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이번엔 다를까 ‘전술핵 재배치 요구’에 미국 입장은?

입력 2022.10.23 (14:04) 수정 2022.10.2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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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대잠훈련 2022한미대잠훈련 2022

한국에 전술핵을 다시 가져놔야 한다는 이른바 전술핵 재배치론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악화하고 북한의 도발이 잦아지면 독자 핵무장론과 함께 전술핵 배치 논란은 늘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그때마다 미국의 답변은 '한미동맹이 최고의 억제력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에 다시금 핵을 가져다 놓을 순 없다는 거였습니다. 이번엔 다를까요?

■핵을 준다면 어디에 둘 것입니까?

미국 당국자에게 물었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전례없이 잦아졌고, 7차 핵실험도 목전에 온 것 같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이 많이 불안합니다. 전술핵 다시 가져다 놓을 수 있을까요?
= 어디에 놓을 겁니까?
예?
= 전술핵을 가지고 간다 한들, 어디에 둘 겁니까? 사드 때를 잊었습니까?

순간 할 말을 잃었습니다. 공격무기가 아닌 방어 무기인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배치한다고 해서 경북 성주 주민들은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지상으로 군 물자가 유입되는 걸 주민들이 막아서면서 5년 넘도록 사드가 배치된 성주 기지는 제대로 운용되지 못했습니다. 우리 입장에선 주민들의 고통이 먼저 보였지만, 미국 입장에선 발전기용 연료부터 교대 근무자까지 헬기로 실어날라야 했던 수년의 세월이 겹쳐 보였을 겁니다. 전략 방어용 미사일 시스템도 들어오는 걸 그렇게 막아섰는데, 난데없이 전술핵을 저희 주세요, 하고 기다렸다 받아갈 주민들은 없을 겁니다.
일단 전술핵을 달라고 하기 전에 어디에 두고, 어떻게 운용하겠다는 건지, 주민들을 설득하는 건 생각해봤냐, 묻는 것이었습니다.

답을 못하자 두 번째 질문을 했습니다.

■중국은 생각해봤습니까?

=중국은 생각해봤습니까?
-예?
=사드로 인한 중국의 보복이 아직도 다 풀리지 않았습니다. 한한령이요.
그보다 10배는 더 한 보복이 오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각종 경제 보복으로 2017년 첫 해 한국은 8조 5천억 원의 손해를 입어야 했습니다. 한국 관광은 전면 금지됐고, 한류를 이끌던 한국 드라마와 예능 등 콘텐츠는 모두 해지됐습니다. 한한령. 현대 기아차는 중국 판매가 뚝 떨어졌고, 중국에 야심차게 진출했던 롯데마트는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습니다.

전술핵이 배치된다면? 중국의 보복은 사드 때의 10배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 내에서 번지고 있는 반미 감정에 반한 감정이 증폭될 우려도 높습니다. 중국과의 교역을 접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이 공식적으로 미국에 전술핵을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겠냐, 그런 의미였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이랬습니다.

■한국은 공식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한 적이 없습니다.
-요청이 전혀 없었습니까?
= 없었습니다.

이번 정부에선 공식 요청이 없었다면 이전 정부에선 있었다는 말입니다.
언제였을까요?
2016년 11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미국에 핵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을 한국에 상시 배치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습니다. 전술핵 재배치 요청은 아니었지만, 전략 핵을 한반도 인근에 - 핵 잠수함이나 핵추진 항공 모함의 형태로 - 존재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겁니다. 당시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하면서 국민들의 두려움과 안보 불안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요청이었습니다.
이에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 자산의 발이 묶일 수 있고 국방비 부담이 높다는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당국자는 한국 정부의 요청은 목소리가 약했고, 미국은 부담 없이 거절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후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의 주장에 힘입어 미국에 핵잠수함과 핵 항모 상시 전개 요청을 다시금 했습니다. 여기에 "전술핵 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한국 내에 있다"라면서 안된다면 - 이미 전임 정부에서 거절당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 핵 잠수함을 개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겁니다. 핵잠수함 개발은 미국이 가진 핵항모를 전개시키는 것보다도 더 실현불가한 일이었습니다. 당장 우리가 독자적 기술을 갖고 있지 않으니 미국의 기술 이전을 받아야 했고, 핵확산 금지 조약(NPT)에 가입한 국가로서 다른 국가들의 동의도 얻어야 했습니다. 막대한 돈이 들 것은 당연하니, 산 넘어 산인 주장에 미국은 가차 없이 노(No)를 날렸습니다.

