위험탄은 플라스틱 재질의 탄환으로 격발 시 위력은 실탄의 10% 수준이다. (사진 출처=SNT모티브 제공)저위험 권총은 공포탄, 저위험탄, 9㎜ 보통탄(실탄) 등 3가지의 탄환을 사용할 수 있다. 실전에서 주로 사용될 저위험탄은 플라스틱 재질의 탄환으로 격발 시 위력은 실탄의 10% 수준이다. (사진 출처=SNT모티브 제공)

저위험 권총은 일명 '스마트 권총'으로도 불립니다. 손잡이 쪽에 자동차 블랙박스 역할을 하는 '스마트 모듈' 장치가 내재돼 있기 때문인데요. GPS(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 기능이 탑재돼 있어 사격 시간·장소·각도·발수(發數) 등 여러 정보가 저장됩니다. 이밖에 오발 사고를 막고 발사 충격을 줄이기 위해, 안전 레버를 장착하고 피탈 방지 끈을 연결할 수 있도록 제작됐습니다.

작년 초 중동에 수출…국내서는 '민간 개인'에게 판매하지 않아

지난 19일 인천의 한 치안 분야 박람회장에서 첫선을 보인 저위험 권총은 내년부터 일선 경찰에 현장 보급될 예정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총 1억 5,000만 원을 들여 저위험 권총 100정을 구입, 시범 운영을 실시할 계획인데요.

국내 도입 전인 작년 초, 저위험 권총은 중동에 수출됐습니다. 업체 측은 '앞으로도 해외에 수출될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경찰 등 관공서 치안용으로 개발된 만큼 민간인 개인에게는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강력 범죄들이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권총보다 살상력을 낮춘 저위험 권총이 범죄 진압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반론도 제기하는데요.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저위험 권총이 일선 경찰에 보급되면 기존 실탄 권총인 38구경 리볼버와 함께 사용하게 된다. 물리력 단계에 따라서 상황에 적합하게 병행 사용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 원활한 '범죄 진압' 마땅하지만…'총기 사용 규제' 자체는 엄격할 수밖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5대 강력 범죄(살인·강도·성폭력·폭력·절도) 진압 과정에서 기존 권총을 사용한 경우는 15건(살인 4건, 폭력 11건)에 그쳤습니다. 상기한 경찰청 예규는 "경찰관은 대상자가 경찰관이나 제3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중대한 위해를 야기하거나, 위해 발생이 임박한 경우 권총 이외의 수단으로서는 이를 제지할 수 없는 상황에 한하여 대상자에게 권총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법에서 상황과 피아를 막론하고 ‘총기 사용 자체를 엄격히 규제’하는 근본적 취지는, 예기치 못한 오발 사고나 고의적 남용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앞으로 경찰에 도입될 저위험 권총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발명돼 ‘비살상 무기’라는 성격을 지니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우리 법에서 상황과 피아를 막론하고 ‘총기 사용 자체를 엄격히 규제’하는 근본적 취지는, 예기치 못한 오발 사고나 고의적 남용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앞으로 경찰에 도입될 저위험 권총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발명돼 ‘비살상 무기’라는 성격을 지니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앞으로 저위험 권총이 보급되면, 일선 경찰관들도 권총 사용의 부담을 덜고 보다 효과적으로 범죄를 진압할 수 있을까요? 조동빈 전라남도경찰청 제2기동대 경사는 "기존 권총의 경우 살상력이 어느 정도 되다 보니, 정말 긴박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기가 어렵다. 사용하더라도 범인의 하반신, 허벅지 쪽으로 조준을 해야 하는데 반동이 심해 정조준해서 격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저위험 권총은 살상력을 줄인 만큼 반동도 줄어든 것으로 아는데, 아무래도 목표 부위에 최대한 근접하게 맞출 수도 있고 부담 없이 제압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효과적으로 흉악범 등을 제압하자는 차원에서, '저위험 권총 도입'에 대한 치안당국의 기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총기 사용 자체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정당하게 행사되는 공권력일지라도 '저위험 권총'에도 역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입니다.

