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없어진 커플링 싸게 팝니다!”…‘이별재테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2022.10.23 (12:00) 수정 2022.10.2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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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이 반지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이 반지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작년 9월쯤, 여자친구 생일선물로 명품 브랜드의 커플링을 온라인으로 샀는데, 사이즈가 안 맞아 근처 백화점으로 교환을 하러 갔습니다. 그때 라디오에서 한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명품 핸드백을 사주고 헤어진 사연을 제 여자친구와 함께 들으며 농담으로 그랬습니다. '나의 미래일 수 있겠다'고.

근데 그 일이 있은 후 거짓말처럼 바로 헤어졌습니다.

저주받은 반지입니다.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커플에게 추천합니다"

-중고장터에 헤어진 연인과의 커플링 판매하는 누리꾼의 글 재구성-

이 사연의 주인공은 개당 151만 원을 주고 샀다는 명품 커플링 한쌍을 302만 원보다 저렴한 250만 원에 중고장터에 올렸습니다. 최근 온라인 중고장터에서는 이렇게 자신의 이별과 연관된 물건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데요. 이별 후 소장 가치를 잃은 물건을 팔아 자기 지갑 사정에 보태는, 이른바 '이별 재테크'입니다.

주로 2030세대 사이에서 활성화된 '이별 재테크'는 중고장터를 통해 헤어진 연인에게 받았었거나 선물했다가 되돌려받은 물건들을 재판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새롭게 부상하는 이른바 '이별재테크' 문화를 만나보시죠.

헤어진 전 남자친구에게 받았던 명품 선물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판매하는 글이다. 9천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헤어진 전 남자친구에게 받았던 명품 선물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판매하는 글이다. 9천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 남친 선물 팔아요…실착 5회 미만, 상태 좋아요!"

중고장터에는 하루에도 여러 건의 이별 관련 판매 물건이 올라옵니다. 그 종류도 다양한데요. 커플 옷, 명품 머플러, 커플링 등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여성은 온라인 중고장터에 "헤어지기 전 남자친구가 줬던 선물 팝니다. 실착 5회 미만, 정품 아닐 시 100배 보상"이라며 판매 글을 올리기도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2021년도에 구매했고 1번 착용했습니다. 헤어진 X와 맞췄던 커플 맨투맨인데, 구매한 당일 3시간 정도 입고 그 후로 한 번도 안 입었어요! 상태 좋아요!"라고 이별 관련 판매 물건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별 재테크' 연관 품목들 가운데 인기 종목(?)은 커플링입니다. 높은 가격 때문인데, 현재 중고장터에는 최소 몇만 원짜리에서 최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까지 커플링을 판매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는 추세입니다.

커플링을 팔겠다고 결심한 이들의 사연도 다양합니다. 헤어진 전 남자친구에게 돌려주기 애매해 팔게 됐다는 사연, 착용 후 한 달만에 헤어져 보관만 하다가 팔게 된 사연,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너무 신경 쓰여 판다는 사연 등이 있습니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전남친’ 키워드를 검색하자 다양한 물품이 등장한다.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전남친’ 키워드를 검색하자 다양한 물품이 등장한다.

"헤어진, 전 남친, 전 여친"…중고장터 '새로운 키워드'까지 등장

이별의 아픔이 담겼기 때문일까요. 빠른 거래를 원하는 이들은 대개 커플 물건들을 시중 소비자가격 대비, 중고 시세 대비 저렴하게 판매하려 합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고장터에서 물건 싸게 사는 법'이라며 '이별 재테크'를 언급하는 이들도 생겨났습니다.

주요 골자는 이렇습니다. 이별한 이들이 저렴하게 판매하는 물건을 구입하는, 일명 '득템'을 노리자는 취지입니다. 검색 키워드가 중요합니다. '헤어진', '전 남친', '전 여친' 등을 우선순위로, 틈틈이 검색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를 따라 온라인 플랫폼 '당근마켓',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등에 해당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중고 시세 대비 저렴한 모자, 신발, 팔찌, 선글라스 등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새로운 중고 트렌드를 이용한 일종의 '잔꾀'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가령 이별과는 무관한 이가 중고 거래를 빠르게 성사시키기 위해 제목에 '전 남친', '전 여친' 등을 언급하는 것입니다. 구매자로서는 판매자의 이별 진위를 파악할 길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트렌드에 편승한 얌체 상술이 종종 등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MZ세대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합니다. 중고 거래의 본래 목적인 '괜찮은 물건을 저렴하게 산다'라는 취지에만 어긋나지 않으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인데요. 얌체 판매자에 대해 서 모 씨(24)는 "만약 괜찮은 물건을 싸게 내놓았다면 괜찮다. 좋은 물건을 싸게 사는 것엔 변함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반대 의견도 있지만, '이별 재테크'가 순항하는 이유는?