■이번에 공식 요청을 한다면 다를까요?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은 최근 국무부, 국방부, 고위 관계자 등 수많은 브리핑 때마다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 요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답변은 한결같습니다.

미국의 모든 방어 역량을 동원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겁니다.
여기에는 윤석열 정부 들어 재개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회 재가동, 한미 연합훈련, 최근 동해 상에 전개된 로널드 레이건 항모 강습단에 대한 설명이 빠지지 않습니다. 억제력을 더 강화하겠다,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말이 나오긴 하지만, 여전히 마무리는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입니다. 생각해보십시다. 한반도에 비핵화가 목표라는데, 한국에 전술핵을 가져다 놓으면 비핵에서 벌써 한걸음 멀어지는 셈입니다.

■기류가 달라지고 있을까?

미국 미들베리 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국장은 뉴욕타임즈에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할 때'라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비핵화 노력은 실패했고, 미국은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의 경우처럼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란 겁니다.
이럴 경우, 한국은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있는 특수하고 긴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전술핵 배치가 가능해질 것이란 논리가 가능해집니다.

북한이 전술핵 훈련을 했다고 발표하며 공개한 사진   출처:조선중앙통신. 2022.10.10.북한이 전술핵 훈련을 했다고 발표하며 공개한 사진 출처:조선중앙통신. 2022.10.10.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미국 입장에선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지금처럼 일본 머리 위를 지나가는 도발을 한다면 미국도 더 이상 강하게 거절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국방부의 전직 고위 장성 역시 "미국의 입장이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당장은 불가능하고, 아직은 소수자의 입장이지만 풍향계가 아주 조금씩 바뀌고 있는 건 사실이라는 겁니다.

여기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미국에 공식적으로 요청을 할 수 있는가?
1번과 2번 질문에 대한 답이 있어야 가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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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이번엔 다를까 ‘전술핵 재배치 요구’에 미국 입장은?
    • 입력 2022-10-23 14:04:21
    • 수정2022-10-23 14:52:54
    특파원 리포트
한미대잠훈련 2022
한국에 전술핵을 다시 가져놔야 한다는 이른바 전술핵 재배치론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악화하고 북한의 도발이 잦아지면 독자 핵무장론과 함께 전술핵 배치 논란은 늘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그때마다 미국의 답변은 '한미동맹이 최고의 억제력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에 다시금 핵을 가져다 놓을 순 없다는 거였습니다. 이번엔 다를까요?

■핵을 준다면 어디에 둘 것입니까?

미국 당국자에게 물었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전례없이 잦아졌고, 7차 핵실험도 목전에 온 것 같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이 많이 불안합니다. 전술핵 다시 가져다 놓을 수 있을까요?
= 어디에 놓을 겁니까?
예?
= 전술핵을 가지고 간다 한들, 어디에 둘 겁니까? 사드 때를 잊었습니까?

순간 할 말을 잃었습니다. 공격무기가 아닌 방어 무기인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배치한다고 해서 경북 성주 주민들은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지상으로 군 물자가 유입되는 걸 주민들이 막아서면서 5년 넘도록 사드가 배치된 성주 기지는 제대로 운용되지 못했습니다. 우리 입장에선 주민들의 고통이 먼저 보였지만, 미국 입장에선 발전기용 연료부터 교대 근무자까지 헬기로 실어날라야 했던 수년의 세월이 겹쳐 보였을 겁니다. 전략 방어용 미사일 시스템도 들어오는 걸 그렇게 막아섰는데, 난데없이 전술핵을 저희 주세요, 하고 기다렸다 받아갈 주민들은 없을 겁니다.
일단 전술핵을 달라고 하기 전에 어디에 두고, 어떻게 운용하겠다는 건지, 주민들을 설득하는 건 생각해봤냐, 묻는 것이었습니다.

답을 못하자 두 번째 질문을 했습니다.