경찰은 저위험 권총 본격 도입 전 성능 검증과 현장 운용을 거쳐 장단점을 철저히 평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신영민 경찰청 첨단장비계장은 "저위험 권총 시범 운영 시 '대량으로 생산할 때 동일한 성능이 나오는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확인할 것"이라며 "성능 검증 후 시범 관사를 선정해 본격적인 현장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매뉴얼 등 사용 규정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취재 지원: 최민주, 사진 편집: 원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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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탄 위력의 10%”…‘저위험 권총’ 효과적 진압 무기 될까?
    • 입력 2022-10-23 08:00:41
    취재K
그간 ‘인명 피해 우려’ 등으로 일선 경찰관들이 ‘실탄 권총’ 사용에 애로를 겪어온 가운데, 최근에 개발된 ‘저위험 권총’이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출처=SNT모티브 제공) ■ 범죄 진압 '실탄 권총' 사용 애로에…'저위험 권총' 개발

부산역 내 한 건물에서 인질극이 벌어집니다. KTX 무임승차가 적발된 50대 남성이 60대 여성 청소 근로자를 흉기로 위협하는 상황. 창문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대치 중인 가운데, 남성은 물건을 집어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합니다. 삼단봉, 테이저 건 등으로 무장한 경찰은 제압 기회를 노리다 창문을 통해 건물 내부로 진입, 대치 10여 분 만에 난동을 부리는 남성을 테이저 건으로 검거합니다.


2018년 9월 당시 부산역 구내 건물에서 벌어진 인질극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투입되는 모습.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
지난 2018년 9월 부산역 인질극 사건 당시 진압 현장 모습입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경찰은 신속·안전한 범죄 진압을 위해 다양한 장구 (裝具·경찰 장구: 경찰관이 범인 검거 등 직무 수행을 위해 휴대·사용하는 방패·경찰봉·전자 충격기 등을 뜻함)를 사용해왔는데요.

위 사건처럼 테이저 건 등 장구로 진압에 성공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38구경(탄두의 지름이 0.38인치라는 의미) 리볼버 권총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더욱 위급한 상황도 있었을 겁니다. 그때마다 경찰은 까다로운 사용 규정과 인명 피해 우려로 인해 출동 현장에서 총기 사용에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범인을 부작용 없이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개량된 총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경찰의 이 같은 '총기 사용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비살상 개량 권총'이 개발됐습니다. 일선 보급으로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는 이 권총은 '저위험 권총'으로 불립니다. 기존 실탄 권총에 비해 위력이 10분의 1 수준이라는데요. 어떤 기능과 특성을 갖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 '플라스틱 재질' 저위험탄 사용…상·하체 겨냥 시 위력은?

2020년 개발된 저위험 권총의 무게는 515g으로 경찰이 기존에 사용하던 38구경 권총 대비 약 25~30% 더 가볍게 만들어졌습니다. 9㎜ 구경(6발 들이) 경찰용 권총으로 탄환은 공포탄, 저위험탄, 9㎜ 보통탄(실탄) 등 3가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본 운용 탄환인 저위험탄은 플라스틱 재질의 탄환으로 격발 시 위력은 실탄의 10% 수준입니다.

저위험 권총의 무게는 515g으로 경찰이 기존에 사용하던 38구경 권총 대비 약 25~30% 더 가볍게 만들어졌다. (사진 출처=SNT모티브 제공)
개발 업체 측은 "저위험탄의 발사 에너지가 실탄의 10분의 1 정도고, 살상력은 그보다 더 작다"며 "인명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범인을 제압할 수 있는 권총"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경찰청 예규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경찰관이 권총으로 범인에게 조준·발사하고자 할 때는 '사전 경고 후 가급적 대퇴부 이하 등 상해 최소 부위를 향해야' 합니다. 허벅지 등 하체 조준이 어렵거나 상황이 급박할 때는 불가피하게 상체 쪽을 겨냥할 수도 있는데, 만약 표적의 하체가 아닌 상체를 향해 저위험 권총을 격발했을 때는 위력이 어느 정도일까요?

업체 측 설명에 따르면, 상체와 하체 모두 저위험탄이 살 속에 박히는 깊이는 5㎝ 내외로 '격발 시 가해지는 위력은 동일한 편'이라고 합니다. 다만 사람의 상체에는 주요 장기들이 포진해 있고, 체형에 따라 탄환이 주는 충격의 크기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상체 겨냥 시에는 위험할 수도 있다'고 진단합니다.