일각에서는 다소 생소한 재테크 방식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헤어졌다 해도 연인이었던 사람이 정성껏 건넸던 선물을 되팔기까지 해야 하나'라는 것입니다. 10~20년 전만 해도 함께 맞춘 커플 아이템이나 선물 같은 경우, 헤어져도 파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MZ세대의 '이별 재테크' 선호는 견고합니다. 합리성과 실용성을 중시한다는 특징과 함께 연애를 함에 있어 느끼는 고충도 한몫합니다. MZ세대 중 일부는 '기념일이 언제부턴가 선물로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날로 인식되어 버린 것 같다'라는 생각을 전한 이도 있습니다.

실제로 연애 당시 기념일을 챙겨야 하는 압박감을 느꼈다는 김 모 씨(24)는 당시 경제 상황에 맞지 않는 무리한 지출을 했고, 헤어진 뒤 중고 거래를 접했다고 합니다. 그는 "21살에 여자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구찌 지갑을 사준 적이 있다. 아르바이트 월급을 모아 사준 건데 당시 여자친구도 기념일에 똑같이 구찌 지갑을 선물로 줬다. 받고 보니 다음 기념일에 안 주기도 좀 애매했다. 이게 사귀는 내내 반복됐다. 경제적으로 많이 부담됐다"면서 추후 이별한 뒤에 잘 쓰지 않는 선물을 모아서 팔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엇갈리는 의견 속에도 MZ세대의 '이별 재테크'는 순항하고 있습니다. 평소 중고 거래를 애용한다는 이 모 씨(28)는 "과거 연인이었다고 해서 꼭 그 물건을 간직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연인) 관계가 끝났다면 필요 없는 물건은 파는 게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서 모 씨(24)도 같은 생각입니다. "굳이 갖고 있으면서 추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 버리자니 아깝고, 또 연애시절 무리하게 지출하며 구멍난 내 재정에도 좀 보태고 싶다, 재거래라는 실용적 선택이 꼭 나쁜 건가?" 되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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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쓸모 없어진 커플링 싸게 팝니다!”…‘이별재테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입력 2022-10-23 12:00:56
    • 수정2022-10-23 15:26:20
    취재K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이 반지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이 반지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작년 9월쯤, 여자친구 생일선물로 명품 브랜드의 커플링을 온라인으로 샀는데, 사이즈가 안 맞아 근처 백화점으로 교환을 하러 갔습니다. 그때 라디오에서 한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명품 핸드백을 사주고 헤어진 사연을 제 여자친구와 함께 들으며 농담으로 그랬습니다. '나의 미래일 수 있겠다'고.

근데 그 일이 있은 후 거짓말처럼 바로 헤어졌습니다.

저주받은 반지입니다.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커플에게 추천합니다"

-중고장터에 헤어진 연인과의 커플링 판매하는 누리꾼의 글 재구성-

이 사연의 주인공은 개당 151만 원을 주고 샀다는 명품 커플링 한쌍을 302만 원보다 저렴한 250만 원에 중고장터에 올렸습니다. 최근 온라인 중고장터에서는 이렇게 자신의 이별과 연관된 물건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데요. 이별 후 소장 가치를 잃은 물건을 팔아 자기 지갑 사정에 보태는, 이른바 '이별 재테크'입니다.

주로 2030세대 사이에서 활성화된 '이별 재테크'는 중고장터를 통해 헤어진 연인에게 받았었거나 선물했다가 되돌려받은 물건들을 재판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새롭게 부상하는 이른바 '이별재테크' 문화를 만나보시죠.

헤어진 전 남자친구에게 받았던 명품 선물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판매하는 글이다. 9천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 남친 선물 팔아요…실착 5회 미만, 상태 좋아요!"

중고장터에는 하루에도 여러 건의 이별 관련 판매 물건이 올라옵니다. 그 종류도 다양한데요. 커플 옷, 명품 머플러, 커플링 등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여성은 온라인 중고장터에 "헤어지기 전 남자친구가 줬던 선물 팝니다. 실착 5회 미만, 정품 아닐 시 100배 보상"이라며 판매 글을 올리기도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2021년도에 구매했고 1번 착용했습니다. 헤어진 X와 맞췄던 커플 맨투맨인데, 구매한 당일 3시간 정도 입고 그 후로 한 번도 안 입었어요! 상태 좋아요!"라고 이별 관련 판매 물건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별 재테크' 연관 품목들 가운데 인기 종목(?)은 커플링입니다. 높은 가격 때문인데, 현재 중고장터에는 최소 몇만 원짜리에서 최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까지 커플링을 판매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는 추세입니다.