■중국은 생각해봤습니까?

=중국은 생각해봤습니까?
-예?
=사드로 인한 중국의 보복이 아직도 다 풀리지 않았습니다. 한한령이요.
그보다 10배는 더 한 보복이 오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각종 경제 보복으로 2017년 첫 해 한국은 8조 5천억 원의 손해를 입어야 했습니다. 한국 관광은 전면 금지됐고, 한류를 이끌던 한국 드라마와 예능 등 콘텐츠는 모두 해지됐습니다. 한한령. 현대 기아차는 중국 판매가 뚝 떨어졌고, 중국에 야심차게 진출했던 롯데마트는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습니다.

전술핵이 배치된다면? 중국의 보복은 사드 때의 10배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 내에서 번지고 있는 반미 감정에 반한 감정이 증폭될 우려도 높습니다. 중국과의 교역을 접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이 공식적으로 미국에 전술핵을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겠냐, 그런 의미였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이랬습니다.

■한국은 공식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한 적이 없습니다.
-요청이 전혀 없었습니까?
= 없었습니다.

이번 정부에선 공식 요청이 없었다면 이전 정부에선 있었다는 말입니다.
언제였을까요?
2016년 11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미국에 핵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을 한국에 상시 배치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습니다. 전술핵 재배치 요청은 아니었지만, 전략 핵을 한반도 인근에 - 핵 잠수함이나 핵추진 항공 모함의 형태로 - 존재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겁니다. 당시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하면서 국민들의 두려움과 안보 불안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요청이었습니다.
이에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 자산의 발이 묶일 수 있고 국방비 부담이 높다는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당국자는 한국 정부의 요청은 목소리가 약했고, 미국은 부담 없이 거절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후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의 주장에 힘입어 미국에 핵잠수함과 핵 항모 상시 전개 요청을 다시금 했습니다. 여기에 "전술핵 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한국 내에 있다"라면서 안된다면 - 이미 전임 정부에서 거절당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 핵 잠수함을 개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겁니다. 핵잠수함 개발은 미국이 가진 핵항모를 전개시키는 것보다도 더 실현불가한 일이었습니다. 당장 우리가 독자적 기술을 갖고 있지 않으니 미국의 기술 이전을 받아야 했고, 핵확산 금지 조약(NPT)에 가입한 국가로서 다른 국가들의 동의도 얻어야 했습니다. 막대한 돈이 들 것은 당연하니, 산 넘어 산인 주장에 미국은 가차 없이 노(No)를 날렸습니다.

■이번에 공식 요청을 한다면 다를까요?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은 최근 국무부, 국방부, 고위 관계자 등 수많은 브리핑 때마다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 요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답변은 한결같습니다.

미국의 모든 방어 역량을 동원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겁니다.
여기에는 윤석열 정부 들어 재개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회 재가동, 한미 연합훈련, 최근 동해 상에 전개된 로널드 레이건 항모 강습단에 대한 설명이 빠지지 않습니다. 억제력을 더 강화하겠다,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말이 나오긴 하지만, 여전히 마무리는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입니다. 생각해보십시다. 한반도에 비핵화가 목표라는데, 한국에 전술핵을 가져다 놓으면 비핵에서 벌써 한걸음 멀어지는 셈입니다.

■기류가 달라지고 있을까?

미국 미들베리 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국장은 뉴욕타임즈에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할 때'라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비핵화 노력은 실패했고, 미국은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의 경우처럼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란 겁니다.
이럴 경우, 한국은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있는 특수하고 긴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전술핵 배치가 가능해질 것이란 논리가 가능해집니다.

북한이 전술핵 훈련을 했다고 발표하며 공개한 사진   출처:조선중앙통신. 2022.10.10.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미국 입장에선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지금처럼 일본 머리 위를 지나가는 도발을 한다면 미국도 더 이상 강하게 거절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국방부의 전직 고위 장성 역시 "미국의 입장이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당장은 불가능하고, 아직은 소수자의 입장이지만 풍향계가 아주 조금씩 바뀌고 있는 건 사실이라는 겁니다.

여기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미국에 공식적으로 요청을 할 수 있는가?
1번과 2번 질문에 대한 답이 있어야 가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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