관할 경찰서 허가를 받고 사냥용으로만 쓰일 수 있는 엽총과 비교하면 위력이 어떨까요? 업체 측 개발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교 실험을 한 적이 없어 수치상으로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저위험 권총의 위력이 더 낮을 것"이라며 "엽총도 동물을 살상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총기 아닌가. 저위험 권총은 기본적으로 비살상 무기다"라고 말했습니다.

저위험 권총은 공포탄, 저위험탄, 9㎜ 보통탄(실탄) 등 3가지의 탄환을 사용할 수 있다. 실전에서 주로 사용될 저위험탄은 플라스틱 재질의 탄환으로 격발 시 위력은 실탄의 10% 수준이다. (사진 출처=SNT모티브 제공)
저위험 권총은 일명 '스마트 권총'으로도 불립니다. 손잡이 쪽에 자동차 블랙박스 역할을 하는 '스마트 모듈' 장치가 내재돼 있기 때문인데요. GPS(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 기능이 탑재돼 있어 사격 시간·장소·각도·발수(發數) 등 여러 정보가 저장됩니다. 이밖에 오발 사고를 막고 발사 충격을 줄이기 위해, 안전 레버를 장착하고 피탈 방지 끈을 연결할 수 있도록 제작됐습니다.

작년 초 중동에 수출…국내서는 '민간 개인'에게 판매하지 않아

지난 19일 인천의 한 치안 분야 박람회장에서 첫선을 보인 저위험 권총은 내년부터 일선 경찰에 현장 보급될 예정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총 1억 5,000만 원을 들여 저위험 권총 100정을 구입, 시범 운영을 실시할 계획인데요.

국내 도입 전인 작년 초, 저위험 권총은 중동에 수출됐습니다. 업체 측은 '앞으로도 해외에 수출될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경찰 등 관공서 치안용으로 개발된 만큼 민간인 개인에게는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강력 범죄들이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권총보다 살상력을 낮춘 저위험 권총이 범죄 진압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반론도 제기하는데요.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저위험 권총이 일선 경찰에 보급되면 기존 실탄 권총인 38구경 리볼버와 함께 사용하게 된다. 물리력 단계에 따라서 상황에 적합하게 병행 사용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 원활한 '범죄 진압' 마땅하지만…'총기 사용 규제' 자체는 엄격할 수밖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5대 강력 범죄(살인·강도·성폭력·폭력·절도) 진압 과정에서 기존 권총을 사용한 경우는 15건(살인 4건, 폭력 11건)에 그쳤습니다. 상기한 경찰청 예규는 "경찰관은 대상자가 경찰관이나 제3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중대한 위해를 야기하거나, 위해 발생이 임박한 경우 권총 이외의 수단으로서는 이를 제지할 수 없는 상황에 한하여 대상자에게 권총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법에서 상황과 피아를 막론하고 ‘총기 사용 자체를 엄격히 규제’하는 근본적 취지는, 예기치 못한 오발 사고나 고의적 남용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앞으로 경찰에 도입될 저위험 권총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발명돼 ‘비살상 무기’라는 성격을 지니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앞으로 저위험 권총이 보급되면, 일선 경찰관들도 권총 사용의 부담을 덜고 보다 효과적으로 범죄를 진압할 수 있을까요? 조동빈 전라남도경찰청 제2기동대 경사는 "기존 권총의 경우 살상력이 어느 정도 되다 보니, 정말 긴박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기가 어렵다. 사용하더라도 범인의 하반신, 허벅지 쪽으로 조준을 해야 하는데 반동이 심해 정조준해서 격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저위험 권총은 살상력을 줄인 만큼 반동도 줄어든 것으로 아는데, 아무래도 목표 부위에 최대한 근접하게 맞출 수도 있고 부담 없이 제압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효과적으로 흉악범 등을 제압하자는 차원에서, '저위험 권총 도입'에 대한 치안당국의 기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총기 사용 자체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정당하게 행사되는 공권력일지라도 '저위험 권총'에도 역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입니다.

경찰은 저위험 권총 본격 도입 전 성능 검증과 현장 운용을 거쳐 장단점을 철저히 평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신영민 경찰청 첨단장비계장은 "저위험 권총 시범 운영 시 '대량으로 생산할 때 동일한 성능이 나오는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확인할 것"이라며 "성능 검증 후 시범 관사를 선정해 본격적인 현장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매뉴얼 등 사용 규정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취재 지원: 최민주, 사진 편집: 원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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