커플링을 팔겠다고 결심한 이들의 사연도 다양합니다. 헤어진 전 남자친구에게 돌려주기 애매해 팔게 됐다는 사연, 착용 후 한 달만에 헤어져 보관만 하다가 팔게 된 사연,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너무 신경 쓰여 판다는 사연 등이 있습니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전남친’ 키워드를 검색하자 다양한 물품이 등장한다.
"헤어진, 전 남친, 전 여친"…중고장터 '새로운 키워드'까지 등장

이별의 아픔이 담겼기 때문일까요. 빠른 거래를 원하는 이들은 대개 커플 물건들을 시중 소비자가격 대비, 중고 시세 대비 저렴하게 판매하려 합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고장터에서 물건 싸게 사는 법'이라며 '이별 재테크'를 언급하는 이들도 생겨났습니다.

주요 골자는 이렇습니다. 이별한 이들이 저렴하게 판매하는 물건을 구입하는, 일명 '득템'을 노리자는 취지입니다. 검색 키워드가 중요합니다. '헤어진', '전 남친', '전 여친' 등을 우선순위로, 틈틈이 검색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를 따라 온라인 플랫폼 '당근마켓',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등에 해당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중고 시세 대비 저렴한 모자, 신발, 팔찌, 선글라스 등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새로운 중고 트렌드를 이용한 일종의 '잔꾀'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가령 이별과는 무관한 이가 중고 거래를 빠르게 성사시키기 위해 제목에 '전 남친', '전 여친' 등을 언급하는 것입니다. 구매자로서는 판매자의 이별 진위를 파악할 길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트렌드에 편승한 얌체 상술이 종종 등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MZ세대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합니다. 중고 거래의 본래 목적인 '괜찮은 물건을 저렴하게 산다'라는 취지에만 어긋나지 않으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인데요. 얌체 판매자에 대해 서 모 씨(24)는 "만약 괜찮은 물건을 싸게 내놓았다면 괜찮다. 좋은 물건을 싸게 사는 것엔 변함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반대 의견도 있지만, '이별 재테크'가 순항하는 이유는?

일각에서는 다소 생소한 재테크 방식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헤어졌다 해도 연인이었던 사람이 정성껏 건넸던 선물을 되팔기까지 해야 하나'라는 것입니다. 10~20년 전만 해도 함께 맞춘 커플 아이템이나 선물 같은 경우, 헤어져도 파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MZ세대의 '이별 재테크' 선호는 견고합니다. 합리성과 실용성을 중시한다는 특징과 함께 연애를 함에 있어 느끼는 고충도 한몫합니다. MZ세대 중 일부는 '기념일이 언제부턴가 선물로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날로 인식되어 버린 것 같다'라는 생각을 전한 이도 있습니다.

실제로 연애 당시 기념일을 챙겨야 하는 압박감을 느꼈다는 김 모 씨(24)는 당시 경제 상황에 맞지 않는 무리한 지출을 했고, 헤어진 뒤 중고 거래를 접했다고 합니다. 그는 "21살에 여자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구찌 지갑을 사준 적이 있다. 아르바이트 월급을 모아 사준 건데 당시 여자친구도 기념일에 똑같이 구찌 지갑을 선물로 줬다. 받고 보니 다음 기념일에 안 주기도 좀 애매했다. 이게 사귀는 내내 반복됐다. 경제적으로 많이 부담됐다"면서 추후 이별한 뒤에 잘 쓰지 않는 선물을 모아서 팔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엇갈리는 의견 속에도 MZ세대의 '이별 재테크'는 순항하고 있습니다. 평소 중고 거래를 애용한다는 이 모 씨(28)는 "과거 연인이었다고 해서 꼭 그 물건을 간직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연인) 관계가 끝났다면 필요 없는 물건은 파는 게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서 모 씨(24)도 같은 생각입니다. "굳이 갖고 있으면서 추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 버리자니 아깝고, 또 연애시절 무리하게 지출하며 구멍난 내 재정에도 좀 보태고 싶다, 재거래라는 실용적 선택이 꼭 나쁜 건가?" 되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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